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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안테나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하늘의 학교 파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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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TV안테나
작품등록일 :
2021.06.14 01:27
최근연재일 :
2021.06.20 09: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14
추천수 :
3
글자수 :
158,752

작성
21.06.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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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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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3. 푸른하늘의 일기.(완결)

DUMMY

13. 푸른하늘의 일기.


짹짹짹.

한가로운 오후, 따스했지만 유독 눈부셨던 햇살 때문에 교무실 전체가 더욱 그늘져 보였다. 하지만 그 대조된 모습이 사뭇 싱그러운 날이었다. 투명한 창밖 너머로 여타 다른 학교와 다를 바 없이 운동장을 활보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실상은 다르지만...

머릿속에서 사사로이 깊어만 가는 생각들을 창밖 너머 산과 들판 그리고 뭉게구름 속으로 날리던 찰나, 학생부장 선생님이 침묵을 깼다.

“그럼, 나머지 사항들에 대해선 변동이 없는 거로 하고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아, 네.”

“....”

밖으로 내몰린 정신이 교무실 안으로 되돌아오며 학생부장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말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메이드 차림이었지만 팔에는 붕대를 두르고, 얼굴에는 상처용 패드가 붙어있었다. 그 상처의 주원인이었던 나는 결국 눈을 피하며 딱딱히 굳어져만 갔다.

열려있는 창문에서 잠깐의 침묵 동안 들려오는 바람 소리만이 지금의 날 위로하는 듯했다.

“저, 선생님...”

“네, 말씀하세요.”

“죄송합니다. 여러모로...”

“....”

어색한 모습으로 나는 학생부장 선생님에게 사과를 드렸다. 나의 판단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결국 손해를 끼쳐야만 했던 거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학생부장 선생님도 내가 건네는 사과의 의미는 이미 알고 계시는 눈치였다.

“무슨 의미로 사과하는지는 알겠지만, 진정성 있는 사죄 맞죠?”

“에? 그건 당연하죠. 그냥 넘어가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

드르륵.

학생부장 선생님은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의자를 뒤로 끌며 일어나 각종 서류를 챙겨 들었다. 그리곤 고개 숙인 나의 곁을 지나쳐 가지만 이내 멈춰 섰다.

“그럼, 신 청호 학생의 진정성을 받아주기 위해 원칙대로 굴어야겠네요. 교원에 대한 충돌과 학교 기물 파괴, 그리고 각종 교칙 위반에 대한 징계를 내리겠습니다.”

“....”

“앞으로 신 청호 학생은 3개월 동안 방과 후 2학년 교무실 청소를 도맡아주세요.”

“....네?”

“왜 그러시죠? 막상 징계를 받으려니 내키지 않나요?”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 뭐라 해야 되지..? 이걸로, 끝인가요?”

“교무실 청소를 너무 만만하게 보시네요. 검사는 제가 할 거니까, 확실히 해놓으세요. 아, 참고로 오늘부터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가벼운 징계에 숨은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나를 두고 학생부장 선생님은 교무실 입구로 걸어갔다. 교무실 문을 열고 그대로 교문을 벗어나려는 순간, 다시 멈칫하고 멈춰 선 선생님이 고개를 반쯤만 뒤로 돌렸다.

“그러고 보니 아직 부 활동 안 정했네요. 오늘이 기한이니까 오늘까지 꼭 정해주세요. 입부신청서는 제 책상에 있습니다. 쓰고 원하는 동아리로 가도록 하세요.”

그리곤 더는 뒤 돌아보지 않고 교무실 문을 굳게 닫고 나갔다.

문을 닫은 뒤에 바로 걸음을 옮기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서성이던 학생부장 선생님은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결국, 당신이랑 닮아도 너무 닮았네요.”

뜻 모를 말 한마디와 함께 학생부장 선생님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그제야 걸음을 옮겨 교무실에서 멀어져 갔다.

교무실에 홀로 남은 난 학생부장 선생님이 나가신 뒤에도 한참을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놓인 입부신청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째깍째깍.

이젠 창밖의 운동장에 있는 학생들의 소리마저 줄어들자, 시계 초침 소리만이 나를 재촉하듯 교무실에 가득했다.

“...좋아!”

과감히 펜을 하나 뽑아 들고 의자에 앉지도 않은 채 입부 신청서를 써 내려갔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나는 막힘없이 신청서를 작성했다.

“호오, 천체관측부에 들어갈 거야?”

“그래! 그때 봤던 그 별들을 다시 보고 싶...응?”

“왜? 뭘 그렇게 쳐다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으아아아!! 뭐야?! 언제 들어온 거야, 아린!”

분명 교무실에는 나 혼자였는데 바로 나의 옆 책상에 걸터앉은 아린이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이 나갔으니 창밖으로 몰래 들어왔지. 뭘 당연한 걸 묻고 그래.”

“그게 당연한 거냐?!”

천진난만하게 고개를 기울이던 아린은 이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돌변해 집게손가락을 나의 눈앞에 당당히 치켜세웠다.

“뭐, 지금은 그 얘기보다 내 도움 덕에 우리 청호가 출세했다는 게 중요하잖아? 이 몸에게 고마워하도록 해. 내가 그 상황에서 그 무거운 아저씨 옮기느라 얼마나 애썼는지 알아?”

“하하하. 그, 그래. 고마워. 근데 말이야, 그 아저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글쎄, 나야 잘 모르겠지만, 당장은 학생회에서 이것저것 조사하고 있지 않을까?”

뭔가 이번 사태에서 가장 안 좋은 결말을 맞이한 것 같아 조금 석연찮은 기분이 들었다.

“근데 천체관측부는 갑자기 왜 들어가는 거야?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

“뭐...?! 그런 거 없어!”

그 순간 머릿속에 무릎베개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고, 차마 그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 없었던 나는 얼굴을 붉혔다.

“오호, 뭐야 뭐야?? 우리 청호, 갑자기 얼굴은 왜 빨개져? 엄청 수상한데~~?”

“수상할 거 전혀 없거든?! 그것보다 쿠요미는 어때?”

아린의 페이스에 말려들기 싫었던 나는 쿠요미 이야기를 꺼내며 화제를 돌렸다. 그러자, 아린의 뒤편에서 토끼 인형 하나가 튀어 올랐다.

“쿠요미가 아니라 아블모즈다! 어째서 소년도 아직도 날 그렇게 부르는 건가!”

“엉...?! 뭐야? 이게 쿠요미?”

“어때? 귀엽지? 히히히.”

갈색의 곰 인형에서 흰색 바탕에 붉은 눈이 매력인 토끼 인형으로 변해있는 쿠요미를 아린은 품에 꼭 껴안았다. 현세에 매개체가 되어줄 곰 인형이 완전히 망가져 버리면서 아린이 새로운 몸으로 토끼 인형을 선택한 것이었다.

“뭐, 무사한 것 같아서 다행이네. 아, 그러고 보니 잘됐다. 지금 내가 교무실 청소 징계를 받았거든? 혹시 도와주지 않을래?”

“에에에에에엥?? 왜에에에에?? 어째서 내가 청소를 해야 돼? 미안하지만 우리 혁명단은 교무실 청소 따윈 절대 하지 않는다고~!”

아린은 상당히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신랄하게 날 놀려댔다. 확실히 혁명단은 학교 지시에 일절 따르지 않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나처럼 징계를 받을 일도 없고, 굳이 청소를 도울 의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걸 저리도 매정하게 놀리다니...

“으이구, 그렇게 놀릴 거면 그냥 가..!”

“히익, 우리 청호 화났네, 화났어?! 캬하하, 그럼 가라고 했으니까 난 하늘이한테 청호가 천체관측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러 가야겠다~.”

“벌써 양다리인가? 소년!”

“야! 너희들, 진짜~!!!”

얄미운 아린과 쿠요미의 볼이라도 잡아당길 속셈으로 팔을 뻗지만 얄궂게도 나보다 훨씬 민첩한 아린과 쿠요미는 미꾸라지처럼 나의 손아귀를 벗어났다.

나와 아린, 그리고 토끼인형 쿠요미는 그렇게 교무실에서 한바탕 난리를 피운다.


학교 내 어느 한 건물 옥상, 여유로운 모습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푸른하늘이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있다. 울타리처럼 엮은 철조망 하나 없던 옥상 난간에 다리를 밖에 내밀고 앉아있는 모습은 아찔해 보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가볍게 다리마저 흔들며 따사로운 오후 햇볕을 즐기는 듯했다. 그런 그녀는 무릎 위에 펼쳐 둔 노트 하나에 뭔가를 열심히 써 내려가는 중이었다. 많은 글이 있었지만, 그녀가 마지막으로 쓰인 글귀는 이러했다.

‘결국, 당신의 뜻대로 되었네요. 청호랑은 친하게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온점까지 섬세히 찍은 그녀가 붉은 눈과 대조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따라 유독 하늘은 정말 그녀의 이름과도 같이 푸르른 모습이었다. 흘러가는 흰 구름에 한껏 온화한 미소로 화답하던 그녀가 하늘을 향해 중얼거렸다.

“청호 어머니, 약속대로 제게 좋은 친구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오후의 따스한 공기를 즐기던 그녀가 이내 결심이 섰는지, 무릎 위의 노트를 덮는다.

“후훗, 오늘은 오랜만에 보호수 쪽에 가볼까?”

무릎 위에 덮었던 노트표지에 깔끔한 글씨체로 써놓은 제목이 인상 깊게 드러났다.


푸른하늘의 학교파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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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푸른하늘의 일기.(완결) 21.06.20 18 0 9쪽
14 12. 밤하늘의 별. 21.06.19 23 0 49쪽
13 11. 괴담과 진실. 21.06.19 24 0 65쪽
12 10. 삼각관계. 21.06.18 16 0 31쪽
11 9. 천체관측부. 21.06.18 19 0 30쪽
10 8. No, 900. 21.06.17 13 0 41쪽
9 7. 푸른하늘과 혁명단. 21.06.17 18 0 28쪽
8 6. 반역자. 21.06.16 18 0 33쪽
7 5. 2학년 3반. 21.06.16 18 0 17쪽
6 4. 교무실. 21.06.15 16 0 7쪽
5 3. 새로운 학교. 21.06.15 16 0 7쪽
4 2.교문과 관리인. 21.06.14 17 0 9쪽
3 1. 남학생과 메이드. 21.06.14 17 0 10쪽
2 0. 보호수. 21.06.14 30 1 9쪽
1 프롤로그. 21.06.14 52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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