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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9,151
추천수 :
2,548
글자수 :
121,980

작성
24.08.13 14:00
조회
2,347
추천
90
글자
11쪽

타임 013. 질문은 내가 한다! (삽화)

DUMMY

“이봐, 이···. 이건 아니지!”


돔 밖을 기어 다니는 비간들도 아니고, 이 무슨 무식한 짓이야!


최소한 앞뒤 설명 정도는 해주고 칼을 뽑든 어쨌든 해야 하는 거 아냐?


“어, 그러니까. 내가 비몽사몽이어서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못 들었거든요.”


후드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들었잖아.”


“못 들었다니까요.”


“들었다니까.”


“아니, 사람이 못 들었다고 그러면 아, 못 들었구나. 이러면서 다시 한번 말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뭘 이렇게 짜게 굴어? 그리고 왜 자꾸 반말이야! 나보다 나이도 어려 보이는 게!”


“나 여기 사장.”


응? 뭐라고?


아, 진짜!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머리에 피도 안마른 후드티가 사장?

정직원 후보. 뭐 이런 거 아니었어?


고개를 돌려 대머리 노인과 이영환 박사를 바라봤다.


입에 걸레 문 후드티가 이상한 말을 한 것 같은데,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습니까?


“맞네. 진아가 RS 소프트의 주인이네.”


“아니,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내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후드티가 칼 끝을 밀어 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설명? 정말 듣고 싶어?”


“다. 당연한 거 아닌가? 뭐가 뭔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대체 여긴 정체가 뭔지! 뭐가 됐든 내가 이해할만한 이야기는 해주고. 그다음에 죽이든 살리든 해야···.”


“듣고 나면 집에 못 가. 여기서 함께 일하거나, 아니면 여기에 묻히거나. 둘 중 하나거든.”


웃기고 있네. 내가 듣지 않아도 어차피 그 둘 중의 하나잖아. 누굴 바보로 아나!


“진짜 듣고 싶어?”


젠장, 왜 자꾸 같은 말을 되묻냐고.


안 듣는다고 하면 그건 그것대로 벙커 끝방에서 잊혀지게 할거잖아!


어이가 없어서 재차 한 마디 던지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저스트 모먼트!

이거 뭔가 이상한데.


자료실 예언서가 목에 칼을 들이밀 정도로 중요한 물건이라면 애초에 거길 보여주지 않아야 맞는 거 아닌가?


내가 여기 직원도 아니고, RS 관계자도 아닌데 게임에 팁 좀 달랬다고 대뜸 거길 보여줘?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 그럼, 이거라도 볼래?’ 이러면서 직접 안내까지 해준 사람들이 이제와서 그걸 봤으니, 순순히 협조하거나. 아니면 9층 끝방에서 잊혀지라고?


이게 말이야! 방귀야?


“음.”


뒤죽박죽 궁지에 몰렸던 정신이 잠시나마 여유를 찾자, 온갖 의문이 밀려 들었다.


건당 백만씩이나 준다는 말에 허겁지겁 삼키고 봤는데, 처음부터 이 상황을 만들려고 밑밥을 깐 거였나?


칼까지 들이밀며 우중충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 의문들이 진실에 가깝다면.


애초에 자신을 죽일 생각은 없고, 이 상황을 이용해 자신들 목적을 이루려 연극을 하는 거라면.


아니, 이건 망상적 의심이 아니라, 팩트에 가까운 의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동안 말이 없자, 막무가내로 재촉하던 후드티의 반응이 묘하게 더뎌졌다.


그래. 저 표정. 저 반응. 내가 한두 번 겪어 본 게 아니지.


밤새워 세운 계획이 하나둘 틀어지기 시작할 때. 겉으론 아무렇지도 않은 척 거만을 떨지만, 속에선 똥줄이 타서 까맣게 숯덩이가 되어가던.


병신 같던 군 수뇌부도 딱 저런 분위기였지.


내 가설이 맞는지, 아니면 헛다리 짚고 허우적거리는 건지. 바로 확인에 들어갔다.


손으로 칼날을 잡자, 후드티가 움찔한다.


후드티는 ‘너 미쳤어?’ 하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지만, 죽일 테면 죽여보라는 듯 아랑곳하지 않고 칼날을 밀어냈다.


잠시 저항이 발생했지만, 칼날을 잡은 손에서 주룩- 피가 흐르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힘없이 밀려났다.


“역시.”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이야기하자, 후드티와 두 노인네는 ‘응? 뭐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전형적인. ‘뭔가 오해가 있군. 사실은 말이지···.’ 이런 변명적 표정이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아직 모르지만, 아무튼 모르는 뭔가 때문에 자신을 이곳에 불러들였다-라고 가정을 해 보자.


처음부터 타게팅 된 상태로 일이 시작됐다면.

이곳에 온 것도 내 의사가 아니라, 의사를 조작당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방식은···.


비간과 붙어 먹은 인간 같지도 않은 놈들을 잡아낼 때 나도 종종 써먹던 수법이다.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결정적 이유는.

사채 업자들에게서 콩팥을 지키기 위해서다.

콩팥 떼가려는 놈들이 가장 먼저 하는 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 가장 많이 털리는 것이 개인 정보니.


아르바이트를 구하면서 가족 관계까지 요구하던 그 이상한 앱도 타게팅 된 존재를 제외한 기타 등등을 걸러내기 위한. 일종의 거름망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물론, 심증만 살짝 있을 뿐, 증거나 증인 따위는 없는. 지금까지는 나만의 망상이다.


하지만, 이왕 그려본 망상.

어디까지가 진짜일지 확인을 해봐야겠다.


앞으로 수그리고 있던 몸을 바로 세우며 느긋하게 몸을 기댔다. 그리고 세 사람을 쭉 둘러봤다.


“올려보기 힘듭니다. 다들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야. 분위기 파악 못 하냐? 이게 어디서···.”


“맘에 안 들면 그걸로 여길 찌르던가.”


나는 앞가슴을 까고 손가락으로 심장이 있는 곳을 콕 집었다.


후드티가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더니, 신경질적으로 칼을 들어 올렸다.


‘못 찌른다. 너는 못 찌른다. 너는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서···. 절대 못 찔러.’


개 같은 작전 세워 놓고 병사들 죽어 나가는 걸 보면서도 철면피처럼 거드름 피우던 군 장성들.


그들 면상을 보면서 분노했지만, 분노를 드러낸 순간, 비간이 득실거리는 최전방 사망지구에 떨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과 같은 ‘철면피’ 스킬을 몸소 익힌 나다.


속에선 똥줄이 타도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있는 능력자란 말이지.


“찔러 봐!”


나는 벌떡 일어나, 후드티의 칼을 다시 움켜쥐었다. 그리고 내 심장이 있는 곳에 가져다 댔다.


“찔러!”


“......”


시건방진 표정으로 피식거리면서 ‘나 여기 사장.’이랬던 얘가 당황한 표정이 됐다.


후드티를 매섭게 노려봐주곤 칼날을 휙 치워버렸다. 힘이 담기지 않은 칼은 허우적거리며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그래. 내 그럴 줄 알았다.’


이들은 나를 죽일 생각이 없다. 아니, 죽일 이유가 없다. 왜?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니까.


이제 나를 죽이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볼 시간이다.


후드티가 그랬던 것처럼 피식 웃어주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계속 서 있을 겁니까?”


“.....”


대머리 노인이 이영환 박사의 어깨를 툭 쳤다.


“어?”


“앉자고.”


“어.”


“진아 너도 칼 넣고.”


대머리 노인 말에 후드티는 잔뜩 분한 표정으로 씩씩대다가 칼을 치웠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안정되자, 대머리 노인이 입을 열었다.


“상진 군.”


“아아. 잠시만요.”


“....?”


“질문은 내가. 여러분은 답변만.”


“허허허. 우리 상진 군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네. 우리 이러지 말고···.”


대머리 노인은 사람 좋은 얼굴로 허허거리면서 어떻게든 대화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한 나에게 이런 잡기술은 통하지 않는다.


얼마 전까진 전혀 생각을 못 했지만, 의심을 시작하니 거슬리는 이상한 것들이 마구잡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상진 군. 뭔가 큰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어제 아르바이트 끝나고···. 아, 어제가 아니구나. 일주일. 아니 팔 일 전에.”


지하 벙커에서 볕을 보지 못하고 갇혀 지냈더니, 시간 감각이 왔다 갔다가 했다.


“아무튼. 그때. 내가 밖으로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서 미친 듯이 돈이 빠져나가더라고.”


“거참.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땐 내가 워낙 궁한 처지라 생각을 못 했는데. 이상하잖아.”


“.....”


“캐피탈 놈들이 은행도 아니고 내 계좌에 돈 들어 온 건 어떻게 알았을 것이며. 집세는 물론 다른 세금도 미친 듯이 빠져나가더라고.”


“그거야 밀린 돈이 있으니. 때 맞춰 빠져나간···.”


“아니, 아니! 그때 시간이 몇 시야? 은행 업무도 끝났고. 관공서 업무도 끝났고. 개인 거래를 제외한 공적 업무는 모조리 다음 날로 넘어간 시간이라고. 내가 통장 한 두 번 털려 본 것도 아닌데, 그걸 모를까!”


“.....”


“질문. 여기 있는 세 사람. 저녁 7시 이후에 물세, 공기세, 데이터 요금을 비롯해 기타 등등 이체 된 사람이 있다면."


없지? 없을 거야. 그때 말고는 저녁 시간 이후로 돈 나간 기억이 없거든.


"내가 당장 사과하고 당신들 원하는 대로. 솔직히 무슨 짓을 벌이려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 자, 자신 있으면 계좌를 까 봐.”


“......”


“어려운가? 저녁에 세금 나간 흔적이 있는지. 그냥, 그것만 보여주면 되는 건데.”


"....."


“그래. 역시 그랬다는 거네.”


계좌만 보여주면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고 했음에도 셋 중 누구도 이를 증명하지 못했다.


솔직히 질문을 할 땐, 이게 말이 되나 싶은 마음도 있었다.


RS 소프트가 뭐라고. 거래 시간 이후에 온갖 곳에서 돈을 뽑아가게 만든단 말인가.


그래도 혹시나 해서 ‘대충 던져’본 건데. 시작부터 딱 걸렸다.


그러다 문득, 내가 떠 안은 빚과 콩팥 떼일 상황도 이 인간들이 수작 부린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튼.


“그 엿 같은 죽음의 게임을 다시 하게 만드는 방법으론 그게 최고지. 애초에 돈 때문에 여길 오기도 했고.”


“....”


“그래도 너무했어. 그날 이것저것 털리고 딱 라면 사 먹을 돈만 남더라고. 이틀 넘게 굶었는데 말이지.”


“저기, 상진 군···.”


대머리 노인이 난감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여는데, 그때 철문이 덜컹 열리면서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한상진 병장. 거기까지만 하지.”

시간 여행자의 생존법11.jpg

“이서연···. 대위?”


뭐야. 당신이 여기서 왜 나와?


“대위가 아니라 소령.”


이서연은 성큼 다가오더니, 맞은 편에 엉덩이를 걸쳤다.


“당신이···. 아니. 네가 왜 여기에.”


“그래도 내가 중대장이었고 직속상관이었는데, 말투가 좀 그렇네.”


“지랄하고 있네. 내가 제대한 지가 언젠데. 그리고 나 이제 민간인이야. 어디다 계급을 들이밀어!”


“아, 그렇지. 제대했지.”


이서연은 깜빡했다는 듯 자기 머리를 톡톡 두들겼다.


이서연 대위.

상진이 속해 있던 부대의 지휘관이면서 전장의 비치라 불렸던 여자.


저 여자가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


RS 소프트...

이것들 정체가 뭐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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