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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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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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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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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8,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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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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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화 한성 양반들(3)

DUMMY

백정이었다면 말을 붙이지도 못한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쳤다가 재수 없으면 갈비뼈가 부러질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준호가 양반들에게 쓰는 말투는 꾸민 것이 아니다.


“뭐를 하시는 양반인지 모르지만, 돈이 꽤 많은 것 같구료. 아침부터 쇠고기뭇국을 먹다니···”

“돈 없는 사람들은 우거지해장국이나 먹고, 돈 많은 사람들은 쇠고기뭇국 먹는 것이 잘못됐다는 말 같군.”


때출은 아직도 자기가 백정인 줄 알 것이다. 이럴 때는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게 하는 방법이 좋다.

준호가 일부러 코웃음을 치며 젓가락을 들었다.

쇠고기를 건져서 간장에 찍어 맛있게 먹었다.


“큼!”


진호에게 한마디 했던 양반은 이내 꼬리를 내렸다.

젊은 놈의 말투를 보니 벼슬아치다.

괜히 아침부터 사서 망신당할 필요가 없다.


“옥천 들어가는 길인가? 아니면 나가는 길인가?”

“우, 우린 옥천 동이면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중으로 상주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와야 해서···”

“옥천현 사정도 잘 알겠군.”


준호가 슬그머니 말을 낮췄다.

때출은 쇠고기뭇국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그래도 귀는 활짝 열었다.

궁궐에서 벼슬을 하는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준호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편으로는 준호가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면서 은근하게 존경심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동이도 옥천현 관할이니까 대충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뉘십니까?”

“지난달에 옥천에서 며칠 묵었는데 괴이한 소문을 들었소이다.”


진호는 일부러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신분을 밝히지 않고 질문만 하면 상대방이 두려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무, 무슨 소식을 들으셨습니까?”


양반들은 진호의 예측대로 진호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슬그머니 숟가락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나 앉았다.


“옥천 현감 이름이 홍경식이라고 하든가?”

“마, 맞습니다. 현감나리 이름은 어찌 아셨습니까?”

“아! 옥천에서 괴이한 소문을 들으셨다고 하지 않는가?”


뚱뚱이가 일행을 마치 아랫사람 꾸짖듯 나무랬다.


“옥천현감이 고리대금을 한다는 소문을 들었네.”

“그, 그런 소문을 듣기는 했습니다···”


똥뚱이가 일행의 눈치를 살피며 더듬거렸다.


준호가 주모를 불러서 양반들에게 쇠고기뭇국과 소주 한 되를 가져다주라고 주문했다.


“우, 우린 이걸로도 충분한데···”


뚱뚱이가 좋기는 하지만 준호의 신분을 모른다. 부담이 간다는 얼굴로 일행을 바라봤다.


“현감 나리가 고리대금을 한다는 소문은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뚱뚱이 일행이 입맛을 다시고 있다가 은근하게 물었다.


“옥천 장에서 들었소이다. 현감 때문에 못살겠다는 사람들이 한두 사람들이 아니더군.”

“그냥 고리대금만 할 정도가 아닙니다. 돈이 필요 없는 양반들도 억지로 돈을 쓰라고 맡겨서 고리 이자를 받는답니다.”


주모가 밥상을 다시 차려 왔다. 뚱뚱이가 준호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우리끼리만 먹는 것이 미안해서 시켰소이다. 어서 드시오. 풍문에는 현감한테 땅과 집을 빼앗겨 자결한 사람도 있다던데···”

소문을 크게 내야 작은 소문은 술술 나오게 되어있다.

진호가 입이 가벼워 보이는 뚱뚱이에게 낚싯줄을 던졌다.


때출은 진호의 말투며 행동이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뭇국을 후루룩 마시고 싶었지만, 진호 앞에서 경박스럽게 먹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얌전히 숟가락질하며 양반들과 진호를 번갈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오 진사라는 양반이 억지로 고리를 쓴 것이 억울해서 충청감영에 탄원서를 제출하자고 선동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 정보를 입수한 현감 나리가···”


뚱뚱이가 뭇국을 먹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뜨거운 뭇국을 정신없이 먹었더니 너무 뜨겁다.

입천장이 벗겨지는 것 같아서 눈물을 찔끌찔끔 흘리며 소주를 얼른 따라 마셨다.


“현감나리가 청렴한 현감을 모함했다고 끌어다 볼기를 친 모양입니다. 얼마나 맞았는지 지금 3개월째인데 아직 바깥출입을 못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뚱뚱이 일행이 조심스럽게 뭇국을 먹으며 말을 이었다.


“현감한테 재산 다 빼앗기고 자결 한 사람이 있다고 하든데, 그건 헛소문이군···”

“자결한 사람들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현감한테 재산 다 빼앗기고 먹고 살려고 화전을 일구는 사람들이 몇은 있다고 들었습니다.”

“화전?”


산에 불을 질러서 나무를 태우면 땅이 비옥해진다.

아무를 베고 산림을 불태워 농사짓는 것은 법으로 금지가 되어있다.

하지만 먹고 살 수 없는 백성들이 산속 깊숙이 들어가 화전을 하면 눈감아 주는 것이 관례다.

준호가 숨이 막힐 정도로 치솟는 분노를 억누르며 반문했다.


“예, 말티재에서 화적질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소문입니다.”

뚱뚱이는 취기가 얼큰하게 올랐다. 준호가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가끔 만나는 사람과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얼굴로 아는 데로 대답을 했다.

***

구제기는 준호와 약속한 데로 옥천 현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리, 이제 오십니까?”


때출은 준호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는 구제기가 먼저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

주막에서 본 준호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뻘 되는 양반들에게 반말하는가 하면, 마치 심문을 하듯 이것저것 물었었다.


“인사드리시게. 나하고 같이 홍문관에서 근무하는 박사시네.”

“누, 누구십니까?”

“아! 보은에 사는 친척분이 소개를 해 주신 분인데, 먼 친척 되신다고 하시네. 한성 집 청지기를 구하던 참이어서 동행을 했네.”


준호 말에 때출은 어떤 식으로 인사를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백정 때는 이름을 부르면, 나리 소인 때출이라고 하옵니다. 하고 대답만 하면 그만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먼저 다른 사람에게 인사해 본 적이 없었다.


“아, 그러십니까? 바, 반갑소. 나는 구제기라고 합니다. 훙문관에서 나리를 모시고 있소.”


때출이는 평민에 불과하지만 준호집 청지기가 될 신분이다.

구제기는 어느 정도 예우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 예. 예. 저, 정태규라고 합니다.”


때출은 난생처음으로 일반 양반도 아닌 벼슬아치에게 예우를 받았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골백번도 더 외웠던 이름을 밝혔다.


“박사에게 미안한 말이 되겠지만, 한성까지 같이 행동을 해야겠네.”

“아이구, 나리 저한테 그런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앞으로 자주 볼 사이인데 지금부터 친해지면 더 좋죠,”


구제기가 황송하다는 얼굴로 손을 내저으며 뒷걸음쳤다.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네. 현감에 대해서는 뭘 좀 알아냈는가?”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구제기가 엄청난 정보가 있다는 얼굴로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어디 갈만한 곳이 있을까?”

“제가 어제 잠을 잤던 숙박 여각으로 가시죠. 어차피 점심도 먹어야 하니까.”


구제기가 양손으로 숙박 여각이 있는 쪽을 가리키며 걸었다.


숙박 여각은 동헌에서 멀지 않다.

구제기를 알아본 객주가 또 오셨느냐며 반갑게 식당으로 안내했다.


“방으로 안내를 해 주게.”

“예, 알겠습니다.”


객주가 진호의 눈치를 살피며 비교적 깨끗한 방으로 안내했다.


“점심 주문하겠습니다.”

“그러시게.”


구제기가 방문 앞에 서 있던 객주에게 점심을 주문했다.

객주가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구제기는 방문을 열어서 밖의 동정을 살피고 다시 문을 닫았다.


“현감 놈이 아주 악질입니다.”

“현감 때문에 자결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말 같군.”


구제기가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화를 참지 못하는 얼굴로 말했다. 진호가 이미 알고 있다는 얼굴로 반문했다.


“나, 나리도 알고 계셨습니까?”


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주막에서 뚱뚱이와 일행에게 들은 정보를 차근차근 말해 줬다.


“이놈을 어떻게 아작을 내야 합니까?”


구제기는 진호가 보은에서 개인적인 볼일만 보고 온 줄 알았다.

현감 홍경식에 대한 정보도 모두 파악했다는 점에 놀랄 겨를이 없었다.

자기 일처럼 불끈 쥔 주먹을 떨면서 낮게 물었다.


“우리한테는 체포권이 없지 않은가?”

“충청감영에 알리면 되지 않을까요?”

“충청 감영 감찰사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일을 하겠는가?”

“그래도 이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백성들이 터전을 빼앗기고 화전을 하고 있답니다.”

“ 오 진사라는 분이 탄원을 했는데, 현감을 처벌하기는커녕 정보를 줘서, 오 진사가 3개월째 바깥 출입을 못한다네.”

“임경원 참판나리처럼 충청 감영 관찰사도 홍경식을 감싸고 도는군요.”

“그렇다고 사헌부에 위임할 수도 없을 걸세.”

“사헌부에서도 사헌부 출신이 탐관오리라는 걸 소문내려 하지 않겠죠.”


구제기가 어서 방법을 알려 달라는 눈빛으로 준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일단 최소한 백성들의 손해를 보상하는 것부터 생각해 보세.”

“홍경식이 보상을 해 줄 것이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구제기가 어이 없다는 얼굴로 혀를 차며 말했다.

“홍경식은 권력의 힘을 아는 자일세. 감찰에서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100냥을 받아먹을 정도지···”

“무슨 말씀이신지?”

“권력의 힘을 아는 자는, 자기보다 더 큰 권력 앞에서는 호랑이 앞의 토끼가 되는 법일세.”


때출은 더는 준호가 뭉치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감쪽같이 백정의 신분으로 살수 있는 능력도 이해가 됐다.

준호가 하는 말투며 행동, 지식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준호 말대로 병삼이 밤마다 아무도 모르게 공부를 가르치고, 예의범절을 지도한 결과라는 걸 알았다.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객주를 불러오게.”

“내, 내가 불러올···아, 아니 제가 불러오겠습니다.”


때출이 마냥 짐짝처럼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일어났다.


“아니네. 내가 다녀오겠네.”


구제기가 얼른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삼촌은 그냥 가만히 있어도 괜찮아. 오히려 말을 잘못하면 사람들이 의심할 수 있으니까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좋아.”

“응, 아니. 예. 알겠습니다.”

“둘이 있을 때는 벽사골에 있을 때처럼 대하라고 했잖아.”

“아, 아닙니다. 저, 저는 나리로 모시는 것이 편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나리 아니십니까?”


때출이 진심이라는 얼굴로 진호 앞에서 납작 엎드리며 말했다.


“알겠어. 그럼 삼촌 편할 대로 해.”


진호가 알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삼촌과 청지기로 혼란을 겪는 것보다 나리로 모시면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부르셨습니까?”


구제기가 객주를 데리고 방에 들어왔다. 객주가 무릎을 꿇고 앉으며 준호를 바라봤다.


“현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무,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내가 듣기에는 현감이 고리대금으로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고 있다고 들었는데···”

“나, 나리들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객주는 하룻밤 잠을 잔 구제기는 바라보지 않고 대화를 주도해 가는 준호만 바라봤다.

하룻밤을 묵은 구제기도 여느 양반들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벼슬아치 같은 말투다.

준호는 구제기가 모시는 상전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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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4화.탄핵 사유서(2) 24.06.06 360 13 12쪽
16 4화.탄핵 사유서(1) +2 24.06.05 365 13 11쪽
15 3화 홍문관 교리(5) +2 24.06.04 346 13 11쪽
14 3화 홍문관 교리(4) 24.06.03 361 12 12쪽
13 3화 홍문관 교리(3) +4 24.06.02 378 14 12쪽
12 3화 홍문관 교리(2) 24.06.01 394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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