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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안테나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하늘의 학교 파괴 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TV안테나
작품등록일 :
2021.06.14 01:27
최근연재일 :
2021.06.20 09: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09
추천수 :
3
글자수 :
158,752

작성
21.06.15 11:00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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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 새로운 학교.

DUMMY

3. 새로운 학교.


학교 안은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아니, 그것보다도 훨씬 넓었다. 나중엔 이곳이 학교가 맞는지를 의심해야 할 수준이었다. 분명 나는 학생부장 선생님을 따라 교내의 큰길을 걷고 있었지만 어째선지 주변에 보이는 것은 각종 편의시설과 평범한 상가들이었다.

“저, 선생님?”

도통 이해하기 힘든 풍경에 나는 조금 앞서 걸어가는 학생부장 선생님에게 또 다시 질문을 던졌다.

“학교 안에 웬 가게들이 이렇게 많은 건가요?”

“이곳은 전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재단과 본사의 재정지원으로 유치 및 관리되는 시설물입니다. 교칙으로 지정된 시간대만 지킨다면 제한 없이 대부분 무료이용이 가능하죠.”

“무료라고요??”

자연스레 입을 동그랗게 모으던 나는 아직도 더 놀랄 게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까부터 지나쳐 온 건물들이 전부 학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란 말인데, 그 규모가 보통의 대학로에 버금갔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력이 막강한 기업에서 세운 학교라 하지만 교내에서 이 정도까지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건 너무 터무니 없었다. 화려한 교문부터, 도심 속 상가들 못지않은 시설물들을 보고 있으니, 이제는 학교 자체가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오오, 잠깐만, 그럼 나도 이제 이곳 학생이니 무료이용이 가능하다는 뜻이잖아? 어디 한 번 살짝 구경을...

터억.

길 가 쪽으로 연달아 놓인 상가건물 쇼윈도우 앞에서 잠깐 서성이던 찰나, 학생부장 선생님에게 그대로 옷 목덜미를 붙잡혔다.

“아직, 지정된 시간이 아닙니다만.”

“아... 죄송합니다!!”

그새 깜빡했다. 특유의 친절함에 그녀의 모습을 자꾸만 망각했다. 지금 내 앞에 계신 분은 보통 메이드가 아닌 슈퍼막강(?) 학생부장 선생님이다. 잠깐의 유흥을 위하다가 자칫 헤어 나올 수 없는 저승길로 빠지려 하다니, 나 자신에게 너무나 안일한 선택이었다.

“후우, 후우.”

아무렇게나 숨을 들이쉬고 내뱉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는 와중에 어느새 편의시설들은 주변에서 사라지고 조금은 평범한 즉, 그나마 학교 같은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에 쓰는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하게도 전부 교실은 아닌 모양이었다.

“일단 교무실에 가서 담당교사를 확인하고 학생증을 받아야 합니다. 저희 학교에선 학생증으로 학교 내 시설물 사용과 각종 인증절차를 진행하니 언제나 필히 소지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한껏 잘 알겠다는 듯이 행동을 취하자, 학생부장 선생님이 조금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곤 초록빛 잔디가 심어진 작은 언덕 따라 놓인 나무 계단에 발을 디딘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으니, 서둘러야겠습니다. 1학년 교실을 통해서 가면 빠르게 2학년 교무실로 갈 수 있으니 이쪽으로 가죠.”

나와 선생님은 듬성듬성 삐걱대는 나무 계단을 따라 길지 않은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 위에 다다르자, 많은 양의 느티나무들이 울타리처럼 양옆에 펼쳐지면서 제법 운치 있는 길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늘과는 대조되게 느티나무 경계의 바깥엔 진하게 따사로운 오후 빛을 머금은 공터가 있었고, 이 때문에 느티나무 아래는 한층 더 시원하고도 습한 기운을 머금은 듯했다.

느티나무들 가지 사이로 그물망같이 퍼진 이 그늘 길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끌어들이는 입구처럼 느껴졌다.

이후로 지체 없이 느티나무 숲을 지나친 선생님과 나는 어느 평범한 크기의 운동장에 들어섰다. 그리고 운동장의 측면을 따라 이동한 뒤 해당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는 교단과 그 뒤에 위치한 학교건물 사이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기 건물부터 보이지 않는 저 뒤쪽으로 위치한 모든 건물이 전부 1학년 교실과 학실로 구성된 제1학생 구역입니다. 건물로는 K동에서 N동까지 라고 지칭하고 있죠. 여기 L동 건물 1층 내부를 통해 건물 반대편으로 나가면 바로 2학년들이 있는 제2학생 구역이 보일 겁니다.”

“....하하.”

학교가 넓은 것도 넓은 거지만 생각보다 2학생 구역이 멀다는 생각에 알게모르게 뒤에서 쓴웃음을 짓는 나였다.

1학년 교실들이 위치한 L동 건물로 들어서자, 교실과 복도의 크기가 확실히 다른 일반 학교와는 다르다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곧게 뻗은 1층 복도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무슨 영문에선지 건물 전체가 나와 선생님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이 큰 건물을 정말 1학년만 사용하는 건가요?”

“학교 관계자만이 출입이 가능한 층이 있기는 합니다만. 건물 내에 비치된 교실과 실습실, 각종 예체능 공간 전부 1학년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2~3학년도 이와 마찬가지로 각자 배정된 구역에 학업과 관련된 시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역시 최강의 명문고, 파면 팔수록 정말 대단한 곳이다. 기대기업의 재력을 뼛속 깊이 깨우칠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분명 이곳 기대고등학교일 것이다.

문득 어머니도 이곳에 계셨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되새기자, 어릴 때 헤어진 어머니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때의 기억은 어렸을 때의 기억이라 무척 단편적이지만 어찌 보면 못에 박힌 자국처럼 가장 강렬하고 선명한 기억이기도 했다.

복도의 차가운 침묵을 나와 학생부장 선생님의 발자국 소리로 깨뜨리며 자연스레 걸어나간다.

“근데 이 시간은 원래 수업 중 아닌가요? 아까부터 교실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네요.”

“....”

“...??”

때 마쳐 건물 밖으로 발을 내밀던 학생부장 선생님이 딱딱하게 굳은 석고처럼 빤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확연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로가 말없이 서 있자, 학교는 마치 세상이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출구 쪽에서 내리쬐는 햇빛의 온기만이 이곳은 시간마저 멈추진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었다.

“왜, 그러세요....?”

괜스레 잘못 한 것이 없었지만 어색하면서도 조심히 선생님에게 물었다.

“이곳 기대고등학교에 대해서 어머니에게 특별히 전해 들은 말씀이 없나요?”

“말씀이요..? 아뇨. 전 그냥 이 학교로 전학 가라는 편지 말고는...”

“....그렇군요. 아무래도 신 청호 학생에게 설명해 드려야 할 게 많을 것 같군요.”

침묵의 시간이 허무할 정도로 선생님은 나에게 둔 시선을 거두더니 다시 출구 밖으로 건물 밖을 향해 걸어간다.

“....”

그저 내가 학교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서 물어보신 거로 보였으나, 정말이었을까? 대체 그 미묘했던 분위기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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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9. 천체관측부. 21.06.18 19 0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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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7. 푸른하늘과 혁명단. 21.06.17 18 0 28쪽
8 6. 반역자. 21.06.16 18 0 33쪽
7 5. 2학년 3반. 21.06.16 18 0 17쪽
6 4. 교무실. 21.06.15 16 0 7쪽
» 3. 새로운 학교. 21.06.15 16 0 7쪽
4 2.교문과 관리인. 21.06.14 16 0 9쪽
3 1. 남학생과 메이드. 21.06.14 17 0 10쪽
2 0. 보호수. 21.06.14 29 1 9쪽
1 프롤로그. 21.06.14 50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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