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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7,986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2.19 06:00
조회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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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냉전

DUMMY

1.


프란시스 제국과 알렉시아 제국 사이의 분위기는 언제 화해 무드를 연출했냐는 듯 빠르게 냉각되었다. 서방 국가 연합과 대륙 동맹 사이의 대리전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속보! 서방 국가 연합, 프란시스 제국에게 자금과 식량 원조안을 가결하다!-


-대륙 동맹의 의원 라이투스 폰 예거 대총통:'서국련의 방식은 결국 분열만을 낳을 것' 발언 논란-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려는 정보전은 언론의 차지가 되었고. 그들은 신천지에 가까운 두 제국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기를 쓰고 파악해. 적절하게 버무린 다음 서부와 동부로 흩뿌렸다.


특히나. 두 제국에서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 근대화에 대한 기사는 100만장을 찍어내도 1000만장을 찍어내달라는 요청이 쇄도할만큼 두 정치 공동체 국민들에게 있어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였다.


"더 빨리! 더 정확히! 돈이라면 얼마든 줄 테니 가장 먼저 정보를 입수해! 선점하는 놈이 이기는 거야! 알겠어?!"


"빛은 탕감해주고! 무기도 지원해주고! 군사 고문단도 보내! 무슨 일이 있어도 대륙의 중앙에서 전쟁을 벌어야 해! 동쪽으로 전선이 밀리는 순간 동맹은 끝장이야!"


위는 언론사들의 전쟁이었고. 아래는 군대의 전쟁이었다. 더 빨리. 더 정확하게라는 모토는 군대가 사용하는 무기들의 모토와 정확히 들어맞았다.


언론사들은 암암리에 왕이나 그에 준하는 신분만이 탈 수 있는 12두 마차를 넘어 24두 마차까지 끌고 다닐 정도로 치열한 속도전을 벌였고. 군대는 어떻게든 전선을 두 제국에 한정하고. 빠른 시간 안에 두 제국이 자국 내에서 기본적인 총기류와 탄약류. 그리고 근대적인 전술을 받아들이도록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결국은 고기방패인가? 고귀한 제국의 귀족인 우리가 포탄밥이나 지휘해야 하다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철저하게 배워서 포탄따위 씹어먹어 주마!"


그리고 그들로서는 반갑게도. 새롭게 군문에 들어오는 젊은 제국의 귀족들은 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어느정도 머리가 근대화되어 있었으며. 그들은 기왕 최전선에서 싸울 거 적들을 분쇄하는 엠파이어메이드 믹서기가 되어주겠다며 훈련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1000년이나 이어진 발렌시아 황가에서도 시도할 엄두도 못 냈던 대륙 통일을 기치로 내세운 단체라니! 남자로써 피가 끓는구나! 나도 너희들의 군복을 입게 해다오!"


"우리 제국은 1000년 동안이나 제 주제를 분간하지 못하는 광견에게 재갈을 물려왔다. 이번에도 그리 다르지 않은 일이다. 다만 수가 많으니 우리도 동업자를 불러왔을 뿐."


또한 두 황제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제국민들은 그다지 통합에 반발하지 않았는데. 프란시스 제국은 닥치고 민사지원을 해 민심을 휘어잡은 덕분이고. 알렉시아 제국은 이미 반 외세의 기치를 외치던 천치들이 무슨 해악을 벌였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가 온 뒤 땅이 굳는다더니..확실히 제국도 변하기는 하는구만."


"그만큼 비가 내렸으니 안 굳으면 늪이 될 수밖에. 1000년 동안 굳고 녹기를 반복하며 버텨온 사람들이야. 조금이라도 경의를 표하자고."


2.


제국은 넓다. 넓이만 1억 제곱킬로미터가 넘으니 오죽할까. 반절로 갈라진 지금에도. 5000만 제곱킬로미터라는 양심없는 크기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입이 딱 벌어지는 크기야말로 대륙 동맹과 서방 국가 연합이 세계 단일 정부를 추구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당장 자국을 통제하는 것도 어려운데. 1억 제곱킬로미터나 되는 땅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겠는가?


"나라와 나라와의 경계가 무너지고. 온 대륙이 한 나라가 된다는 것은 분명 가슴뛰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그럴만한 힘이 없다. 아직은 국경이 필요하며. 여러명의 지도자가 필요하다."


"제국력 500년. 그리고 대륙력 500년. 자잘한 년수까지 따지자면 벌써 대륙에 존재하는 문명국들은 1200년이 넘는 세월을 견디어왔다. 그 압도적인 세월 동안 우리는 독자적인 문화와 언어와 풍속을 발달시켜 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시대는 변혁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불신과 불타협에 벗어나 신뢰와 타협의 시대. 전쟁이 없는 시대를 향해가는 시대의 여명에 서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지고도 영광스러운 일인가!"


일어날 듯 일어나지 않는 서국련과 동맹의 치열한 대치는. 필연적으로 예술과 철학의 발전을 불러 일으켰다.


'아니 나라 전체가 전쟁 준비에 미쳐있는데 왠 예술과 철학이 발달을 하냐?'라고 묻는 사람에게 설명을 해주자면. 일단 가장 큰 이유로 예술가와 철학자들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라 불리며 징집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거나. 아니면 우선 순위가 한 없이 낮게 잡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화를 염원하며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리거나. 인류와 전쟁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가란 심오한 주제를 가지고 밤샘토론을 하기도 하였다.


"전쟁! 아. 무서운 이름! 어찌하여 사람은 본능적으로 다툼을 쫓고. 어째서 이성적으로 그것을 멈추려 드는가? 우리는 본능과 이성 중 무엇을 따라야 하는가? 이 답은 신이 내려주는 것이 아닌. 오직 인간만이 찾아낼 수 있다."


"오오! 아름다운 나의 여인이여! 얼마나 큰 캔버스가 있던. 얼마나 아름다운 색감을 내는 물감이 있던 당신의 아름다움을 완벽히 표현할 수는 없음이라!"


당장 국경에 나가 상대방 병사의 이목구비까지 외울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일부 장병들은 한가하기 그지없는 '후방'의 세태에 통탄을 금치 못하였으나. 그들은 머지 않아 그들이 크나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오오! 거기 가는 병사여! 잠시 시간을 내주지 않겠는가! 초상화! 그대의 초상화를 그리고 싶네! 전쟁과 전투의 피로와 공포에 젖은 군인의 초상을!"


"이럴 것이 아니라 우리 찻집에서 느긋하게 토론을 해보지 않겠는가? 얼마 안 걸릴 걸세! 전쟁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지만 얘기해주면 된다네!"


바로 이들이 시간을 삭제시키는 데에는 도가 튼 인물들이란 점이었다. 결국 그들의 면전에서 구시렁거린 군인들은 제각기 예술가와 철학자에게 팔 한짝씩 붙들려 귀하디 귀한 휴가를 까먹을 수밖에 없었다.


"어흐흑! 망했다! 100일 휴가하고 포상휴가 합쳐서 나온 건데!"


뒤늦게 자신의 과오를 알아챈 병사들이 절규했지만. 그들의 달콤한 휴가는 이미 모두 지나가버린 뒤였다.


3.


"폐하. 드디어 자백을 잡아냈습니다. 폐하의 말씀대로 서방 국가 연합이 배후에 있었다고 합니다."


"...자백하는 순간은 확실하게 촬영해 두었겠지?"


"물론입니다. 혹시 몰라서 수정구를 세 개씩이나 써가면서 찍었습니다."


전쟁부장관의 말에 대총통의 얼굴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범인들이 자백했다는 사실은 이제 곧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그 파장은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반드시 대륙 동맹과 서방 국가 연합을 휩쓸 터.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방파제를 튼실하게 지어야만 했다.


"그리고 우리 연방은 방파제 위의 등대가 되어야겠지.."


"네? 뭐라 말씀하셨습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네. 아무튼. 이걸로 해적들은 전부 소탕한 건가?"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아직 잔당들은 남아있기는 하지만. 사령부가 와해되었으니 이제 조직적인 저항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군."


대총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제 이걸로 위축되었던 동해 레이싱이 재개되고. 막대한 자원이 연방의 본토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고무.. 철.. 각종 희토류들 같은 금속 자원들부터. 어패류들과 동해에 서식하는 수많은 고래들을 잡아 부산물을 잡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고래기름이 등에서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산업체들은 값싼 자원들을 먹어치우며 거대하게 몸집을 불릴 것이며. 더욱 더 많은 일자리를 연방민과 동맹 시민들을 위해 제공하리라.


어디 그뿐인가. 동해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자원들을 채굴하기 위해 수많은 기술들이 개발될 것이고. 그 중에서는 군사적으로도 쓸만한 것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런. 안 되지.'


대총통은 자신도 모르게 모든 걸 군대에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을 깨닫고는 머리를 휘저었다. 이제 후계자인 브란트도 태어났으니 이제는 군대와는 조금 멀어질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다면 동해 해적 소탕작전안을 써서 보내도록. 보고 검토한 다음 결재하도록 하겠으니."


"알겠습니다 대총통 페하."


전쟁부장관이 예를 표하고 물러가자. 대총통의 얼굴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벌써 서국련과의 전쟁에 대한 시나리오가 빠르게 재생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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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피는 피로 19.12.24 192 2 9쪽
91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19.12.23 203 1 9쪽
90 전초전 19.12.20 215 3 9쪽
» 냉전 19.12.19 217 2 9쪽
88 고지를 점령하라 19.12.18 217 3 9쪽
87 제로섬 게임. 19.12.17 212 2 9쪽
86 음지의 전쟁 +1 19.12.16 218 3 9쪽
85 동해 레이싱 19.12.09 216 4 9쪽
84 축복 19.12.06 216 2 9쪽
83 탄생 19.12.05 215 2 9쪽
82 대립 19.12.04 225 2 9쪽
81 반역 19.12.03 228 4 9쪽
80 피뎀 19.12.02 229 4 9쪽
79 서방 국가 연합 19.11.29 237 3 9쪽
78 대적자들 19.11.28 278 2 9쪽
77 연회 19.11.27 233 4 9쪽
76 파티 19.11.26 240 4 9쪽
75 연방민 19.11.25 251 4 9쪽
74 상부상조 19.11.15 274 5 10쪽
73 황제국 +2 19.11.14 281 5 7쪽
72 불씨 19.11.13 266 3 9쪽
71 개입 19.11.12 26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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