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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9,159
추천수 :
2,548
글자수 :
121,980

작성
24.08.19 08:00
조회
1,592
추천
72
글자
10쪽

타임 020. 너희들 미쳤구나? (삽화)

DUMMY

“빌어먹을.”


상진은 짧게 욕을 뱉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저기요.”


등 뒤에서 후드티 목소리가 들렸다.


“후-”


목구멍에 걸려 있던 답답함을 툭 뱉어내고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하실지 결정을···.”


“다른 사람들은?”


“접속실로 오고 있어요.”


“그쪽으로 간다.”


접속실에 도착하자, 정진아를 기다리고 있던 권 박사가 빨리 들어오라며 손짓을 했다.


접속실에 들어서자, 권 박사가 철문을 닫고 벽에 붙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치이익-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며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접속실 전체가 덜컹 출렁였다. 그리고 방 전체가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보기엔 평범한 방 같았는데, 엘리베이터를 개조해 접속실로 사용한 모양이다.


재미있는 구조라는 듯 주변을 둘러보는데, 이상하게 이서연이 보이지 않았다.


“이서연은?”


“이서연 소령은 자료실을 소각하고 뒤에 따라올 거네.”


총독부 손에 고대 유물이 넘어가지 않게 아예 파기해 버릴 생각인 것 같다.


“여기 정리하고 떠나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개인당 5분 정도면 충분하네.”


“순서대로 떠나는 겁니까?”


“아니. 준비만. 출발은 동시에 해야지.”


개인당 5분. 자신까지 준비한다 치면 최소 35분은 소요가 된다는 의미다.


“나도 마찬가지입니까?”


권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간 데이터화 작업을 마쳤기 때문에 그 정도지만, 상진 군은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대충 가져다 붙이지 말고 정확하게 이야기해주시죠. 어느 정도입니까.”


“그게. 일단 해 봐야 알 것 같은데···.”


속에서 짜증이 올라왔지만, 여기서 화를 내 봤자 의미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여기 설치된 철문 개수와 두께가 어떻게 됩니까?”


“철문 두께?”


상진은 미간을 찡그렸다.


“계속 그렇게 반문만 할 겁니까?”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얼굴을 일그러트리자, 정진아가 급히 입을 열었다.


“철문은 입구에서 각 층까지 모두 6개가 설치되어 있고, 방화벽은 모두 세 개예요. 그리고 두께는 이 정도?”


정진아는 손으로 10cm 정도를 표시했다.


“네가 가진 칼로 그 철문 자를 수 있어?”


“설마요. 칼이 먼저 부러지죠.”


접속기를 통해 능력을 개발했다지만,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괴물급은 아니라는 뜻이고 사용하는 무기 역시 전설의 검 같은 무지막지한 성능을 지닌 것도 아니라는 의미다.


개인 무력으로 철문을 통과할 수 없다면, 놈들이 사용할 방법은 뻔했다.


‘플라스마 절단기로 뚫고 들어오겠군.’


놈들이 들이닥칠 때까지, 최대 30분. 빠르면 20분 정도 걸리려나.


“총독부에서 키웠다는 놈들 말인데."


"네."


"너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나?”


정진아는 잠시 눈알을 굴리더니, 답을 내 놨다.


“10명 정도는 비슷하고 3명은 나보다 높다고 들었어요."


"너 보다 센 놈들이 셋이나 있다고?"


"크게 밀리는 건 아니고, 살짝? 아쉬운 정도요. 그리고 그놈들은 균열 섹터도 없고."


정진아는 실력 차이가 큰 건 아니라며 나름 자존심을 세웠다.


"균열 섹터? 아, 인벤."


정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놈은 그 셋이 아니라 10명 중에 있어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건가?"


"마인드 컨트롤이요. 길지는 않고 3분 정도인데. 사람 몇 때려 잡는덴 충분한 시간이죠. 물론 나에겐 안 먹혀요. 자기보다 NG 수치가 낮은 대상만 컨트롤 할 수 있으니."


육체적 부분 외에 정신적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더니, 별 놈이 다 있다.

그런데, 확실히 꺼려지긴 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 지시대로 움직인다니.

당하고 나면 굉장히 찝찝한 기분이 들 것 같다.


“뭐, 내가 그 놈들이랑 마주칠 일은 없으니, 설명은 그쯤하면 됐고, 철문과 방화벽 말고 다른 방어 장치는 어떤 게 설치 되어 있지?”


“.....”


“없어?”


“네.”


“진짜?”


"네."


"총독부와 싸우겠다는 인간들이.... 각층에 설치된 철문이랑 방화벽만 믿고 이 지랄을 떨고 있다고? 혹시, 단체로 약 드셨어요?"


"....."


지금이라도 다시 올라가서 벙커 깊숙한 곳 어딘가 숨어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닌데, 가만 있어 보자. 보통 이런 경우엔···.’


앞뒤 상황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데 바닥이 출렁였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것이다.


정진아는 닫혀 있던 철문을 열며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벙커1.jpg

“여기에 내려오는 길은 방금 우리가 이용한 엘리베이터가 유일해요. 작동을 멈춰버리면, 여기까지 오는 데 적잖게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그나마 좋은 소식이군. 그나저나, 여긴 몇 층이야?”


“지하 10층이요. 벙커 최 하단.”


벙커 끝 방이 9층에 있다기에 여기가 그쯤인지 알았는데, 그보다 더 밑에 층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벙커도 정국영 박사가 만든 건가?”


“아니요. 처음부터 여기 있었어요. 얼마나 오래됐는지도 모르고.”


자료실 유물처럼, 이곳 벙커도 고대 유물이라는 의미인가 싶었지만, 그날 이전의 고대 건축물이라기엔 내부 분위기가 그렇게 오래된 느낌이 나질 않았다.


통로를 따라 이동하는데, 길고 깊은 공간에 사람 키보다 더 큰 장비가 줄지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벙커33.jpg

“거긴 서버실이에요. 시공간을 복사해 놓은 곳이죠. 병렬구조로 성능을 높였다고 하는데, 여기에 사용된 서버가 천대도 넘는다고 들었어요. 중앙에 탑은 라디듐 컴퓨터인데, 저기서 접속 정보를 컨트롤 해요.”


딱히 관심 가는 사항은 아니라,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물었다.


“거의 다 왔어요. 2분 정도면 도착해요.”


정진아 말대로 코너를 돌아 안쪽으로 더 이동하자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여긴···.”


장비만 빼곡히 놓여있던 앞의 공간과 달리, 이곳은 거대한 군수 공장처럼 생겼고 십여 명의 사람이 특이하게 생긴 장비 사이를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벙커44.jpg

“권 박사와 이 박사만 있는 게 아니었군.”


“어휴, 어림도 없죠.”


정진아는 그럴 리 있겠냐며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런 엄청난 연구와 실험을 단둘이서 했다는 게 믿기지 않긴 했다.


“다른 사람들은 저쪽으로 가서 준비하고. 상진 군은 나를 따라오게.”


정진아와 접속팀은 연구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 박사는 상진을 데리고 의료실처럼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 박사는 착잡한 표정으로 사과부터 했다.

그가 고개를 숙이자, 천장 조명이 반사되며 대머리가 반짝거렸다.


“일이 이렇게 된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네.”


“됐습니다. 이제와서 사과받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그래. 시간이 촉박하니 필요한 설명은 작업을 하면서 하세. 일단 이쪽에 눕게.”


권 박사는 의료용 침상을 가리켰다.


상진은 썩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촉박해도 설명은 듣고 누워야겠습니다.”


권 박사는 그럴 시간이 없다며 재차 재촉했지만, 상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러다 놈들이 들이닥치면···.”


“그러면 양손 번쩍 들고 총독부에 협조해야죠.”


“아니, 무슨 그런 흉한 말을···. 그런다고 놈들이 자네를 살려줄 것 같나?”


“솔직히 딱 까놓고 이야기해 봅시다. 내가 저쪽 세상에 가면 살 가능성이 있기는 합니까?”


“왜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생각을 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생각을 해야지.”


권 박사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들겼다.


“영감님.”


“그래.”


“세 번 접속에 세 번 다 죽었습니다.”


“그때와는 달라.”


“뭐가 말입니까? 아, 이번엔 연습이 아니라 실전이라 세 번씩이나 죽을 일은 없겠군요. 한 번이라도 죽는 순간 그걸로 진짜 끝이니까.”


“이번엔 혼자가 아니잖아. 자네를 도와줄 사람이 함께 가는 거라고.”


“....”


“생각해 보라고. 혼자서 레벨을 올리는 거 하고, 고수가 랠리 뛰어주는 것 하고. 어느 게 더 편하겠나. 자네는 초보 존에서 헤맬 필요도 없이 다이렉트로 쭉 치고 나갈 수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그거야 말 그대로 게임일 때 이야기고.

그리고 게임에선 죽어도 부활하면 그만이지만, 이건 그냥 게임오버입니다만.


“여기까지 내려왔을 땐 마음을 먹었으니 온 것 아닌가. 왜 갑자기 이러는데.”


“사망 리스트.”


“응?”


“기존 접속자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걸 모아 놓은 기록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것부터 봅시다.”


“아니 지금 그걸 볼 시간이 어디 있다고!”


“계속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나도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허허. 이제와서 생각을 바꾼다고 뭐가 달라져?”


“달라지죠. 프로젝트는 시작도 하기 전에 망할 테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상진은 고개를 돌려 의료실 밖을 바라봤다.

정진아를 포함한 접속팀은 연구원들 도움을 받아 알몸으로 수조 형태의 탱크에 들어서고 있었다.


연구원들이 탱크를 잠그고 작업을 시작하자, 상진은 다시 고개를 돌려 권 박사를 바라봤다.


“일단 이곳의 유일한 무력 집단은 자진해서 봉인됐고.”


“.....”


“몸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영감님이나 밖에 있는 연구원들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습니다. 뭐, 그게 어렵다면 저기 있는 장비 몇 개 부숴버리면 그만이고.”


“.....”


“이것저것 잘 주워서 총독부에 넘겨주면 잘했다고 훈장이라도 달아 줄지 누가 압니까.”


“그···. 그게 무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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