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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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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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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8,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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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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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홍문관 교리(4)

DUMMY

당장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을 입안해도 정치적으로 빛나지 않은 정책은 결재가 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현장에서는 이론에 불과한 정책이라도 정치적으로 포장이 가능한 정책은 무조건결재가 난다.


“너도 과장으로 진급해 봐라. 내가 왜 이걸 캔 슬 놓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학교 선배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공무원들중에 일선 주민자치센터 직원이 가장 공무원답게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 윗선은 모두 맹목적으로 윗선에서 시키는 데로만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 윗선의 정점에는 정치인 출신의 장관이 있다. 결국 정치적으로 모든 공무원들이 일을 한다는 말과 같다는 걸 알았다.


“오! 나도 그 점은 인식하지 못했다. 네 말을 들어보니, 승진할수록 백성을 직접 만나는 일이 줄어 드는구나.”

“감히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적정한 표현이다. 백성의 어려운 점을 눈앞에서 보지 않으니까 피상적인 정책만 입안하게 되어 초심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자네는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할 생각인가?”


이진생은 관직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진정한 목민관을 만난 기분이다.

마음 같아서는 술이라도 나누면서 오랫동안 대화를 하고 싶다.

하지만 이조판서라는 직책이 마냥 한가한 직업이 아니다.

하루에도 궁궐을 서너 번 들락거리는 것은 기분이고, 왕의 호출이며, 다른 부서와 회의며 하루하루가 몸이 서너 개라도 부족하다.

흡족한 얼굴로 영복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 봤다.

관복을 입고 출근한 첫날부터 혼인 운운하는 것은 결례다.

집에 있는 19살짜리 딸과 맺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참았다.


“저는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옳지. 일단 배가 불러야 태평가 노래가 나오는 법이다. 나는 이미 초심을 잃었지만, 자네는 초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대감나리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진생이 말을 끝낼 기미가 보이자 진호가 먼저 일어났다.


“그래, 나도 자네한테 거는 기대가 크다. 홍문관에서 업무 인수를 받고 좀 한가하면 내 집에 한번 들려라.”


이진생은 일부로 문 앞까지 진호를 배웅했다.

진호는 찾아뵙기 전에 먼저 말씀을 드리겠다는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

준호는 붉은색의 관복을 입었다.

허리에는 계급장처럼 품계를 나타내는 품대를 맸다.

정 5품이니까 검은색의 흑각대를 맸다.

거울이 없어서 세숫대야에 물을 떠나 놓고 얼굴을 들여다봤다.

관모를 제대로 썼는지 확인을 하며, 퇴근길에는 운종가에 들려 거울을 사들고 오리라 생각했다.


“나리, 출근하십니까?”


10칸짜리 넓은 집에는 준호와 밥을 하는 찬모, 시중을 드는 하녀 옥비, 세 명이 산다.

하녀가 대청마루 앞에 준호가 신고 갈 태사혜를 반듯하게 대령했다.


“어떠냐?”

“나리, 관복을 입으시니까 무섭습니다요.”

“무서워?”


존호는 옥비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관복의 어깨며 허리며, 바지춤이 맞춤이라 딱 들어맞는다.


“관복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높은 대감나리처럼 보여서 무섭습니다.”

“나는 대감이 아니다. 그냥 홍문관에서 일하는 관리니라.”


진호는 싱긋이 웃으며 대문 앞으로 갔다. 옥비가 얼른 달려와서 대문의 빗장을 열어 준다.

청지기가 필요하다.

하녀가 출근길에 나서서 문을 열어 주는 모양새가 영 아니다.


집이 있는 광흥창 근처에서 궁궐까지 한 식경도 걸리지 않는다.

새벽길에 관복을 입고 걸어가는 진호를 본 상인들이며 백성들이 허리를 숙이거나, 뒷걸음을 친다.


국토부에 다닐 때는 양복을 입고 출근했다.

보험회사 다니는 샐러리맨이나, 사시 패스해서 국토부 사무관으로 출근하는 공무원이나 지하철 타면 다 똑같다.


관복은 다르다.

붉은색이라서 멀리서 봐도 벼슬아치로 보인다.

궁궐 안에서 근무하는지, 육조거리에 있는 육조의 어느 부서에서 근무를 하는지, 1백여 개가 넘는 어느 관청이나 말사에 근무하는지는 모를 것이다.

관복을 입었다는 것 하나로, 상인들이며 백성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묘했다.

백정 시절에는 벽사골을 떠나면 모든 사람들이 상전이었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의 상전이라고 생각하니까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경복궁에는 모두 4개의 정문이 있다.

육조거리를 앞에 두고 있는 광화문이 정문이다.

왼쪽으로는 영추문 오른쪽으로는 건춘문, 궁궐 뒤쪽의 백악산 쪽으로는 신무문이다.

홍문관은 영추문 쪽으로 가면 직선거리다.


준호는 첫날이니만큼 정문인 광화문 쪽으로 향했다.


“나리 출근하십니까?”


궁궐을 지키는 수문장들은 관복을 입은 사람은 가로막지 않는다.

관복을 입지 않고, 사옹원이나 기타 관청에 볼일을 보러 가는 사람들은 모두 출입증인 신부를 보여 줘야 한다.


광화문 안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동네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길에는 이른 출근을 하는 관복 차림의 관리들이 바쁘게 걷고 있다.


홍문관은 사헌부, 사간원과 더불어 삼사(三司)라고 한다.

주요 업무가 궁중에서 일어나는 일과, 왕족이 지켜야 할 각종 법을 적은 경서를 관리한다.

역사에 남겨야 할 중요한 사건을 기록 관리하는 사적(史蹟)을 관리하고, 왕의 연설문이나 교서 등을 작성한다.

홍문관이 삼사로 역할을 하는 것은 일반 업무 이외 왕의 자문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홍문관의 수장은 정1품 영사가 맡는다. 영의정이 겸직을 하는 영사 밑에서 실무를 총 책임지는 정2품의 대제학이 있다.


홍문관은 경복궁 안에서 흐르고 있는 금천을 끼고 있는 건물이다.

대문 앞에는 홍문관의 주서청

대문 앞쪽에는 주서청이 있다. 왕의 일상을 관리하는 주서청 옆에는 승정원, 승정원 뒤쪽에는 수라간이다.

홍문관 오른쪽 동행각이라는 다락처럼 높게 만든 누마루가 있는 건물은 검서청이다.

검서청에서는 출판된 서적을 점검하는 검서관들이 근무를 한다.


“오늘 첫 출근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홍문관 대문을 지키고 있는 궁졸들이 오늘 첫 출근을 하는 준호를 보고 먼저 인사를 했다.


“고맙네.”


준호는 악수라도 하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궁졸 한 명이 얼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준호와 같은 일을 하게 되는 교리 조창인이 나왔다.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지금 영수나리께서는 근정전 조회에 참석하셨네. 일단 응교 나리께 소개를 드리겠네.”


조창인은 40대 중반이다. 어린 20대 중반의 준호와 같은 일을 하게 된 것이 몹시 싫었다.

하지만 내색은 할 수가 없다.

준호가 비록 늦게 출발을 했지만 알성시 장원 급제자다.

알성시에 급제를 했으니까 승진도 빠를 것이다.

내색은 못하고 직속 상관인 응교 배석술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자네가 이번에 알성시 장원급제를 한 정준호 인가? 반갑네 나는 배석술이라고 하네.”


배석술은 조창인과 다르게 진호를 진심으로 환영했다.

부응교 이진세를 불러서 인사를 시키고. 곧장 홍문관의 실질적 수장인 제학 한영규 사무실로 향했다.


“자네에게 기대를 거는 분들이 많네. 알성시에 장원급제를 했다 하지만 홍문관에 발령을 받는 경우가 없었네. 왜 그런 줄 아는가?”

“소인이 알기로는 홍문관의 업무가 워낙 중요한 업무라서 경험이 전무한 저 같은 자는 폐만 끼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네. 홍문관 업무는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일이 많다네. 그래서 아무나 들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네. 일단 홍문록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 중에서 선발을 하게 되어 있지.”

“나리 홍문록이 뭡니까?”

“홍문관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관료들을 미리 천거를 해서 작성을 해 놓은 문서니라.”

배석술의 말처럼 홍문록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쉽지가 않다.

홍문록은 홍문관에서 비밀투표를 통해 1차적으로 후보자들을 선발한다.

홍문관에서 선발한 본관록을 토대로 이조에서 다시 심사를 해서 이조록을 만든다.

이조록은 의정부로 보내서 비로소 홍문록을 만든다.

그만큼 홍문관에 발령 받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다.


“저 같은 것은 홍문관에 근무할 자격도 못 되는군요.”

“네가 낸 알성시 답안지를 보고 이조판서 내감나리가 적극적으로 추천하셨다. 내가 말했다는 거를 대감나리가 알게 되시면 기분이 얹잖아 하실 것이다.”

“예, 입단속을 하겠습니다.”


배석술의 말에 준호는 시간이 되는 대로 이조판서 이진생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차 중책을 맡으려면 기본부터 잘해야 한다.

사사로운 감정에 휘말렸다가는 큰 낭패를 초래할 수가 있지.”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일을 하다 조금만 의심이 가는 문제가 발생되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같이 일을 하게 될 조교리에게 물어 보거나, 나에게 물어보고 결정하게.”

“예, 너무 나리를 귀찮게 해 드릴 것 같아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자네는 머리가 좋으니까 금방 홍문관 분위기에 익숙해질 것이다.”

“죄송하지만, 홍문관 분위기라는 것이 업무적으로···”

“이 사람 금방 질문을 하는군. 홍문관은 다른 관청들과 다르게 최고의 학자들만 모이는 곳이라네.”

“소인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부디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배석술의 말은 홍문관은 조선의 엘리트들만 모이는 관청이라는 뜻이다.

진호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백정이 조선 최고의 엘리트들만 일하는 홍문관에 발령받았다.

여느 양반집 자제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홍문관에서 일을 하는 관료들은 필경 사대부 집안의 금손들이다.

사시에 합격을 해서 국토부에 근무할 때도 금손들은 저희들끼리 어울리는 경향이 있다.

홍문관에서도 그럴 것이다.


배석술이 홍문관을 책임지고 있는 제학의 사무실 앞에서 멈췄다.


“나리, 부응교 이진세 이번에 홍문관으로 발령을 받은 알성시 장원급제자 정진호를 데려왔습니다.”

“들어 오너라.”


사무실 안에서 제학 한영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진세가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열었다. 진호에게 안에 들어가라고 눈짓을 보냈다.

진호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뒤로 돌아서서 문을 닫았다.


“소인 정진호 홍문관으로 발령받고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반갑네. 이미 들었겠지만, 영사 나리와 대제학 나리는 조회에 참석하셨네.”


책상 앞에서 사무를 보고 있던 한영규가 웃는 얼굴로 의자에 앉으라고 지시했다.


이진세가 의자 두 개를 책상 앞으로 끌어왔다. 먼저 의자에 앉으면서 진호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래, 홍문관으로 발령을 받은 소감이 어떤가?”

“부응교 나리께 홍문관에 대해서 대강 들었습니다. 홍문관의 높은 의상에 제가 감히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되옵니다.”

“부응교가 미리 말을 했겠지만, 홍문관은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너를 선택해 주신 대감나리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도록 하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진호는 얼른 일어나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대답했다.


“그래, 어떤 일을 시킬 생각이더냐?”

“우선 한 달 동안은 조 교리가 하는 일을 돕게 할 생각입니다.”


한영수가 묻는 말에 이진세가 미리 생각해 두었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 홍문관 모든 업무가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할 일이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지. 홍문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된 후에는 문장력이 좋으니까 전하의 교서를 다듬는 일을 맡기는 것이 좋겠다.”


홍문관의 간부급 관원은 지제교와 겸직을 하고 있다. 지제교는 왕의 교서를 작성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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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4화.탄핵 사유서(2) 24.06.06 360 13 12쪽
16 4화.탄핵 사유서(1) +2 24.06.05 365 13 11쪽
15 3화 홍문관 교리(5) +2 24.06.04 346 13 11쪽
» 3화 홍문관 교리(4) 24.06.03 360 12 12쪽
13 3화 홍문관 교리(3) +4 24.06.02 377 14 12쪽
12 3화 홍문관 교리(2) 24.06.01 394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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