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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7,992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2.09 06:00
조회
216
추천
4
글자
9쪽

동해 레이싱

DUMMY

1.


퓨레스트 연방이 가지고 있는 동부와 남부에 걸친 기나긴 해안선은. 그 자체만으로도 절경이며. 자원의 보고이며. 풍부한 어장이었지만. 연방에게는 그런 '사소한'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동해에 퍼져있는 수많은 섬들과. 그 밑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자원들이다.


본격적인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싼 값에 원자재들을 공급해오던 퓨레스트 연방 총통부는. 지금 있는 자원밭으로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공업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에 또 다시 자원밭을 늘리려고 했지만. 연이은 국가적 사업으로 인해 국가의 재정이 고갈되자. 총통부는 그동안 묵혀두었던 동해의 수많은 자원들을 본격적의 연방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선포하고 그동안 동해에 선포되었던 해금령을 전부 철회시켰다.


그리고 그것은. 수만명의 사람들이 참가한 이른바 '동해 레이싱'의 시작이 되었다.


2.


"선장님! 저기 섬이 보입니다!"


"그래.. 그래! 아주 잘 보인다! 저기 널려있는 나무들 보이나?"


"물론입니다 선장님!"


"저건 고무나무다! 저기에서 나오는 수액만 팔아도 우리는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그게 정말입니까 선장님?!"


"물론이지! 설령 저 나무들이 고무나무가 아니라 해도 상관없어! 저 섬. 꽤나 큼지막하다고! 저기에 농지를 일구고... 적당한 놈 몇 명 골라서 농사를 짓게 하면 앞으로 배를 곯을 일은 없을 거다!"


"와하핫! 이제 우리는 부자다! 부자라고!"


함장이 잔뜩 고양된 목소리로 소리치자. 선원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뻐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밑바닥 인생들이 지원하는 선원 인생에서 처음으로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기쁨이 그들의 눈물샘을 강타한 것이다.


"허둥대지 마라 애송이들아! 제 자리를 지켜! 섬에다 배 꼴아박으면 네놈들이 책임질거야?"


"죄..죄송합니다 선장님! 뭣들 해! 전원 위치로!"


보다 못한 선장이 갑판장을 시켜 선원들을 제 자리에 다시 돌려놓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선원들의 입에 걸린 미소까지는 돌려놓지 못했다.


저 앞에 있는 섬에 상륙하기만 하면 자신들의 인생이 180도로 바뀐다는 데. 그 어떤 인간이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모든 성공에는 실패라는 친구가 함께하기 마련이다.


"서...선장님! 우현에서 배가 접근합니다!"


"뭐야?"


조타수의 일갈에 선장이 망원경을 꺼내 상대의 선박을 주욱 훑었다. 포문이 열려 있고. 그 안에는 대포들이 들어있으며. 마스트 위에 펄럭이는 검은색 바탕에 수놓아진 해골 표식.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였다.


"해...해적이다!"


콰앙-!


콰직! 우지끈!


"피...피해라!"


선장이 해적이라고 소리치는 순간. 해적선의 선수포에서 발사된 사슬탄이 돛대에 직격.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돛대를 부러트렸다.


"선장님! 돛대가 나갔습니다!"


"빌어먹을! 우리도 대포 준비해! 대응사격을 하란 말이야! 그리고 빨리 배를 돌려서 항구로 돌아가!"


"대포래봤자 겨우 10문입니다! 그리고 돛대가 부러졌는데 어떻게 항구까지 돌아갑니까?!"


"이 멍청한 자식아! 증기기관은 뒀다 어따 써먹어!"


"그것만으로는 속도가 안 나는 데다! 예열도 안 되어 있단 말입니다!"


"그럼 빨리 석탄 넣고 보일러를 데워! 포수들은 빨리 대응사격해! 순순히 당할쏘냐!"


선장은 바보가 아니었다. 해적선이 맹렬한 포격을 가하는 와중에도 그는 상대적으로 침착하게 대응사격과 보일러의 예열을 명령했다.


쾅! 콰앙!


팍! 파각!


"끄아아악!"


"빌어먹을...! 빨리 대포를 장전해라!"


하지만 선장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살아나갈 가능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기동력의 원천인 돛대가 쓰러진데다. 보일러의 예열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대포들은 장전되어 있지 않으며. 포수들은 갓 배에 오른 신참들이다.


기습을 하고. 배가 멀쩡하며. 전속력으로 이쪽으로 오고 있고. 베테랑들로 이루어진 해적들과는 정 반대인 것이다.


그렇게 해적선이 사신과도 같이 탐험선에 다가올 때. 저 멀리서 흐릿한 포성이 들려왔다.


콰앙!


해적선에 옆을 정면으로 강타한 포탄. 그리고 그 사선에서 연방 해군기를 휘날리며 다가오는 철갑선이 선장의 눈에 보였다.


"해군이다! 해군이 온다!"


3.


"대총통 폐하. 해적에 의한 피해가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습니다."


"그건 나도 아네. 구체적으로 얼마나 심각하지?"


"현재 동해로 나가는 배의 반절은 해적에게 공격받고 있습니다."


"...이상하군.. 해적이 그렇게까지 극성일 수는 없는데 말이야."


당연하지만 해적의 수입은 어부들이나 상선을 터는 것이다. 해적이 너무 지나치게 출몰한다면 그 지역의 해로는 고사되고. 상선과 어선은 다른 해로를 찾아 떠나거나. 아니면 출항을 포기한다.


그렇게 되면 해적들은 굶어죽는 수밖에 없기에. 대부분의 해적들은 얌전히 숨어서 노릴 수 있는 것들만 골라 사냥하는 얍삽한 전술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동해에 들끓고 있는 해적들은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되는대로. 보이는대로 어선이든 상선이든. 심지어 해군의 보급선까지 약탈해대고 있다.


"뭐 해적왕이라도 납셨나? 왜 이렇게 호전적으로 변한 거지?"


갑자기 지옥문이 열려서 해적들에게 악마가 빙의했다기에는 포로로 잡은 해적의 상태는 너무나 평범(?)했고. 진짜로 해적왕이 나타났다기에는 해적들의 움직임이 너무 중구난방이었다.


"대총통 폐하.. 이건 제 의견이지만... 아마도 후원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후원자라고?"


"예. 부하들로부터 보고를 받았을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보고서에는 하나같이 '해적치고는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확고한 명령체계'가 잡혀있다고 했습니다."


"탈영병 출신 아닌가?"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탈영한 병사들과 해적의 숫자를 대조해보니 도통 맞지를 않는 겁니다. 게다가 그 정도로 많은 수병들이 탈영했다면 분명 저에게까지 보고가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게다가 동쪽이니 동쪽 지방의 탈영병들이 많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부하들의 증언으로는 해적들이 동부 방언이 아니라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을 했답니다."


"그렇다면... 외국어겠군."


대총통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순식간에 알아챈 대총통은 지도를 탁자에 올려놓은 다음. 몇 가지 지점을 지도에 찍기 시작했다.


"폐하? 이 점들은...?"


"우리 연방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거나. 최소한 우리가 잘 나가는 것을 질투하는 지역들이네."


"오호라..."


전쟁부장관은 유심히 그 지점들을 살펴보았다. 최근에 결성된 서방 국가 연합. 줄여서 서국련. 그리고 지난 전쟁으로 이를 갈고 있는 남부. 마지막으로 연방의 해군력 증강을 두려워하고 있는 북부.


"자네가 보기에는 어디가 가장 가능성이 높아보이나?"


"음... 아마도 남부가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야 가장 명분이 서지 않습니까. 북부가 저희 해군의 성장을 두려워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저희의 해군은 노르디안 해군의 절반도 안 됩니다. 게다가 저희 연방 해군의 주 무대인 동해와 북부의 북해는 환경도 다르고 거리도 멉니다. 가뜩이나 가난한 지역인데 해적들을 회유할 자원이 있을리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서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창 지금 국가 통합에 열을 올리고 있을 시점인데. 굳이 머나먼 동방의 바다에서 깔짝댈 수가 있겠습니까? 당장 서국련에서도 반발이 일어날테고. 아마 몇몇 의원들은 비밀리에 저희 연방에게 쪽지를 건넸을 겁니다."


전쟁부장관은 장황스러운 연설을 늘어놓으며 그의 생각에 대한 근거를 대었다. 하지만 대총통의 생각은. 그와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아니. 내 생각에는 아마 서국련일 것 같네."


"예?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전쟁부장관이 의문을 표하자. 대총통은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말했다.


"서방 국가 연합이 결성된 이유가 뭔지 알고 있나?"


"그야... 동방의 경제 침략에 맞서 서방 국가들의 단결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아닙니까?"


"맞네. 하지만 지금 서국련들은 우리 대륙 동맹들과는 달리 회원국들을 늘리지도 못하고. 통합도 지지부진한 상황이야. 그런 자들이 놓인 상황 속에서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이 뭔 줄 아나?"


"...죄송합니다만. 잘 모르겠습니다."


전쟁부장관은 부끄러이 고개를 숙였다. 전쟁에는 소질이 있지만. 전쟁과 정치가 합쳐진 정쟁에는 영 재주가 없는 그였다.


"물귀신 전략이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남도 나아가지 못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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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피는 피로 19.12.24 192 2 9쪽
91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19.12.23 203 1 9쪽
90 전초전 19.12.20 215 3 9쪽
89 냉전 19.12.19 217 2 9쪽
88 고지를 점령하라 19.12.18 217 3 9쪽
87 제로섬 게임. 19.12.17 212 2 9쪽
86 음지의 전쟁 +1 19.12.16 218 3 9쪽
» 동해 레이싱 19.12.09 217 4 9쪽
84 축복 19.12.06 217 2 9쪽
83 탄생 19.12.05 215 2 9쪽
82 대립 19.12.04 225 2 9쪽
81 반역 19.12.03 228 4 9쪽
80 피뎀 19.12.02 229 4 9쪽
79 서방 국가 연합 19.11.29 237 3 9쪽
78 대적자들 19.11.28 278 2 9쪽
77 연회 19.11.27 233 4 9쪽
76 파티 19.11.26 240 4 9쪽
75 연방민 19.11.25 252 4 9쪽
74 상부상조 19.11.15 274 5 10쪽
73 황제국 +2 19.11.14 281 5 7쪽
72 불씨 19.11.13 266 3 9쪽
71 개입 19.11.12 26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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