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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안테나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하늘의 학교 파괴 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TV안테나
작품등록일 :
2021.06.14 01:27
최근연재일 :
2021.06.20 09: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15
추천수 :
3
글자수 :
158,752

작성
21.06.14 01:36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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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 남학생과 메이드.

DUMMY

1. 남학생과 메이드.


“음, 이쪽으로 쭉 직진해서 길을 따라 돌아간 뒤 우측...아, 아닌가?”

나는 인도가 달린 도로와 그 옆을 채우는 주택가들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이곳 지방으로 내려오기 전에 미리 만들어 둔 조그마한 약도를 손에 쥐고 학교로 향하는 나였지만 현재위치와 방향을 인지하지 못 해 완전히 쩔쩔매고 있었다.

“혹시 이거 거꾸로 봐야 하는 건가. 윽, 더 아니네.”

요리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는 약도, 시간이 지나 결국엔 약도 보는 것도 포기한 나는 스마트폰으로 정확한 위치를 알아보기로 한다.

“기대 고등학교...”

“.....”

사실 그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순간부터 앞쪽 꺾이는 길목으로부터 누군가 얼굴을 내민 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지만 난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대체 뭐가 이렇게 많이 표시되지? 설마 이게 전부 학교라고..?”

타다닥! 퍽!

한순간이었다. 길목에서 튀어나온 작은 키와 몸집의 누군가가 나에게 달려오더니 나와 아무렇게나 부딪혀버린 것이다. 갑작스러운 충돌에 몸이 휘청거릴 때 달려 나온 짧은 머리는 남자애는 아예 뒤로넘어가 엉덩방아를 찍는다.

“어어, 괜찮..아요?”

“아야야야....”

부딪혀서 얼얼해진 엉덩이를 문지르던 남자아이는, 우연히도 나와 똑같은 교복의 학생이었다. 고등학생이라기에는 조금 애매해 보이는 작은 키에 심지어 얼굴도 앳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아니, 남학생은 눈에 띄지 않게 찌푸린 인상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흐트러진 매무새를 정리했다.

“아, 저기...”

“난 다친 곳 없으니까. 그냥 신경 꺼.”

“....??”

초면에 바로 싸가지 너무 없...긴하지만 그래도 별 개의치 않으려 했으나 꼬마학생은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손가락질한다.

“그리고 너, 속으로 꼬마라고 생각하지 마.”

“헉?!”

뭐, 뭐지? 설마 독심술?

나는 굳이 그럴 필요 없음에도 그런 생각 한 적 없다는 듯 무심한 표정의 연기에 혼신을 다해야 했다. 그러는 동안 건방진 독심술 꼬마는 자연스레 내 옆을 지나갔다.

제아무리 명문고의 학생이라도 역시 저런 비인격자는 어딜 가나 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분명 하교 시간도 아닐 텐데 대낮에 저렇게 돌아다닌다는 것은 땡땡이가 분명했다.

“이렇게만 보면 보통의 일반 학교랑은 별다를 게 없...응?”

나는 아무것도 쥐어져 있지 않은 손을 움찔거린다. 분명 부딪치기 전까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이 손안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당황한 나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딜 둘러보아도 떨어진 스마트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필 전학 첫날부터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는 불상사에 좌절하고 있을 때, 우연히 둔탁한 물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툭.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본 곳에 조금 전 내 옆을 지나간 학생이 바닥에 떨어뜨린 스마트폰을 집어 들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설마, 저 놈이?!

분한 마음에 당장 쫓아갈 준비를 하고 그를 노려보았지만 자세히보니 떨어진 스마트폰은 내 것이 아니었다.

아, 본인 건가?. 내가 괜한 오해를...

와르륵.

“에엥...?!!”

그가 허리를 구부리고 떨어진 스마트폰을 집는 순간, 마치 잡동사니 보따리를 풀어헤치듯 교복 품 어딘가에서 수십 개의 휴대전화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그는 휴대폰을 집은 자세 그대로 멈칫하고는 천천히 나와 눈을 맞닥뜨린다.

떨어진 휴대전화 사이로 내 스마트폰이 얕게 반짝이며 나에게 구조신호를 보낸다. 이건 확인할 필요도 없는 사항이었지만 최대한 애써 침착하게 그에게 물었다.

“거기, 그쪽에 떨어뜨린 스마트폰, 내 거 맞지?”

“.....”

그러자 지그시 나를 바라보던 학생은 눈동자 다른 곳으로 흘기며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뭐, 뭔 소리야? 다 내건데...?”

울컥.

“이놈이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버럭 소리를 지르며 학생 곁으로 달려가자, 그는 황급히 바닥에 흘린 휴대전화들을 눈 깜짝할 새에 챙겨 들고는 발 빠르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야, 거기 서!”

처음엔 기세 좋은 출발로 잽싸게 학생을 쫓으며 거리를 좁혔지만, 그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틈의 골목길부터 주택가 사이를 능숙하게 도망 다니면서 다시금 거리를 벌렸다. 유난히 사람 없고 조용한 주택가의 길에서 명문고 두 학생의 뜀박질 소리와 거칠어진 나의 숨소리가 가득 메워진다.

“이이익, 될 대로 돼라!!”

더워지는 맑은 오후의 달리기에도 상대 쪽에서 지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무자비하게 가속한다.

“하아, 하아, 넌...이제 뒈졌다!”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지만, 순식간에 그와의 거리가 좁히며 녀석을 잡을 수 있겠다고 확신한 순간.

콰앙!

그 짧은 순간, 학생이 지나치는 옆 골목에서 불쑥 무언가가 튀어나오더니 그를 치어버렸다. 뭐에 치이는지는 정확히 못 봤지만, 튀어나온 뭔가는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그대로 반대편 담벼락까지 들이박는다.

대략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 채 놀란 눈으로 담벼락 쪽을 바라보았다.

담벼락이 무너지면서 날린 흙먼지 사이로 남학생의 모습이 먼저 보인다. 그리고 그를 친 뭔가의 모습도 확연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메이드였다.

“.....응? 으으으응??????”

나는 눈을 수십 번, 수백 번이나 껌뻑이며 내 머리를 의심했다. 눈을 비비고, 아무리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 보아도 그것은 분명 메이드였다. 메이드가 사람을 치었다!

어깨선에 닿을 듯 말 듯 한 갈색 머리에 전형적인 메이드복 차림의 여성은 양손으로 얇고 긴 목봉을 쥐고 있었으며, 그 목봉은 정확히 꼬마의 목덜미 쪽 교복을 꿰뚫어 담벼락까지 꽂혀있었다. 나는 망부석처럼 이 무지막지한 광경을 넋 놓고 지켜보던 와중 메이드복의 여성이 남학생에게 말한다.

“Student No. 906. 김 리온 학생, 지금은 부 활동 시간입니다.”

“하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쉬는 시간이 끝난 줄 몰라서...”

“휴식 시간은 34분 16초 전에 끝났습니다. 여기서 대체 뭘 하신 거죠?”

“아, 그러니까. 부실로 가고 있었어요.”

“리온 학생의 교실과 해당 부실의 거리는 51m, 하지만 현재 위치에서 부실의 거리는 대략 348m입니다.”

두 눈을 번뜩인 채 차분하면서도 냉정한 목소리로 친절히(?) 설명하는 메이드는 리온이라는 이름의 꼬마를 매섭게 추궁한다.

부 활동 이야기를 하는 걸로 보아 아리따운 메이드 분은 학교 관계자임을 자연스레 추측할 수 있었다. 학교 관계자가 왜 메이드복 차림인지도 의문이지만 아니, 그것보다 저게 어딜 봐서 남의 집 담벼락을 박살 내놓은 뒤 하는 대화란 말인가?

메이드는 리온이라는 남학생을 그대로 목봉에 매단 채 담벼락에 박힌 봉을 뽑아내더니 그제야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바라본다.

“당신은, 누구시죠? 처음 뵙는 분입니다만.”

“어어, 여긴 어디, 나는 누구....아, 그게 아니고! 전 그냥 기대고등학교에 전학 오기로 한 신청호, 라고 하는데요.”

“신, 청호... 분명 오늘 전학 오기로 한 전학생과 동명이시군요.”

얇고 가늘지만 은색 빛이 돋보이는 둥근 모양의 안경테를 가볍게 치켜세우며, 리온에게 보였던 특유의 냉철한 눈빛을 내게 보낸다.

덕분에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순간 나를 향한 메이드의 표정은 180도 바뀌었다.

싱긋.

“아....”

소리없이 미소 지은 메이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척이나 상냥한 느낌으로 변했고, 어느새 그녀는 자연스레 나에게 악수마저 청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것은 내가 흔하게 보아왔던, 거짓으로 위장된 웃음은 아니었다. 진실한 그녀의 웃음 한 번으로 나의 온몸 구석구석 전달되던 긴장감은 전부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우연히 불어온 따뜻한 바람과 착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녀를 통해 마음의 따스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본성은 다정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레 그녀가 뻗은 손을 마주 잡았다.

“반갑습니다, 신 청호 전학생. 저의 이름은 윤 신아, 이곳 기대 고등학교의 운영과 관리를 맡은 메이드이자, 학생부장 선생님입니다. 담당 과목은 윤리와 도덕입니다.”

헉, 서, 선생님?!!

뭔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머릿속 과부하 방지를 위해서라면 이제부터라도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가는 게 상책 같았다.

“혹시 괜찮다면 제가 신 청호 전학생의 전학절차를 도와드릴까 합니다만, 어떠신가요?”

“아, 전 좋습니다! 하하하...”

나는 그저 학교의 학생이고 엄연히 그녀는 선생님이 분명했지만, 그녀는 존댓말과 더불어 철저히 몸에 깊숙이 밴 예절로 나를 대했다. 메이드이자 선생님, 참으로 묘한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를 묻고 싶지만,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문다.

“일단 그 전에 김 리온 학생을 학생부에 넘기고 징계를.....음?”

“어라...? 없어져 버렸네요.”

분명 조금 전까지 학생부장 선생님의 봉에 반듯하게 꽂혀있던 리온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이런 무시무시한 학생부장 선생님을 상대로 도망을 치다니, 참으로 대단한 배짱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김 리온 학생은 나중에라도 볼 수 있으니까요.”

“....??”

하지만 여유로운 말과 달리 학생부장 선생님은 범접할 수 없이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한 채 입안에서 이를 갈고 있었다.

어어, 본심이 너무 드러나는 것 같은데요. 선생님...

“후우, 일단 신 청호 전학생의 전학절차를 먼저 도우도록 하죠.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차갑다. 여전히 말은 자상하지만 어째서 주변의 기운은 이리도 서늘할 수 있단 말인가.

안경을 치켜 올리는 학생부장 메이드님의 살기는 그 후 몇 분 동안이나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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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3. 푸른하늘의 일기.(완결) 21.06.20 18 0 9쪽
14 12. 밤하늘의 별. 21.06.19 23 0 49쪽
13 11. 괴담과 진실. 21.06.19 24 0 65쪽
12 10. 삼각관계. 21.06.18 16 0 31쪽
11 9. 천체관측부. 21.06.18 19 0 30쪽
10 8. No, 900. 21.06.17 13 0 41쪽
9 7. 푸른하늘과 혁명단. 21.06.17 18 0 28쪽
8 6. 반역자. 21.06.16 18 0 33쪽
7 5. 2학년 3반. 21.06.16 18 0 17쪽
6 4. 교무실. 21.06.15 16 0 7쪽
5 3. 새로운 학교. 21.06.15 16 0 7쪽
4 2.교문과 관리인. 21.06.14 17 0 9쪽
» 1. 남학생과 메이드. 21.06.14 18 0 10쪽
2 0. 보호수. 21.06.14 30 1 9쪽
1 프롤로그. 21.06.14 52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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