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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7,987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2.31 06:00
조회
173
추천
3
글자
9쪽

동방의 우레

DUMMY

1.


"씨발! 엿 같은 참모본부 새끼들! 다 갈아버리겠어!"


"각하! 고정하십시오! 이미 늦은 일 아닙니까!"


"늦은 일이니까 갈아버리겠단 거 아냐!"


북부 사령부에서는 사령관이 난리를 치고 있었다. 1달 간 니그룸 안젤리가 정찰한 결과. 동맹 북부 방면군이 진격을 주저하는 순간 연합군이 제 2방어선에 굳건한 방어체계를 갖추는 데에 성공했다는 보고 때문이었다.


"우리가 밍기적대는 사이 적이 요새를 짓고 있었다는데! 1달 동안 우리는 가만히 앉아 머리나 싸매고 있었으니!"


북부 사령관의 말대로 진격했더라면 다소의 피해는 입었겠지만 북부에 적들이 견고한 성채를 완공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을 터.


그런데 신중을 기하겠답시고 그 좋은 기회를 탁상공론으로 낭비해버렸으니. 북부 사령관의 속에 열불이 날 법도 하다.


"후우....씨바아아알..."


가까스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진정한 북부 사령관은 그의 부관을 바라보았다.


"공성병기들 지원 요청 넣었나?"


"예. 중부와 남부 전선 모두 예상 외로 공성전은 잘 일어나지 않아서 물량이 남아돈다고 합니다."


중부와 남부 전선 모두 공성전이 필요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전선이 너무 광대하기 때문이다. 요새가 있다면 우회하면 그만이었다. 중부와 남부 둘다 지형이 그리 험하지 않은 것도 한 몫 했다.


하지만 북부는 다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마을 옆에 널려있고. 길을 잃으면 얼어죽는 게 기정사실인 이 곳에서 정확한 위치의 중점이 되어주고 보급로를 유지할 거점이자 군대의 심리적인 안정을 책임지는 것이 바로 요새였다.


게다가 험한 길목에 설치된 요새를 뚫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절벽과 절벽 사이에 다리를 연결해야 하니. 가능한가는 둘째치고서라도 얼음으로 만들어진 절벽에 쇳덩어리를 놓는다는 것은 현대의 기술로도 불가능하다.


즉. 중부와 남부같은 전격전과 기동전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2.


"엄청나군!"


페스코 대장이 제 2방어선에 지어진 요새 하나를 시찰하며 내지른 말이었다.


과연 대장의 말대로 혹한의 대지 위에 세워진 거대한 콘크리트 요새는 군대가 아니라 드래곤이 와도 무너트리지 못할 만큼 웅장한 위용을 내뿜고 있었다.


"정말 1달만에 만든 게 맞나?"


"맞습니다. 다행히 마법사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어 콘크리트의 양생이라던가. 요새포대의 건설이 빨리 끝난 덕입니다."


"그렇군."


확실히 마법의 도움을 받는다면 뭐든 편리해지기 마련이다. 이 추운 날씨에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을 리 없으니 마법병단 하나를 지원해주었는데. 이게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은 페스코 대장도 전혀 눈치채지 못 했다.


"앞으로 극한 기후에서 마법사들을 공병으로 쓰는 것도 긍정적으로 고려해봐야겠군."


"좋은 생각입니다 대장님. 꼭 건설쪽이 아니더라도 비전투손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적 지뢰 해체하러 나갔다가 저격수에게 걸려 떼죽음을 당하면 얼마나 속이 쓰릴까? 하지만 마법사가 있으면 배리어를 치면 되니 얼마나 편리하고 안전한가.


그런 생각도 잠시. 페스코 대장은 가장 중요한 보급 문제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보급 상태는 어떻지?"


"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좋지 않다고?"


페스코 대장의 표정이 굳었다. 대관절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보급이 제대로 오기는 하는데. 정작 보급품을 쓸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쓸 수가 없다고?"


"예, 대장께서도 아시듯이. 화약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습기나 물을 먹으면 못 쓰게 되는 물건 아닙니까."


"그렇지."


"그런데 여기로 오는 동안 화약은 전부 습기를 먹고 총들은 전부 녹이 슬어버리는 바람에.."


"허어..."


페스코 대장은 허무한 소리를 내었다. 하기야 눈도 물이며 습기였다. 그렇게 호되게 데였음에도 북부의 추위의 위험성을 모르는 상부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당장 어제에도 습기를 먹어 굳어버린 화약을 다시 써보겠답시고 망치로 내려진 병사 하나가 폭발로 전사했습니다."


"...생각보다 심각하군."


당장 목숨을 아끼기로는 소문이 날 정도인 북부의 병사들이 그런 짓까지 할 정도라면 제대로 이루어지는 보급이 짜다 못해 깨소금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것은 페스코 대장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항이었다.


"잘 알겠네. 내가 돌아가는 즉시 노력해보도록 하지."


"대장님만 믿겠습니다."


3.


"왜 우리가 제설을 해야 하냐고!"


한 병사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말 그대로. 하염없이 사시사철 내내 눈이 내리는 이곳 북부에서 제설 작업을 하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당장 겨울이 온난하고 눈도 별로 오지 않는 중부나 남부에서도 제설 작업은 병사들의 주된 짜증거리였는데 눈 많이 오는 게 유일한 자랑거리인 북부에서 제설 작업을 하자니 말 그대로 손발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그런 작업을 병사 하나가 아닌 병단 전체가 하고 있다는 점일까. 평소에는 보지도 못 했던 기병대의 병사들까지 전부 합심해서 삽으로 눈을 퍼내고 소금을 뿌리는 장면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여기에 도로를 만든다던데. 어떤 미친 새끼가 그런 생각을 한 거야!"


"북부 사령관 포함 대륙 동맹 최고 사령부가."


"..."


욕마저도 시원하게 할 수 없는 빌어먹을 세상! 당장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전선에서 눈이나 치우고 있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사계절 눈이 오는 북부이니만큼 제설 작업을 하는 병사들의 옆에서는 따로 차출된 공병부대가 제설된 곳에 세모꼴로 된 천막을 씌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눈을 치워보았자 다시 쌓인다면 도루묵 아닌가.


그리고 그들의 중간에는 의무대가 바쁘게 움직이며 각 병사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험한 지형이니만큼 자칫 발이라도 삐끗했다가는 그대로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몇몇 병사들은 칙칙한 남자들만 있던 제설 작업 현장에서 여자의 향기가 나는 것을 즐기기도 하였으나. 아직 제설할 구간이 몇 km나 남았다는 사실에 그런 사실마저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4.


"좋지 않군"


대륙 동맹의 맹주. 퓨레스트 연방 대총통. 라이투스 폰 예거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에는 지금까지 대륙 동맹에 참가한 모든 나라들의 귀빈들이 참석해 있었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저희는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허어.."


"흐음.."


저마다 들려오는 탄식소리가 들려왔다. 교착 상태. 누구도 이기지 못하고 패배하지 못하는 상태다. 오직 극심한 소모전만이 지속되는 지금의 전선 상태가 유지된다면 얼마 못 가 모두 파멸하고 말 것이다.


"북부는 적들이 제 2의 방어선을 구축하였고. 견고한 요새를 방파제 삼아 버티고 있습니다. 북부의 험한 지형상 대규모의 공성전 없이는 방어선 돌파가 불가능하겠죠.


중부 또한 서로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결국 폐허 사이에 들어가 시가전이 펼쳐지는 양상이 되었습니다. 폐하 사이에 숨은 서로의 저격수들 사이에 중부의 중앙 부분은 완전한 무인지대가 되어버렸죠.


남부도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제리카니아 방면에서 적들의 대규모 공세를 막아내기는 했지만 저희도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 누가 먼저 전력을 보강하고 추스르냐에 따라 주도권이 바뀔 겁니다."


담담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라이투스 대총통. 그것을 듣고 있는 대륙 동맹의 회원들은 심각한 얼굴로 서로에게 물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모두 딱히 묘안이 없었기도 하거니와. 지금 벌어지는 압도적인 전쟁의 규모에 따라가기도 벅찼기 때문이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입을 연 것은 이번에도 라이투스 대총통이었다.


"하지만 저희에게는 아직 힘이 남아있습니다."


"?"


의원들의 눈이 라이투스 대총통에게로 향했다. 힘이 남아있다니. 대체 무슨 힘이 남아있다는 것일까.


"현재 대륙 전체의 인구는 약 15억. 그중 9억명이 넘는 인구가 저희 대륙 동맹에 속해있습니다."


"9억과 6억명... 인해전술입니까?"


의원 중 한 명이 말하자 대총통은 고개를 끄덕였다. 살벌한 붉은 빛 홍채가 섬뜩하게 빛났다.


"적들은 현재 방어선을 구축하고 수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 저희 동맹을 밀어붙였던 여력은 아마도 남아있지 않겠죠."


그렇게 말하며 잠시 뜸을 들인 대총통은 테이블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러니 단 한 번! 전 전선에 걸쳐 이루어지는 대규모 공세 작전을 통해 저희는 전쟁의 주도권을 서국련으로부터 가져올 것입니다!"


"대규모 공세 작전!"


"전 전선에 걸친다고?"


대총통의 말에 테이블 위에 떠다니는 말이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억겁의 군세가 준비되어 있었다. 남은 것은 그 군세를 굴릴 작전이었다.


"저희는 서방의 괴물들에게 동방의 전사들을 만나게 해줄 것입니다! 마치 번개처럼! 작전명:동방의 우레! 총 동원 병력 약 5000만명! 동의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의원들이 각자 손을 들었다. 어느덧 테이블에 남아있는 손은 하나도 없었다.


작가의말

선호작 60명 돌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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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대륙 통일 +2 20.01.06 295 4 9쪽
99 가장 혹독한 겨울 20.01.03 180 2 9쪽
98 공세종말점. 20.01.02 171 2 9쪽
97 철의 폭풍 20.01.01 176 1 10쪽
» 동방의 우레 19.12.31 174 3 9쪽
95 일진일퇴 19.12.30 175 1 9쪽
94 기세를 몰아서 19.12.27 186 1 9쪽
93 첫 번째 전투 19.12.26 182 2 9쪽
92 피는 피로 19.12.24 192 2 9쪽
91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19.12.23 203 1 9쪽
90 전초전 19.12.20 215 3 9쪽
89 냉전 19.12.19 217 2 9쪽
88 고지를 점령하라 19.12.18 217 3 9쪽
87 제로섬 게임. 19.12.17 212 2 9쪽
86 음지의 전쟁 +1 19.12.16 218 3 9쪽
85 동해 레이싱 19.12.09 216 4 9쪽
84 축복 19.12.06 216 2 9쪽
83 탄생 19.12.05 215 2 9쪽
82 대립 19.12.04 225 2 9쪽
81 반역 19.12.03 228 4 9쪽
80 피뎀 19.12.02 229 4 9쪽
79 서방 국가 연합 19.11.29 237 3 9쪽
78 대적자들 19.11.28 278 2 9쪽
77 연회 19.11.27 233 4 9쪽
76 파티 19.11.26 240 4 9쪽
75 연방민 19.11.25 251 4 9쪽
74 상부상조 19.11.15 274 5 10쪽
73 황제국 +2 19.11.14 281 5 7쪽
72 불씨 19.11.13 266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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