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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7,988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20.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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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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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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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공세종말점.

DUMMY

1.


'동방의 우레' 작전이 대성공을 거두자. 지금까지 대륙 중앙에서 고착되었던 전선은 서방 쪽으로 쑥 밀려났다.


지금까지 비등비등하게 유지되었던 힘의 균형이 완전히 깨져버린 것이다.


대륙 동맹의 시민들은 크게 기뻐하였고. 연합의 시민들은 크게 낙담하였다. 말 그대로 힘의 차이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서방 국가 연합에게 다행이랄 것이 있다면. 동맹군의 맹공격에도 불구하고 최고 사령부를 위시한 지휘 체계가 붕괴되지 않아 상당수의 전력을 추스려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패잔병은 패잔병. 전력을 추스려 후퇴할 수 있었다고 한들. 밀려버린 주둔지에 남아있는 물자들의 손실은 서국련군에 있어서 피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가뜩이나 전력에서 열세에 있는 지금. 남아있는 공장들에서 생산해내는 물자로는 수백만에 이르는 군대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민수공장을 군수공장으로 전환하고. 새로 군수공장 단지를 짓는 등. 서국련의 지도자들도 꽤나 보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는 있었으나.


민수공장을 군수공장으로 전환한다면 필연적으로 생필품 문제가 생길 터이고. 군수공장에 들어가는 자원이 많아질수록 삶의 질은 팍팍 떨어질 터.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에 비하면 생필품이라던가 삶의 질은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먹을 게 없어!"


그렇다. 몇 천 킬로미터나 밀려버린 전선에는 당연히 농경지도 포함되어 있다. 서국련에게 남은 영토는 서방 전체와 남부와 북부의 약간 정도. 당연히 몇 억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먹이기에는 농경지의 면적이 너무나 적었던 것이다.


물론 남아있는 영토로도 충분히 6억명의 인구를 부양할 수는 있겠지만. 농부들은 죄다 징집당하고. 농토에는 포격이 날아드는데 누가 밭을 갈고 씨를 뿌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 서국련이 식량 걱정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주요 곡창지대가 전선으로부터 훨씬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곡창지대는 이제 적의 손에 넘어갔고. 남은 영토는 적의 포격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위험지대였다. 한가하게 농사를 짓고 수확할 수 없다는 뜻이다.


2.


"얼어죽는 게 빠를까. 아니면 굶어죽는 게 빠를까?"


"...."


페스코 대장은 힘없는 눈으로 담배 연기를 바라보았다. 설마하니 이렇게나 전선이 밀려버릴 줄이야. 아무리 못 해도 제 4방어선에서 막아낼 줄 알았는데 모든 방어선이 시원하게 밀려버렸다.


"지금이 며칠이지?"


"9월 21일입니다."


"곧 겨울이로군."


3달은 짧은 시간이다. 그동안 저 멀리 있는 서방은 점차 피폐해질 것이고. 병사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굶어죽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다시 농경지들을 되찾아야 한다.


"지금 우리 북부군의 전력은 어떻게 되지?"


"8만 정도가 남았습니다. 더 많을지도 더 적을지도 모르고요."


"쯧! 너무 많이 죽었어. 행정병들은 거의 다 죽임을 당했으니."


기초군사훈련과 병기본 교육만 받은 행정병들은 전투병같이 맞서 싸우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다른 아닌 군대 유지에 필수적인 병과가 팍 줄어버렸으니 군대의 제대로 된 숫자도 파악하지 못 하고 있는 게 페스코 대장이 다시 한 번 담배에 불을 붙인 이유였다.


"그만 피시죠. 몸에 해롭습니다."


"해롭기는. 이미 속에는 불이 났는데."


부관은 줄담배를 피우는 페스코는 착잡하게 바라보았다. 비등비등하던 전쟁터에서 그나마 승기를 잡았나 싶었는데 이리 허무하게 무너져버릴 줄이야.


"내가 군인이 된 건 이런 걸 원해서가 아니었는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후우우우!


담배 연기가 넓게 퍼졌다. 늙은 페스코 대장의 주름이 조금이나마 펴지는 듯 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남아있네. 적들도 진격을 멈춘 것을 보면 저쪽도 보급 문제가 걸린 거겠지."


"적들에게서 보급을 취할 셈이십니까?"


"그럼 어쩌겠나? 저들이 설마 농경지를 가만히 놔둘까?"


부관은 고개를 저었다. 동맹군이 바보가 아닌 이상 농경지에 불을 지르든지 독을 풀든지 아무튼 온갖 수단을 이용해서 연합군이 식량을 탈취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 틀림없었다.


적에게서 보급을 취하는 것은 병법에서도 최악의 수 중 하나지만. 아무런 수가 없다면 최악의 수라도 둬야 하는 법이었다.


3.


"보급선 확보까지는 얼마나 걸리겠나?"


"약 3개월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워낙 많이 진군하기도 했거니와. 후퇴하면서 연합군이 어지간한 교량과 도로에 폭약을 설치하는 바람에..."


"쯧. 최후의 발악인가. 그나저나 3개월이라....그 시간 동안 서국련 놈들이 공격해 올 가능성이 클 텐데."


"어쩔 수 없습니다. 보급로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 전방 군단들의 손실율도 심각한 수준이라. 하루빨리 보충병들을 보내야 합니다."


"쯧. 기껏 점령한 곳을 다시 내줘야 하나..."


동방의 우레 작전에서 동맹군도 피해를 입은 건 마찬가지. 특히 돌격의 선봉을 맡은 전방 군단들의 손실율은 평균적으로 40%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다. 후속 부대들이 어떻게든 전방 군단들의 붕괴를 막고 있다지만. 그래봤자 돌려막기일 뿐. 보급로를 다시 세우는 것은 점령지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필수적인 것이었다.


"쯧. 저쪽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을 텐데. 이번에 당하는 것은 우리라는 건가?"


"글쎄요. 일단 저쪽도 막대한 타격을 입은 만큼. 저희같은 도박수는 던지지 않을 겁니다."


"연합 놈들도 그러다가 당했지?"


"..."


보급관은 지휘관의 일침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세상 어느 군대나 방심하면 당하는 것은 똑같지 않은가.


"최대한 빨리 보급선을 이어주게. 그 보급선은 우리에게 있어 생명선이라고."


"..저에게 말씀하셔도...."


그는 후방 기행부대의 보급관에 불과하다. 그에게 말해봤자 보급선 구축이 빨라지거나 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나도 아네. 그냥.. 마음이 답답해서."


지휘관은 정복의 단추를 풀어헤쳤다. 벌써 전쟁이 시작된지 1년이 지나가려 하고 있다. 사상자는 벌써 1억명을 넘어가고 있다. 몇 개월만에 1억명의 사상자를 내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스케일이다.


4.


"병력을 후퇴시켜야 한다고요?"


"그렇습니다 초셀 각하. 안타깝지만 현재 저희로서는 그 넓은 점령지를 다 보호할 전력이 없습니다."


"아니. 대총통 각하. 하지만 저희 군은 지금 점령지에 주둔하고 있지 않습니까? 보급로만 잘 연결하면 지켜낼 수 있을 텐데..."


"그 보급로의 연결 때문입니다. 지금 저희가 진군한 것만 해도 5천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입니다. 그 넓은 거리를 겨울이 오기 전에 다 연결할 수 있겠습니까? 공병대 전체를 투입해도 불가능 합니다."


라이투스 대총통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초셀 대통령을 포함한 대륙 동맹의 의원들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지만. 대체로 라이투스 대총통의 편을 들어주는 기세였다.


"일단 저희는 이곳. 일명 '추루크 선'까지 물러날 것입니다. 그곳에서 보급선을 연결한 다음. 다시 천천히 공세와 압박을 가하면서 보급선을 확장하면서 진군할 겁니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장기전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아마도 서방으로 다시 진군하기 전에 적들이 항복할 가능성이 큽니다. 손실을 버틸 수 없을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이쪽도 손해를 봅니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적의 심장을 치는 편이..."


"그러니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라이투스 대총통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5천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까지 어떻게 통신할 겁니까? 마법을 써도 며칠은 걸릴 겁니다. 일단 통신이 실시간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이상. 전방 군단은 적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병력 손실도 심각한 정도입니다. 이미 총 전부병력의 40%를 잃었습니다. 정상적인 전투가 불가능합니다."


"독사과를 베어무는 것보다. 식은 수프를 먹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후퇴합시다. 물론 농경지에는 철처하게 파괴공작을 가하고 말입니다."


대총통의 말에 동의한 의원들이 초셀 대통령을 압박했다. 사실 초셀 그도 더 이상의 진격이 무리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못 이기는 척 병력을 뒤로 빼는 것에 동의했다.


"이걸로 결정되었군요. 대륙 동맹군은 추루크 선까지 후퇴한 다음 재배치와 보급을 받은 다음 적의 공세에 대비하겠습니다."


"동의합니다."


"저 또한 동의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의원들 내에서 전략적인 식견으로 라이투스 대총통과 비견할 만한 인물은 없었다. 몇몇은 그런 그에게 질투를 보냈지만. 대부분은 그의 지도력을 인정하고 그에게 작전의 통수권을 맡겼다.


"그럼 지금부터. '공세종말점' 계획을 실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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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대륙 통일 +2 20.01.06 295 4 9쪽
99 가장 혹독한 겨울 20.01.03 180 2 9쪽
» 공세종말점. 20.01.02 172 2 9쪽
97 철의 폭풍 20.01.01 176 1 10쪽
96 동방의 우레 19.12.31 174 3 9쪽
95 일진일퇴 19.12.30 175 1 9쪽
94 기세를 몰아서 19.12.27 186 1 9쪽
93 첫 번째 전투 19.12.26 182 2 9쪽
92 피는 피로 19.12.24 192 2 9쪽
91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19.12.23 203 1 9쪽
90 전초전 19.12.20 215 3 9쪽
89 냉전 19.12.19 217 2 9쪽
88 고지를 점령하라 19.12.18 217 3 9쪽
87 제로섬 게임. 19.12.17 212 2 9쪽
86 음지의 전쟁 +1 19.12.16 218 3 9쪽
85 동해 레이싱 19.12.09 216 4 9쪽
84 축복 19.12.06 216 2 9쪽
83 탄생 19.12.05 215 2 9쪽
82 대립 19.12.04 225 2 9쪽
81 반역 19.12.03 228 4 9쪽
80 피뎀 19.12.02 229 4 9쪽
79 서방 국가 연합 19.11.29 237 3 9쪽
78 대적자들 19.11.28 278 2 9쪽
77 연회 19.11.27 233 4 9쪽
76 파티 19.11.26 240 4 9쪽
75 연방민 19.11.25 251 4 9쪽
74 상부상조 19.11.15 274 5 10쪽
73 황제국 +2 19.11.14 281 5 7쪽
72 불씨 19.11.13 266 3 9쪽
71 개입 19.11.12 26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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