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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안테나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하늘의 학교 파괴 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TV안테나
작품등록일 :
2021.06.14 01:27
최근연재일 :
2021.06.20 09: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25
추천수 :
3
글자수 :
158,752

작성
21.06.15 18:00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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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4. 교무실.

DUMMY

4. 교무실.


“공식적으로 학교 내 학생은 오전 수업을 제외하곤 전부 부 활동을 시행하고 있답니다.”

가볍게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찻잔을 정돈하던 학생부장 메이드 아니, 선생님은 이어서 능숙하고 절제된 동작으로 차를 따라내며 내게 나지막이 말했다.

“....그럼 학기 내내 오전 수업만 한다는 건가요?”

“네, 그렇죠. 그래서 지금 시간엔 교실에서 아무런 수업도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잘 들어보시면 운동장에서 야외 부 활동을 하는 학생들 소리는 들릴 겁니다.”

학생부장 선생님의 말씀대로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니 창밖 운동장 쪽에서 운동부 소속으로 추측되는 학생들의 기합과 목소리들이 창 틈새로 흘러들어왔다.

“....”

2학년 교무실 안, 거기서 작은 가림막으로 공간을 마련한 면회실과 같은 용도의 공간에서 나는 가정용 좌탁의 높낮이 정도 되는 티테이블과 선생님을 마주한 채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있었다. 교무실 안은 나와 학생부장 선생님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어 한적했으나 교무실 내에 줄 맞춰 들어선 책상엔 바쁜 현대인들의 사무실 풍경처럼 종이와 필기구류가 어질러져 있어 난잡한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분주히 업무를 하셨을 선생님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넓게 뻥 뚫린 교무실을 멀뚱히 둘러보던 중, 차를 따라 낸 선생님이 파란 무늬가 돋보이는 흰 찻잔 하나를 내게 건네주었다. 찬찬히 고개를 숙이고 찻잔을 들어 올려 입가에 가져다 대자, 생각보다 쓰지도 않은 구수한 향이 입안에 퍼져나갔다. 그 덕에 괜스레 낯선 곳에서 품었던 긴장도 함께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선생님이 이번엔 찻잔과 함께 가져 왔던 두꺼운 크기의 서류 파일에서 나의 인적정보가 일부 적힌 학생 명부를 내게 보여주었다.

“여기에 적힌 인적사항이 맞는지 확인하고 서명란에 서명을 해주세요. 그러면 이제 신 청호 학생은 학생넘버를 부여받고 비로소 우리 학교의 일원이 되는 겁니다.”

선생님이 건네주신 종이를 들여다보자, 아주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가족관계, 특별할 거 없는 나의 학적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 가족관계에서 어머니의 성함에 잠깐 멈칫하는 나였지만 이내 신경 쓰지 않고 서명란에 나의 이름 석 자를 적어낸다.

“감사합니다. 이제 신 청호 학생은 Student number 1001을 부여받은 저희 학교의 공식적인 2학년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품에서 꺼낸 학생증 하나를 티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아 내게 밀어주었다. 직불카드 크기에 별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학생증이었지만 붉은색 테두리가 인상적인 학생증은 창가에서 오는 햇살을 머금고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이젠 교실로 안내하기 전에 몇 가지 학교에 대해 알려드려야 할 것 같네요. 나중에 혼란스러워하지 않으셔야 할 테니까요.”

그 사이 학생 명부를 정리하던 선생님이 학교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일단 부여받은 학교번호란 것은 학생들의 학교 내 성적, 그러니까 종합순위를 나타낸 숫자입니다. 여기서 신 청호 학생은 전학생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번호인 1001번을 일단 받은 겁니다.”

“1001명이요...?? 2학년이 전부 천 명이라는 되는 건가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전에 다니던 고교의 전교생이 4백 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과 대조해보면 엄청나게 많은 숫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에 학생부장 선생님은 조그맣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저희 학교의 전교생은 사실 총1500명이고, 각 학년당 500명씩 등록되어 있습니다.”

“네? 그러면 마지막 번호가 천 번으로 나올 수 없는 거 아닌가요?”

“그 이유는 1학년을 제외하고 2학년과 3학년이 다 같이 경쟁하는 통합 순위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정을 설명하자면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릴 순 없지만 1학년은 성적에 따른 순위제와 학교번호라는 게 아예 없고, 2학년부터 순위제와 학교번호가 도입되어 2,3학년 모두가 함께 경쟁하는 시스템입니다.”

“아아....”

분명 선생님의 말은 완벽히 이해했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2학년과 3학년을 굳이 같이 경쟁시키는 것에 대해 납득이 잘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능력만 충줄 하다면 언제든지 학생번호는 바뀔 수 있습니다. 신 청호 학생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어머니의 능력을 본받아 학교 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울컥.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

어머니의 언급에 복잡해진 감정을 숨기지 못한 나는 본의 아니게 선생님의 말씀에 퉁명스럽게 대답해버렸다. 그런 나의 분위기를 눈치챈 학생부장 선생님이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신 청호 학생은 혹시, 어머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나요?”

“애초에 좋아하고 말고의 문제도 아니에요. 제가 어릴 때부터 집을 떠난뒤로 얼굴을 비추기는커녕 연락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놓고 대뜸 전학을 하라는 편지까지 보내놓고선 아직도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어요. 말이 좋아서 어머니지, 전 그 어머니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길거리에 있는 생판 남들이랑 비교해서 전혀 다를 게 없는 분이에요.”

“....”

나는 뒤늦게 아차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에 대해 너무 솔직하게 부정적인 마음을 털어낸 것이었다. 분명 괜한 말을 한 것이었지만 어째선지 학생부장 선생님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나를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잠깐동안 날 지켜보던 선생님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 말한다.

“흠흠,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나중에 한 번 담임선생님과 상담이라도 하는 게 좋겠군요.”

“.....”

“저는 신 청호 학생도 어머니의 사정도 잘 알지 못하지만 분명 어머니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언제일지는 몰라도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면 포기하지 말고 어머니와 꼭 대화로 풀어보세요.”

누구나 할 법한 뻔한 멘트였지만 세상 진지한 학생부장 선생님의 모습에 경건한 자세로 선생님의 말씀을 끝까지 경청했다. 괜스레 입안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포기하지 말고’라는 말이 맴돌았다. 포기하지 말라는 건 분명 좋은 말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의 괴로움을 계속해서 견디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나 같은 놈에게 과연 그럴 인내심과 여유가 있을까?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군요. 앞으로 알아둬야 할 사항들은 나중에 이야기할 테니 이제 교실로 같이 가도록 하죠.”

교무실 내에 걸린 시계를 응시하던 학생부장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 또한 말없이 따라나서기 위해 손에 쥔 학생증을 품 안에 챙겨 넣는다.

교무실의 창틈으로 무르익은 오후의 공기, 다르게 표현하자면 끈적할 정도로 후끈한 공기가 계속해서 나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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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3. 푸른하늘의 일기.(완결) 21.06.20 18 0 9쪽
14 12. 밤하늘의 별. 21.06.19 25 0 49쪽
13 11. 괴담과 진실. 21.06.19 25 0 65쪽
12 10. 삼각관계. 21.06.18 17 0 31쪽
11 9. 천체관측부. 21.06.18 19 0 30쪽
10 8. No, 900. 21.06.17 14 0 41쪽
9 7. 푸른하늘과 혁명단. 21.06.17 19 0 28쪽
8 6. 반역자. 21.06.16 20 0 33쪽
7 5. 2학년 3반. 21.06.16 19 0 17쪽
» 4. 교무실. 21.06.15 17 0 7쪽
5 3. 새로운 학교. 21.06.15 16 0 7쪽
4 2.교문과 관리인. 21.06.14 17 0 9쪽
3 1. 남학생과 메이드. 21.06.14 18 0 10쪽
2 0. 보호수. 21.06.14 30 1 9쪽
1 프롤로그. 21.06.14 52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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