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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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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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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8,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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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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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화 홍문관 교리(5)

DUMMY

이진세도 진호의 알성시 답안지를 봤다.

진호 정도의 문장력이면 교서만 전담해도 될 것이라는 생각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조 교리에게도 그리 지시해 놓겠습니다.”

“그래, 홍문관 모든 업무가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할 일이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지. 이따, 대재학 나리가 오시면 다시 오거라.”


한영수는 할 말 다 했다는 얼굴로 시선을 거뒀다.

***

준호와 같은 일을 하는 교리는 한성 태생인 조창인이다.

올해 불혹의 나이인 40세의 조창인은 3대째 벼슬을 이어 오는 사대부 집안의 외아들이다.

백정 출신의 진호와 비교를 하면 전형적인 흙수저와 금수저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다.


조창인은 알성시 장원급제자인 준호가 홍문관 교리로 발령받았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20대의 새파랗게 젊은 놈과 매일 마주 보며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진호가 홍문관 교리로 임명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버지의 친구인 대제학을 이영돈을 찾아갔었다.


“정 교리가 아무리 똑똑하다 하더라도, 관직은 처음 아닙니까? 제 일만 하는 것도 매일 파김치가 되는데, 제가 정 교리 일을 가르치는 스승 역할도 할 처지입니다.”

“너는 모르고 있겠지만 정 교리하고 친해 두면 너한테 득이 되면 됐지, 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제학 이영돈은 예문관 대제학을 겸직하고 있다.

이영동은 정조가 준호에게 어주를 내리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

모든 대감들도 눈치를 챘겠지만, 정조가 준호를 신임하고 있다는 증거다.

준호는 분명히 승승장구할 것이다.

그런 준호를 초임 시절 도와준다면 나중에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 믿었다.


“무슨 뜻으로 그리 말씀하십니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한 달만 같이 있어 보거라. 정 교리가 너를 가르치려 들 것이다.”

“아니, 그걸 지금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운이 좋아서 알성시에서 장원한 것이지. 쓴맛 단맛 다 보며 1년을 넘게 일해 온···”


조창인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었으니까. 그리 알고 돌아가거라.”


조창인은 어렸을 때는 집에 놀러 온 대제학의 무릎에서 놀았었다.

대제학의 말은 자신을 위해서 한 말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더는 말을 못 하고 돌아섰지만, 너무 화가 나서 걸음이 휘청거렸었다.


“부제학 나리께 인사드리고 왔습니다.‘


조창인은 진호 기를 꺾어 놓을 생각으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비어 있는 옆자리가 진호 자리인데도 바쁜 척 정조가 여름을

”다녀 왔습니다.“

조창인은 사무실로 들어서는 준호의 인사에 대답하지 않았다.

놈은 분명 알성시 장원급제라고 으스댈 것이다.

이런 놈은 초장에 군기를 잡아 놔야 한다는 생각에 들은 척도 안했다.

며칠 전부터 초안을 잡아서 쓰기 시작한 정조의 교서를 들여다보는 척했다.


“교리 나리 저는 부교리 김진수입니다. 나리 책상은 여기입니다.”


보다 못한 부교리 김진수가 나섰다.

김진수도 나이가 서른 중반이 넘는다. 깍듯하게 상사 대접을 하며 책상으로 안내를 했다.


“고맙네.”


준호는 조창인이 왜 대꾸를 하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어디 두고 보자는 생각으로 점잖게 책상 앞에 앉았다.


“모두 와서 인사드려라.”


김진수의 말에 책상 앞에 서 있던 부교리들외 수찬들이 일제히 다가왔다.

사무실 안에는 정5품 교리가 준호와 조창인 2명, 종5품의 부교리가 2명, 정 6품 수찬 2명 부수찬이 2명 8명이 근무를 한다.


“부교리 서인창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부교리 서인창에 이어서 각각 직책과 이름을 밝히며 인사를 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앞으로 많은 것을 배워야 합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사무실 안에 있는 관리들은 모두 30대 이상이다. 진호가 가장 어리지만 직책은 조창인과 같은 정 5품이다.

진호는 앞으로도 일대일이 아니면 존칭을 쓰리라 생각했다.


“내일 아침부터 새벽에 출근하셔서 출근부에 서명하셔야 합니다.”


조창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김진수가 준호에게 복무규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침 출근 시간은 하절기에는 묘시인 오전 7시까지는 해야 한다.

출근을 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출근부인 공좌부에 서명을 한다.

서명이 끝나면 종 5품 이상은 전하께 아침 인사를 드리는 약식 조회를 한다.


이조를 비롯한 육조와 다른 관청에 근무하는 정 5품도 약시 조회인 상참에 참석을 못 하지만 홍문관, 사헌부, 사간원 중간 간부는 참석을 한다.

아침과 저녁은 서리들이 때가 되면 가지고 오는 것을 먹으면 된다.

퇴근 시간은 진시인 오후 7시부터 9시까지이다.

5일에 한 번씩은 당직을 하는데, 홍문관 안에 당직실이 있다.

당직은 하급 관리인 박사나, 저작 혹은 정자와 2인이 한다.


김진수가 설명을 하고 있는데 정 7품의 박사들이며 장8품 정랑, 정9품 정자 6명이 인사를 하러 왔다.

그들도 모두 30세 넘었지만 준호가 알성시 장원급제자라는 것을 알고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장원급제를 했지만 홍문관 실무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진호는 이번에도 존댓말을 하며 한 명, 한 명 악수를 청했다.


진호가 악수를 청할 때마다 하급관리들이 군대식으로 관동성명을 댔다.


조창인은 나이 처먹은 것들이, 신입 교리에게 너무 알랑거리는 모습으로 보여서 기분이 나빴다.

이놈들은 명색이 사대부 자손들이면서 자존심도 없나?


마음속으로 비웃으면서도 하절기 농사 장려에 대한 권농교서를 들여다 봤다.

교서를 써서 응교의 결제를 맡아야 한다.

그럼 응교는 정 3품의 직제학에 결제를 올린다.

직제학의 마음에 들면 부제학은 대부분 통과를 시킨다.

그런데 응교 배석술에게 벌써 3번이나 퇴짜를 받았다.

교서의 핵심이 수해방지와 여름철 건강인데, 핵심이 애매하다는 점이 퇴짜 요점이다.


“나리, 저녁에 축하 회식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진수는 조창인의 성격을 잘 안다. 조창인 앞에 가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조창인 아버지는 예조판서를 지냈다.

조부는 경상감영 관찰사를 지낸 집안 자식답게 안하무인에다 질투심이 강하고 뒤끝이 있다.


“지금 전하의 교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이 네 눈에는 보이지 않느냐?”


조창인이 혼자만 교서를 작성할 줄 아는 것처럼 거만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추진을 하고 이따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조창인에게 말을 붙여봤자 똥고집만 피울 것이라고 생각한 김진수가 물러섰다.


“지금 권농교서를 작성하고 계시는군요.”


준호도 교서라면 몇 편 읽어 본 적이 있다.

왕이 백성들에게 내리는 공문이라서 일정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상식이다.

조창인과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일어나서 조창인 책상 옆으로 갔다.


“자네가 권농교서를 아는가?”


조창인은 마음속으로 깜짝 놀랐다. 준호가 알성시 장원이 아니라, 왕족의 구성원으로 홍문관에 발령받았더라도 교서는 모를 것이다.

헌데, 놈은 교서의 종류까지 알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교리나리에 비하면 풋내기도 못 되지만 교서를 몇 번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자네가 교서를 읽어 봤다고 무슨 교서를 읽어 봤느냐?”

“제사를 모시는 문묘종사교서, 가례교서, 녹훈 교서 등을 읽어 본 것 같습니다.”


조창인이 아랫사람 대하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다.

조창인 나름 직급은 같지만 상관 행세를 하겠다는 암시다.

하지만 교리가 교리를 낮잡아 보면 결국 자기 얼굴에 침뱉기다.

밑에 하급관리들이 덩달아 조창인도 낮잡아 볼 것이다.

한마디로 소인배다.

조창인 같은 놈들에게는 말이 필요 없다. 실력으로 콧대를 누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 그럼 이 교서 내용이 잘 썼는지, 못 썼는지 판가름 해보거라.”


조창인이 겨우 조서 몇 편 읽어 본 것 같고 아는 척한다고 판단했다.

밑에 것들 보는데 망신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쓰고 있는 교서를 내밀었다.


“제가 어찌 교리께서 쓰신 교서를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준호는 말과 다르게 교서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건대, 백성들이 가을 들판에서 즐거워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임금의 정사이다. 백성은 근본을 지켜야 가계가 번성한다. 백성의 근본은 오직 농사에 있다는 것을 알고 수고로움을 쏟아야 할 것이다.


국토부에서 쓰는 공문은 대부분이 기안공문이다. 기안공문은 교서처럼 어떠한 사업을 기안해서 산하 기관이나 자치단체에서 이행을 하라고 지시를 하는 공문이다.

기안공문의 핵심은 사업의 목적을 누가 이행하느냐이다.

이행하는 방법에 있어서 사업을 이행하는 실무자의 역할보다 지시를 하는 관리자의 업무가 매우 중요하다.

관리자가 어떠한 시각으로 사업을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사업의 결과가 달라지는 수가 많다.

교서도 그럴 것이다.

조창인이 쓴 교서에는 왕과 백성의 관계만 언급했다.

왕과 백성들 사이에는 관리들이 있다.

백성들애게 농사를 지으라고 권장하고, 지시하는 일을 왕이 직접 해서는 안 된다.

관리들이 왕의 어명을 받아들여서 백성들이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무슨 뜻인지 이해는 되느냐?”

“제가 감히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준호는 일단 조창인을 띄워 줬다.

공직사회에서도 후배가 설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나는 옹졸한 사람이 아니다. 교서를 읽어 봤다니까 뭐든 부담 없이 말해 보거라.”


조창인이 일부러 다른 하급관리들이 들으라는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매를 번다는 말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매를 맞지 않는데, 매 맞을 짓을 일부러 해서 매를 맞는 경우다.

조창인은 준호를 개망신시키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크게 말했다.

하급직원들은 오늘 부임을 한 준호에게 교서를 읽어 보라는 말에 놀랐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웬일이지?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며 조창인과 준호를 지켜봤다.


“잘 쓰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쓰셨다니?”

“교서 내용이 훌륭하다는 뜻입니다.”

“내가 뭐라고 했나?”

“교리께서 잘 쓰셨는지, 못 쓰셨는지 평을 해 보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교서 내용이 훌륭하다?”

“예, 교서를 직접 써본 적이 없는 제가 볼 때는 매우 훌륭한 조서입니다.”

“어떤 내용이 훌륭하다는 거냐?”


조창인은 준호가 교서 내용 지적할 것이 없으니까 두루뭉술 넘어간다고 판단했다.

준호는 오늘 홍문관 부임 첫날이다.

첫날부터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해 두겠다는 교서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물었다.


준호가 쉽게 대답을 못 하고 다시 교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뒷짐을 지고 하급직원들을 바라봤다.

하급직원들이 하나 같이 딱하다는 얼굴로 준호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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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4화.탄핵 사유서(3) 24.06.07 344 13 12쪽
17 4화.탄핵 사유서(2) 24.06.06 361 13 12쪽
16 4화.탄핵 사유서(1) +2 24.06.05 366 13 11쪽
» 3화 홍문관 교리(5) +2 24.06.04 348 13 11쪽
14 3화 홍문관 교리(4) 24.06.03 361 12 12쪽
13 3화 홍문관 교리(3) +4 24.06.02 379 14 12쪽
12 3화 홍문관 교리(2) 24.06.01 394 15 11쪽
11 3화 홍문관 교리(1) 24.05.31 428 19 11쪽
10 2화, 1만 냥 벌기(5) 24.05.30 440 19 10쪽
9 2화, 1만 냥 벌기(4) +4 24.05.29 460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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