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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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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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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8,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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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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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탄핵 사유서(3)

DUMMY

정 6품으로 승진하게 되면 감찰이 된다.

감찰은 정 6품에 불과하지만 판서들의 뒷조사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아무리 죄가 없는 청백리라도 털어서 먼지가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때까지는 아니꼽고 더럽지만 친한 친구처럼 지낼 필요가 있다.


“그, 그럼 우리도 동반동기로 지네세.”


집주인 아들 장석주가 애매하게 웃으며 하는 말에 모두 박수를 쳤다.


“우리가 앞으로 정년으로 벼슬을 그만둘 때까지 계속 동반동기의 우정을 쌓아 가려면 모임이 필요하네.”


장석주가 미리 준비해 둔 말이라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모두가 듣고 싶었던 말이라는 얼굴로 건배를 외치며 환영을 했다.


“모임이 있으면 당연히 모임을 이끌어 가야 할 회장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회장을 뽑는다면 당연히 홍문관 교리로 근무하는 정형을 추천하네.”

“그야, 이를 데가 있는 말인가?”

“우리 알성시 급제자 모임 회장은 정 형만큼 적임자가 없다고 보네.”


장석주의 제안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박수를 치며 환영을 했다.


“여러분의 호의 고맙게 받아 들이겠네. 하지만 나는 하형을 추천하네. 네가 회장으로서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는 아니네. 내가 회장을 하면 외부에서 벼슬이 높아서 회장을 하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준호는 박수 소리가 갈아앉기를 기다렸다 맞은 편에 앉아 있는 하응백을 소개했다.


“아, 벼슬 높은 사람이 회장 하는 거는 당연한 거 아닌가?”


하응백은 회장 자리가 싫지는 않았다.

장석주를 비롯한 다른 회원들이 추천을 하면 기꺼이 받아 들였을 것이다.

준호가 추천하니까 놀림을 당하는 기분도 들고, 지시를 받는 기분도 들어서 사양을 했다.


“장형, 장형도 잘 생각해 보게. 우리는 모두 장차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사람들이네. 그때는 모두 벼슬이 비슷하지 않겠나?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보네.”


진호는 나이도 가장 어린 막내가 회장은 안 어울린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회원들은 그렇지 않아도 7급 공무원들 모임이 5급 사무관이 참석한 기분일 것이다.

나이도 어려서 회장을 못한다고 하면 박탈감을 느낄 수가 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정 5품의 교리가 모임 회장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좋을 걸세.”


하응백은 너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나중에 모두 벼슬이 크게 된 다음에 회장을 한다니?

그때 회장이 되면 그 힘이 막강할 것이다.

준호를 마냥 착하게 봤는데, 저런 꽁수를 부릴 줄 몰랐다는 생각으로 반대를 했다.


“정 형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하 형이 회장을 맡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떤가?”


장석주가 회원들을 돌아다 보며 의견을 구했다.


“나도 찬성이네.”

“지금 생각해 보니 정형 말 대로 하 형이 회장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보네.”

“나도 하 형을 추천하네.”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응백을 칭찬하면서도 감동 어린 시선으로 진호를 바라봤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회장 제안을 하면 당연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진호는 그렇지 않다.

한사코 회장 자리를 하응백에게 밀어주며 자신을 낮추고 있다.

진호야 말로 공자의 학의에 나오는 겸손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공자는 논어 학이에서 지혜가 많을수록 더욱 겸손해야 한다.

곡식이 무르면 고개를 숙이고, 물이 가득 차면 흘러넘친다.

그러므로 성인은 겸손하고, 낮추고, 낭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형, 초대 회장으로 소감 한마디 하시게.”


진호가 진심으로 축하를 한다는 표정으로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회장님, 어서 한말씀 하셔.”

“초대 회장 당선을 축하 드리네.”

“하 형도, 회장감으로 충분하네.”


진호 말에 여기저기서 박수를치며 한마디 씩 했다.


“알겠네. 여러 동반동기들의 뜻이 그렇다면 내가 회장직으로 봉사를 하겠네.”


하응백은 민망한 얼굴로 웃으며 회장직을 수락했다.

하 형도 회장감으로 충분하다니?

하응백은 장석주의 마지막 말이 귀에 거슬렸다.

명색이 2등으로 급제를 했다.

진호가 회장직을 거부한다면 당연히 서열 2위인 자신이 해야 한다.

그런데도 마치 자격이 없는데 회장을 시켜 준다는 투로 말했다.

장석주 이놈도 나중에 감찰이 되면 손을 봐 줄 놈이다.

***

정 7품 박사는 말 그대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한다.

박사가 정 7품이지만 과거에서 명경과에 합격을 해야 한다.

명경과는 공자의 사경(四經)을 훤히 꿰뚫어야 한다.

박사가 다양한 지식을 가질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사경은 사경의 하나인 역경을 배웠기 때문이다.

역경은 “역경”은 주역(周易)』이라고도 한다.

주역의 원리는 ‘변화한다’라는 의미의 ‘역’이 말해주듯이,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원리’를 풀이한 책이다. 

준호는 박사 구제기와 함께 홍인지문을 나섰다.

홍인지문을 나서면 숭신이다. 숭신에서 타락산 쪽으로 가면 안암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왕십리다.


“여기가 왕십리입니다.”


구제기가 왕십리 초입에서 걸음을 멈추고 준호를 바라봤다.

사복 차림의 준호는 일부러 갓을 쓰지 않고, 상인들처럼 밀짚으로 만든 초립을 썼다.


“이 고을 사람들의 공물을 대신 내 주었단 말인가?”


준호와 구제기는 호조참판 임경원의 공물 방납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왕십리에 온 것이다.

준호가 마을 초입에 있는 주막을 바라보며 물었다.


“예, 이 고을하고 몇몇 고을이 더 있습니다.”

“주막에 가서 주인에게 물어 보면 고을 사정을 알수 있겠지.”


준호는 문득 문경세제 초입에 있는 주막이 떠 올랐다.

그 주막에서 하룻밤을 잘 때만 해도 수중에 돈이 2냥 밖에 없었다.

한 계절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지금은 신안여각을 매입하고도 6천 냥 이상의 돈이 남아 있다.


“주모 있느냐?”


삼십 대 중반의 구제기가 주막 마당으로 들어서며 점잖게 불렀다.


“성안에서 나오시는 나리들이십니까?”


봉놋방에서 낮잠을 자던 주모가 방문을 열고 나오며 물었다.


“성안에 들어가는 길이라네. 여기 탁주하고 안 주 좀 내 놓게.”


마당 한가운데는 손님들이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는 널평상이 있다.

진호가 널평상 위에 올라앉으며 고요에 쌓여 있는 주막을 둘러봤다.

초입에 느티나무가 있는 왕십리하고는 동네하고는 200보가량 떨어져 있다.


동네 중앙쪽에는 기와집이 드문드문 보인다.

언덕 위에는 울타리가 아닌 담장에 솟을대문 집이 보인다.

은퇴한 벼슬아치의 집이거나 사대부 집일 것이다.


주모가 개다리 소반에 탁주와 김치며 술국이 차려 왔다.


“고을이 아담하고 사람 살기 좋아 보이는군.”


진호가 구제기 잔에 탁주를 따르면서 주모에게 말을 걸었다.


“사람 살기야 좋죠. 아무래도 성안보다는 사람들이 적게 사니까요.”

“사람 살기야 좋다니? 짐승 살기는 안 좋다는 말인가?”


진호가 주모의 말꼬투리를 잡아서 슬쩍 물었다.


“원래, 사람 살기 힘들면 짐승들도 살기 힘들다는 거 모르셔유?”

“그게, 무슨 말인가?”


구제기가 두 손으로 진호 잔에 탁주를 따르며 물었다.


“나리가, 이쪽 나리보다 나이가 적어 보이는데. 어째 나이 많으신 분은 두 손으로 술을 따라요?”


주모는 구제기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손님들을 상대하다 보니 눈썰미가 있다.

여느 사람들 같았으면 눈치를 못차렸을 주법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객주 나리 아니신가?”


구제기가 준호와 미리 입을 맞춘 대로 자연스럽게 말했다.


“객주라면? 여각을 하시남? 아니면 물상객주?”

“주모가 별 걸 다 아는군. 성안 염창동에서 염해 여각을 하고 있다네.”


준호는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고 신안여각을 떠 올렸다.

이창배가 운영하는 신안여각에서는 소금을 취급하지 않는다. 손수레를 십여 대 여각에 전시 중이다.


“요새 소금 한 말에 얼마래유?”

“주막을 하는 사람이 소금 가격을 모른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 아니면 지금 나를 시험하는 거냐?”


구제기는 진호의 임기웅변술에 놀랐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진짜 염해여각 개주처럼 보일 정도다.


“나리가 염해여각을 하신다고 하니까, 도매로는 얼마씩 파는지 궁금했을 따름유.”

“저, 끝에 있는 솟을대문 집은 대감나리가 사는 집인가?”


준호는 주모 말에 대꾸를 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산밑의 솟을대문 집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 큰대문 집 현감 나리 댁이에요.”

“아니, 현감이 동헌에 살지 않고 저기서 산단 말이냐?”


구제기가 말도 안된다는 얼굴로 솟을대문을 바라보며 물었다.


“현감을 하다 은퇴를 한 모양이군.”

“어찌 아셨습니까? 시흥 현감을 하던 분 댁입니다.”

“그럼 연세가 어찌 되느냐?”

“글쎄유. 한 쉰은 되셨나?”

“쉰이라면?”


중앙부서의 벼슬아치 임기는 70세지만 지방관의 임기는 65세다. 나이가 50이라면 스스로 그만두었던지, 사고를 치고 짤렸다는 말이 된다.


“현감자리 부럽지 않을 정도로 돈이 많으신 분이라 스스로 그만 두셨다던데요.”

“돈이 많아서 그만 뒀다?”


준호뿐만 아니라 구제기도 주모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벼슬 욕심이 더 강하다.

돈도 많고 벼슬도 있으면 권력과 부를 양손에 쥔 것이 된다.

중앙부서의 벼슬아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돈벌이에 나서는 이유도 그점에 있다.


“소문에는 그렇게 놨어요.”


주모가 진호의 빈잔에 술을 따라 주면서 여운을 남겼다.


“소문에만 그렇게 났다면?”

“저는 몰라요. 여기서 혼자 살다 보니 그냥 손님들이 주고받는 말을 엿들은 것 뿐입니다. 돈이 많아서 골치 아픈 현감 자리를 내 놨다고···”


“현감이 원래 잘사는 집안 자식이었더냐?”

“그건 모르겠슈. 제가 알기로는 저 집을 지은 지가···그런데 참말로 염해여각을 하시는 분들이 맞아유?”


솟을대문을 바라보며 구제기가 묻는 말에 아무생각없이 대답을 하던 주모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구제기를 수상쩍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너한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더냐?”

“내, 정신 좀 봐. 여기서 한갓지게 손님들 말 상대 할 때가 아녀. 오늘 저녁 죽은 서방 제삿날이라는 걸 깜박했구먼.”


주모는 구제기 말에 대꾸를 하지 않았다. 괜한 말을 했다는 얼굴로 일이서서 정짓간 쪽으로 향했다.


“서방 제사상을 차려 주더라도 술 값은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준호가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며 주모를 불렀다.


“두 푼만 주셔유.”

“한 냥이다. 남은 돈은 가져라.”

“지. 진짜로 나, 남은 돈을?”


주모가 독수리 병아리 채듯 준호 손바닥에 있는 한 냥을 채가며 물었다.


“현감이 사고를 치고도 옥사에 갇히지 않았던가?”

“어메! 현감나리가 옥에 갇혔던 것을 어찌 아세요?”


소금 먹은 사람이 물 찾는 법이다.

졸지에 1냥이라는 큰돈을 팁으로 받은 주모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나리.”


주모만 놀란 것이 아니다. 구제기도 놀란 얼굴로 준호를 바라봤다.


“시흥현감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문은 들었슈. 옥사에 언제 갇혔었는지는 정확히 몰라도.”

“저 동네 누구한테 물어보면 자세하게 알 수 있나?”

“동네 들어가는데 둥구나무 보이죠? 둥구나무에서 좌측으로 가면 마당 앞에 팽나무가 있는 집이 있어요.”

“마당 앞에 팽나무가 있다면 양반집인가?”


주모가 일어서서 손으로 가리키며 하는 말에 준호도 평상에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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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화 홍문관 교리(4) 24.06.03 361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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