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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7,990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1.25 06:00
조회
251
추천
4
글자
9쪽

연방민

DUMMY

1.


"파티를 열지."


"예?"


부관은 눈을 멀뚱멀뚱뜨고 대총통을 바라보았다. 파티라니. 그게 저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었던가.


"파티를 열지."


대총통도 똑같이 부관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말했다. 파티. 왕족이나 높으신 분들이 친목을 다지기 위해 으레 하는 그것을 말이다.


"갑자기 웬 파티입니까?"


"세리카가 요즘 배가 불러와서 말이네. 밖에도 잘 못 나가니. 기분 전환이라도 시켜줘야지 않겠나."


"아아... 대총통비 폐하 때문이었습니까."


부관은 '그럼 그렇지'하는 얼굴로 대총통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에게 파티를 즐긴다는 생각이 나올리가 없었다.


그래도 부관은 내심 부인을 위해 탐탁치 않아 했던 파티까지 직접 열자고 할 정도로 성장한 대총통의 인격에 깊은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언제 여실 계획입니까?"


"다음달 21일로 하지. 그때가 딱 임신 6개월 되는 날이니까."


"다음달 21일... 알겠습니다."


부관은 수첩에 일자를 끄적였다. 지금부터 파티를 열 장소와. 파티에 들여놓을 화려한 장식들. 그리고 그것을 운반하고 설치할 기술자들과 음식을 만들 요리사와 그 재료. 그리고 그것을 서빙할 종업원들. 각국의 높으신 분에게 참석 여부를 묻는 편지를 보내려면 지금부터 빠르게 움직여야만 했다.


"장소는 어디가 좋겠습니까?"


"일단 총통부에서 가까운 곳이면 좋겠군."


"총통비께선 많이 움직일 수 없으시니.. 최대한 가까운 곳을 알아놓겠습니다. 그 밖에 뭔가 드시고 싶은 것은 없으십니까?"


"글쎄.. 일단 달달한 것을 준비해놓도록 하게. 다른 것은 몰라도 다과는 즐기겠지."


"알겠습니다 .실력 좋은 파티시에를 대령하겠습니다."


"그리고 초대 명단에 클라루스 왕국의 인사는 꼭 포함시키게. 우리 연방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말이네."


"알겠습니다."


2.


대총통과 부관이 파티에 관한 내용을 상의하고 있을 때 즈음. 퓨레스트 연방의 의회에서는 요새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는 연방의 제국으로의 개편 건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루카스 의원님은 저희 의회가 무력해져도 제국으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예로부터 황제국이란 곧 대륙의 패권국을 의미했습니다. 1000년간 중부의 제국에 시달렸으니. 이제 동부의 제국을 세울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그 말은 조금 어폐가 있는 것 같군요. 저희 연방은 현재도 동부의 패권국이 아닙니까? 현재 대륙 동맹을 통해 다른 나라들과도 협력적인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고 있는 이 시국에 칭제건원을 한다면 동맹국들에게 불안을 안겨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그렇겠습니다만. 애초에 저희 퓨레스트 연방의 전신인 칼렌 왕국은 본래 제국이 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연호를 정하던 나라였습니다. 그런 관점에 볼 때. 대총통 폐하께서 추진하시는 칭제건원도 그리 허황된 말은 아닙니다."


"물론 그것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그것은 저희 연방 내부의 사정입니다. 타국에 역사에 무지한 동맹국들에게 그런 것을 알려줘도 받아들이겠습니까?"


토론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제국으로의 개편을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과 현 연방 체제를 유지하고 의회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보수주의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한 가지 웃긴 점은. 개편을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과거 칼렌 왕국 대에서 나온 것이었고. 보수주의자들이 내놓는 근거는 세워진지 10년도 채 안 된 퓨레스트 연방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것이다.


본래 칼렌 시절부터 자생하고 있었던 자들은 어떻게든 민주주의를 연방에 뿌리내리기 위해 아득바득 발악하고 있었고. 대총통의 영도로 패권을 쟁취하고. 동부 전체와 남부의 절반을 차지한 연방에 영광에 도취된 이들은 달콤한 꿈에 젖어 제국으로의 개편을 부르짖고 있었다.


한 마디로 줄이자면. 어느 쪽이던 민중들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3.


쨍그랑!


"야이! 제국이 뭐! 황제국 뽀대나잖아? 지금 중부에 있는 촌놈 새끼들도 제국이라고 거드름 피우는데 우리는 왜 칭제건원 하면 안 되냐?"


"너어어 이 새애끼..! 우리가 어! 제국으로 가면은 말이야..! 그 촌놈 새끼들이 가만히 있겠냐고오오...... 당장 수백만 대군을 앞세워서 들어올 텐데..... 지금 우리 상비군이 50만명인데.. 어떻게 막냐아!"


민중들의 토론은 대게 번듯한 회의장이 아닌 시끌벅적한 술집에서 이루어졌다. 조금 전만 해도 늙으니 관절염이 도졌다느니. 요새 자원밭을 새로 만들어 석탄 값이 내려갔다느니하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고 있던 와중에도. 칭제건원이라는 얘기만 나왔다 하면 잔이 깨지고 테이블이 뒤집히고 음식이 날아가는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민중들의 토론에도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었으니. 칭제건원에 비판적이거나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퓨레스트의 본토라고 말할 수 있는 구 칼렌 시절의 영토에 사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군인들이었다.


연방에게 있어 가장 충성스러운 시민들 중 하나인 이들이 칭제건원을 탐탁치 않아 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들에게 있어 대총통의 존재는 단순히 충성의 대상이 아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당신께서는 겨우 10년도 안 되는 새 동부를 평정하시고 남부의 절반. 그리고 이제는 서부의 광할한 영토까지 손에 넣어 우리 퓨레스트 민족을 위한 거대한 생활권을 구축하셨다.


손수 헌법의 초안을 만드시고. 의회를 만들어 국민들의 대표자를 뽑게 하시고. 강력한 군대로 하여금 당신의 나라를 지키게끔 하셨다. 그렇기에 우리 퓨레스트의 인민들은 당신께 열광하고. 스스로 당신의 영광을 위해 전선을 향해 진군하였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계속 나아가려 하고 있다. 대륙 동맹만 보아도 그렇다. '성장' 참 좋은 말이다. 지금까지 외교적으로 고립되었던 연방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도 훌륭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민중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가 섬기고 싶은 것은 막강하고 전능한 군주가 아니라 백성들을 보호하고 나라를 가호하는 군주다. 그것이 대총통이든 왕이든 황제든. 칭호는 아무래도 좋다.


부디 당신께서 우리 퓨레스트의 인민들과 함께하기를. 성부의 가호 있으라."


라는 장문의 글이 신문의 1면을 차지할 정도로. 현재의 퓨레스트 연방에서 '대총통 폐하' 즉 라이투스 폰 예거라는 남자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과장 좀 보태서 하늘에 계신 성부와 맞먹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라이투스 폰 예거라는 대들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대들보에 비할 수 없는 다른 기둥들은 연방이라는 거대한 천장을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은 연방민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은 무엇보다 경애하는 대총통을 계속해서 섬기기 위해 더 이상 대총통이 모험을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우리를 변절자라고 부를 수는 있어도. 비국민이라고 할 수는 없으리라! 대총통의 뜻을 받들어 이 동부의 대륙의 심장이 될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자 동지들이여!


동부의 수호자이시며. 서부의 보호자이시며. 남부의 정복자에게 무한한 영광과 밝은 미래가 있기를! 성부여! 우리의 막강한 지도자를 가호하여 주소서!"


퓨레스트의 본토가 아닌 정복지 출신 지식인. 그리고 정복으로 얻은 부와 땅으로 큰 이익을 본 졸부들. 그리고 자유를 얻은 서부의 농노 출신 자유민들은 자신들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대총통을 오히려 누구보다도 경애하고 또 광적인 충성을 바치는 자들이었다.


그들이 침략자인 연방을 옹호하고. 되려 그들의 지도자인 대총통에게 광적인 충성을 바치고 있는 것은. 다들 세부적인 것은 달랐으나. 연방의 지배하에서 사는 것이 자신이 속했던 국가에서의 생활보다 훨씬 나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고향에도 수돗물이 나와!"


"산에 터널이 뚫려서 얼마나 편한지!"


"지평선을 가득 메운 공장의 굴뚝들이란!"


각자 후진적인 삶을 살고 있었던 그들은 연방이 그들이 사는 땅을 지배하면서 대대적인 인프라 정비와 신문물의 유입을 주도했고. 대총통의 명령에 따라 원주민들은 아무런 이용비나 차별 대우 없이 사회 기반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하고. 신문물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차츰 그들 사이에서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문명인'이라고 자부하는 사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고작 몇 개월 지났을 시점인 지금에도 서부의 농민들은 알렉시아 제국에서 넘어오는 농노들을 '못 사는 외국인 노동자'라고 멸시할 정도로 본국과의 괴리감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즉. 연방민의 절반은 더 이상 국가의 명운을 건 전쟁과. 대총통으로서의 지도력을 기대하고 있었고. 다른 절반은 더욱 더 드넓은 국토와 더 많은 인구. 그리고 지배자로서의 통치력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사상의 차이는. 필연적인 갈등을 나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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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피는 피로 19.12.24 192 2 9쪽
91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19.12.23 203 1 9쪽
90 전초전 19.12.20 215 3 9쪽
89 냉전 19.12.19 217 2 9쪽
88 고지를 점령하라 19.12.18 217 3 9쪽
87 제로섬 게임. 19.12.17 212 2 9쪽
86 음지의 전쟁 +1 19.12.16 218 3 9쪽
85 동해 레이싱 19.12.09 216 4 9쪽
84 축복 19.12.06 217 2 9쪽
83 탄생 19.12.05 215 2 9쪽
82 대립 19.12.04 225 2 9쪽
81 반역 19.12.03 228 4 9쪽
80 피뎀 19.12.02 229 4 9쪽
79 서방 국가 연합 19.11.29 237 3 9쪽
78 대적자들 19.11.28 278 2 9쪽
77 연회 19.11.27 233 4 9쪽
76 파티 19.11.26 240 4 9쪽
» 연방민 19.11.25 251 4 9쪽
74 상부상조 19.11.15 274 5 10쪽
73 황제국 +2 19.11.14 281 5 7쪽
72 불씨 19.11.13 266 3 9쪽
71 개입 19.11.12 26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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