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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섭 님의 서재입니다.

학폭 피해자는 축구 전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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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섭
작품등록일 :
2024.05.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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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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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한국에서 온 꼬마 폭군(2)

DUMMY

누가 귀싸대기를 한 대 갈긴 느낌이다.


그래. 맞다.

자신의 옆에 있던 열네 살의 당돌한 꼬마 지바울이 ‘언어’로 자신의 귀싸대기를 갈겼다.


“아···.”


미친 듯이 웃어 재끼는 세르지우 콘세이상 감독을 보며 이송원은 그저 입을 벌리고 ‘아···.’하는 소리만 내고 있었다.


애초에 포르투갈 구단에 입단 테스트를 위해 보내는 영상 제목을 ‘2002년에 나 있었으면 한국한테 안 졌음’이라고 지을 때부터 알아봤다.


이송원에게 지바울은 폭탄이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어···. 그러니까···.”


이송원이 조심스레 입을 여는 순간, 세르지우 콘세이상의 호탕한 웃음이 뚝 끊겼다.


‘좆됐다.’


본능적으로 그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jI가 아니라 ZI? 하하하. 재밌는 녀석이구나, 너.”


세르지우 콘세이상의 표정과 말투에는 그 어떤 불쾌함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지바울의 말에 이송원은 그저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제 입단 테스트 지원 영상 제목 아세요?”

“아니. 난 모르지. 유스팀은 내 권한이 아니니까. 근데, 왠지 궁금하구나. 네가 어떤 제목을 지었을지.”

“에우제비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루이스 피구, 지바울, 레츠 고. 저는 포르투갈의 레전드가 되기 위해서 이곳에 왔어요.”

“오. 멋진 생각인데? 그리고 내가 다 좋아하는 선수들이기도 하고. 네가 그 선수들을 뛰어넘겠다···. 그 얘기야?”


지바울이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연하죠. 그래야 포르투갈의 진정한 레전드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다음 세대는 접니다.”


바, 바울아.

항상 자신감 넘치는 녀석인 건 안다.

자신감과 나르시시스트의 그 어중간한 경계선을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녀석.

근데 그래도 될만한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했기에 별말 하지 않았다.


근데 이렇게 대찰 줄은 또 누가 알았겠는가.


이송원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고개만 왔다 갔다 하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근데 말이다, ZI. 네게는 아주 큰 걸림돌이 있어.”

“뭔데요?”

“넌 포르투갈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라는 거지.”

“아···. 그거요? 상관없어요. 저 포르투갈로 귀화할 거거든요.”


!

이송원의 눈이 커졌다.

어찌나 커졌는지 뒤통수를 툭 치면 동공이 또르르 굴러나 올 것만 같았다.


해외만 보내달라고 했지, 귀화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던 지바울.

근데 여기서 밝혔다.

자신이 포르투갈에 온 진정한 목표를.


“귀화?”

“네. 왜요?”

“흠···. 왜 한국을 선택하지 않는 거야? 한국은 좋은 나라잖아. 축구를 못하는 나라도 아니고···. 훌륭한 레전드가 많기도 하잖아. 네가 조금 전에 얘기한 JI처럼.”

“네. 그래도 전 포르투갈이 더 좋아요.”


지바울이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억지로 꿀꺽 삼켰다.


‘14년 동안 온갖 똥 맛 다 보고 나면 또 가고 싶다는 소리 안 나오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지켜보는 지바울을 향해 세르지우 콘세이상 감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넌 포지션이 어디야?”

“스트라이커요.”

“오호. 그렇구나.”

“네. 원톱을 선호합니다. 투톱은 별로.”

“왜?”

“방해돼요.”

“뭐라고?”

“옆에 공격수가 하나 더 있으면 방해된다고요. 그래서 원톱이 좋습니다.”


세르지우 감독이 또 한 번 크게 웃어 젖힌다.

그의 웃음에는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이거 보기 드문 어린 또라이네.


“그래, 좋아. ZI. 난 지금 사무실에 가서 너의 입단 테스트 지원 영상을 받아 볼 거야.”

“네. 한 번 보세요. 저 꽤 괜찮은 선수 거든요.”

“하하하. 그래. 크흠···. 그리고 네가 입단 테스트에 합격한다면···.”


한다면?


“아주 큰 축하 선물을 주마. 선물은 비밀이야.”

“네. 알겠습니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



지바울과 헤어지고 세르지우 콘세이상 감독은 곧장 자신의 사무실에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구단 스태프에게 요청하여 ‘지바울’의 입단 테스트 지원 영상을 받아 봤다.


그가 본 지바울의 입단 테스트 영상의 첫 소감은.


‘...허풍은 아니었네. 후후후. 재밌는 녀석.’


인정이었다.


세르지우 콘세이상 감독의 시선은 유소년팀 감독, 미구엘 산토스 감독의 시선과 다를 게 없었다.

아니, 그 어떤 감독이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지바울의 신체조건과 개인 기량을 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결국 성장하면 가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니까.


대신 그들이 본 것은 지금 지바울이 가진 또 다른 무기들이었다.


축구 지능, 전술 이해도, 위치 선정, 골 결정력, 순간적인 판단력, 시야···.


이 모든 것이 또래보다 한 수위 아니 두 수위의 실력이었고 거기에 개인 기량 역시 매우 탁월하다.


이런 인재라면.


‘누구나 탐낼 법하지.’


단순히 클럽을 떠나, 축구에 진심인 한 나라라면 말이다.


영상을 모두 시청한 그가 누군가에게 그 파일을 곧장 띄웠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Oh! Meu velho amigo!”

(오! 나의 오랜 친구!)

-무슨 일이야? 안 바빠? 이번에 브라가에 선임됐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응. 맞아. 바쁘지. 많이. 선수들도 안 왔는데 벌써 혼자 와서 야단법석을 떨고 있어. 요즘 안 바쁘면 나 좀 도와줄 생각 없어?”

-흠···. 미안하지만 나도 지금 상당히 바빠서 말이야.

“하긴···. 그렇지? 하하. 빅클럽에서 일하시는 분께 내가 괜한 부탁을···. 흠···. 그럼 말이야. 너 영상 하나 볼 시간은 있지?”

-영상? 무슨 영상?

“이번에 우리 구단 유스에 테스트 보러온 ‘한국인’ 친구인데 말이야. 이 녀석이 꽤 재밌는 실력을 갖췄어.”

-그래?

“응. 무엇보다 재밌는 건···. 이 녀석이 포르투갈로 귀화하고 싶다네?”

-하하하. 당돌한 녀석이군. 귀화한다고 그게 되겠어? 포르투갈을 너무 얕본 거 아닌가?

“일단 영상이나 한번 봐. 그 친구 영상 제목에 네 이름도 있으니까.”


그렇게 영상을 보는 듯, 수화기 너머에는 한참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들려온 첫마디는.


-얘 인테르로 데려올까?

“하하하! 거봐! 내가 재밌는 녀석이라고 했지?”


세르지우 콘세이상과 통화한 주인공은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A에 소속된 구단, 인터 밀란에 국제 관계 담당 이사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루이스 피구였다.



#



아무리 월반에 월반에 월반에 월반을 거쳐야 만날 수 있는 감독이라지만.

그래도 팀을 대표하는 1군 감독이기에 당연히 밉보여서 좋을 리는 없었다.

그런데도 내가 2002년, 그가 굴욕적으로 당했던 일을 꺼냈던 이유는.


‘진짜 나 기억하라고.’


말 그대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였다.


본래 사람이란 게 그렇다.

자기한테 좋은 말해 주고, 칭찬해준 사람은 잘 기억 안 하는데.

수치심 주고 쌍욕 한 놈은 기억에 꼭 박힌다.


그리고 세르지우 콘세이상 감독에게 기억되는 것은 단순히 1군과의 인연이 생긴다는 것을 너머 더 큰 그림과의 인연을 만들 수 있다.


그에게 얘기를 꺼낸 포르투갈 귀화.

그는 포르투갈 축구에서 골드 제네레이션을 이끌었던 주축 선수 중 하나다.

본인의 입김에도 꽤 힘이 있고, 그가 알고 있는 동료들까지 생각하면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

훗날, 나의 든든한 후견인이 되어줄 수 있는 후보 중 하나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우연찮은 행운의 만남 후.

나는 송원이 형과 함께 곧장 유소년팀 훈련이 이뤄지고 있는 필드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날 반기는 것은 공원에서 봤던 꼬마들만큼 삭아버린 외모를 가진 스무 명 남짓의 꼬마 녀석들 그리고 날 보는 눈에서 하트가 쏟아지는 감독님이었다.


뭐.

감독 눈을 보니 사실 입단 테스트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할 수는 없는 법.


나는 필드에 자유분방하게 앉아서 날 쳐다보고 있는 꼬마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반갑다. 나는 지바울이라고 한다.”

“우오오.”

“오오오-”


꼬마들이 화들짝 놀란다.

내가 포르투갈어를 구사하는 게 놀라운 모양이었다.


“전부 조용히 해. 호들갑 떨지 말고. 아니면 인종차별 하는 거냐?”


내 말에 순식간에 웃음을 뚝 그치는 아이들.

근데, 유독 한 녀석의 무리가 피식거리며 계속 날 쳐다보고 있다.


...누구지.

처음 보는 새끼들인데.

하여튼 저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들은 다 그렇게 크는 이유가 있는 거다.

예의가 없어, 예의가.


그에 반해 나의 어시스트 머신이 되어줄 두 녀석은.


‘음. 잘 경청하고 있군.’


아주 얌전한 자세와 표정으로 날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난 스트라이커야. 그냥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골을 미친 듯이 잘 넣는 잘하는 스트라이커. 그러니까 나한테 공주면 거의 골이라고 생각하면 돼.”

“거짓말쟁이. 눈 뜨고 얘기해.”


날보며 여전히 비웃던 무리의 중심에 있는 그놈이 말했다.

덩치도 꽤 크고 얼굴에 장난기도 가득하네.

인종차별이긴 한데, 악의가 느껴지진 않는다.

그냥 명절에 만난 초등학생 조카가 줘패고 싶을 정도로 깝치는 느낌이다.


“아, 그리고 미리 얘기하는데 난 먼저 안 건드리면 안 문다. 명심해라.”


그렇게 인사가 끝나고, 나는 곧장 SC 브라가 U-15 팀의 훈련에 함께했다.


‘이런 방식이라···.’


사실, 딱히 얘기를 듣진 않았지만.

어떤 방식인지 알 것 같긴 했다.


함께 훈련하는 날 부담스러울 정도로 따라다니고, 대놓고 옆에서 뭔가를 써재끼는 코치들을 보면···.

이건 뭐 바보 천치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지.

훈련을 소화하면서 보이는 내 모습이 곧 테스트와 같은 것이라는 걸.


그리고 나는 아주 완벽하게 첫 훈련을 소화해냈다.


마지막 연습게임마저도.


프란시스쿠 트린캉과 한 팀이 된 나는 녀석과의 호흡을 통해 총 두 골을 뽑아냈다.


‘일단 넌 합격.’


트린캉과의 호흡은 완벽했다.


빠르고 날래지만, 윙어치고는 괜찮은 피지컬을 가지고 있어서, 키핑 능력도 제법 있었다.


그 때문에 내가 해야 할 볼 키핑에 대한 부담을 녀석이 덜어줬고, 내게 찔러 들어오는 패스와 크로스들이 수준급이었다.


뭐, 프로급이라고 얘기는 못하겠지만 확실한 건 한국에서는 이런 크로스와 패스를 받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두 골을 몰아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첫 훈련이 끝난 후. 유스 감독 미구엘 산토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얘기했다.


‘내일 또 보자고! ZI!’

‘네. 알겠습니다.’

‘아직 테스트가 더 남았어.’


사실.

만족감이 넘쳐흘러 뚝뚝 떨어지는 표정만 보면 합격이나 다름없는데···.

그래도 테스트가 더 남았다니, 뭐.

받아들여야지.


그렇게 나의 첫 출근과 테스트는 아주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훈련이 끝난 후, 마무리를 위해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길.

프란시스쿠 트린캉이 옆으로 다가왔다.


“너 이름이 ZI라고 했지?”

“응. 너 나랑 같이 뛰었잖아. 이름도 몰랐냐?”

“아니···. 그건 아닌데···.”


뭐야, 이 자식.

왜 이렇게 수줍어해?


“너 진짜 잘하더라.”

“너도 잘했어.”

“아···. 하하. 고마워.”

“근데 내가 더 잘한 건 맞아.”

“그래! 네가 훨씬 잘했어! 그건 나도 인정해.”


...뭐지.

이런 반응은 조금 낯선데.


“아까 훈련 시작 전에 너 비웃었던 애들 말이야.”

“응. 걔들 왜?”


그 무리의 중심에 있던 덩치 큰 놈은 팀의 주전 센터백이었다.

연습게임 때 나의 상대 팀이었고, 결과로 증명했다시피 나는 두 골을 넣으며 탈탈 털어버렸다.


시작 때만 해도 시시덕거리며 날 개무시하더니.

경기가 끝나고 나니까 분을 못 이겨 씩씩거리더라.

어쨌든.


“걔들하고 친하게 지내.”

“왜?”

“안 그러면···. 걔들이 널 괴롭힐지도 몰라.”


그 얘기가 나오는 순간.

왠지 모를 익숙한 냄새가 났다.


설마, 포르투갈 일진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저 멀리 라커룸 입구에서 그 패거리들 사이에 둘러싸인 한 선수의 모습이 보였다.


“저렇게 괴롭힌다는 거야?”


그곳을 빤히 쳐다보며 묻자, 트린캉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맞아. 그냥 쳐다보지 말고 가자. 엮이면 피곤해져.”


그래. 나도 안다.

근데 저기서 당하고 있는 녀석이 내 어시스트 머신 2호기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아니야. 피곤해질 거 없어.”


내가 한국에서 저런 애들 뚝배기 다 박살 내고 온 사람이거든.


야, 이 좆만한 새끼들아. 내 어시스트 머신 건드리지 마라. 녹슨다.


“Ei! O que vocês estão fazendo, seus gays? Estão paquerando em grupo?”

(야! 너희 뭐하냐, 이 게이들아. 단체로 구애 활동하냐?)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비가 오네요.

축축 처지는 하루지만 모두 힘내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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