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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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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최근연재일 :
2024.06.30 07:43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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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51
추천수 :
547
글자수 :
218,253

작성
24.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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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화 벼락승진(4)

DUMMY

준호는 응교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배석술이 앉았던 자리 옆에는 부응교 이진세 자리다.


“부응교께서 많이 도와주십시오. 저는 경험이 미천하여, 부응교나리께서 도와주시지 못하면 일을 못 합니다.”

“아, 아니네.”


이진세는 준호가 교리로 근무를 할 때는 수시로 사무실에 들러서 농담도 던질 만큼 아꼈었다.

하루아침에 윗사람으로 대하려니까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홍문관도 사헌부처럼 정기승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없다.

원래 승진할 수 있는 기간은 현직에서 900일을 근무하면 된다.

900일이면 평균 2년 5개월이다.

1년만 있으면 승진이 되는데 대제학을 찾아가서 다른 부서로 옮겨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만히 있으면 원하는 자리로 갈 수 있는데, 갑자기 이동을 하려면 원하는 자리로 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나이도 한참 어리고, 부하였던 준호에게 응교나리, 이것 좀 결제해 주십시오. 라고 보고를 하며 지내는 것도 마땅치가 않다.


“제가 드리는 말씀은 진심입니다. 예전처럼 말씀도 편하게 해 주시고, 가끔 농담도 해 주시고 그러십시오.”

“저, 정말인가?”

“다른 분들은 몰라도 저는 부응교를 응교로 모시면서 지내겠습니다.”

“고, 고맙습니다.”


이진세는 자신도 모르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뭐가 고마운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진호가 상사이기는 하지만, 항상 자기한테 배우겠다는 자세로 일을 하겠다는 의도는 진실로 들렸다.


“말씀을 놓으십시오.”

“안됩니다. 습관이 되면 대제학 나리 주제 회의 때도 반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것이 편합니다.”

“그러면 편하실 대로 하십시오. 저는 항상 모시는 자세로 일을 하겠습니다. 만약 승진 기회가 또 온다면 반드시 부교리를 추천하겠습니다.”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이진세는 나이도 어리고 품계도 낮았던 진호가 상사로 온다는 점에만 고민했었다.

진호 덕분에 정4품으로 승진한 지 1년도 안 되는 배석술이 종 3품 전한으로 승진했다는 점을 깜박 잊고 있었다.

진호 말만 잘 들으면 나도 특진할 기회가 생긴다는 기대감에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진호가 시키는 일이라면 무조건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했다.

***

준호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시전으로 나갔다.

하응백의 집들이에 참석하고 싶지만, 정 4품 벼슬과 정7품 벼슬은 하늘과 땅 차이다.

동반들이 어색해하며 모처럼 즐겁게 시간을 보내야 할 기회를 놓쳐 버릴 것이다.

그렇다고 모르는 척할 수는 없어서 하응백에게 집들이 선물을 할 생각이다.


책상과 걸상을 파는 인석전으로 갔다.

인석전에 늘어선 전방마다 갖가지 재질의 책상이며 걸상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다.


“요즘 책상 가격이 얼마나 하는가?”


집들이 선물로 책상은 좀 비싼 편이다. 보통 벼루와 먹이며 종이 일습, 아니면 그림이나 책 등을 선물한다.

하응백과는 특별한 사이라서 좀 무리를 비싼 책상을 사 줄 생각이다.


“오동나무로 만든 책상은 2냥입니다.”

“좀 비싼 책상은 없는가?”

“벼슬하시는 분들이 사랑방에서 주로 사용하시는 책상인데 5냥입니다.”


주인이 옻칠한 책상을 내보였다.

크기도 적당하고, 옷칠을 해서 사용하면 할수록 윤이 날 것이다.


“내가 지금 책상 가격을 줄 테니까 책상을 보관하고 있다는 표를 한 장 써주게.”

“댁이 어디십니까? 제가 댁까지 갖다 드리겠습니다.”


주인이 장사도 안되던 참에 이게 웬 횡재냐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집들이 선물을 할 것인데, 내가 이사 간 집을 몰라서 그러네···”

“그럼, 언문으로 써 주셔도 되시겠습니까?”

“언문을 아는가?”

“제 이름을 쓸 정도는 압니다.”

“그럼, 자네 이름하고 책상 가격만 적어 주게.”

“힛! 알겠습니다.”


준호는 주인이 전방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책상들을 둘러봤다.

거의 형태가 비슷하다.

앉은뱅이 형태라서 방석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쓸 때 사용하는 구조다.

책상에 자개를 붙이면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이 종이에 언문으로 이름을 쓰고, 5냥짜리 책상이라는 보관표를 들고 나왔다.

돈을 지불하고 곧장 신안여각 쪽으로 향했다.

***

신안여각에는 이창배가 보이지 않았다.

사무 거간에게 물으니까 곧 돌아올 것이라며 의자를 권했다.


“요즘 좀 팔리는가?”

“요즘 덜 팔립니다.”


준호가 묻는 말에 사무 거간이 민망한 얼굴로 대답했다.


“여름이라서 아무래도 좀 덜 팔리겠지.”

“그게 아닙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무거간이 구석에서 손수레 한 대를 끌고 나왔다.

한눈에 봐도 전병기 대장간에서 만든 손수레가 아니다.

원래 신제품이 잘 팔리면 모방품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통 한 해 정도가 흐른 다음에 나온다.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 일찍 나왔다.


“이 손수레가 15냥입니다. 이걸 사 쓰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가?”


준호는 손수레 손잡이를 잡았다. 기본적으로 묵직한 느낌이 없다.

어딘지 모르게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손잡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쇠의 두께가 얇다.

손잡이 쇠만 얇은 것이 아니다. 나무 바퀴를 둘러싼 쇠의 두께도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면 15냥이 아니라 10냥을 받아도 비싸다.

문제는 아무리 엉성하게 만들었어도 잘만 쓰면 몇 년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거운 짐을 실었다가는 손잡이가 부러지며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


“아! 오셨습니까?”


이창배가 땀을 흘리며 들어와서 진호를 보고 놀란 얼굴로 인사했다.


“어디를 다녀오시는 길인가?”

“이, 이놈의 손수레를 만드는 대장간에 다녀 왔습니다.”


이창배가 마침 잘 왔다는 얼굴로 손수레 손잡이를 번쩍 들었다.


이놈의 원수 같은 손수레 때문에 더운데 수표교까지 갔다 온 걸 생각하면 살이 떨린다.

바닥에 획 던져 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손수레가 마치 사람이나 되는 것처럼 퍽! 차 버렸다.


“대장간이 크던가?”


준호는 이창배가 화를 내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화가 날만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웃으며 물었다.


“원래 풀무질을 하던 소년 한 명 포함해서 4명이 일을 했답니다.”

“지금은?”

“이놈들이 재미를 붙였는지 오늘 가서 보니까 15명이 죽어라 망치질을 하고, 톱질을 하고 있더라구요.”

“그냥 구경만 하고 왔나?”

“웬걸요. 이 손수레는 우리 나리께서 개발하신 가다. 누구 허락을 받고 마음대로 손수레를 만들어서 파냐고 혼쭐을 냈습니다.”

“그랬더니?”

“거기,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하는 말인즉, 억울하면 관가에 가서 고소를 하시라. 우리가 우리 돈 주고 재료 사 와서 손수레만드는 것이 무슨 죄냐? 라며 큰소리를 뻥뻥 쳤습니다.”

“그래서 그냥 되돌아 왔나?”

“아닙니다. 화가 나서 포도청으로 달려갔죠. 포도청 앞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대장간 놈이 고소를 하라고 큰소리 칠 때는 뭔가 알아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소를 안 하고 그냥 왔다는 말이군.”


영복이 빙긋이 웃으며 잘했다는 얼굴로 말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리가 오시면 깨끗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번뜻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잘했네.”

“고소를 안 하고도 놈들이 손수레를 못 만들게 하는 방법이 있으십니까?”


이창배가 역시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합죽 웃었다.


“대장간에서 낫을 만들어 판다고 해서 법에 걸리는가?”

“낫이야 대장간에서 만들어 팔지? 어디서 만듭니까?”

“손수레도 내가 개발을 하기는 했지만, 나라에서 관리하는 군수품이 아니라서 법에 걸리지 않네.”

“그럼, 우리는 이런 허깨비 같은 손수레 때문에 계속 피해를 봐야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준호의 입에서 깜짝 놀랄만한 대책이 나올 줄 알았던 이창배는 어이가 없었다.

다시 손수레 손잡이를 불끈 들어 올렸다가 내동댕이쳤다.


“우린 바퀴를 쇠로 만들어서 더 비싸게 팔 생각이네.”

“대장간 놈들도 쇠로 만들어서 팔 것 아닙니까?”

“우리는 대량으로 만들어서 팔면 원가를 떨어뜨릴 수 있지만, 다른 대장간에서는 바퀴를 만들 수가 없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쇳물을 부어서 바퀴를 만들겠다는 걸세. 몇 베개를 만들면 쇠를 녹이는 가마 가격이 내려가지만, 소량 생산으로는 비싼 가마를 만들 수가 없지.”

“나리 말씀이 맞습니다. 쇳물을 끓일 수 있는 가마를 만들려면 몇백 냥은 들어야 합니다.”


이창배는 역시 준호다운 발상이라는 생각에 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

사헌부 관청은 광화문에 들어가기 전인 이조 건너편에 있다.


하응백은 서사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무언가를 옮겨 적고 있었다.


“아니, 나리가 여길 웬일이십니까?”


하응백은 준호가 정 4품 응교로 승진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사헌부는 아직도 대사헌이 벼슬을 박탈당하고 귀양길에 오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보니 상하간 정보 교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나가는 길에 들렸네.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그, 그러지요···”


하응백은 준호의 말처럼 말을 편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했으나 생각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집들이는 언제 할 생각인가?”

“지금 내자와 상의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응백은 진호를 데리고 뒷마당 쪽으로 향했다.

솔직히 집들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집들이를 하게 되면, 판은 내가 펼쳐 놓고, 춤은 준호가 추는 꼴을 보게 될 것이 뻔하다.

동반들은 준호 곁에 못 앉아서 안달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매사 모든 대화가 준호 중심으로 펼쳐 나갈 것이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말도 안되는 처사다.

알성시 장원급제자라고 해서 대뜸 정 5품 교리로 발령을 냈으면 차석은 최소한 정6품 자리는 줘야 한다.

헌데, 겨우 정 7품 서사직이다.

정6품이면 감찰직을 밖에 나가면 사헌부 감찰이라는 표찰만 내밀면 모두 벌벌 떨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준호가 동반은커녕 원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소식 들었는지 모르지만 이번에 승진을 했네.”

“누가 승진을 했는가?”


하응백은 진호가 승진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바쁜 사람 불러내서 지금 무슨 말 하느냐는 얼굴로 반문했다.


“내가 이번에 정 4품 응교로 승진을 했네.”

“그러니까 지금 자네가 정 4품 응교로 승진을 했다는 말인가?”


하응백은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알성시에 2등을 하고도 밑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정 5품 교리만 해도 엄청난 품계인데 또 승진했다는 말을 들으니까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들렸네.”

“스, 승진한 거 자랑하시려고?”


하응백은 조금씩 진호의 승진이 현실로 와 닿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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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8화 벼락승진(3) 24.06.27 224 10 11쪽
37 8화 벼락승진(2) 24.06.26 246 11 11쪽
36 8화 벼락승진(1) 24.06.25 261 10 11쪽
35 7화 용쟁호투(5) 24.06.24 285 8 11쪽
34 7화 용쟁호투(4) 24.06.23 264 11 12쪽
33 7화 용쟁호투(3) 24.06.22 283 10 12쪽
32 7화 용쟁호투(2) 24.06.21 297 8 12쪽
31 7화 용쟁호투(1) 24.06.20 316 7 12쪽
30 6화 폭풍전야(5) 24.06.19 285 7 12쪽
29 6화 폭풍전야(4) 24.06.18 28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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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6화 폭풍전야(2) 24.06.16 339 9 11쪽
26 6화 폭풍전야(1) +2 24.06.15 35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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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5화 한성 양반들(3) 24.06.12 351 11 11쪽
22 5화 한성 양반들(2) 24.06.11 383 13 11쪽
21 5화 한성 양반들(1) 24.06.10 403 10 12쪽
20 4화.탄핵 사유서(5) 24.06.09 436 11 11쪽
19 4화.탄핵 사유서(4) 24.06.08 410 14 12쪽
18 4화.탄핵 사유서(3) 24.06.07 424 13 12쪽
17 4화.탄핵 사유서(2) 24.06.06 443 14 12쪽
16 4화.탄핵 사유서(1) +2 24.06.05 449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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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화 홍문관 교리(4) 24.06.03 442 12 12쪽
13 3화 홍문관 교리(3) +4 24.06.02 46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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