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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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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최근연재일 :
2024.05.0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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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0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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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59. 스코티시 컵 (2)

DUMMY

“아아아아아!”


딩월은 잔디에 드러누운 채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탄식을 내뱉었다. 그의 슈팅은 좌측 골대를 두 뼘 거리 바깥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문제점을 따져보면 아르킨의 패스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한 발자국이라도 늦었다면 흘려버릴 수 있었고, 발로 잡아내기에도 모호할 만큼 아슬아슬하게 날아온 볼이었다. 딩월은 그걸 놓치지 않기 위해 아래에서부터 전력 질주를 했다.


당연히 곧바로 발리 슛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찰나의 과정에서 달려 나오는 상대 키퍼를 의식한 나머지 제대로 조절해서 차지 못한 부분도 있다.


“에이든, 넌 발이 세모로 만들어지기라도 한 거냐?”


“······.”


물론 그걸 다 떠나서 그냥 패스를 주었던 아르킨이 장난기 섞인 핀잔을 던질 만큼 더럽게 못 차기는 했다.


*******


아직 승패가 결정 난 건 아니지만, 만일 로스 카운티가 이 중대한 경기에서 무너지게 될 경우 그들로서는 딩월이 놓쳤던 득점 찬스가 두고두고 아쉽게 남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만큼 전반전에 나왔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외에는 브리튼이 페널티 박스 좌측 외곽 부근 가까이에서 찬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넘어간 것과 공중에서 떨어지는 볼 소유를 위해 다투던 도중 블랜차드가 낚아채며 날린 슈팅이 프레이저 포스터 키퍼 정면에 안긴 정도가 하이라이트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셀틱 또한 그런 기회들을 몇 번 잡았다.


니르 비톤의 우측 기둥을 살짝 벗어난 중거리 슛, 코너킥에서 나온 버질 반 다이크의 골대 위를 넘긴 헤더 슛은 상당히 위협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그들의 핵심 선수인 크리스 커먼스가 기습적으로 감아 찬 슈팅을 브라운 키퍼가 몸을 날려 쳐내지 않았다면 전세가 순식간에 뒤집어졌을지도 몰랐다.


양 팀의 집중력, 특히 수비수들의 집중력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후반전에는 그 기세가 더욱 오르면서 최고조에 달했고, 전반전보다 결정적 기회를 만들기 어려운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수비는 내 생각보다도 더 든든하게 잘해주고 있어. 하지만 매번 공격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아쉽게 느껴지는군.”


델 레오네는 경기를 보며 현재 상황을 그렇게 평했다.


그의 말대로 수비 부분에선 거의 문제가 없었다. 우려되었던 좌측은 보이드가 뒤쪽을 훌륭하게 커버해주었고, 블랜차드 또한 부지런한 수비가담으로 부담감을 덜어주고 있었다.


중앙에서는 케틀웰과 브리튼이 저지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케틀웰은 최근 캐리 때문에 선발 기회가 적어져서 몸이 근질거렸었는지 필드를 휩쓸고 다녔으며, 굳이 딩월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혼자서 비톤을 꽁꽁 묶어버리는 활약까지 펼쳐내는 중이었다.


“방어를 훌륭히 성공해내도 볼을 바로 전개해나가지 못하니 중앙에서 계속 공방만 반복하게 되는 거지.”


“요앙의 장신을 통한 롱볼 플레이도 오늘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르킨의 전담을 맡은 에페 암브로스는 그에게서 거의 모든 공중볼 경합을 이겨내고 있었다.


“셀틱이 멀그루로 중앙을 두텁게 쌓고 수비를 견고하게 잘 가져가고는 있다만, 현재 우리 팀의 공격 작업 또한 효율적이지 않다고 봐야겠지. 물론 라인업을 내세울 때부터 감수한 부분이긴 하지만.”


감독은 그렇게 말하며 블랜차드 쪽을 바라보았다.


“이런 조건에서는 측면 날개가 변수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는데, 제임스에게 요구한 주문들이 많아서인지는 몰라도 오늘 그의 컨디션은 썩 좋은 상태라고 보기 어렵군. 슬슬 변화를 줄 타이밍이 다가오니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럼 어떻게 교체를 진행할까요?”


스튜어트가 묻자 감독이 살짝 고민하는 듯 뜸을 들였다가 대답했다.


“제임스와 앤드류를 교체해야겠어. 에드빈 또한 상대 풀백에 계속 시달리고 있으니 좌측으로 옮겨서 제임스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와아아아아 -


순간 햄던 파크를 진동시키는 함성에 감독은 하던 말을 마저 끝내지 못했다.


데 루어를 압박하며 엉켜있던 셀틱의 수비수들이 볼을 빼앗아내고는 역습을 전개하고 있었는데, 중앙을 거쳐서 다시 측면으로 전개된 볼이 하필 샌더스의 발을 피하면서 뒤쪽으로 달리던 커먼스에게 완벽히 전달된 것이다.


패터슨이 앞을 막아서려 재빨리 달려갔지만 커먼스의 발을 떠난 크로스가 간발의 차로 블록을 피하며 로스 카운티 골문으로 휘어져 날아갔다.


어느새 골문까지 쇄도해 달리던 비톤이 날아오는 크로스를 향해 높이 솟아올랐고, 보이드는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그 기세에 눌려 점프해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헤더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셀틱의 선제골이 들어갔다.


“······.”


이탈리안 감독은 팔짱을 풀지 않고 득점에 기뻐하는 셀틱 선수들을 지켜보았다. 그의 표정은 크게 변화가 없었지만 분명 생각은 복잡해져있을 터였다.


“이런.”


그의 포커페이스가 살짝 흔들렸다. 스튜어트는 감독의 고개가 향하는 방향을 따라가 보았다. 데 루어가 아직도 필드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의료팀!”


스튜어트가 다급하게 외쳤고, 의료팀이 들것을 가지고 필드 안에 들어갔다.


몇 분의 시간이 소요된 후 데 루어가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지만 기대와 달리 교체 사인이 벤치에 보내졌다. 엉덩이 아래 부근을 잡는 거로 보아 햄스트링 쪽을 다친 모양이었다.


감독은 조용히 소매를 걷어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옅은 한숨을 내쉬고는 스튜어트에게 말했다.


“앤드류는 에드빈과 교체할 수밖에 없겠군. 이렇게 된 이상 두 명을 바꿔야겠어. 잭도 함께 불러오게.”



후반 70분.


부상을 당한 에드빈 데 루어 대신 앤드류 톰슨이, 결정적인 패스 한 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요앙 아르킨 대신 잭 마틴이 투입되었다.


셀틱은 그로부터 3분이 지난 후 보이드에게 내내 묶여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아미도 발데를 불러들이고 요르기오스 사마라스를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주었다.


승부의 무게추가 기울어져 버리자 경기는 더 치열하고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볼을 잡고 달리던 딩월에게 반칙성 태클이 들어갔고, 이어서 케틀웰의 태클이 상대를 넘어뜨리자 주심이 휘슬을 불어 경기를 중단시켰다.


“방금 건 안 불었으면서 이건 왜 파울이야?”


케틀웰은 양팔을 들어 올리며 어이없다는 듯 투덜거렸다.


애초에 데 루어에게 거칠게 압박이 들어갔을 때부터 파울 선언이 되어야 했다. 그랬으면 셀틱이 득점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로스 카운티 선수들은 그렇게 생각했기에 주심의 판정에 상당히 예민해져 있었다.


자칫하면 감정싸움으로 번질 만큼 들끓고 있었지만 정작 큰 소득은 얻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되레 위험 상황을 내준 건 로스 카운티였다. 바실라스를 드리블로 뚫어낸 포레스트의 크로스가 다시 한번 로스 카운티 박스 안으로 매섭게 들어왔고, 패터슨이 비톤보다 먼저 볼을 머리에 맞추며 가까스로 걷어내었다.


“정신 차려! 역전할 시간은 충분하니까 좀만 더 힘을 내!”


수비진의 탄탄했던 집중력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주장과 부주장이 격려하며 멘탈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초조함에 궤멸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공격은 여전히 쉽게 풀리지 않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었다.


‘셀틱을 다시 이긴다는 건 결국 불가능한 일이었던 건가······.’


햄던 파크에 찾아온 로스 카운티의 팬들은 점차 그렇게 생각했다.


이건 컵 대회이며 이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챔피언 팀의 저력은 무시할 것이 못 된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이번 시즌 여러 번 이겼다 하더라도 결국 리그 우승을 가져간 건 그들이었다. 그리고 몇 분 뒤 이대로 경기가 끝날 경우 그들은 서른일곱 번째로 컵을 들어 올리게 된다.


셀틱이란 팀의 관록은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닌 것이다.



후반 80분.


로스 카운티는 좋은 활약을 했던 대런 케틀웰을 불러들이고 알렉산더 캐리를 투입했다. 약 십분 조금 남은 시간을 두고 이탈리안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듯했다.


그리고 셀틱은 기다렸다는 듯 크리스 커먼스를 불러들이고 셀소 보르헤스를 투입했다.


그 코스타리카 국적의 선수는 수비 밸런스 강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로스 카운티의 볼 줄기를 결정짓는 캐리가 자유롭게 놀 수 없도록 방해하기에도 적격이었다.


로스 카운티는 몇 번의 찬스를 노려볼 수 있는 공격을 감행했지만 계속 실패만 연발했다. 잭 마틴이 가진 한방을 잘 알고 있는 반 다이크와 암브로스는 그에게 들어가는 볼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십 분이 다시 흐르고 대기심이 4분의 인저리 타임을 표시하고 있었다.


이제 점점 로스 카운티에게는 패색이 짙어져 가고 있었다.


“아, 또 셀틱의 공격이야······.”


좌석에 앉은 로스 카운티 팬 중 한 명은 이미 경기가 끝나기라도 한 듯 울상이 되고 말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도 공격권을 가지고 있는 건 녹색 줄무늬 팀이었다.


포레스트가 앞에 있는 바실라스를 무시한 채 크로스를 올렸고, 사마라스와 경합한 패터슨이 다시 볼을 머리로 걷어내었다.


“빨리 공격해!”


팬들은 패터슨이 처리한 볼을 잡은 샌더스가 앞으로 전진 패스하는 걸 보며 소리쳤다. 이제 시간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툭 -


이미 승리감에 도취된 셀틱 팬들의 응원가가 끝나고 잠깐 잔잔해질 때 즈음 순간 볼을 치는 소리가 경기장에 크게 울렸다.


그리고 모두의 눈이 크게 뜨이는 광경이 벌어졌다.


샌더스의 패스를 받았던 34번의 선수가 앞을 보더니 압박하려 달려드는 찰리 멀그루와 에밀리오 이사기레의 사이로 볼을 빼내며 달려나가고 있었다.


이어서 뒤를 받치고 있던 스콧 브라운이 달려들며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지만, 그것마저 간발의 차로 벗어나며 오른쪽이 순식간에 무주공산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저건 뭐야?”


셀틱 팬들, 로스 카운티 팬들, 그리고 이 결승을 보기 위해 찾아온 다른 축구팬들까지 방금 세 명을 벗겨낸 선수의 돌파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서 그 놀라움은 함성으로 바뀌었다.


“앤드류! 계속 들어가!”


스튜어트의 외침, 그리고 코치진과 벤치에 앉은 선수들, 감독까지 모두가 앤드류 톰슨만을 바라보았다.


중앙선 아래부터 시작된 질주는 불과 몇 초도 안 되어 셀틱 진영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크로스가 아닌, 그대로 박스 안에 침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결국 암브로스가 어쩔 수 없이 달려나가 그를 상대해야 했다.


‘크로스를 시도할 것인가? 그대로 다시 돌파하려 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거침없이 들어오는 톰슨을 앞에 두고 여러 생각을 했지만 상대의 행동은 그보다 더 빨랐다.


땅볼로 빠르게 찬 크로스가 그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갔고, 암브로스는 황급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매섭게 굴러가는 볼이 잭 마틴을 향해 있었다.


득점 찬스.


“안 돼!”


하지만 스튜어트는 필드를 보다가 머리를 감싸 쥐고 말았다.


크로스는 정확히 달려가는 잭 마틴을 겨냥했지만 그를 의식하고 있던 반 다이크가 긴 다리를 뻗으며 먼저 볼을 건드린 것이다.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두고 동점을 넣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가 뒤엉키며 필드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스튜어트는 흥분한 나머지 쥐어 잡던 머리카락을 뜯어낼 뻔했다.


반 다이크가 급하게 밖으로 처리한 볼이 달려오던 브리튼에게 굴러갔고, 그의 슈팅이 정확히 발등에 얹히며 포스터 키퍼를 피해 골망을 흔들어냈기 때문이었다.


*******


극적인 동점 골이 들어간 후 모두가 기뻐했다. 과묵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던 감독조차 그 광경을 보자마자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좋아했다.


득점을 넣은 주장 브리튼은 미친 사람처럼 필드를 가로질러 달리며 광폭한 세리머니를 했는데 그동안 제대로 된 셀틱전에 출전하지 못했던 울분을 한꺼번에 풀어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작년 챔피언 팀의 승리로 끝맺음 될 것 같았던 경기는 결국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린 로스 카운티는 집중력을 되찾으며 셀틱과 팽팽한 싸움을 다시 이어나갔다. 요약하면 연장전은 양 팀 오른쪽 윙들의 싸움이었다.


경이로운 플레이로 팀을 패배에서 구해낸 앤드류 톰슨은 그 기세를 유지하며 셀틱에게 문제를 일으켰다.


그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한 번 더 들어갔었는데 그 볼을 받았던 잭 마틴이 평소 그답지 못하게 결정짓지 못하고 골대 바깥으로 날려버린 장면이 아쉬웠다고 할 수 있었다.


셀틱의 제임스 포레스트는 이번 경기에서 현란한 발재간으로 왼쪽 수비를 내내 괴롭히면서 자신감이 한껏 붙어있는 상태였다. 그는 두어 번 동료에게 어시스트로 이어질 만한 좋은 크로스를 올리기도 했다.


연장 후반전에는 바실라스를 따돌리고 들어간 그에게 치명적인 스루패스가 주어졌는데 거의 브라운 키퍼와 대각선에서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지만 열정적으로 쫓아온 보이드가 몸을 날려 슈팅을 막아낸 바람에 영웅이 될 기회는 얻어내지 못했다.


그렇게 연장전까지 모두 종료되고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치달았다.


“자네들은 후회 없이 싸웠다.”


축구에서 가장 잔혹한 게임을 앞두고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아 나지막하게 말했다.


“승부차기도 마찬가지다. 후회 없이 차는 게 중요하다. 내 말은······어디로 찰지 정하고 그 결정을 도중에 바꾸지 않는 것이다. 뒤늦게 바꿨다가 실축하게 되면 평생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게 될 거야. 이런 결승전 무대에서라면 더더욱. 그러니까 후회 없이, 두려워하지 말고, 시원하게 차고 와라.”


그렇게 간단한 연설이 끝나고 스튜어트는 이탈리안 감독이 몸을 돌려 골문으로 향하는 브라운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키퍼의 어깨에 팔을 걸친 편한 자세로 귀에 속삭이듯 무언가를 얘기하더니 그의 등을 가볍게 쳐주고 있었다.


‘마크의 선방에 이번 승부가 달린 것이니 격려의 말을 해주었겠지.’


스튜어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승부차기를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승부차기를 시작하는 양 팀의 첫 번째 주자는 주장들이었다.


극적인 동점 골의 주인공, 리차드 브리튼과 셀틱의 스콧 브라운은 각각 좌측 구석과 우측 구석에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시켰다.


그리고,


“아앗!”


스튜어트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로스 카운티의 두 번째로 나선 알렉산더 캐리는 깔끔하게 성공했지만 셀틱의 찰리 멀그루가 찬 슈팅이 그물을 흔들지 못하고 튕겨 나와 버린 것이다.


좌측 구석을 향해 잘 찬 슈팅이었지만 브라운 키퍼가 그보다 더 잘 막아냈다고 볼 수 있는 선방이었다.


그때부터였다.


그래도 아직은 셀틱에게 좀 더 유리할 것 같았던 분위기가 기묘하게 로스 카운티에게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이어 세 번째로 나선 잭 마틴은 포스터 키퍼를 완벽하게 속이며 우측에 굴려 넣었고, 셀틱의 니르 비톤도 살짝 아슬아슬했지만 과감하게 정면으로 차며 그물을 흔들었다.


네 번째 주자인 제임스 블랜차드는 오른쪽 상단 구석으로 대담하게 꽂아 넣었고, 요르기오스 사마라스 역시 비슷한 각도의 강력한 슈팅을 성공했다.


이런 흐름대로면 로스 카운티가 완벽하게 역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아아아 -


하지만 객석에서 터져 나온 탄식.


마지막으로 나선 스티브 샌더스가 찬 슈팅이 골대 위로 높이 솟아오르며 상황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던 샌더스는 털썩 주저앉으며 좌절하고 말았다.


“막으면 돼. 제발 이번만!”


스튜어트는 양손에 깍지를 끼고 거의 기도하는 자세에 들어갔다. 제임스 포레스트가 볼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셀틱은 아직 페널티 킥에 능숙한 선수들이 남아있지만 로스 카운티는 없다. 이번에 막아내지 못하면 이제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제발!”


주심의 휘슬과 함께 포레스트가 움직였다. 그리고 그는 살짝 멈칫하다가 다시 앞으로 내디뎠다. 차기로 결정했던 방향을 번복하려는 듯 삐거덕거리는 모습이었다.


이어서 슛을 날렸고, 볼은 오른쪽으로 날아갔다.


그 방향으로 브라운 역시 몸을 날리고 있었다.


“막았다아아아!”


스튜어트는 거리낌 없이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햄던 파크까지 찾아와 응원하던 작은 도시 딩월의 주민들은 그들의 팀이 놀라운 우승을 결정짓는 걸 실시간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


“수고했다! 앤드류, 오늘 넌 정말 최고였어!”


“헤헤······. 감사해요, 닐 코치님.”


경기가 종료된 후 스튜어트는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마주하면서 축하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의 순간만큼 기쁜 날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흥분되는 일이었다.


감독 역시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우승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스튜어트는 문득 감독이 브라운에게 했던 말이 궁금해졌다.


“닐, 수고했네. 선수들을 챙겨주느라 깜빡했군. 옆에서 나를 열심히 보좌해주었던 자네에게 먼저 이 말을 건네주었어야 했는데.”


“아닙니다, 감독님. 근데 여쭤봐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승부차기 직전에 감독님이 마크에게 다가가 얘기하시는 걸 보았습니다. 물론 격려를 하셨을 거라 생각되지만 새삼 궁금해져서 말이죠.”


“아하, 그건 별거 아니라네.”


감독은 태연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부로 스코티시를 대표하는 브라운은 스콧이 아니라 마크가 될 거라고 해줬을 뿐이야.”



=============================

< 셀틱 1 : 1 로스 카운티 >

니르 비톤(66‘)

+++++++++++++++++++++++++++++

리차드 브리튼(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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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부차기 >

스콧 브라운 (성공)

찰리 멀그루 (실패)

니르 비톤 (성공)

요르기오스 사마라스 (성공)

제임스 포레스트 (실패)

+++++++++++++++++++++++++++++

리차드 브리튼 (성공)

알렉산더 캐리 (성공)

잭 마틴 (성공)

제임스 블랜차드 (성공)

스티브 샌더스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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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원금을 보내주신 프준 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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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스코티시 컵 +23 18.03.05 7,732 236 15쪽
57 57. 시즌의 마무리 (3) +22 18.03.02 7,877 258 17쪽
56 56. 시즌의 마무리 (2) +19 18.02.28 7,716 24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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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 잦아들지 않는 바람 +20 18.02.21 8,195 249 13쪽
51 51. 그 선수의 가치 (2) +42 18.02.19 7,939 274 13쪽
50 50. 그 선수의 가치 +15 18.02.19 7,952 25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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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 첫 번째 선수 (2) +29 18.02.08 8,333 253 13쪽
47 47. 첫 번째 선수 +23 18.02.07 8,764 232 12쪽
46 46. 호적수 (2) +23 18.02.05 8,342 255 16쪽
45 45. 호적수 +35 18.02.03 8,777 247 15쪽
44 44. 하트 오브 미들로시언 +14 18.02.02 8,835 278 15쪽
43 43. No Problem +21 18.02.01 9,089 291 18쪽
42 42. 도약 그리고 경쟁 (5) +18 18.01.31 8,980 287 14쪽
41 41. 도약 그리고 경쟁 (4) +17 18.01.29 8,767 287 15쪽
40 40. 도약 그리고 경쟁 (3) +18 18.01.28 8,979 279 14쪽
39 39. 도약 그리고 경쟁 (2) +21 18.01.26 8,873 277 13쪽
38 38. 도약 그리고 경쟁 +18 18.01.25 9,228 310 17쪽
37 37. 재탈환 (2) +20 18.01.23 9,087 285 15쪽
36 36. 재탈환 +13 18.01.22 9,125 27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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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이탈리안의 의중 +11 18.01.18 9,252 26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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