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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최근연재일 :
2024.06.30 07:4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7,346
추천수 :
547
글자수 :
218,253

작성
24.06.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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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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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1쪽

8화 벼락승진(3)

DUMMY

이럴 때는 무조건 정조가 좋아할 만만 골라서 하는 것이 좋다.


“그대들의 청을 받아들여서 응교 배석술은 홍문관 종 3품 전한 직에 명하고, 교리 정준호는 홍문관 정4품 부응교직에 명하겠노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정조의 어명이 떨어지자마자 가슴 조이고 있던 배석술이 깜짝 놀라며 엎드렸다.

승진길이냐, 저승길이냐 갈림길에서 준호 덕분에 승진길을 걷게 됐다.

여기가 어전이 아니라면 준호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영의정 홍정국 전하께 아뢰옵니다.”


홍정국이 생각하기에 너무 벼락승진이다. 지금까지 벼락승진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년도 안된 애송이가 방납사건을 해결했다고 벼락승진을 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또 뭔가? 관복을 입은 지 반년도 안되는 교리 정준호의 승진이 인사규정의 형편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치겠다는 건가?”


정조는 홍정국이 무슨 말을 할지 알아차렸다. 홍정국은 준호의 빠른 승진에 제동을 걸 것이다.

대사헌이나 임경원이나 영의정이나 다 똑같은 무리라는 생각에 벌컥 화를 냈다.


“아, 아니옵니다. 제 생각에는 교리 정준호가 이번에 방납사건을 해결한 공의 상으로 부응교 자리는 너무 적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응교 자리는 주셔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정조가 느닷없이 화를 내는 통에 홍정국이 자신도 모르게 한 단계 더 승진을 시켰다.


“영의정의 뜻이 정 그러하다면 과인이 양보하고 교리 정준호를 정 4품 홍문관 응교에 명하노라.”


정조가 다른 정승들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재빠르게 어명을 내렸다.


“전하의 하애와 같은 은혜 백골낭만의 충성으로 보답하겠사옵니다.”


한단계도 아니고 두 단계를 특진했다.

이거야말로 벼락승진이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떨려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준호는 정조는 물론이고 다른 대신들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게 엎드려 절을 했다.


“홍문관에서는 전하의 명 받들어 당장 금일 날짜로 승진 교지를 작성해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대제학 이영돈은 영복의 말을 안 들었다만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대사헌과 같이 옥에 갇혀 있을 신세가 됐을 것이다.

정조의 어명이 떨어지자마자 재빠르게 아뢰었다.

정 4품 이상의 벼슬에게는 왕이 교지를 하사한다.

교지를 하사할 때는 승진을 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첨부한다.


“이조에서도 인사기록부에 승진자들의 이름을 올리고 사령장을 내리겠습니다.”


대제학 이영돈의 말이 이어서 이조판서 이진생이 후!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슬쩍 꽁무니에 앉아 있는 진호를 바라봤다.

처음 알성시 장원급제할 때부터 진호의 사람 됨됨을 알아봤다.

크게 될 놈은 떡잎부터 다르다고 홀어미 밑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다.

기라성같은 대감들의 자제들을 제치고 장원급제를 한 뒤에도 왕 앞에서 당당하게 소감을 밝힐 정도로 배짱도 두둑하다.

장차 영의정이 되고도 남을 인재다.

***

준호는 근정전으로 갈 때는 교리 신분으로 배석술을 따라갔다.

근정전에서 나와 홍문관으로 갈 때는 응교의 신분으로 당당하게 걸었다.


“자네가 아니었으면 나중에 대제학 나리와 엮여서 귀향을 갈 뻔했네.”


배석술은 준호의 말을 믿고 배팅을 했다.

벽파들의 입김이 너무 쌔서 그동안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으로 살았다.

지금은 비단길을 걷는 기분이다.

이 모든 것이 준호 덕이라는 생각에 준호 손을 굳게 잡고 감격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리가 현명한 판단을 하시고 저를 믿어주셨기 때문에 오늘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리가 저를 믿어주시지 않으셨다면 지금도 방납사건은 진행 중일 것입니다.”

“그건 맞는 말이지. 내가 현명하게 처세를 하지 않았다면 자네게 옥천에 내려갈 까닭도 없었겠지.”


배석술은 어이구 이쁜 놈! 얼굴에 뽀뽀라도 해 주고 싶었다.

만약 조창인이 방납사건을 해결했다면 준호처럼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은혜를 잊지 않으면 사람도 아니라고 기고만장했을 것이다.

준호는 그렇지 않다. 순전히 네가 판단하고 조사했으면서도 윗사람에게 공을 돌릴 줄 아는 지혜가 있다.


“홍문관에 들어가서는 승진했다는 말씀을 윗분들께 안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해야 하지 않느냐?”

“대제학 대감나리께서 말씀을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자네 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방납사건으로 처벌을 받으신 대감들이 한두 분이 아니잖은가?”

“그렇습니다. 대제학 나리께서 승진이유를 말씀드리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자네는, 어찌 그리 처세에 밝은가? 나이도 나보다 어린데, 내가 늘 자네 덕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감출 수가 없을 정도네.”

“주제가 넘었다면 앞으로 말을 조심하겠습니다.”

“아, 아니네. 절대 그런 것이 아니고. 너무 좋아서 해 보는 말이니까 오해는 말게.”


배석술은 진호가 마냥 믿음직스러웠다.

내가 무슨 인복이 있어서 진호처럼 믿음직스럽게 지혜로운 부하를 만났느냐는 생각에 저절로 웃음이 히힛! 히힛! 나온다.

***

정5품하고, 정 4품은 한 끗 차이지만 여러 가지가 다르다.

우선 정 4품 홍문관 응교는 정 3품 이상 참여를 하는 조회에 참여하게 되어있다.

조회에 참여한다는 점은 참가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국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매일매일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말은 나라 살림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말과 같다.

정 5품에서는 지방 현감으로 돌거나, 관찰사 판관으로 근무를 하거나, 육조에서 근무를 하다 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정 4품에 오르면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참판까지는 승진을 한 후에 퇴직을 한다.

영복이 같은 경우는 나이가 어려서 영의정까지도 충분히 승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워진 셈이다.


영복은 응교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야 하지만 조창인이 출근할 때까지는 교리로 근무하기로 했다.

조창인은 휴가 기간이 끝났는데, 아직 출근하지 않고 있다.

통상 휴가 기간은 6일이지만 휴가 기간 동안 본인이나 부모님이 병이 났으면 연장할 수가 있다.

조창인이 출근한 날은 휴가를 가서 열흘째가 되는 날이다.

휴가를 가기 전보다 훨씬 건강하고, 햇볕에 얼굴이 그을린 얼굴로 당당하게 출근을 했다.


“정교리, 내가 없는 동안 고생이 많았네. 내가 오늘 저녁에 한턱내지.”


사헌부도 그렇지만 홍문관도 위아래 서열이 엄하다. 회식하면 무조건 아랫사람들이 내게 되어있다.

조창인은 늘 그랬던 것처럼 회식을 시켜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예, 휴가는 잘 다녀오셨습니까?”

“무주구천동을 가려고 했는데 길이 멀어서 가까운 포천 불암산에서 부모님과 함께 보냈다네.”

“조 교리 나리···”


준호의 승진 사실을 모르는 조창인이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다 못한 부교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왜 그러느냐? 너희들도 오늘 걸쭉하게 마셔보자꾸나.”

“저, 그게 아니고···”

“내가 돈을 낼 테니까 돈 걱정은 하지 마라. 설마 휴가까지 다녀온 내가 너희들에게 회식비를 내라고 하겠느냐?”

“정 교리 나리가 응교 나리로 승진을 하였사옵니다.”


부교리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얼굴로 단숨에 말했다.


“지금 부교리가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조창인이 자기 귀를 새끼손가락으로 희비며 준호를 바라봤다.


“예, 제가 응교로 승진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조창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준호가 하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눈을 깜박깜박거리며 천장을 바라보다 바닥을 바라봤다.

정 교리가 승진을 해?

나보다 늦게 들어 온 놈이, 나보다 먼저 승진을 해?

이럴 수는 없지.

다시 고개를 번쩍 들어 준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 정교리 자, 자네가···”


조창인은 지금 농담하는 것이냐고 버럭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예, 전하께서 응교직에 제수하셨습니다.”


부교리가 딱하다는 얼굴로 조창인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조창인 성격에 후임자나 다름없는 준호가 부응교도 아니고, 응교로 승진했다는 말이 얼른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


조창인은 거의 순식간에 입안의 침이 모두 말라 버렸다. 목소리가 잔뜩 쉰 것처럼 흘러나온다.


“지난번 응교께서 저한테 맡겨 주신 대사헌대감나리하고, 임경원 호조참판 탄핵 건 기억나십니까?”

“기억나지. 그때 내가 바쁜 일이 있어서 응교나리께 부탁을 해서 자네가 맡기로 했잖은가?”

“예, 그 건이 단순한 대사헌 대감나리하고, 호조 임경원 참판나리의 뇌물 사건이 아니고 방납사건이었습니다.”

“방납이라면, 백성들의 공물을 대신 납부해 주고 이자를 받는···그런?”

“예, 그렇습니다.”

“그기 어째서 자네···아니지, 응교 나리로 승진할 이유가 되었는가···요.”


조창인은 갑자기 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었다.

이럴 수는 없다.

세상이 두 쪽 나지 않는 이상 준호가 두 단계나 특진할 리는 없다.

당장 아버지의 친구인 대제학을 찾아가서 따져야겠다는 생각하며 물었다.


“교리 나리, 방납 사건으로 수십 명이 투옥되었습니다. 관료들도 대사헌 대감나리를 비롯해서 참판 등 7명이나 지금 귀양길에 올랐습니다.”

“뭐, 뭐라고 대사헌 나리가 탄핵되었단 말이냐?”

“예, 유재기 전한 나리하고, 사헌부 오현월 집의 나리도 추자도로 귀양가는 중이십니다.”

“뭐라고, 유재기 나리하고, 사헌부 오현월 나리도?”


조창인은 유재기도 귀양을 가고 있다는 말에 준호의 승진이 현실로 자리 잡았다.

하필이면 이럴 때 내가 왜 휴가를 갔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준호에게 탄핵서류를 떠맡기지 않았어야 했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나지만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눈앞에 서 있는 애송이 진호를 응교나리라고 부르는 길만이 홍문관에서 버텨 낼 수 있는 힘이다.


“죄송합니다. 응교께서 먼저 승진을 하셨어야 하는데, 제 뜻과 상관없이 제가 승진을 하게 됐습니다.”


진호는 진심에서 솟아 나오는 목소리로 조창인을 위로했다.


“아, 아닙니다. 그렇게 큰일을 하셨는데, 당연히 승진을 하셔야죠. 솔직히 저는 응교나리께서 저보다 먼저 승진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었답니다.”


조창인은 마음속으로 흑흑! 숨죽여 울면서 겉으로는 민망하게 웃었다.


“아닙니다. 제가 비록 응교직에서 일을 하지만, 지금처럼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응교께서 저한테 홍문관 업무를 가르쳐 주신 스승이 아니십니까?”

“아,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조창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 막 왕으로부터 교서를 잘 쓴다고 인정을 받는 중이다.

준호가 응교로 승진하면 누가 교서를 써주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당장 오늘이라도 왕이 교서를 쓰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준호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마냥 고까운 눈빛으로 볼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얼른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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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벼락승진(3) 24.06.27 224 10 11쪽
37 8화 벼락승진(2) 24.06.26 246 11 11쪽
36 8화 벼락승진(1) 24.06.25 261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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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7화 용쟁호투(4) 24.06.23 264 11 12쪽
33 7화 용쟁호투(3) 24.06.22 283 10 12쪽
32 7화 용쟁호투(2) 24.06.21 297 8 12쪽
31 7화 용쟁호투(1) 24.06.20 316 7 12쪽
30 6화 폭풍전야(5) 24.06.19 285 7 12쪽
29 6화 폭풍전야(4) 24.06.18 289 9 12쪽
28 6화 폭풍전야(3) 24.06.17 344 10 12쪽
27 6화 폭풍전야(2) 24.06.16 339 9 11쪽
26 6화 폭풍전야(1) +2 24.06.15 35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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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5화 한성 양반들(3) 24.06.12 351 11 11쪽
22 5화 한성 양반들(2) 24.06.11 383 13 11쪽
21 5화 한성 양반들(1) 24.06.10 403 10 12쪽
20 4화.탄핵 사유서(5) 24.06.09 436 11 11쪽
19 4화.탄핵 사유서(4) 24.06.08 410 14 12쪽
18 4화.탄핵 사유서(3) 24.06.07 424 13 12쪽
17 4화.탄핵 사유서(2) 24.06.06 443 14 12쪽
16 4화.탄핵 사유서(1) +2 24.06.05 449 13 11쪽
15 3화 홍문관 교리(5) +2 24.06.04 428 13 11쪽
14 3화 홍문관 교리(4) 24.06.03 442 12 12쪽
13 3화 홍문관 교리(3) +4 24.06.02 46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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