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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7,996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1.15 06:00
조회
274
추천
5
글자
10쪽

상부상조

DUMMY

1.


"퓨레스트의 대총통이 큰 꿈을 꾸고 있구만."


"허무맹랑한 꿈입니까? 아니면 실현 가능한 꿈입니까."


"글쎄. 몽상과 이상은 다르니까 말일세.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말하자면. 대총통의 꿈을 이루어 줄 수 있는 것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네."


초셀 대통령은 퓨레스트 연방 대총통이 보내온 편지를 받아 읽고는 씨익 웃었다. 편지의 내용인즉슨. 안구에 습기가 차다못해 눈물이 넘쳐흐를 지경인 연방 대신. 아직까지 연방과 공화국 두 국가만이 참여한 '대륙 동맹'에 되도록 많은 국가들을 가입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 동맹이라면 이런 중대사를 서로 맡길 수 있어야지. 안 그런가?"


"그건 그렇습니다만....칭제건원이라니. 제국이 쪼개지는 건 좋아하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것은 조금..."


부관은 영 께름칙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편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마치 오랜 친구에게 보낸 편지인냥 평이한 어조로 쓰여있는 편지. 맨 아래 찍혀있는 대총통의 인장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웃어넘겼을 것이다.


"제국이 망하니까 자기가 황제가 직접 제국을 만들겠다니. 역시 제국 출신은 뭔가 달라도 다르군요."


"뭐. 젊은 친구니까 말일세. 나는 그 나이에 정치계에 투신해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는데.. 그 나이에 일국의 군주라니. 성부께선 참 불공평하시지."


"민주 국가와 왕정 국가를 1대1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각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네. 아니까 하는 말이야."


초셀 대통령은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탈모가 아니라. 어찌하면 다른 나라들을 대륙 동맹의 회원국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였다.


2.


"자네 그 소문 들었나? 대총통 폐하께서 칭제건원을 하고 연방을 제국으로 바꾼다던데."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잘 모르겠네. 요즘 자주 들려오는 소문이야."


"뭐어.. 딱히 바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어차피 대총통 폐하나 황제 폐하나 별반 다를 바 없기도 하고."


"의회 쪽 사람들은 소문을 쉬쉬하려고 하고 있던데. 그래서 소문이 없어지겠나."


"그럴만도 하지. 요즘에 들어서야 의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으니. 황제가 된다면 권력도 강해지는 거잖아? 먹물 들어찬 나으리들 입장에서는 절대로 피하고 싶은 일이겠지. 안 그래?"


퓨레스트 연방 전역에서는 라이투스 대총통의 황제 즉위와 제국으로의 개편에 관한 소문이 연신 들려오고 있었다.


대총통에게서 밀명을 받은 특무대가 바람잡이들을 고용해 소문을 떠벌리고. 약간의 진실로 첨가해주면서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마침내 퓨레스트 연방의 공식적인 언론들에서도 제국으로의 개편에 관한 기사들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연방에 대한 반발은 연방 내가 아닌 밖에서 나왔으니. 바로 중부의 두 제국들이었다.


"연방 놈들이 칭제건원을 하려 한다고? 웃기는 소리! 황제국이 대륙에 여럿 있으면 그게 제국이냐? 그냥 큰 왕국이지?"


"대륙의 황제국은 천하유일 알렉시아 제국 뿐이다! 아니면 프란시스던가! 아무튼 퓨레스트 놈들은 아니야! 동방의 야만인들 주제에 제위에 오르려 한다고? 어림없는 소리!"


비록 두 쪽으로 갈라진 제국이었지만. 오히려 그 점 덕에 두 제국은 험악했던 사이에도 불구하고 퓨레스트 연방에 대한 견제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정전 협정. 상호간의 관세 철폐. 범죄자 인도 조약들을 순식간에 체결해나갔다.


물론 아직도 연방에 비한다면 보잘것 없는 전력이었지만. 이제 두 국가들도 미약하게나마 근대화가 시작되고 있었고. 유사시에는 근대화된 수백만의 군세가 연방으로 밀려들어올 수 있기에. 외교 채널상으로는 연방은 내내 저자세로 두 제국을 대했다.


이에 알렉시아 제국과 프란시스 제국은 아주 약간 의심을 거두며 연방을 향한 칼 끝을 거두었지만. 연방이든 제국들이든. 서로를 신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충돌은 이미 일어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3.


"그래서. 그 '대륙 동맹'이라는 것에 가입하면 구체적으로 우리 나라에 어떤 이득이 있는 것이오?"


"예. 폐하. 가장 큰 이득은 뭐라해도 바로 국방이지요. 저희 대륙 동맹은 엄격한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서로 분담금을 낼 필요도 없지요. 만약 폐하의 나라가 공격을 당한다면. 동맹은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구원군을 보낼 것입니다."


"오히려 의심만 더해지는 것 같군. 분담금도 내지 않는데 어떻게 구원군을 보낼 것을 신용한단 말이오?"


"폐하. 조금만 바꾸어 생각해보십시오. 분담금을 낸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많게 내는 국가와 적게 내는 국가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돈을 많이 내는 국가들은 자신의 나라가 더 많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니. 필연적으로 '동맹'이 아니라 '계약'에 불과하게 되지요."


"계속 말해보시오."


"저희 대륙 동맹은 상부상조를 신조로 삼고 있습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남이 배부르면 자신도 배부른 세상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저희는 상당한 공을 들여 관세 철폐. 도로망 확충. 각종 연구 지원 등등... 그것을 유지하는 비용은 각 나라에 사는 국민들의 교역으로 충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역으로는 그 많은 돈을 충당할 수 없지 않나?"


"폐하. 생각해보십시오. 각 나라를 연결하는 도로가 설치되고. 그 도로를 따라 수많은 상인들과 상단이 교역을 한다면. 지금까지 폐하가 생각하셨던 교역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상업이 번창할 것입니다. 그 번창하는 상인들의 지갑에서 약간만 꺼내와도. 도로 유지비는 손쉽게 충당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흐음....."


클라루스 왕국의 국왕의 마음은 점점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당장 그의 머리안에서 대륙 동맹에 가입한다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점점 구체화되어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리 왕국은 약소국이오. 그 긴 도로망을 깔고. 또 그 도로들의 치안을 담당할 군사들과 자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한단 말이오?"


"걱정마십시오 폐하. 도로망을 설치할 자재들은 모두 저희 웨슬턴 공화국과 퓨레스트 연방이 댈 것입니다. 또한 각 도로들의 치안을 담당할 군사들은 저희가 군자금을 마련해 드릴 터이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우리 왕국이 가입하고 난 뒤 다른 국가가 가입하고자 한다면. 그 나라의 인프라 설비 확충을 위한 자금 부담은 우리 왕국에도 돌아온단 말이군."


"예. 여러 나라가 힘을 합칠수록. 각 나라에 더해지는 부담은 더욱 줄 것입니다."


웨슬턴 공화국에서 온 대사는 청산유수처럼 쏟아지는 말로 클라루스 왕국의 국왕을 설득했다. 여러 나라가 가입할수록 강해지는 동맹. 그 동맹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감언이설이 서서히 국왕의 머릿속을 잠식해나갔다.


"퓨레스트 연방의 군사력과. 저희 웨슬턴 공화국의 경제력은 폐하께서도 잘 아시겠지요. 그들이 폐하의 나라에 어떤 이익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그만 됐소. 우리 나라도 대륙 동맹에 가입하리다."


국왕을 완전히 설득한 것은 다름아닌 군사력과 경제력이었다. 소국인 클라루스 왕국이 대국인 웨슬턴 공화국과 퓨레스트 연방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면. 클라루스 왕국은 엄청난 성장을 일구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국왕 폐하. 대륙 동맹은 새로운 회원국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것입니다."


4.


역시 웨슬턴 공화국. 강대국과 약소국들 사이에 끼어 갈고닦아온 외교술은 경이로울 정도군."


"저희 퓨레스트 연방도 배워야 할 외교술입니다. 외교관이란 것들도 하나같이 힘에만 매몰되어 있으니..."


"그거야 나의 탓이지. 그동안 군사력에만 힘을 쏟아서 다른 것에는 힘을 쏟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그 말과 비슷한 말만 몇 번 하신 것 같은데..."


퓨레스트 연방의 집무실에 걸려있는 커다란 대륙의 지도. 그 지도에는 검은색으로 색칠된 세 나라가 있었다.


퓨레스트 연방. 웨슬턴 공화국. 클라루스 왕국. 대륙 동맹의 회원국이었다. 비록 아직은 세 나라밖에 모이지 않았지만. 클라루스 왕국이 성공적으로 동맹이 정착하고 본격적인 성장세에 들어간다면. 회원국 또한 우후죽순으로 모일 것이다.


그리고 그 회원국들이 점점 늘어나 대륙의 주요 세력 중 하나. 아니면 대륙의 유일한 연합체가 된다면. 다른 대륙의 국가들도 대세에 따라 참여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이익을 얻길 원해서 동맹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대륙 동맹은 대륙 역사상 처음으로 대륙을 정복한 나라들이 될 것이다. 굳이 나라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은 행복에 젖을 때가 아니지. 아이도 태어나지 않았고. 회원국도 아직 하나밖에 늘어나지 않았네."


"맞는 말씀입니다 폐하. 꿈은 멀지만. 멀수록 더 찬란히 빛나는 것이 꿈 아니겠습니까."


대총통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관은 그의 옅은 미소에서 그가 만족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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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첫 번째 전투 19.12.26 183 2 9쪽
92 피는 피로 19.12.24 192 2 9쪽
91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19.12.23 203 1 9쪽
90 전초전 19.12.20 215 3 9쪽
89 냉전 19.12.19 217 2 9쪽
88 고지를 점령하라 19.12.18 217 3 9쪽
87 제로섬 게임. 19.12.17 212 2 9쪽
86 음지의 전쟁 +1 19.12.16 218 3 9쪽
85 동해 레이싱 19.12.09 217 4 9쪽
84 축복 19.12.06 217 2 9쪽
83 탄생 19.12.05 215 2 9쪽
82 대립 19.12.04 225 2 9쪽
81 반역 19.12.03 228 4 9쪽
80 피뎀 19.12.02 229 4 9쪽
79 서방 국가 연합 19.11.29 238 3 9쪽
78 대적자들 19.11.28 278 2 9쪽
77 연회 19.11.27 233 4 9쪽
76 파티 19.11.26 240 4 9쪽
75 연방민 19.11.25 252 4 9쪽
» 상부상조 19.11.15 275 5 10쪽
73 황제국 +2 19.11.14 281 5 7쪽
72 불씨 19.11.13 266 3 9쪽
71 개입 19.11.12 26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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