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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콩의 서재입니다.

가난한 S.T.A.L.K.E.R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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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bean
작품등록일 :
2014.09.26 14:12
최근연재일 :
2014.09.20 23:34
연재수 :
1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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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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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755

작성
14.08.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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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
추천
42
글자
11쪽

녹슨 철문 너머로... 34-37

DUMMY

34.



적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나서 숨죽이고 있었다.

어차피 보이지는 않고, 한명 잡았으니 다음때를 기다리겠지.


[움직이지마...아직 적은 밖에있다.]


나지막하게 클리어스카이 대원의 목소리가 내 무전기에서 났다.

갈대밭에서는 조금만 움직여도 부스럭 소리가 났다.


지금 어딘지도 보이지않는 상태에서 총을 쏜다는건 말도안되고...

그러다가 이 주변 어딘가 숨어있을 이반과 클리어스카이가 맞을 수도 있다.


"..."


롭을 보니, 롭도 체념한듯 고개를 떨구고 아무말 없었다.



...




PDA를 보니 우리는 대략 3시간은 기다렸다.


불편한 자세로 3시간이라니, 이건 참 고역이었다.

게다가 처음에 총에맞아 사망한 대원의 피비린내와 뻘밭의 냄새까지 섞여 대단히 불쾌한 냄새가 났다.


[칫- 이봐들... 갔어. 나와.]


이반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날아왔다.

우리가 조심스럽게 갈대를 헤치고 나가보니, 바지를 털고있는 동료들이 보였다.


...



롭은 즉사한 델윈의 눈을 감겨주고, 입 안에다가 동전하나를 넣어주었다.

옷도 잘 여며주었다.


"아마 고통읎이 갔을거여."


델윈은 이마와 가슴에 여러발의 총격을 받았다.


"좀 도와줘."


그리고 가까운 흐르는 시내에 그의 시체를 옮겨다가 밀어 넣었다.


곧 델윈이라는 사람은 조용한 시내를 따라 천천히 떠내려갔다.


"복수는 내가 해줄텡께..."


...



"결론은 코돈으로 가기가 힘들다는거야?"


"그려. 본거지를 털지않는 이상은 힘들어부러. 늪 물에는 방사능에다가, 또 여기는 산성안개가 너무 심혀서..."


"본거지의 위치는 아는거야?"


"그렇쟈. 늪 북쪽의 정비소에 있어. 예전에 클리어스카이하고 레니게이드하고 세가 비슷했을띠 알아둔게니까. 지금이야 근처도 못가지. 또 문제는 중간중간에 초소가 있당게."


"갈수록 태산이군."


나의 말에 롭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근데 그 망할것들이 길목을 차단하고 물자를 막을 줄이야 몰랐지. 우리들이야 전문 전투원도 아니고. 대부분은 싸우기전에 겁먹기부터 하는걸."


같이 따라온 제냐라는 사람의 의견.


"이렇게 한두명씩 죽어나가. 우리는 물자도 없고. 세력이 비슷했을때, 정면충돌을 피하는대신 우리는 말려죽이는 방법을 택한거야."


"망할. 결국 이 우라질 늪을 나가려면 길을 막는 레니게이드를 박살내야한다- 그거군. 결론은."


"그렇게되네요. 말인 즉슨."


"돌아가거든 무슨 계획을 짜봐야겠어."


우리는 오후동안 예전에 보급고로 의심됐던 장소를 찾아 그 갈대숲을 뒤졌지만 버려진 쓰레기들밖에 뵈는게 없었다.


대신 이반은 쓰레기 더미에서 작고 매마른 진흙덩어리를 주웠다.


그것을 물에 넣고 흔드니, 진흙이 떨어져나가며 작은 기계하나가 나타났다.

반쯤 부서진 트렌지스터 라디오였다.


"오, 이거라면 다른데 써먹기 좋겠다."


제냐는 진정 기뻐하며 말했다.

그러나 이반은 돌아가는 내내 무언가에 잔뜩 골몰해 있었다.


35.


눈물이 났다.

아닌게 아니고 진짜 슬퍼서 눈물이 났다.


"흐윽, 흑..."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하냐...

정든 집, 이제까지 일궈놓은 밭, 이제 행복한데...

왜 다 버리고 와서 이 지랄을 해야하냐.


"으이구! 내 팔자야!"


그대로 주저앉아서 통곡을 했다.

감정이 이입되자, 눈물을 좀 더 뽑으려고 슬픈 생각만 했다.


망할 놈의 존, 시큼한 피클... 난 그걸 평생 먹고 살아야해...

아마 그 통조림은 녹이 슬어서 피클이 벌겋게 변해있겠지.

쇳내가 입에서 가실날이 없겠지.


"스, 스카. 야, 일어나."


이반이 당황하여 나를 일으켰다.


우리를 둘러싼 레니게이드들이 수근대는 소리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



이반은 어제 레데베프하고 뭔가 심각하게 대화를 했다.

그리고는 뭔가 결론을 내렸다.


레데베프는 이 작전을 '루어 프로젝트(lure project)'라고 명명했고, 그 대상은 이반과... 그와 가장 가까운 나였다.


지기랄!


나는 그의 작전개요를 듣고나서,


"말도 안돼!"


라고 외쳤다.

그러나 대머리 레데베프의 씰룩거리는 수염과 이반의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란 눈알을 한시간 가량 바로 앞에서 무어라 떠드는 소리와 함께 보고 있자니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작전을 지시받은 롭이 깔개로 쓰던 너덜거리는 옷 두벌을 들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그가 다시 나타났을때, 그 옷은 무언가 오묘하게 썩은듯한 냄새를 풍겼다.

그는 그걸 우리에게 한벌씩 내밀었다.


"으...! 이게... 뭔 냄새야?! 이 따위를 입으라고요?"


"별수 없다니께. 돼지오줌통에 담근거보다는 나을거아녀."


알고봤더니 버려진 음식물 찌꺼기위에다가 몇번 비비고 왔다.


"우욱... 살이 썩는듯해..."


오만상을 쓰며 이반이 옷을 억지로 입었다.


...



"으이고!!!! 내팔자야! 그러니까 왜 와서 지랄!!!"


"내가 이럴줄 알았냐?"


"그러길래 내가 안된다고 몇번이나 말했잖아요!"


"내가 이럴줄 알았냐고!?"


"아이구! 내 팔자야! 괜히 멍청한 인간 따라나섰다가, 이게 뭔..."


"뭐?"


"멍청한 인간이라고요!"


"그래! 나 멍청한거 이제 알았냐!"


"등신, 머저리, 고자..."


"뭐 이자식아!"


"으엑! 켁켁!"


36.



그것을 신호로 이반이 내 멱살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고, 나는 고래고래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 낡은 가방속에서 썩어서 녹색의 형광색빛깔이 나는 빵들이 튀어나왔다.


일부는 주황형광빛을 띄고 있었다.

곰팡이가 가득끼어서, 땅에 떨어지자 각양각색의 곰팡이가루들이 퍽퍽 터지며 풀풀 날렸다.


레니게이드들은 이 거지같고 냄새나는 작자들이 예상치못한 반응을 보이자 처음에는 놀랐다가, 이제는 구경하는 추세로 넘어갔다.


이반은 나를 땅에 패대기 치고는, 그중 대장에게 말을 걸었다.


"에잇, 썩을. 여기가 어디요?"


실실 웃던 광대뼈에 칼자국이 대답해준다.


"여기? 우리의 땅이다."


"그럼 나가려면 어째야합니까?"


"등신, 머저리... 고자같은놈..."


"닥치라고!"


-하하하하하


레니게이드들은 한바탕 배를 잡고 웃었다.


칼자국이 다시 말했다.


"나가는길은 없다. 너희들은 이제 여기서 짐꾼이나 해야겠다. 가뜩이나 짐들 새끼들없었는데 잘됐다."


"그게 무슨..."


"죽을때까지 일하는거지. 레니게이드를 위해."


"그게 무슨소리..."


"그럼 죽을래?"


칼자국이 산뜻하게 씨익 웃어주었다.


아아. 이게 바로 사서 지랄하는 결과다.



우리는 이 더럽고 헤진 옷을 입고, 일부러 레니게이드 소굴에서 뻔히 보이는 공터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길을 잃은 사람 흉내를 내는것이다.



...


"씨발...헉헉..."


이반이 허덕대며 나무상자하나를 짊어지고 땡볕아래를 지나고 있었다.


나도 죽을 맛이다.


땀이나면서 그게 옷에 묻자, 썩은내가 진동을 했기때문에 주위에 다른 레니게이드들이 인상을 쓰며 슬슬피해다녔다.


씨발. 상자안에 든것도 냄새가 배어버려라.


"으히히, 그래도 의심은 안한다."


바로 구걸해도 될 꼬라지의 이반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짐을 지고 내옆을 지나가며 슬쩍 말을 걸었다.


"그, 그렇긴한데... 으...!"


죽겠다. 진짜.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는 어딘가에서부터 짐을 옮기고 있었다.


우리가 옮긴 나무상자만 하더라도 꽤나 양이 많았는데,

아직 본거지에 도착한건 아니더라도, 지금 보이는 사람의 세배가 된다 치더라도 물품상자나 식량상자의 양이 월등히 많았다.


이들이 이렇게 외부 길목을 차단한 이유가 여기 있었다.

아마 이 때문에 클리어스카이는 계속 굶주렸을것이다.


"으으..."


나는 한숨돌리는 척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마 롭이 잘 뒤쫓고있다면 어디선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것이다.


"밥이나 쳐먹어!"


"밥이다! 밥!"


중간 기착지에서 어떤 남자가 그릇 두개를 들고오자 애새끼도 아니고, 이반이 신나게 밥을 연호하며 그릇을 받았다.


아이, 씨발.

욕만 늘게 생겼네.


그러나 이반이 그릇을 받을 때는 웃고있었으나, 그걸 받고 뒤로 돌자 급속도로 얼굴이 굳는게 보였다.


37.




사실 이럴줄은 몰랐다.

어제 계획을 짤 때만하더라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였다.


...


"단체로 몰려가서 각개격파 해야해."


"이봐, 레니게이드 열명만 있어도 우리 모두랑 대등하게 싸울수 있어."


"우리도 연습하고 훈련하면 되지않을까."


"그것도 안돼. 레니게이드들이 보통 바닥에서 굴러먹던 작자들인줄 아나. 우리같은 샌님들과는 비교자체를 거부한다고."


각 대표라고 온 인간들은 여덟명으로, 이반과 나. 그리고 대장인 대머리 레데베프, 무기총괄 대머리 그레이, 왜왔는지 모를 대머리 학자 빈폴레프교수.


그리고 가이드 대표 롭과 처음보는 두 사람.


빈폴레프교수는 자신이 정신파 교란기를 만들어 레니게이드 무리를 제압할 수 있노라고 떠들어 댔고, 그레이는 그를 보고 가서 철망 벙거지나 만들라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빈폴레프는 그게 뭔 망발이라니 뭐니 어쩌구 하면서 취소하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레데베프까지 또또또 그들이 시끄럽다며 수염을 씰룩거리며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지금 시기가 어느땐데 싸우고 난리야! 이 도움이 안되는 인간들아! 싸울라거든 나가서 싸우란 말야!"


"아, 제기랄, 나도 이러고 싶어서 그러는줄 압니까? 뭐가 있어야 진전을 하죠! 저번에도 보셨잖아요! 캔 껍데기 녹이다 눈썹 태운거?!"


"자랑이다! 이 자식아!"


클리어 스카이의 3대머리들이 싸우기 시작하자 밑도 끝도 없었다.


그러자 모르는 대원한명이 소규모 기습작전이 어떻겠냐, 그런 소릴했었는데 이반이 요딴무기들로 무슨 기습이 되겠냐고 하다가...


그 중간에 기억이 없는걸로봐서는 아마 잠이든 모양인데, 그동안 계획이 다 짜져서 확정까지 된 상태였다.


아직 클리어스카이라고 의심받을 확률이 적은 이반과 내가 가짜로 길을 잃은 일반인 흉내를 내는것으로.

사실 무기만 좋다면야 무궁무진한 전략이 있겠다만...


빈약한 무기와 부실한 인력으로 할 수 있는거라곤 무기고와 식량창고등에 불을 지르고 탈출하는 거였다.


다른 차원에서 몸이달은 이반과 레데베프가 거진 한시간 가량 당위성에 대해서 떠들어댔으므로 나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




이반은 음식사발을 받고 돌아서자마자, 표정이 싹 변했는데 내가 그걸 받아보니 이유를 알것같았다.


황동으로 만든 그릇에 기름떄가 절절 쩔어있었는데, 그 안에 담겨져있는 갈색의 죽인지 뭔지가 차갑게 식어있었다.


이상도하지. 해는 뜨겁게 머리위에서 내려쬐는데, 이것은 이상하리만치 차가웠다.

이 맛대가리 없어보이는건 만들어진지 몇일동안 고대로 있었을것같다.


그 냉기가 금속제 그릇을 넘어 손으로 전해온다.

이건 개도 안먹겠다.


그런데 이 앞에있는 인간은 숟가락도 없이 속 빈 갈대를 꺽어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아보고 있는것이었다.


"으...! 너무 맛이없어..."


이반이 먹다먹다 결국 뱉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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