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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안테나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하늘의 학교 파괴 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TV안테나
작품등록일 :
2021.06.14 01:27
최근연재일 :
2021.06.20 09: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29
추천수 :
3
글자수 :
158,752

작성
21.06.14 01:35
조회
30
추천
1
글자
9쪽

0. 보호수.

DUMMY

0. 보호수.


덜컹덜컹.

분명 버스는 깔끔히 포장된 도로를 지나고 있음에도 유난히 삐걱대는 특유의 움직임이 나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 덕에 12시를 갓 넘어가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노곤노곤한 상황에서도 난 편히 눈을 붙일 수 없었다.

“.....”

심각할 정도로 한산한 기운에 고개를 높게 치켜들어 버스 안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양쪽으로 두 자리씩 배치된 버스 안 좌석 어디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상대적으로 어두웠던 버스 안의 좌석에 밝은 햇빛과, 그에 빛나는 먼지들이 아른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의미 없이 검은 눈동자로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때마침 버스 안의 거울을 통해 나를 바라보던 기사 아저씨와 눈을 마주쳤을 때,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창밖으로는 방대하게 펼쳐진 논과 그 사이를 잇는 비포장 길, 그리고 시야 더 먼 곳으로 크고 작은 산들이 파도 모양처럼 흐트러져있다. 험준해 보이는 산과 그 밑에 이어진 언덕을 포함해 모든 것이 자신들의 절경을 한껏 과시하는 듯했다.

“명문, 명문이라..”

덜컹덜컹.

“별반 다를 게 있을까?”

나는 주머니 속 깊숙이 접혀 들어간 편지 조각을 만지작거렸다. 그것은 어렸을 때 이후로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어머니가 내게 보낸 편지였다. 주머니 속에서 편지 조각이 부스럭 소리 냈을 뿐이지만 괜스레 입술을 질끈 깨문다.

“어쩌라는 거야...? 이제 와서 공부라도 하라고?”

나의 친어머니는 별다른 사전설명도 없이 어린 나를 집에 홀로 두고 떠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편지는 10년 동안 소식 하나 없던 어머니가 처음으로 내게 보낸 연락이었다. 해당 편지에 쓰인 말은 아주 기본적이고도 최소한에 해당하는 안부 인사, 그리고 명문 기대(祈待)고등학교에 전학하라는 내용뿐이었다. 자신이 어떻게 지낸다거나 과거에 대해선 변명 하나도 적어놓지 않았다. 그나마 세세하게 적어놓은 부분이라곤 기대고등학교에 찾아가는 방법뿐.

문득 편지를 받았을 때에는 TV에서나 보던 감동적인 모자 상봉까지 상상해 봤지만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는 않는 모양이다.

설령 어머니를 만나더라도 어머니에 관해 별다른 감정조차 내겐 남아 있지 않겠지만, 편질 받고 오히려 놀라웠던 건 어머니가 이 고등학교의 1회 졸업생이었다는 내용이었다. 같이 지냈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어머니 이야기를 할 때는 항상 똑똑하고 미인이었다고만 했는데 아무래도 똑똑한 건 사실이었나 보다.

이제 여기선 내가 전학을 가게 된 학교에 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현 대한민국, 거기서 특색 하나 없이 별 볼 일 없는 지방에 전국 최강의 명문 고등학교가 하나 설립되어있다. 이름은 기대(祈待)고등학교, 과거에 혜성처럼 나타나 어느새 전 세계가 주목하는 KD기업에 의해 지어진 이 학교는 예체능을 포함한 각가지 과목에서 다재다능한 인재들을 밑도 끝도 없이 배출해내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전국 최강을 넘어 세계최강이라는 소름 돋는 슬로건까지 내걸며 실제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덜컹덜컹, 끼익.

그때, 드디어 버스가 조그마한 터미널로 들어서더니 구석진 곳의 하차장이라 쓰여 있는 곳에 정차한다.

“....후우, 도착한 건가.”

옆 좌석에 고이 놔둔 가방을 등에 메고 천천히 버스 앞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버스 기사분을 향해 습관성 짙은 감사의 인사를 하려던 찰나, 버스 기사분이 기다렸다는 듯이 먼저 말을 건다.

“학생, 그거 기대고 교복 맞지?”

“아, 네, 맞아요.”

“이야, 학생 공부 엄청나게 잘하나 보네?”

“...아뇨. 그다지 잘하진 않는데요.”

고등학교 교복 하나 입었다고 그렇게나 남부러운 눈빛을 쏘아 보내시다니 학교가 참 대단하긴 하나 보다.

“아이고, 우리 자식들은 언제 공부하면서 철들려나 몰라. 내심 아닌 척은 해도 공부 좀 제발 잘했으면 하는데 말이야.”

“하하...”

나는 한껏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연스레 버스에서 내린다.

여기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이렇게 명문고에 들어갈 정도의 성적이나 머리가 있는 건 아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1학년이 되기까지는 남들처럼 열심히 공부도 하면서 조금은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그 사건이 있은 뒤로 난, 공부를 포함해 학교생활에 관해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결국 모든 걸 자포자기한 상태로 이전 학교에서 전학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마법처럼 이 편지가 날아들었다.

곤란하던 찰나에 절묘하게도 날아온 어머니의 편지와 전학 권유였기에 나는 솔직히 망설일 수는 없었다. 오히려 전학과 학교적응 관련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는 내용과 더불어 편지와 같이 부쳐진 거액의 돈 덕분에 전학을 위한 진행은 사실상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명문 고등학교라는 심적 부담감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후회하진 않는다.

그곳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기에...

터미널 내부는 밖에서 보기보다 넓었지만, 지금은 시간대가 애매해서인지 내부가 서늘하다고 느낄 정도로 한산하고 어두웠다. 덕분에 외부의 햇빛이 들어오는 터미널의 출구는 환하게 빛을 품은 듯 보였다. 난 여유롭게 출구 쪽으로 걸어가 유리로 된 문을 열어젖힌다.

화악.

여전히 12시를 조금 넘은 강렬한 햇빛이 나를 일제히 반긴다. 나는 습관적으로 손을 이마 가까이 들어 올린다.

저벅저벅.

푸른 하늘, 그리고 거대한 나무....

“응? 나무??”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춰 세웠다. 터미널을 벗어나자마자 펼쳐지는 건 하나의 광장이었다. 그리고 광장을 뒤덮을 기세의 거대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광장의 중앙에 우뚝 서 있었다.

“음, 자연 친화적이라고 해야 하나?”

나무의 방대한 그늘에 들어서자, 불어온 바람이 나의 머리카락을 간질였고, 많은 가지와 잎들이 만들어내는 그늘 빛도 그 바람에 맞춰 일렁거렸다. 그리고 나무 아래에 서 있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보호수..., 아 그래서 이렇게 큰 나무를 관리하는 건가.”

예부터 마을을 지켜왔다는 간결한 내용과 함께 나는 안내판의 마지막 문구에 자연스레 집중한다.

[옛부터 사람의 간절한 바람을 단 한 번만 이루어주는 나무로 전해진다.]

말 그대로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 이건 너무 진부한 설정이라 헛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밑져야 본전이겠지?”

그러고 나서 나는 먼저 주위를 살핀다. 혹시나 주위에서 이상하게 바라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후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두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중얼거렸다. 한순간 바람을 포함한 주위의 모든 소음이 침묵하면서 나의 조그마한 목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의 기분을 느꼈지만, 어차피 지금 나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학교 따위, 부서져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 소원, 맘에 드는데?”

“흐익!!!”

아뿔싸! 나무 위, 나무 위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그래도 때마침 나무 위에 사람이 있었을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나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치켜든다.

휘이이이잉~!

절묘한 순간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나는 자연스레 눈살을 찌푸린다. 춤을 추듯 흔들리는 크고 작은 가지들과 그 사이로 쏟아지는 강렬한 햇빛이 나의 시야를 있는 대로 방해했지만 나는 그 순간에도 볼 수 있었다. 그늘진 나뭇가지 하나에 걸터앉은 한 여자아이를...

“아....!!”

그녀는 무척이나 부드럽게 웃어주고 있었다.

바람 때문에 감겼던 눈을 비비며 다시 한번 뜨자, 어느새 나무 위에 보이던 여자아이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

모든 건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나는 여자아이의 얼굴도 제대로 보질 못한 상황이었다. 검은 긴 머리, 그리고 작은 미소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는 것이 기억의 전부였다.

“내가, 대낮부터 귀신을 본 건가?”

어느새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멍하니 맞으며 조금 전 그 순간을 계속 되짚어 보았다.

“...!!!”

그리곤 얼굴이 붉어져 왔다. 그러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얼굴이 붉어졌다.

유치한 초등학생 같은 소원을 들켜서 그런 것일 테지만 그것 외에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날 찾아왔다.

결국, 황급히 생각하는 것을 정리한 나는 죄지은 사람처럼 부리나케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으~, 너무 창피한데.”


내 이름은 청호, 오늘부터 기대고등학교의 2학년으로 전학 온 18살이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니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특별한 고등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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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6. 반역자. 21.06.16 20 0 33쪽
7 5. 2학년 3반. 21.06.16 19 0 17쪽
6 4. 교무실. 21.06.15 17 0 7쪽
5 3. 새로운 학교. 21.06.15 16 0 7쪽
4 2.교문과 관리인. 21.06.14 17 0 9쪽
3 1. 남학생과 메이드. 21.06.14 18 0 10쪽
» 0. 보호수. 21.06.14 31 1 9쪽
1 프롤로그. 21.06.14 54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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