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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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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95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20.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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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대륙 통일

DUMMY

1.


짹짹! 짹짹!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온 것이다. 얼어붙었던 대지는 어느샌가 녹아 다시 농부들의 품으로 돌아가고. 차가운 공기는 다시 따스하게 데워진다.


지난 겨울날 500만명이 아사했고. 1300만명이 동사했다. 서방 국가 연합은 간단한 절차를 거치고 해산되었고. 한동안 대륙 동맹군은 자살한 구 연합의 의원들의 시체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서방의 끝까지 대륙 동맹의 깃발이 펄럭이는 이 날이 왔다. 오고야 만 것이다. 누군가는 통곡했고. 누군가는 환호했다.


전쟁은 끝났다. 1억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참혹한 전쟁은 대륙 동맹의 완전무결한 승리로 매듭지어졌다.


억겁의 군세들이 일으킨 전화는 사그라들었고. 군비는 축소되었으며. 각 국의 군대는 다시 그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동료들의 시체와 부고를 가지고. 그들의 부인과 자식들에게 죽음을 알리러 돌아갔다.


패전한 서방 국가 연합의 병사들은 처벌받는 대신 전후복구에 떠밀렸다. 지뢰를 해체하고. 파괴된 농지를 갈아엎고. 늪지에 퍼진 독을 정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륙 동맹은 서방의 모든 언어 교육을 중지시키고. 대륙 동맹의 공용어라 할 수 있는 퓨레스트어 교육을 진행하였다.


역시 반항이 있었으나. 대전쟁의 승리자인 대륙 동맹은 그 반항마저도 돌맹이가 달걀을 짓누르듯 간단하게 해결하였다.


거리마다 헌병이 돌아다니면서 불순분자들과 반 동맹 게릴라. 그리고 구 연합군 잔당들을 잡아들였고. 그 때마다 도시의 거리는 다시금 대전쟁의 시기로 돌아가고는 했다.


대륙을 통일한 대륙 동맹은 동방에 치우쳐 있었던 동맹 의회를 대륙의 중심인 중부. 그 중에서도 모든 대륙의 중간이라 할 수 있는 알렉시아 제국과 프란시스 제국의 중간지대로 옮겼다.


새로 지어진 의회장은 저번의 의회장보다 더 크고 웅장했고. 그 웅장함을 위해 구 연합군의 병사들은 채찍을 맞아가며 콘크리트를 섞고 철근을 들어올려야 했다.


어느덧 퓨레스트 연방은 칭제건원을 통해 스스로를 황제국의 지위로 올렸고. 수많은 공국들도 왕국으로 스스로를 격상시켰다.


왕국에서는 전쟁 영웅들이 무능한 국왕들을 끌어내리고 종신 통령의 지위에 올랐으며. 대륙에서는 왕국과 공화국들이 물고 물리며 새로이 태어나고 있었다.


마침내 이 샤르트 대륙에 평화가. 피로 만들어진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2.


퓨레스트 제국의 즉위식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셀 수 없는 보석들이 검은 빛 원단에 수놓아졌고. 웅장한 황궁은 제국의 위엄을 돋보였다.


지난 대전쟁에서 공을 세운 영웅들이 새로이 즉위한 황제의 곁에서 행진했고. 거리의 군중들은 황제의 이름을 외치며 연호했다.


어느새 똑바로 걸을 수 있게 된 브란트 폰 예거가 황태자로써 책봉되었고. 세리카 폰 예거 또한 황제의 여자. 황후로써 황관을 머리에 쓰고서는 그의 남편과 함께 행진했다.


언젯적이었던가. 힘의 제국이 아닌 문화의 제국을 만들고 싶어했던 라이투스 황제의 소망대로 퓨레스트 제국은 대륙 공용어로 채택된 퓨레스트어의 바람을 타고 전 대륙에 그들의 문화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총과 칼을 앞세운 채. 전통문화를 지키려 하는 자들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은 이들은 제국의 재외동포로서 받아들여졌다.


라이투스 대제는 대륙 동맹에 마침내 통일된 샤르트 대륙을 위한 연호인 새로운 기년법을 제안했고.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새로운 기년법의 이름은 Una temporis(하나의 시대) 약칭 U,T로 지칭된 새로운 기년법은 구 대륙력 600년 4월 8일을 원년으로 하는 기년법이었다.


바야흐로 이 샤르트 대륙은 제국의 시대로서 587년. 대륙의 시대로서 600년. 그리고 이제 하나의 시대를. 샤르트 대륙은 맞이하였다.


대륙을 통일한 동맹은 곧바로 바다에 눈을 돌렸다. 북해. 서해. 남해. 동해. 사해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자원과 셀 수 없는 섬들을 대륙 동맹의 지도에 그리기 위해 수많은 모험가들이 참여했다.


돌아온 자들은 영웅이 되었고. 돌아오지 못한 자들은 전설이 되었다.


바다에서 들어오는 자원들은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대륙의 백성들에게 있어 한 줄기 기적과도 같았다.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곳을 만들 자원들이 들어왔고. 대륙의 경제는 어느덧 다시 활기를 피기 시작했다.


바다는 넓었고. 사람들은 많았다. 수많은 피를 흘린 대륙은 이제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3.


Una temporis. 우나 템포리스. 하나의 시대.


새로운 기년법이 정착되고. 사해로의 새로운 골드 러시가 시작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지만. 대륙에서의 삶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농부들은 농사를 지었고.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향했다. 부인들은 아기를 품에 안고 남편의 귀가를 기다렸고. 군인들은 총을 들고 자국의 안보를 지키고 있었다.


수많은 무덤과 셀 수 없는 통곡들은 그보다 더 많은 농지들과 셀 수 있는 세금으로 묻을 수 있었다. 누가 그러던가. 1명의 죽음은 비극이요 100만명의 죽음은 통계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100만명을 넘어 1억명이 넘는 희생을 낳은 이 대전쟁은 과연 비극인가. 아니면 그저 통계에 불과한 것인가. 남편을 잃은 부인의 통곡을.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의 눈물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은 그 무엇이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슬픈 일이지만. 모든 일에는 희생이 따랐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현실이었다. 인간의 피를 흘리지 않는다면 무엇도 바꿀 수 없었다.


서방 국가 연합은... 그들이 스스로 저지른 짓을 돌려받은 것이다. 비록 그 전쟁이 신념이나 사상과는 관련없는 그저 대륙의 패권을 손에 넣기 위한 전쟁이었다고는 해도. 결국 그들은 끝까지 서방만의 이익만을 위한다는 이기주의를 버리지 못했다.


그렇기에 모든 대륙을 위한다는 명분을 가진 대륙 동맹이 승리하였고. 동방부터 서방까지. 북부부터 남부까지 모든 대륙의 성과 도시에 그들의 깃발을 꽃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륙 동맹은 절대 완전한 선이 될 수 없다. 역사상 이상의 국가는 없었고. 오히려 이상의 국가들 만들어내려 한 시도들이 이 대륙의 대지에 지옥을 강림시켰다.


그리고 서국련은 대지에 다시 한 번 지옥을 강림시켰고. 대륙 동맹은 그에 맞서 싸운 것이다. 그렇다면 대지에 지옥을 강림시킨 그 책임은 대체 누가 져야 하는가?


전쟁을 결의했던 의원들은 전부 자살했다. 져야 할 책임이 두려워 죽음으로 도피한 것이다. 그렇다면 서국련의 국민이었던 자들에게 증오의 화살을 돌려야 할까?


국민 하나 하나의 책임은 결코 무겁다고 볼 수 없다. 허나 전쟁이란 것은 그것을 생각하고 실현한 자들에게만 책임이 씌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결국 그들의 지도자들을 위해 싸웠고. 그들은 패배했다. 그들의 힘에. 그들의 군세에. 그들의 사상에 힘을 주었다는 책임은 아무리 개인이라는 약자라 할지라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를 탓해야 할까. 아직도 인류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4.


지난 몇 년간 대륙은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았다. 우리는 수만개의 마을이 불타오르는 것을. 수천개의 성이 무너지는 것을. 수백개의 도시가 파괴되는 것을 보았다.


대륙은 하나가 되었지만 사람들은 하나가 되지 못했다. 피로 맺어진 평화는 언젠가 깨어질 것이며. 언젠가는 다시 피가 흐를 것이다.


깃발은 찢어지고. 다시 한 번 수많은 깃발들이 내걸릴 시대가 올 것이다. 수많은 사상을 제창하는 자들에 의해서.


그때는 얼마나 많은 마을들이. 성들이. 도시들이 파괴될까. 얼마나 많은 귀족과 왕족들이 자국을 버려야 하며.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갈 것인가.


...하지만.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수백년 후의 일을 지금와서 걱정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 사람들은 당장 믿을 수 있는 빛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제는 평화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모두 병기들을 내려놓고 낫과 괭이를 들 시대가 올 것이다.


그 시대가 언제쯤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몇년. 수십년. 수백년. 어쩌면 수천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지금의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었다. 제국의 황제도. 공화국의 대통령도. 황후도. 영부인도. 군인도. 민간인도. 심지어 하찮은 미물들까지도.


인류의 본성이 전쟁을 원한다면. 최소한 우리의 이성만은 전쟁에 반해야만 한다는 성부의 가르침 아래. 이 대륙의 백성들은 다시 한 번 위대한 대륙의 역사를 그들 스스로 개척해 나갈 것이다.


-국왕 폐하 만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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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가장 혹독한 겨울 20.01.03 180 2 9쪽
98 공세종말점. 20.01.02 172 2 9쪽
97 철의 폭풍 20.01.01 177 1 10쪽
96 동방의 우레 19.12.31 174 3 9쪽
95 일진일퇴 19.12.30 175 1 9쪽
94 기세를 몰아서 19.12.27 186 1 9쪽
93 첫 번째 전투 19.12.26 183 2 9쪽
92 피는 피로 19.12.24 192 2 9쪽
91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19.12.23 203 1 9쪽
90 전초전 19.12.20 215 3 9쪽
89 냉전 19.12.19 217 2 9쪽
88 고지를 점령하라 19.12.18 217 3 9쪽
87 제로섬 게임. 19.12.17 212 2 9쪽
86 음지의 전쟁 +1 19.12.16 218 3 9쪽
85 동해 레이싱 19.12.09 217 4 9쪽
84 축복 19.12.06 217 2 9쪽
83 탄생 19.12.05 215 2 9쪽
82 대립 19.12.04 225 2 9쪽
81 반역 19.12.03 228 4 9쪽
80 피뎀 19.12.02 229 4 9쪽
79 서방 국가 연합 19.11.29 238 3 9쪽
78 대적자들 19.11.28 278 2 9쪽
77 연회 19.11.27 233 4 9쪽
76 파티 19.11.26 240 4 9쪽
75 연방민 19.11.25 252 4 9쪽
74 상부상조 19.11.15 274 5 10쪽
73 황제국 +2 19.11.14 281 5 7쪽
72 불씨 19.11.13 266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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