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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최근연재일 :
2024.06.30 07:4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7,823
추천수 :
574
글자수 :
218,253

작성
24.06.30 07:43
조회
190
추천
12
글자
11쪽

9화 암행어사(1)

DUMMY

지금도 벽파 대신들은 남이를 역적으로 몰고 있지만, 시파 대신들도 마음속으로만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고 믿고 있다.


“소인 황송하지만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지금은 토론하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기탄없이 말해 보아라.”


이진생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대청 쪽에서 여자의 잔기침 소리가 들렸다.


“대감, 술상을 가져 왔는데 들여 보내도 되겠습니까?”

“들여 보내시구려.”


방문이 열리며 언년이가 술상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 왔다.


“무겁겠소.”


진호가 얼른 일어나서 술상을 받았다.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는 언년이 속눈썹이 유난히 길다.

다영이 얼굴이 불현듯 떠올라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며 술상을 내려봤다.


“부인도 앉으시구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이진생은 진호가 한낮 종년이 들고 오는 술상을 받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모름지기 아랫사람들의 어려움을 살필 줄 알아야 세상이 흘러가는 이치를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손님이 와 계신데···”


이진생의 부인은 윗목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인자한 얼굴로 영복을 바라본다.


“어머니, 어서 큰사랑방에 가 보세요. 아버님이 말씀하신 정 응교 나리가 와 계십니다.”

“너답지 않게 웬 호들갑이냐?”“마님, 아씨 말씀이 세상에 태어나서 응교나리처럼 잘생기고 늠름한 남자는 처음 보았다 하옵니다.”

“언년이 너까지 호들갑을 떨 생각이냐?”


겉으로는 정빈이와 여종 언년이를 나무라기는 했지만, 준호가 너무 궁금했다.

술상을 핑계로 사랑방에 들어와서 보니 정빈이 말대로 준호는 보기 드문 대장부다.


“조금 전에 무슨 말인가 해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말을 해 보거라.”


준호가 정중하게 이진생의 술잔에 소주를 따랐다.

이진생이 직접 준호 잔을 채워 주며 말했다.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갑자기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느냐?”

“마님이 계신 데서 조정 이야기를 하시면. 마님께서 적적하실 것이 우려되옵니다.”



“어머, 저는 괜찮답니다. 어서 말씀들 나누세요.”


이진생 부인은 준호의 말에 숨이 막힐 정도로 감동하였다.

20대는 앞뒤 가리지 않고 소신을 밀고 나갈 세대다.

그런데도 세심하게 아녀자에게 배려하는 모습이 진정 장부 중의 대장부로 보인다.


“부인은 어서 가 보구려. 우리끼리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까.”

“대감마님, 아니옵니다. 마님께서도 대감마님과 같이 계시고 싶어서 오셨을 것입니다.”


이진생의 말이 끝나자마자 준호가 진정이라는 얼굴로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서겠습니다. 안주나 술이 부족하면 밖에 언년이를 부르십시오.”


이진생 부인은 준호의 배려가 너무 고마워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소리 나지 않게 조용히 일어나서 버선발이 보이지 않게 길게 늘어진 치마를 끌면서 밖으로 나갔다.



이진생 부인이 밖으로 나갔다.

대청에 서 있던 언년이가 다소곳한 표정으로 문을 닫으며 슬쩍 준호를 바라봤다.

이진생 부인이 나갈 때까지 서 있던 준호는 언년이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심전심일까?

언년이 얼굴을 귀밑까지 빨갛게 붉히며 문을 닫는다.


이상하다···


준호는 거의 순간에 불과하지만 언년이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환생한 다영이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자네는 장차 어떤 생각으로 조정의 일을 해 나갈 생각이냐?”


이진생은 차마 무림과 같은 조정에서 어떤 식으로 출세할 것이냐고는 물을 수가 없었다.

완곡하게 표현을 해도 준호는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믿었다.


“이번 방납사건 탄원서를 올리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호! 어떤 생각을 했느냐?”

“세상이 이치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무얼 깨달았느냐?”

“방납사건의 죄인들은 물론이고, 죄인들을 감싸는 대감나리들도 한때는 저처럼 대나무처럼 곧은 서니 정신으로 벼슬에 임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하옵니다. 하지만 현실은 선비정신보다 출세를 앞세우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좋은 지적이다. 장차 너는 어찌할 생각이냐?”

“저는 출세보다는 명분을 앞세울 생각입니다.”

“좋은 말이다. 내 솔직히 네가 모난 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명분 앞에서는 좌와 우가 없느니라.”

“소인 대감나리의 응원에 힘입어 앞으로도 소신껏 명분을 앞세우겠습니다.”


이진생은 참으로 마음에 드는 대답이라는 생각에 껄껄 웃었다.

준호 같은 인재가 사위가 되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이창배가 북촌으로 들어가는 길 어귀에서 걸음을 멈췄다.


“저 집인가?”


이창배가 허름한 기와집을 바라보고 있다. 담 너머로 보이는 기와에는 무릎 높이의 잡초며, 온갖 잡초들이 자라고 있다.


“예, 이 집입니다.”


이창배가 마땅치 않다는 얼굴로 대답하며 대문 앞으로 다가갔다,

삐죽이 열려 있는 대문 안으로 잡초가 우거져 있는 마당이 보인다.


“들어가 보세.”


준호의 말에 이창배가 삐죽이 열린 대문을 여는데 무언가 바닥으로 덜커덩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이크!”


이창배가 자신도 모르게 양손으로 머리를 가리고 마당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대문 빗장이 떨어졌군.”


준호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대문 빗장을 주워들고 대문을 바라봤다.

대문에 지붕이 있어서 비는 맞지 않았다.

누군가 억지로 대문을 열고 들어간 적이 있는지 빗장을 거는 걸이가 부서져 있다.


집터는 대략 300칸 정도다.

마당에는 크고 작은 잡초들이 우거져서 맨땅이 보이지 않는다.

담 쪽으로 대추나무 두 그루와 잎이 넓은 오동나무며, 단풍나무 등이 질서 없이 서 있으나 잡초 때문에 생기가 없어 보인다.


“정말 이 집을 사실 생각이십니까?”

“그렇다네.”

“광흥창에 있는 집은 어찌하시려고요?”

“그 집은 내 집이 아닌가?”

“그럼 여기는 누가 와서 살 집입니까?”


이창배가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낡은 집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집을 깨끗이 고쳐서 되팔 생각이네.”

“누가 이런 집을 삽니까?”

“누가 살긴 북촌이니까 양반이 살던지, 벼슬아치들이 사겠지.”


영복은 담장을 둘러 봤다. 담장의 기왓장이 벗겨진 부분이 드문드문 보인다.


“사람이 살지 않은 지 오래된 집 같군.”


안채 지붕을 바라봤다.

흙먼지가 때처럼 기왓장에 늘어 붙은 지붕에는 키가 무릎 정도 닿을 다년생 잡초가 여기저기 서 있다.


“예. 광흥창 주부로 남편이 근무하던 죽은 후에 부인도 1년 후에 죽었습니다. 그 이후로 집이 비었습니다.”


이창배가 대청에 뽀얗게 내려앉은 먼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광흥창은 문무백관들의 녹봉을 지급하고, 조곡을 수입하는 관청이다.


“자손이 없었던 모양이지?”


광흥창이 있는 곳은 영복의 집 근처이다.


“딸이 있었는데 일찍 죽은 후로 자손이 없어서 부인의 동생이 홍문규라는 사람이 집을 관리하고 있다 합니다.”

“음.”


준호는 큰 사랑채 문을 열었다. 사랑방은 정씨 부인이 죽기 전까지 닦고 정리를 한 모양이다.

병풍 앞의 보료며 베개, 책상이며 서가가 그대로 정리되어 있다.


“신발을 신고 올라가도 됩니다.”


준호가 신발을 벗고 먼지가 내려앉은 대청으로 올라서는 것을 본 이창배가 말렸다.


“그건 예의가 아니네.”


영복은 먼지가 뿌옇게 낀 대청에 발자국을 내며 안채 문을 열어봤다. 안채 살림은 소박하다.

대청 뒷문 밖으로 별당이 보인다.

별당과 안채 사이에는 예전에 채소를 재배한 것으로 보아 정씨 부인은 검소하게 살았던 것 같다.


준호가 신발을 벗고 이방 저방을 점검하니까 이창배도 신발을 벗고 준호를 따라 다녔다.

안채는 대청을 기준으로 사랑방과 안방, 건넛방 정짓간 구조로 되어 있다.

정짓간에는 노비가 잠을 잘 수 있는 구석방이 붙어 있다.


광이며, 쌀을 넣어두는 뒤주 앞을 지나 별당으로 가는 중간에 우물이 있다.

우물의 깊이는 어림잡아 10자 정도 되어 보인다.


“우물을 25자 정도 깊이로 파야겠네.”

“지금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 집 사람들이 왜 단명을 했는지 아는가?”

“그야···”


이창배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팔자다.


“우물이 얕아서 그렇네.”

“우물 얕은 것하고 단명하는 것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우물이 얕으면 지표면에 있는 불순물이 많이 흘러 들어가네. 그럼 물이 탁하게 되지. 탁한 물로 요리를 하면 기본적으로 맛이 없어지지.”

“그래도 매일 먹으면 맛이 없는 줄 모르잖습니까?”

“밥은 맛있게 먹어야 소화가 잘되는 법이지.”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 밥이 맛이 있으면 많이 먹게 됩니다.”

“사람은 집밥을 많이 먹어야 건강하지. 집에서 만드는 요리가 맛이 없으면 바깥으로 나돌게 되고, 결국 안 좋은 요리를 많이 먹게 돼서 단명하기 쉽다네.”

“아하!”


이창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물 안을 들여다 봤다. 흙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아 있다.


“물이 얇다는 증거지.”


준호가 작은 돌멩이를 우물 안에 떨어뜨렸다. 풍덩! 물여울이 넓게 퍼지며 소리의 여운이 짧다.


“우물을 깊게 파면 집안의 사람들이 건강하겠군요.”

“그렇지. 물맛도 더 깊어지지. 이 집에 딸이 있었던가?”

“딸이 혼인도 못 하고 병으로 죽었답니다.”


이창배는 새삼스럽게 준호의 말에 소름이 쫙 끼쳤다.


“이 방은 사용 안 한 지가 너무 오래돼서 벽지와 장판을 모두 뜯어 버리고 구들도 새로 놓게.”

“차라리 다시 짓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기둥이며 서까래가 단단하잖은가? 처마는 황토로 덧칠만 하면 새집 같은 느낌이 들 걸세.”


준호는 무너진 담장도 보수하라고 지시하며 마당으로 나갔다.


“내일부터 토수와 목수를 불러서 대대적으로 수리를 하게.”

“그런데, 정말 집을 고치면 팔릴까요?”


“이 집을 얼마에 판다고 했지?”

“집은 새로 지어야 하니까 땅 가격만 쳐서 1천 냥을 달라고 합니다.”

“집주인을 만나 볼 수 있는가?”

“집이 이 근처라 집에 가시면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집이 팔릴까요?”


1천 냥이면 적은 돈이 아니다. 이창배는 준호를 믿지만, 이번에는 괜히 헛돈을 쓰는 것 같아서 걱정됐다.


“마당의 풀도 모두 뽑고, 목련 나무는 가지치기를 좀 해야 할 걸세.”


준호는 영복은 이창배가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북촌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라서 목도 좋다.

집이 새집처럼 수리가 되면 금방 팔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집주인한테 가 보세.”

“예, 이 위로 쭉 올라가면 됩니다.”


이창배가 운종가 쪽으로 들어가는 평시서 쪽을 손짓했다.

***

집주인의 남동생인 홍문규 집 앞에 도착했다.


“홍형, 집에 계신가?”


이창배가 굳게 닫힌 대문을 두들기며 큰 소리로 불렀다.



“뉘시오?”

“나, 신안여각 객주 이창배네.”

“집 산다는 사람이 나왔소?”


목소리가 굵직한 남자가 마당을 가로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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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암행어사(1) 24.06.30 191 12 11쪽
40 8화 벼락승진(5) 24.06.29 219 9 11쪽
39 8화 벼락승진(4) 24.06.28 246 12 11쪽
38 8화 벼락승진(3) 24.06.27 239 11 11쪽
37 8화 벼락승진(2) 24.06.26 260 12 11쪽
36 8화 벼락승진(1) 24.06.25 274 11 11쪽
35 7화 용쟁호투(5) 24.06.24 296 8 11쪽
34 7화 용쟁호투(4) 24.06.23 276 11 12쪽
33 7화 용쟁호투(3) 24.06.22 293 10 12쪽
32 7화 용쟁호투(2) 24.06.21 306 9 12쪽
31 7화 용쟁호투(1) 24.06.20 325 7 12쪽
30 6화 폭풍전야(5) 24.06.19 293 7 12쪽
29 6화 폭풍전야(4) 24.06.18 297 9 12쪽
28 6화 폭풍전야(3) 24.06.17 353 10 12쪽
27 6화 폭풍전야(2) 24.06.16 347 9 11쪽
26 6화 폭풍전야(1) +2 24.06.15 363 8 11쪽
25 5화 한성 양반들(5) 24.06.14 374 9 12쪽
24 5화 한성 양반들(4) 24.06.13 364 10 11쪽
23 5화 한성 양반들(3) 24.06.12 361 11 11쪽
22 5화 한성 양반들(2) 24.06.11 393 14 11쪽
21 5화 한성 양반들(1) 24.06.10 414 11 12쪽
20 4화.탄핵 사유서(5) 24.06.09 446 12 11쪽
19 4화.탄핵 사유서(4) 24.06.08 418 15 12쪽
18 4화.탄핵 사유서(3) 24.06.07 432 14 12쪽
17 4화.탄핵 사유서(2) 24.06.06 452 15 12쪽
16 4화.탄핵 사유서(1) +2 24.06.05 458 14 11쪽
15 3화 홍문관 교리(5) +2 24.06.04 437 14 11쪽
14 3화 홍문관 교리(4) 24.06.03 453 13 12쪽
13 3화 홍문관 교리(3) +4 24.06.02 47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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