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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최근연재일 :
2024.06.30 07:4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7,362
추천수 :
547
글자수 :
218,253

작성
24.06.29 06:00
조회
201
추천
8
글자
11쪽

8화 벼락승진(5)

DUMMY

정 4품이면 아무리 동기동반이라도 말을 놓을 수가 없다.

진호가 일부러 헛소리 할 리는 없고, 무슨 이유로 승진했는지 모르지만, 사실일 것이다.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하러 왔느냐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이번에 집들이를 하는데, 부득이 참석을 못 하게 됐네. 그래서 내가 작은 선물을 준비했네.”

“서, 선물이라니?”


하응백은 진호가 집들이에 참석 못 하게 됐다는 말이 반가워야 하는데 반갑지가 않았다.

진호가 돈 100냥을 주면서 기생집에서 실컷 먹고 놀라고 해도 반갑지 않을 것 같았다.

이게 꿈인가 생신가 혼란만 파도처럼 밀려왔다.

왕족도 아니고, 무슨 공을 세웠기에 두 단계나 벼락승진했느냐는 말을 묻고 싶었지만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책상일세. 시전에 인석전에 가서 이 사람을 찾아가면 책상을 집까지 배달해 줄 걸세.”

“무슨 책상 선물까지···”


하응백은 책상이 얼마짜린지 관심이 없었다.


“다음에 조용할 때 술 한 병 사 들고 찾아가겠네.”

“아, 알겠습니다.”


진호는 하응백이 말을 높였지만 낮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부응교 이진세처럼 말을 놓는 것이 습관이 되면 나중에 하응백이 민망할 처지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자, 잠깐만.”


준호가 돌아서려고 하자 하응백이 바쁘게 불러 세웠다.


“뭔가?”

“이번 방납사건을 해결한 공로로 승진하셨습니까?”

“그렇다네. 전하께서는 종4품 부응교로 승진시키려 하셨지만, 영의정 대감나리가 반대를 하시며 정 4품 응교로 승진을 시켜야 한다고 하셨네.”

“그러니까, 전하는 종4품 부응교로 승진을 시키겠다고 하셨는데, 영의정 대감나리가 한 등급 더 올려서 정4품으로?”


하응백은 질투가 나서 미치고 환장할 것 같았다.


“그렇다네.”

“축하드립니다. 제가 승진 선물을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제가 받게 돼서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하응백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다. 왕은 종 4품으로 승진을 시키겠다고 했는데, 생판 모르는 영의정이 나서서 정 4품으로 승진을 시킨 준호다.

왕은 물론 영의정까지 준호를 키워주겠다고 작심했다는 말이 된다.

갑자기 준호하고 거리가 아득하게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

이조판서 이진생의 집은 북촌에 있다.

준호는 일부러 때출이를 데리고 갔다. 이진생의 청지기에게 정치기로서 지켜야 할 일과, 손님들 대하는 법을 가르쳐 주게 할 생각이다.


“대감 나리 계신가?”

“어디서 왔다고 전해드릴깝쇼?”


이조판서댁의 청지기는 나름대로 정 8품 벼슬 정도의 권력이 있다.

새파랗게 젊은 선비풍의 준호를 눈 아래로 내려다보며 물었다.


“홍문관 응교 정준호가 찾아뵈러 왔다고 전해주게.”

“호, 홍문관에 근무하십니까?”

“이판대감나리의 청지기가 홍문관을 모른다고는 하지 않겠지.”

“아, 아닙니다요. 어, 어서 저를 따라오십시오.”


청지기가 거짓말처럼 허리를 굽실거리며 앞장을 섰다.


“이 사람은 내 집 청지기네. 충청도에 올라와서 청지기가 지켜야 할 도리가 미숙하네. 판서 대감 나리의 청지기인 자네가 좀 알려주게.”


준호는 품에도 돈 2냥을 꺼내 청지기 손에 쥐여주었다.


“아, 아닙니다. 이렇게 하시지 않아도 제가 성심성의껏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조판서댁 청지기를 하다 보면 손님들에게 용돈을 자주 받는다.

그래 봤자 몇 푼이다.

한 냥도 많은데 두 냥이나 받은 청지기는 너무 큰 돈이라 죄를 지은 것처럼 가슴이 떨렸다.


“대감나리, 홍문관 응교나리 대감마님 뵙겠다고 오셨습니다.”

“어서 들라해라.”


큰 사랑방에서 마당쪽으로 향하는 장지문이 활짝 열렸다.

사랑방에서 대기 중인 이진생이 합죽합죽 웃는 얼굴로 준호를 내려다봤다.


“소인 정준호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어서 들게, 그런데 뒤에 서 있는 자는 누군고?”

“예, 저희집 청지기이옵니다. 대감나리댁 청지기가 예의범절에 각별하다는 소문이 있어서 좀 배우라고 허락도 구하지 않고 데려왔습니다.”

“들었지.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성심성의껏 알려 주도록 해라.”


같은 말이라도 칭찬을 해주면 고맙다. 청지기가 예의범절이 밝다는 것은, 주인의 가르침이 훌륭하다는 말로 이어진다.

이진세는 흡족한 얼굴로 지시를 하고 장지문을 닫았다.


“진작 찾아뵈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시기 바라옵니다.”


진호는 관졸들의 방망이에 맞아 죽은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시기라도 헌것처럼 진심을 다하여 절을 했다.

이진세는 실학의 대가다.

홍문록에 올린 인물 중에서 심사를 거쳐 홍문관에 들어갈 수 있다.

이진생이 적극적으로 추천해서 단번에 출세의 지름길인 홍문관에 들어갔다.

인품으로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인 데다 이번 방납사건 해결에 도움을 많이 줬다.


“바쁘게 일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


이진생은 마치 사위가 장인에게 절을 하는 것처럼 보여서 입이 찢어지도록 소리 없이 웃었다.

동물만 본능적으로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대하면 진심이 와 닿기 마련이다.

너무 기특하고 대견해서 등이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다.


“아버님, 차 가져 왔습니다.”


대청으로 나가는 문밖에서 옥이 굴러가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 오너라.”


이진생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방문을 열었다.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찻쟁반을 든 하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

영복은 검은색 무명치마에 흰색 무명저고리를 입은 하녀를 보고 마음속으로 깜짝 놀랐다.

하녀의 모습은 머리를 짧게 커트 쳤다면 다영이가 환생을 한 것처럼 얼굴이 비슷하다.


“손님이 오셨는데 언년이 혼자 보내는 것이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소녀가 따라 왔습니다.”

“그래, 잘했다. 이왕 온 김에 정 응교에게 인사나 하고 가거라. 내 딸 수빈이라고 하네.”

“아, 예, 그렇습니까.”


준호는 얼른 일어났다.

누가보더라도 대감집 무남독녀처럼 보이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수빈이에게서 분냄새가 훅 풍긴다.

조선으로 환생을 하고 나서 처음 맡아 보는 냄새에 머리기 핑 돌 지경이다.


“소녀, 수빈이라 하옵니다.”

“저는 정진호라고 합니다. 판서대감나리의 도음을 늘 많이 받고 있어서 늘 황송할 따름입니다.”

“그럼···”


수빈이는 첫눈에 진호가 보통 이름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귀밑까지 얼굴을 붉히며 뒷걸음 조심스럽게 뒷걸음을 쳐서 밖으로 나갔다.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진호는 바라봤다.

네가, 여즉 혼인을 안 간 이유를 내가 이제 알겠다.

이진생이 진호가 알성급제를 한 날 집에 오라고 했던 말이 빈말이 아니다.

젊은 나이에 벌써 벼슬이 정 4품이다.

이진생 말대로 영의정을 최소한 3번은 역임하고도 남을 만한 인재라고 치켜세우던 말도 떠올랐다,


“아씨가 절세미인이십니다.”


영복이 조심스럽게 방바닥에 앉으면서 말했다.

마음속은 말과 다르다.


긴머리카락을 무명댕기끈으로 묶은 하녀 간난이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내색은 하지 않고 정중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수빈이 칭찬을 했다.


“여자의 얼굴은 얼굴보다 마음이 비단결처럼 부드러워야 하네. 내 여식이라서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는 대감들마다 며느리로 달라고 아우성일 정도로 마음이 착하고, 6살 때 사경 중에 공자의 4경 중에 논어를 뗐다네.”


이진생은 고명딸 수빈이 자랑이라면 입안의 침이 마르도록 해도 질리지 않는다.

수빈이 자랑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서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


“대단하십니다. 6살 때 논어를 떼셨다면 거의 천재라고 소문이 났겠군요.”

“천재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가끔은 저 여식이 사내로 태어났으면 자네 못지않게 큰일을 할 인재가 됐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네.”


이진생은 영복이도 수빈이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생각 같아서는 자네, 내 사위가 되지 않으려나? 하고 당장 묻고 싶지만, 체통이 있다.

오늘 일단 선을 보였으니까 몇 번 더 얼굴을 보여주면 준호 스스로 따님을 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제 생각에는 따님도 자식 이상으로 판서 대감나리를 즐겁게 해 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면도 없지는 않지. 하여튼 이번에 큰일 했다. 자네가 이번 방납사건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더 크게 번졌을 걸세.”


자식 자랑 많이 하는 것도 팔불출이다. 이진생이 슬그머니 화제를 바꿨다.


“대감나리가 도움을 주시지 않으셨다면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뻔했습니다.”

“무슨 말인고?”

“죄인 대사헌과 임경원이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음모를 꾸며서···”


진호는 음모를 꾸며서 대감나리하고 대사헌 나리에게 없는 죄를 덮어씌우지 않았겠냐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맞는 말이다. 자네도 이제 조회에 참석을 하게 되면 알게 되겠지만, 원래 조정이라는 것이 아수라판일세. 처세를 잘못하면 하루아침에 옥중 수인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네.”

“저는 아직 어립니다. 하오니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준호는 이진생이 하는 말을 금방 이해했다.


“난, 자네를 믿네. 자네는 아수라판을 깨끗이 정리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보네.”

“소인 대감나리의 은혜에 실망을 시켜 드릴까 봐 심히 우려되옵니다.”


이진생이 진심이라는 얼굴로 하는 말에 준호가 정중하게 대답했다.


“내가 자네를 믿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방납사건에 대해서 자네가 내 사무실에서 날 감동시켰잖은가?”

“아니옵니다. 소인, 감히 대감나리 앞에서 추태를 부린 것 같아서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큰 죄를 지었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 수가 없사옵니다.”

“내가 전하께 자네가 한 말을 한마디로 빠트리지 않고 말씀을 드렸다네.”


이진생이 갑자기 고개를 낮추고 비밀 이야기를 하는 표정으로 속삭였다.


“예?”


준호는 깜짝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왜 왕이 방납사건을 단호하게 처리하려 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놀랄 필요 없네. 전하께서 그 말씀을 들으시고, 정녕 전준호 입에서 나온 말이 맞느냐고 몇 번이나 물으셨다네.”

“소인 대역죄를 지은 것 같아서 고개를 들 수 없사옵니다.”

“허! 자네를 탓하기는커녕, 큰 인재를 얻었다고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른다네.”


준호가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을 본 이진생이 아들을 다독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인 과찬에 몸들 바를 모르겠습니다.”


준호는 왕이 감동을 받았다는 말에 이상하게 불안감이 밀려왔다.

아직 젊다.

영의정이 되기에는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벽파 대신들의 과녁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내색은 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조아리고 겸손하게 말했다.


“너는 처세가 능하니까 스스로 갈 길을 헤쳐 가리라 믿는다. 나이 든 늙은이가 충고를 하자면 조정이 평안하면 네 편이 있지만, 조정이 난잡스러우면 네 편은 한 명도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진생은 세조의 총애를 받던 남이 장군을 떠 올렸다.

남이장군은 일찍이 여진을 정벌한 공로로 약관 27세에 병조판서에 제수 되었다.

이를 시기한 벽파 대신들이 유자광을 앞세워 보진 고문 끝에 옥사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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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9화 암행어사(1) 24.06.30 160 9 11쪽
» 8화 벼락승진(5) 24.06.29 202 8 11쪽
39 8화 벼락승진(4) 24.06.28 230 11 11쪽
38 8화 벼락승진(3) 24.06.27 224 10 11쪽
37 8화 벼락승진(2) 24.06.26 246 11 11쪽
36 8화 벼락승진(1) 24.06.25 261 10 11쪽
35 7화 용쟁호투(5) 24.06.24 285 8 11쪽
34 7화 용쟁호투(4) 24.06.23 264 11 12쪽
33 7화 용쟁호투(3) 24.06.22 283 10 12쪽
32 7화 용쟁호투(2) 24.06.21 297 8 12쪽
31 7화 용쟁호투(1) 24.06.20 316 7 12쪽
30 6화 폭풍전야(5) 24.06.19 285 7 12쪽
29 6화 폭풍전야(4) 24.06.18 289 9 12쪽
28 6화 폭풍전야(3) 24.06.17 344 10 12쪽
27 6화 폭풍전야(2) 24.06.16 339 9 11쪽
26 6화 폭풍전야(1) +2 24.06.15 354 8 11쪽
25 5화 한성 양반들(5) 24.06.14 366 9 12쪽
24 5화 한성 양반들(4) 24.06.13 355 9 11쪽
23 5화 한성 양반들(3) 24.06.12 352 11 11쪽
22 5화 한성 양반들(2) 24.06.11 384 13 11쪽
21 5화 한성 양반들(1) 24.06.10 405 10 12쪽
20 4화.탄핵 사유서(5) 24.06.09 436 11 11쪽
19 4화.탄핵 사유서(4) 24.06.08 410 14 12쪽
18 4화.탄핵 사유서(3) 24.06.07 424 13 12쪽
17 4화.탄핵 사유서(2) 24.06.06 443 14 12쪽
16 4화.탄핵 사유서(1) +2 24.06.05 449 13 11쪽
15 3화 홍문관 교리(5) +2 24.06.04 428 13 11쪽
14 3화 홍문관 교리(4) 24.06.03 442 12 12쪽
13 3화 홍문관 교리(3) +4 24.06.02 46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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