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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7,991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20.0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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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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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철의 폭풍

DUMMY

1.


삐이이이익-!


날카로운 호각 소리가 울렸다. 진격을 의미하는 호루라기 소리만큼 적에게 두려운 것은 없으리라.


"용맹한 대륙의 병사들이여! 진격하라!"


"""우와아아아아아!"""


지축을 울리는 함성과 함께 참호에서 나온 병사들이 들판을 가득 메웠다. 이제 들판이라고도 할 수 없는 크레이터와 진창이 병사들을 반겨주었지만. 수십만에 이르는 군세는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는 듯 파도처럼 진격을 계속했다.


"쏴라!"


그것을 보고 있는 연합군의 대포가 불을 뿜었다. 박격포. 견인포. 야포. 산포. 뭐든지 좋았다. 뭐든지! 저 인간의 파도를 막을 수 있는 것이라면 모조리 동원해야 했다.


"으아아아아아! 엄마! 엄마아아!!!"


철의 폭풍이라는 것은 이런 때에 쓰는 말이던가. 수십만의 병사들이 쏟아내는 우레와 같은 총탄과 수만 대의 대포들이 쏟아내는 벼락과도 같은 파편들이 전장을 휩쓸고 있었다.


"전진하라! 전우들의 영혼들이 그대들과 함께한다! 침략자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리자! 이곳은 우리의 땅이다!"


대륙 동맹의 정치장교가 짧은 권총을 빼들며 용맹하게 앞장섰다. 그의 연설에 감화된 용감한 병사들은 대포의 포성과 함께 성부의 곁으로 사라졌지만. 그들의 빈자리는 벌써 후열의 병사들에 의해 메꿔지고 있었다.


"대총통 폐하! 대통령 각하! 국왕 폐하! 동맹의 지도자들이시여!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소서! 저희는 동맹의 영광과 대륙의 평화를 위해 총탄 앞으로 전진하옵니다!"


"죽어간 동료들의 복수를 하자, 동무들이여! 죽어간 전우들의 넋이 적들의 피를 원한다!"


"모든 동방의 군세가 이곳에 임하였노라! 너희들이 살아돌아갈 곳은 없다! 대륙 전체를 불태워서라도 너희들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확성기에 마법까지 더한 다음 정치장교들이 악에 받힌 목소리로 떠들었다. 머나먼 서방의 병사들이 그 목소리에 담긴 뜻을 이해할 리는 없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더 두려워했다.


"후퇴! 전군 후퇴하라!"


결국 연합군 사령부에서는 후퇴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북부 전선. 중부 전선. 남부 전선. 총 3개의 전선에서 단 몇 분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시간에 대규모 돌격을 가하고 있었으니. 오히려 후퇴 명령을 내리는 것도 대단하다고 봐야 했다.


2.


콰아앙-! 콰앙-!


보통의 대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의 열차포에 가까운 공성용 중포들이 연이어 불을 뿜고 있었다. 북방에 건설된 적들의 요새를 무너트리기 위해서다!


우르릉! 쿠르르릉!


한 발 한 발이 요새에 적중할 때마다 요새에는 굉음이 몰아치고 어딘가가 무너져내렸다. 병사들은 혼히백산하는 와중에도 포대를 향해 대포병 사격을 개시했으나. 운이 없게도 폭설이 내리는 지금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에 반해 요새라는 눈에 확 띄는 구조물을 맞추지 못하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 결국 포병 전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한 동맹군이 전투의 주도권을 잡았다.


"성벽에 구멍이 뚫렸다! 모두 들어가!"


"수류탄 투척!"


쾅!


"크어어억!"


성벽의 무너진 곳을 긴급히 수리하려 한 연합군 병사들이 수류탄에 맥없이 당해버리고 말았다. 방해자가 없어진 동맹군 보병들은 곳곳의 무너진 틈새들을 이용해 끊임없이 거대한 요새 안으로 병사들을 들여보냈다.


타다다당! 타당!


파각! 우지끈!


책걸상이나 책장등을 모아 바리케이드를 세워 농성하는 연합군과 수류탄과 총류탄으로 바리케이드를 깨부수며 전진하는 동맹군. 연합군은 점점 수세에 몰렸고 동맹군은 점점 많아졌다.


"하..항복!"


결국 외성 방어 병력의 지휘관은 백기를 들고야 말았다. 무의미하게 저항하느니 남아있는 병사들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지휘관으로써의 의무심을 발현한 것이다.


"포로들의 손발을 묶고 지하 감옥에다 가둬놓아라! 우리는 즉각 내성을 친다!"


외성을 함락시켰다고는 하나 아직은 방심할 수 없다. 외성보다 배는 되는 병력이 내성에서 방어를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탄환을 다 쓴 병사들은 보급을 마친 후 보고하라! 결원이 생긴 소대는 즉각 보고하고 보충병을 받도록!"


"5소대 보고합니다!"


"2소대 보급 완료!"


북부군은 신속하게 내성 점령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단 몇 십분만에 말이다. 벌써 몇 개월동안 적과 싸워왔던 북부의 늑대들은 이제 어엿한 베테랑들이 되어 있었다.


3.


쾅!


"젠장! 최고 사령부는 아직도 연락이 없나?"


"없습니다."


"빌어먹을.. 설마 동맹 놈들이 이런 도박을 할 줄이야."


제라드 의원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고착 상태를 타개할 방법으로 이런 무식한 방법을 선택하다니. 하지만 이렇게 보기 좋게 당해버렸으니 상대를 비웃을 수도 없는 노릇.


게다가 최고 사령부와 연락이 끊어진 지금은 그나마 제공되던 정보도 완전히 끊겨버린 상황. 대체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조차 없었다.


"인해전술로 가면 불리한 건 이쪽인데..."


대륙 15억 인구중 9억을 가지고 있는 대륙 동맹이다. 뭔 뻘 짓을 해도 그것을 무마할 만한 인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


3억이라는 인력 차는 쉬이 극복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놈들 같으니... 그러기에 내가 개전은 시기상조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제라드의 분노는 어느덧 다른 의원들에게 향해 있었다. 자신의 힘을 과시해 섣불리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져야 할 그들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지금 죽어나가고 있는 것은 그들의 백성들이거늘!


"의원님 고정하십시오. 의원님 마저 쓰러지면 정말 저희는 동맹에게 항복해야 할 지 모릅니다."


"젠장.."


서국련의 정기 회의에 나오지 않게 된 의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은 딱히 비밀도 아니었다. 전세가 불리해지면 내빼고. 좋아지면 은근슬쩍 참가하는 하이에나 같은 그들이 서국련의 의원이라는 작자들이니까 말이다.


그나마 제라드를 포함한 30명 남짓한 의원들은 전세가 어떻든 자리를 지키고는 있었으니. 현재 서방 국가 연합의 정무는 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해도 빈 말은 아닐 터이다.


"도저히 안 되겠군! 파발을 띄워라! 가장 빠른 말과 전령을 준비해서 최고 사령부에 보내도록!"


"존명!"


결국 인내심이 고갈된 제라드는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생각했던 파발을 띄웠다.


4.


챙!


"""대륙의 평화를 위하여!"""


거의 초상집 분위기가 감도는 서방과는 다르게. 머나먼 동방에서는 축하 파티가 한창이었다. 그 이유야 간단했다. 그들이 이기고 있으니까.


"우선. 오늘 이 자리에 서 있어야 함에도. 저희의 세 전선을 지키기 위해 바깥에 나가 계신 라이투스 대총통 폐하를 위하여 한 잔 올리겠습니다!"


초셀 대통령이 잔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손을 내려 잔에 담긴 포도주를 한 입에털어넣었다. 늙은 남성의 입에 붉은 포도주가 한 줄 주르륵 흘러내렸다.


"라이투스 대총통을 위하여!"


"위하여!"


"그리고 그분의 아리따운 아내! 세리카 폰 예거와 퓨레스트 연방의 유일한 적자! 브란트 폰 예거를 위하여!"


"건배!"


라이투스는 이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장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 대신이랄까. 파티에는 어느새 배가 원래대로 홀쭉해진 세리카와 벌써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 브란트가 참석했다.


주름살 없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든 파티장에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와 갓 20대에 접어드는 여성이 있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지만. 감히 라이투스 대총통의 가족에게 손을 댈 만큼 용감하거나 정신나간 자는 없었다.


"허허. 브란트 전하께서 걷는 모습을 보니 제 손주 녀석이 떠오르는군요."


"제 손주도 곧 태어나는데. 아이고 귀여워라!"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둘러쌓여버린 브란트. 하지만 아직 어린 브란트는 뭐가 그리 즐거운 지 통통한 볼살 위에 달린 눈을 껌뻑거리며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파티에서 노인정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분위기. 하지만 세리카는 능숙한 손길로 슬그머니 브란트를 빼내고는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무릎 위에 서려고 허우적대는 브란트가 애처로워 보일 정도였다.


5.


펄럭


라이투스 대총통의 롱 코트가 바람에 휘날렸다. 백발 적안의 검사가 코트를 펄럭이고 있는 광경은 무릇 여성들의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할 터이다.


"대총통 폐하. 여기에 계셨습니까."


"부관."


라이투스는 뒤도 보지 않고 말했다.


"성공입니다. 현재 전 전선에 걸쳐서 저희 동맹군이 진격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특이점은 없고?"


"딱히 없습니다. 적들의 조직적인 저항력은 와해되었고. 적의 본대는 아직 출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순조롭군."


"그렇습니다."


부관과 대총통 모두 입을 다물었다. 아직. 아직은 아니다. 그들은 이 정도로 쓰러질 적이 아니라는 것은 다름아닌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내가 전장에 나간다고 하면... 세리카가 말리려나?"


"당연하지요."


"어쩔 수 없군."


대총통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는 아직 30대의 청춘. 전장 한복판에 있는 게 더 어울릴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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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대륙 통일 +2 20.01.06 295 4 9쪽
99 가장 혹독한 겨울 20.01.03 180 2 9쪽
98 공세종말점. 20.01.02 172 2 9쪽
» 철의 폭풍 20.01.01 177 1 10쪽
96 동방의 우레 19.12.31 174 3 9쪽
95 일진일퇴 19.12.30 175 1 9쪽
94 기세를 몰아서 19.12.27 186 1 9쪽
93 첫 번째 전투 19.12.26 182 2 9쪽
92 피는 피로 19.12.24 192 2 9쪽
91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19.12.23 203 1 9쪽
90 전초전 19.12.20 215 3 9쪽
89 냉전 19.12.19 217 2 9쪽
88 고지를 점령하라 19.12.18 217 3 9쪽
87 제로섬 게임. 19.12.17 212 2 9쪽
86 음지의 전쟁 +1 19.12.16 218 3 9쪽
85 동해 레이싱 19.12.09 216 4 9쪽
84 축복 19.12.06 217 2 9쪽
83 탄생 19.12.05 215 2 9쪽
82 대립 19.12.04 225 2 9쪽
81 반역 19.12.03 228 4 9쪽
80 피뎀 19.12.02 229 4 9쪽
79 서방 국가 연합 19.11.29 237 3 9쪽
78 대적자들 19.11.28 278 2 9쪽
77 연회 19.11.27 233 4 9쪽
76 파티 19.11.26 240 4 9쪽
75 연방민 19.11.25 252 4 9쪽
74 상부상조 19.11.15 274 5 10쪽
73 황제국 +2 19.11.14 281 5 7쪽
72 불씨 19.11.13 266 3 9쪽
71 개입 19.11.12 26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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