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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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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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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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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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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3. 하일랜드 더비

DUMMY

동점 골이 터지자 원정길을 따라온 관중들이 들썩거리며 브리튼의 이름을 연호했다.


아무리 상황이 악화되어도 브리튼은 팬들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받는 유일한 로스 카운티 선수였다. 전임감독이 떠난 뒤에도 의리를 지키며 팀에 남아준 이 남자를 싫어할 서포터들은 없었다.


그는 팀원을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에이든, 잘했어. 네가 수비진을 끝까지 몰아붙인 덕분에 찬스가 날 수 있었던 거야.”


“네······.”


브리튼의 격려에 딩월은 시무룩한 얼굴로 대답했다.


“너는 슈팅할 때 너무 강하게 찬다니까.”


“득점 없이 시즌 마감하는 것도 나름 뜻깊은 기록이지.”


“역시 에이든은 일관성 있어서 좋아.”


주장과 달리 다른 동료들은 그를 놀리면서 지나갔다. 모두가 휩쓸고 지나간 뒤 딩월은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강하게 차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


“여긴 칼레도니안 스타디움이다!”


존 브래디(John Brady) 감독이 성난 표정으로 라커룸에 들어오며 말했다.


“그리고 오늘 경기는 하일랜드 더비고! 너희들 설마 이걸 잊은 거냐? 그래서 전반 종료 직전에 그런 거지 같은 골을 내줬어?”


그는 평소 그렇게 분노를 표출하는 성격의 감독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인버네스 CT의 감독에 있으면서 극도로 예민해지는 경우가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로스 카운티와 맞붙는 하일랜드 더비다.


안경까지 벗어들고 붉어진 표정을 지을 때는 그가 정말로 열 받았다는 의미이며, 선수들은 그럴 땐 열중쉬어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했다.


“정신 상태가 다 엉망진창이 되어가지고! ‘칼레 시슬(Caley Thistle : 인버네스 CT의 별칭)의 일원이 되고 싶으면 적어도 로스 카운티를 뭉갤 줄 알아야 한다.’라는 법칙, 모르나?”


로스 카운티, 그리고 그 무명의 외국인에게 1무 1패의 전적과 순위가 뒤처져있다는 사실로 여러 비판을 들으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기지 못한다? 그건 그가 시즌 내내 라커룸에서 안경을 벗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선수들에게도 그건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너희들은 프로 선수고, 칼레 시슬의 선수이며, 절대 져서는 안 될 경기에 임하고 있다.”


브래디는 한층 차분해진 어조로 말하면서 손수건을 꺼내 안경을 닦았다. 하지만 이내 선수들을 노려보며, 마지막 으름장을 놓았다.


“로스 카운티 놈들을 박살 낼 각오로 뛰어라. 안 그러면 너희들이 내 손에 박살 날 테니까.”


*******


원정팀의 라커룸은 사정이 달랐다.


반대편에 비교하면 이곳은 평온한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었다.


“좋아, 아주 잘해주고 있어.”


델 레오네는 라커룸에 들어오자마자 느긋하게 박수까지 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전반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보여준 그 집중력으로 결국 동점을 만들어 낸 거야. 서포터들도 아주 흡족해할 장면이었다.”


감독은 그렇게 말하며 블랜차드에게 천천히 걸어가 접은 팔을 그의 어깨에 살짝 걸쳤다.


“아론 도란, 그 선수는 확실히 막기 까다로운 존재야. 인버네스가 상위권에 올라설 수 있는 것도 그의 활약 덕분이겠지. 자네는 잘 따라가서 붙어줬지만 한 발자국이 아쉽더군. 하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낙담하지 말게.”


“······예.”


“좋아.”


감독은 어깨에서 팔을 떼어내고는 선수들에게 말했다.


“그럼 쉬고 있다가 후반전을 잘 마무리하고 오도록.”


“잠깐만요, 감독님. 추가 작전 지시 없이 이대로 그냥 들어가는 겁니까?”


스튜어트가 당황하며 묻자 감독은 되레 의아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뭐가 문제인가? 당장 손보아야 할 부분도 없고, 선수들의 집중력도 훌륭한 상태인데.”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불안함을 지워낼 수 없었다. 팀은 연달아 무승부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고, 이번 경기에서도 인버네스에게 먼저 실점을 내주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탈리안은 스튜어트와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괜찮네. 점수가 안 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야. 이런 종류의 치열한 역사가 반복되어 왔던 경기라면, 어떤 쪽이 더 투쟁심에 불타있느냐의 싸움이지. 수비진들도 정신을 차린 모양새고, 처음에 계획했던 걸 밀고 나가도 충분해. 작전을 수정하는 건 필드 위의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하면 되는 것이네.”


“하지만 여긴 칼레도니안 스타디움이고, 인버네스의 기세가 만만찮습니다. 그들은 지금 이번에 이기면 순위 역전이 가능하다는 동기부여도 있고요.”


“난 오히려 인버네스 같은 팀에게는 큰 걱정이 안 든다네, 닐.”


감독은 차분하게 말했다.


“동기부여는 우리도 충분하지. 그리고 이런 양상으로 진행될수록 우리는 더 유리하게 맞설 수 있어. 팀을 믿게, 난 후반에 우리가 이길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


후반 64분.


주심이 거친 태클을 가한 인버네스 선수에게 노란색 카드를 뽑아 들었다.


벌써 두 번째 옐로카드가 나오고 있었다.


“이 자식들 갑자기 왜 이리 거칠어졌어? 해보자 이건가?”


태클로 넘어졌던 케틀웰이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전반전이 서로 펀치를 한 번씩 주고받는 복싱 경기였다면, 후반전은 몸을 내던지고 싸우는 이종 격투기 같은 느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로 이끌어 가고 있는 건 인버네스 쪽.


그들은 감독에게 라커룸에서 된통 깨지고 경기에서 질 경우 더욱 무참히 깨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로스 카운티 선수들이 그것까지 알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시합은 아니었다.


거칠게 응수하는 건 원정길을 온 팀도 마찬가지였다.


촤아악 -


전반에 선제골을 기록했던 도란은 그의 앞을 가로막는 수비수 외에도 블랜차드의 거친 도전에 계속 시달려야 했다.


‘개자식이.’


뒤에서 끊임없이 들어오는 견제에 도란은 속으로 계속 욕지기를 내뱉었다.


그렇게 양 팀은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후반 71분.


로스 카운티 측에서 먼저 교체가 이루어졌다.


“흥, 역시 이 시간만 되면 저 공격수를 어김없이 투입하는군.”


브래디는 로스 카운티 벤치에서 나오고 있는 잭 마틴을 흘겨보며 중얼거렸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빤한 수만 들고나오면 그게 통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잭 마틴 대신 나오는 건 전반에 리그 첫 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으나 실패하고 말았던 에이든 딩월.


보통은 아르킨과 교체를 행했던 이탈리안이 저 17번을 불러들였다는 건 로스 카운티가 낼 수 있는 가장 공격적인 수이며, 승부를 이대로 끝내지 않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브래디는 그 장단에 놀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이 경기를 대비하면서 특히 저 9번에 철저한 준비를 마친지 오래였다.


“어디 한번 해봐라. 이제 한 점도 내주지 않을 테니.”



퍼억 -


둔탁한 소리와 함께 시코스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필드에 내쳐졌다. 인버네스 선수가 거칠게 몸을 부딪치며 들어온 것이다.


이어 화가 난 시코스가 벌떡 일어나 자신에게 거친 플레이를 한 상대에게 얼굴을 맞대며 으르렁거렸다.


“적당히 해, 이 쓰레기 자식아. 니들은 동업자 정신도 없냐?”


그는 오늘 경기에서 많은 태클에 시달렸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그에게 다리를 노리면서 들어오는 행위는 화를 내고도 남을 일이었다.


하지만 거친 태클을 했던 선수가 그에 굴하지 않고 되레 시코스의 가슴을 밀어내며 도발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발단으로 양 팀 선수들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더비는 얼어 죽을. 수준이 맞아야 더비라고 부르지. 촌구석 시골 놈들이.”


“수준이 그렇게 뛰어나서 우리보다 아래 순위에 있나?”


“그만해!”


주심이 다급하게 휘슬을 불며 달려가 양 팀 선수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인버네스의 제임스 빈센트(James Vincent)와 대런 케틀웰이 과격한 다툼으로 각각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데······.’


양 팀 서포터들의 생각은 하나로 일치했다.


선수들이 극도로 흥분하였으며 끝내는 감정싸움에 치달았다. 이 시합에서 패배자에게 돌아오는 타격은 상상 이상으로 클 것이다.



그렇게 후반 82분이란 시간이 흘렀다.


다시 한번 들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에 원정 서포터들은 한 줄기 식은땀을 흘리고 말았다.


직접 슛을 노리기 좋은 위치에서 인버네스가 프리킥 파울을 얻어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날카로운 프리킥을 찰 줄 아는 빈센트가 있었다.


빈센트 - 빈센트 -


인버네스의 홈팬들은 예감이 좋은 듯 그의 이름을 부르며 로스 카운티를 붕괴시킬 단 하나의 골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윽고 상대 키커의 오른발이 볼을 띄워 올리며, 수비벽을 넘어서 로스 카운티의 오른쪽 구석을 향해 휘어져 들어갔다.


터엉 -


키퍼가 손을 쓰지 못할 만큼 구석으로 정교하게 날아간 슈팅이 골대의 모서리를 맞고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안심할 새도 없이 튕겨 나간 볼은 인버네스 선수에게로 흘러갔다.


아론 도란, 전반 때와 마찬가지로 그가 흘러나온 볼을 향해 달려들었으며 경기의 종지부를 찍어낼 슈팅이 로스 카운티 골문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탄식하는 쪽은 로스 카운티가 아니었다.


도란의 슈팅이 브라운의 손에 걸리며 송고에게로 흘러 들어갔고, 로스 카운티 선수들이 일제히 야생마처럼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송고가 측면의 시코스에게 준 것부터 시작하여,


시코스가 전방에 있는 아르킨의 머리를 향해 길게 볼을 연결해주었고,


아르킨은 볼을 머리를 이용해 올라오던 잭 마틴에게 곧장 건네주었다.


잭 마틴은 한 템포 망설이다가 역시 올라오던 브리튼에게 패스했고,


브리튼은 망설임 없이 우측면으로 빠르게 스루패스를 연결했으며,


일직선으로 속력을 내며 달리던 톰슨이 볼을 받아들어 라인을 올라가고 있었다.


“막아!”


브래디가 벤치에서 뛰쳐나오며 외쳤다.


저번에도 로스 카운티에게 손댈 수 없는 역습으로 실점한 악몽이 있었다. 이번만큼은 그리돼서는 안 될 일이었다.


다행히 인버네스는 뒤에 네 명의 수비수를 온전하게 두고 있었다. 그들은 톰슨의 한참 뒤에 포진해 있었으며, 시간만 지연시킨다면 역습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인버네스의 좌측 풀백 그레임 시니(Graeme Shinnie)는 뒤로 빠르게 물러서서 낮은 자세를 잡고 톰슨이 앞을 더 지나갈 수 없게 막아섰다.


발은 빠르지만 자신을 농락할 정도의 기교는 가지고 있지 않다. 시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톰슨 역시 무리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대신 뒷발로 볼을 보냈고, 쭉 뒤따라오던 시코스에게로 전달되었다.


“9번! 9번 공격수를 막아!”


브래디는 필드 안으로 들어설 듯이 터치라인에 바짝 붙으면서 외쳤다.


이런 상황을 노리고 그 공격수를 투입한 게 틀림없으며 분명 낮게 깔아 찬 볼로 그에게 전달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틀렸다. 시코스가 감아 찬 크로스는 좀 더 길고 높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아까 전부터 잔뜩 벼르고 있던 28번의 머리를 향해 정확히 휘어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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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버네스 CT 1 : 2 로스 카운티 >

아론 도란(27')

+++++++++++++++++++++++++++++

리차드 브리튼(43')

제임스 블랜차드(85‘)


=============================


작가의말

끍..늦어서 죄송합니다.

분량 늘리기가 쉽지가 않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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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 시즌의 마무리 +12 18.02.27 8,168 262 16쪽
54 54. 그를 데려와야겠어 +23 18.02.24 8,153 246 21쪽
53 53. 상위 그룹 +21 18.02.22 7,994 2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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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호적수 +35 18.02.03 8,829 248 15쪽
44 44. 하트 오브 미들로시언 +14 18.02.02 8,882 279 15쪽
43 43. No Problem +21 18.02.01 9,135 29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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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도약 그리고 경쟁 (4) +17 18.01.29 8,811 28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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