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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안테나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하늘의 학교 파괴 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TV안테나
작품등록일 :
2021.06.14 01:27
최근연재일 :
2021.06.20 09:0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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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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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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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5. 2학년 3반.

DUMMY

5. 2학년 3반.


교무실을 함께 나선 학생부장 선생님과 나는 교실로 향하기 위해 건물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 선생님. 근데 지금 교실에 가면 아무도 없는 거 아닌가요?”

“네, 보통은 그렇겠지만 신 청호 학생이 배정받은 3반은 현재 자율학습을 하는 중입니다. 여기서 알아두셔야 할 건 학년 중 유일하게 3급 통제 지침에 따라 부 활동 시간 제약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학년 중 유일하게 통제를 받고 있다는 말이 무척 신경쓰였다.

“부 활동, 제한이라고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흐음...”

하필 불안하게도 선생님은 말하기 껄끄럽다는 식으로 말끝을 흐렸지만 이내 친절히 내게 설명한다.

“조금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요주의 인물이던 3반의 학생 한 명이 무차별적으로 학교 규범을 어기면서 제적예정 처분이 내려졌고, 이에 영향을 받아 어수선해질 해당 반의 케어를 위해 오후 부 활동에 제한을 둔 상태입니다.”

조금은 놀랄만한 말씀이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 할까? 학교 내 문제아는 어디에나 있는 모양이다. 설령 그것이 엘리트들이 모인 명문고일지라도.

“지금은 등교도 거부한 상태라 결국 제가 나서야겠지만 신 청호 학생에게 피해갈 일은 없을 듯하니, 너무 걱정하실 필욘 없습니다.”

게다가 벽 하나는 우습게 부수는 학생부장 선생님이 계신 이 무자비한 곳에서 그런 일을 저지르다니 배짱까지 두둑한 모양이다.

이어서 나와 선생님은 1학년 건물보다 더 깔끔하고 학교치곤 무척 세련된 2학년 건물 3층의 한 복도로 들어선다. 복도 한쪽을 따라 선생님과 나란히 향하면서도 첫인상을 엉성하게 보이기 싫었던 나는 티 나지 않는 가벼운 심호흡과 함께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같이 지냈던 외조부모님을 떠올려 보았다. 항상 나에게 곤란한 일이 있을 때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내게 엄지를 치켜세워주시며 힘이 되어주는 말씀을 해주셨다.

‘역시 김은 양반김이여~’

어라..? 이게 아닌데?

매사에 진지하지 않으셨던 조부모님의 우스갯소리 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그 덕분일까, 나의 무겁던 마음가짐이 한 층 가벼워졌다.

이윽고 학생부장 선생님이 걸음을 멈추어 선다. 나의 머리 위로는 2-3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드르르륵!

학생부장 선생님이 미닫이 형식의 교실 문을 막힘없이 연다. 그리곤 당연하게도 교실에서 열심히 자율학습을 이행하던 학생들의 시선이 선생님과 내가 서 있는 곳으로 향했고, 선생님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교탁까지 걸어갔다. 나 또한 선생님의 꽁무니를 따라 교탁 옆에 나란히 서서 조금은 긴장한 얼굴로 교실을 둘러보았다.

“헉...!”

알게 모르게 나는 아무도 없는 먼 곳으로 눈을 돌렸다. 왜냐면 나의 등장부터 경직되어 있던 반 모두가 나를 잡아먹을 듯이 냉소적인 눈빛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생각지 못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나 대놓고 보이는 냉담한 반응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급히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자 주먹을 움켜쥐어보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이번에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온 No. 1001 신 청호 학생을 인계하러 왔습니다. 죄송하지만 자율학습 감독을 맡은 담임선생님은 어디 가셨나요?”

전학생이라는 말에서부터 곧바로 반 일부가 빠르게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나머지는 나의 전학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인지 계속해서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경계했다. 전학이라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 했던 학교에 어머니라는 인맥을 통해 2학년으로 전학 온 나의 존재는 확실히 그들한테 뜨거운 감자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담임선생님이라면 저희보고 자기를 찾지 말라고 하면서 처음부터 나가셨는데요.”

“....”

교실 제일 뒤쪽에서 등을 의자에 잔뜩 기댄 채 여유롭게 불량미를 뽐내는 갈색 머리 학생이 까탈스럽게 말했다.

“하아, 분명 자율학습까지만 자리를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만, 담임선생님까지 말썽이군요.”

“저, 선생님! 그런데 그것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이번엔 학급 내에서 한가운데 앉은 댄디한 머리 스타일의 남학생이 쓰고 있는 안경을 까딱이며 질문한다. 분명 밝은 목소리로 질문하였지만, 모두가 그를 집중하는 통에 분위기는 더욱 차분히 가라앉는다.

“어떻게 우리 학교에 전학생이 올 수 있는 건가요?”

그 순간, 마치 반 전체가 남학생의 말에 동의하듯 같은 눈빛, 같은 표정, 그리고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나는 말 하나 꺼내지 못하고 반 전체에 압도당해버렸다. 그것을 의식한 학생부장 선생님이 그를 향해 차분히 반론하기 시작했다.

“규정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절차입니다. 1학년 때, 학교 규정편람은 잘 익혀 두라고 언급했었습니다만.”

“그 규정에 대해서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과정도, 테스트도 없이 2학년으로 배정시킨 건 도통 이해할 수가 없네요. 게다가 일반 학생은 여기서 살아남지 못할 텐데요?”

표정은 서글서글한 게 착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자신은 명문 학생이고 앞에 서 있는 나는 일반 학생이라 치부하던 그의 말은 매서운 선전포고와도 같았다. 그런 그의 말에 울컥할 수도 있었으나 실제로 나는 이런 명문고에 뜻을 품지 않고 생각 없이 흘러들어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바이기에 악감정을 품을 마음은 없었다. 이어서 습관처럼 복잡하게 생각하기를 접어버린다.

학생부장 선생님은 특유의 둥그런 안경을 살짝 고치고는 입을 열었다.

“No. 394, 서 이루 학생의 말대로 지금 시기에 전학생을 받은 건 분별력 없는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No. 1001 신 청호 학생을 단순히 일반 학생이라 단정 짓고 말할 순 없을 겁니다. 왜냐면...”

“.....”

학생부장 선생님은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나를 한 번 바라보고는 근엄한 모습으로 학생들을 바라본다. 나는 그때까지 그게 무슨 뜻인지를 이해하지 못해 조그맣게 마음만 졸이고 있었다.

“신 청호 학생의 어머니가 바로 기대고등학교의 제1회 수석졸업생이자 초대 전교회장이었던 ‘진서은’입니다.”

“....!!!”

이루를 포함해 학급 내 학생들 전부가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한다. 그들 중 일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당당히 어머니의 인맥을 통해 이곳에 왔다는 걸 언급한다는 게 고등학생인 나에겐 뭔가 창피하면서도 선생님이 얄궂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이후에 더 놀란 건 학생들의 반응과 이루의 질문이었다.

“그 분이라면 졸업생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났던 전설적인 분이시잖아요. 그 분의 아들이 저 전학생이라고요?”

선생님이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그러자 일부 학생들의 시선이 무시와 경계에서 갈망과 부러움으로 뒤바뀌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나 스스로가 무척 곤욕스러워졌다. 얼마나 대단한 위치인지는 몰라도 이곳에서 수석과 동시에 전교회장을 맡았다는 사실은 나에게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부모님들도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는 극도로 꺼리셨고 제대로 가르쳐 준거라곤 이름뿐이었다.

나에겐 단순한 존재였던 어머니가 이곳에선 이상할 정도로 찬양받는 눈치였다.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는 옛적에 졸업한 한 명의 선배일 뿐인데 모두가 빠짐없이 어머니 이름에 반응한다는 것과, 그것만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가지각색으로 뒤바뀌었다는 건 상당히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 정도로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서 이루 학생한테는 어느 정도 답변이 되었나요?”

“.....네.”

기세를 누그러뜨린 이루는 체념한 얼굴로 나와 선생님을 번갈아 쳐다보곤 조용히 대답했다. 그제야 학생부장 선생님의 비장하던 모습이 평상시의 온화한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이젠 나에 대한 소개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신 것인지 서로 간에 잘 지내라는 형식적인 말을 이어붙일 뿐이었다.

“음, 지금은 신 청호 학생이 앉을 수 있는 빈자리가 없으니 아무래도 교내창고에서 책걸상을 하날 더 가져다 놓아야겠군요.”

그때 나의 두 눈엔 창가 쪽으로 빈 책상 하나가 놓여있는 것을 보았지만 반 전체를 꼼꼼히 둘러보던 선생님은 태연히 새 책상을 가져와야겠다고 언급한다. 아마도 저 책상은 오늘 출석하지 않은 다른 동급생의 자리인 모양이다.

“부반장?”

“네...”

일체의 감정 없이 일정한 톤의 목소리, 학생부장 선생님의 물음에 창가 쪽 책상 거의 앞쪽에서 풍성한 단발의 여학생이 살며시 손을 들어 보인다. 드세지 않고 상당히 단정해 보이는 풍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너무 올곧아 보이는 탓인지 밝은 창가 쪽에 앉아 있었음에도 조금은 음산하고 침울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No. 440, 유 세진 학생이 신 청호 학생한테 교내 임시창고로 안내 좀 해주시겠어요? 거기서 신 청호 학생이랑 같이 책상과 의자를 가져오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선생님.”

유세진의 차분한 목소리는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할 정도로 귀를 간질이는 목소리였지만 검은 두 눈은 그녀를 한없이 차갑고 무감각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드르륵.

세진이가 자리에서 의자를 끌며 일어나자,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선 미처 보지 못했던 왼팔의 깁스가 드러난다. 어디서 넘어지기라도 한 걸까, 하고 걱정하던 찰나, 세진은 나에게 일말의 눈길도 없이 혼자서 교실 뒷문으로 나가버린다. 나는 그런 그녀가 밖을 나가는 것을 보고서야 허둥지둥 그녀를 따라나섰다.

복도로 나서서 자연스레 앞서가는 세진의 곁에 다가서자, 복도 끝 내려가는 계단에서 여전히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속삭이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책걸상이 있는 임시창고는 계단을 내려가서 학교 뒤편으로 가야 해.”

“아, 그래? 여기서 좀 먼가?”

“.....그다지.”

반쯤 고개만 꺾은 상태에서 시큰둥하게 나를 바라보는 세진을 의식하며 어색하게나마 웃어 보였지만 그녀는 고개를 홱 하고 돌려버렸다. 겉으로 보기엔 차가워 보여도 내가 묻는 질문엔 잘 대답해주는 것 보니 속은 친절한 사람임이 분명했다. 아마도...

그 뒤로 복도 끝에서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짜기라도 한 듯 우리는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불편함을 감내하고 1층까지 내려온 우리는 2학년 건물 뒤편을 둘러싸고 있는 담벼락 외곽에 작게 세워진 구조물과 마주한다. 이름을 써 놓지 않아도 확실히 창고 같은 외형을 지닌 건축물 입구는 관리가 허술했던 탓인지 녹슬고 허름한 모습이었지만 어째선지 보안 시스템 자체는 신식이었다.

세진이가 학생증을 창고 입구에 있는 스캐너에 가져다 대자, 흔히들 알고 있는 도어락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해제된다. 잔뜩 삐걱대는 녹슨 창고 문을 열자, 창고 밖 빛들이 일제히 창고 안으로 쏟아지면서 바닥에 얕게 쌓인 먼지들이 나와 세진을 맞이했다. 그런 창고 안의 바로 맞은편으로 주인 없이 놓인 책걸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좋아. 그나마 깨끗한 거로 챙겨 가야겠지? 읏차.”

먼저 발 벗고 나선 내가 위태롭게 쌓아 올려진 책상 중 하나를 바닥에 곱게 내려놓았다. 그 사이 세진은 다른 쪽 구석에서 의자를 끌어 내리려 했다. 세진의 키가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니지만 왜소한 체구에 깁스까지 한 상태에서 까치발로 의자를 내리려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순 없었다.

“그것도, 내가 할게..!”

“....”

그대로 세진의 뒤에서 그녀가 내리려는 의자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러자 조금은 의외라는 얼굴로 그 자리에서 고개만 돌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괜한 오지랖에 다분히 어색한 기류가 흘렀으나 그렇다고 이미 손에 잡은 의자를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 다친 팔 때문에 불편한 데다, 위험할지도 모르잖아? 의자랑 책상은 내가 다 들고 갈게.”

“....그래.”

짧은 대답과 함께 매끄럽게 나와 의자 사이를 빠져나온 세진은 그대로 창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책상에 의자를 올린 형태로 책걸상을 한꺼번에 들어 올린 나는 그대로 창고 밖으로 나와 기다리고 있던 세진과 같이 교실로 향한다. 그렇게 무거운 편은 아니었지만 들고 있는 책상이 계단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선 팔을 더 구부려 책걸상을 가슴팍까지 끌어올려야만 했다. 그 때문에 계단을 전혀 내려다볼 수 없게 되었지만, 딱히 문제될 거 없이 계단을 막힘없이 올라갔다.

그렇게 별다른 생각 없이 앞서가는 세진을 따라 계단을 오르던 중, 세진의 걸음이 묘하게 느려지더니 자연스레 나에게 옅은 시선을 둔 채 말을 걸었다.

“....처음”

“응?”

“처음에 교실에서 서이루가 했던 말은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아.”

2층으로 가는 계단 끝에 막 발을 올리던 세진은 복도에 크게 나 있는 창문의 기울어진 햇빛을 반쯤 등지고 나를 바라보았다. 여태까지의 모습은 워낙 딱딱한 모습 그 자체였지만, 따사롭고도 강렬한 햇살이 세진을 비추는 그 순간, 그녀의 전신이 따뜻하고 화사하게 빛을 머금는다. 그 모습에 매료되어 우두커니 걸음을 멈추곤 노란 햇볕 속에서 소리 없이 떠다니는 먼지처럼 멍하니 서 있는다.

“....언제까지 그렇게 가만히 있을 거야?”

“아..? 아아, 미안. 아까 반에서 있었던 이야길 말하는 거지? 하하하..”

응답 없는 프로그램처럼 가만히 멈춰있던 자신을 뒤늦게 깨달은 나는 어수선하게 말을 꺼냈다. 손에 들고 있는 책상을 다시 고쳐잡고 조금은 바보 같던 나 자신을 지우고 재빠르게 남은 계단을 올라가 자연스럽게 세진의 옆에 선다.

“근데, 신경 쓰지 말라곤 해도 결국 이루를 포함해서 반 전체가 나를 신경 쓰고 있다면 그걸 신경 쓰지 못 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냐?”

그때 나는 최대한 친절한 표정으로 세진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나의 두 눈이 깜빡여질 때마다 전 학교에서 있었던 아픈 기억들이 파라노말처럼 지나간다. 그럼에도 전혀 내색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세진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나를 경계하고 불만을 품는다는 게 불행히도 어떤 느낌인지 알아. 그건 정말, 하염없이 슬프고도 괴로운 일이지. 내가 이해해야 한다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야. 왜냐면 버거울 수밖에 없어도 평생 그렇게 지내왔으니까.”

깊은 한숨을 내뱉은 다음, 나는 세진을 지나쳐 나머지 계단을 오른다. 여전히 담담하게 서 있던 그녀가 그런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그런 뜻이 아니야.”

“뭐?”

제대로 말을 듣지 못한 내가 고개를 돌려 되묻는다. 세진은 그런 나를 향해 항의하듯 말한다.

“그건 너를 경계해서 그러는 게 아니야...!”

“그럼 대체 뭐 때문에...앗!!”

세진의 항변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나는 그만 서 있는 계단에서 발이 미끄러지고 만다. 보통의 경우라면 손쉽게 손을 딛으며 버텨냈겠지만 양손엔 이미 책걸상을 쥐고 있던 탓에 나의 몸은 빠르게 옆으로 기울어졌다.

“...!!?”

몇 계단 아래에 있던 세진과 내가 빠르게 가까워진다.

우당탕탕!!

한 번 손에서 떨어진 책상과 의자는 멈추지 않고 계단 아래까지 쉬지 않고 굴러떨어진다. 층 바닥까지 추락한 의자가 절묘하게 바로 세워질 듯이 기우뚱거리지만 결국 관성의 힘을 이기지 못한 채 나자빠진다.

“.....”

“.....”

나와 세진은 복도에 쓰러진 책걸상처럼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책걸상과 함께 바닥으로 곤두박질칠뻔한 나를 그녀가 한쪽 손만으로 내 팔을 붙들고 있었다. 사선으로 몸이 반쯤 기울어진 나는 정신도 못 차린 채 나를 구해준 그녀만 바라보다, 뒤늦게 그녀의 새하얀 팔을 맞잡고 서로를 끌어당겼다. 균형을 잡은 나는 그대로 그녀와 팔을 맞잡은 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근두근.

당연하듯 나의 심장도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아..!! 고마워...”

정적 가득한 학교 계단에서 나를 포함해 서로의 놀란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세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지만, 이미 머릿속이 흰 도화지처럼 새하얗게 변해있었던 나는 그다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던 그녀의 말 한마디에 다시 정신을 차린다.

“....다시 주워 와.”

“아...!”

괜히 조금은 부끄러워진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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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0. 삼각관계. 21.06.18 16 0 31쪽
11 9. 천체관측부. 21.06.18 19 0 30쪽
10 8. No, 900. 21.06.17 13 0 41쪽
9 7. 푸른하늘과 혁명단. 21.06.17 18 0 28쪽
8 6. 반역자. 21.06.16 18 0 33쪽
» 5. 2학년 3반. 21.06.16 19 0 17쪽
6 4. 교무실. 21.06.15 16 0 7쪽
5 3. 새로운 학교. 21.06.15 16 0 7쪽
4 2.교문과 관리인. 21.06.14 17 0 9쪽
3 1. 남학생과 메이드. 21.06.14 1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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