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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섭 님의 서재입니다.

학폭 피해자는 축구 전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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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섭
작품등록일 :
2024.05.29 22:15
최근연재일 :
2024.06.30 12:15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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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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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글자수 :
67,395

작성
24.06.2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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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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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돌아온 개망나니(2)

DUMMY

대한민국 중학생 중에서 나쁜 걸 가장 빨리 배우는 녀석들은 ‘축구부’다.


팩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겪은 중학교 시절 축구부는 그랬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들이 후배들 돈 뜯고 싸움질하고,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여자나 후리고 다니고···.

그런 이유로 내가 다녔던 중학교 축구부에서는 프로에 진출한 선수가 딱 한 명뿐이었다.

그게 바로 나다.


난 중학교 시절, 쭈그리었다.

말 그대로 구석에 매번 찌그러져 있던 선수.

그래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고 우리 중학교는 수많은 유소년 축구 대회에서 언제나 광탈하던 최약체였었다.

뭐, 내가 선배 놈들의 똥 양아치 짓 때문에 기가 죽어 제 실력을 발휘 못했기 때문에 그랬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제 실력을 발휘했다면 적어도 ‘광상 중학교’가 ‘광탈 중학교’로 불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내가 가졌던 재능이 더 빨리 꽃피면서 날개를 펼칠 날이 더 빨라졌을 것이라는 거다.


그래서 지금.

정신을 차리자마자 내 앞에서 욕하고 뺨을 휘갈긴 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선배 새끼를 까버릴 생각이었다.


“야! 쥐방울!!”


쥐방울이라.

오랜만에 듣네.

참 듣기 거북한 개 같은 별명.


중학교 1학년.

나는 운동선수치고는 피지컬이 약했다.

그 때문에 선배들의 괴롭힘도 더 심했고, 별명도 쥐방울이었지.

근데 이제는 안다.

내게는 쥐방울보다는 좆바울, 인성 파탄자, 개싸가지바울···.

이런 별명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을.

그뿐이 아니다.

내 이름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주 깊은 뜻을 담아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이다.


“땅과 바다를 울려라···.”

“...뭐?”

“땅과 바다를 울려라. 그렇게 큰 사람이 되라고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 지바울입니다. 쥐방울이 아니라.”


내 말에 눈앞에 있던 녀석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뭐라는 거야, 이 미친 새끼가···.”


그의 오른발이 움직인다.

내 복부를 향해 날아오는 축구화 스터드.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발을 붙잡았다.

그리고 남은 한 발을 강하게 걷어찼다.


퍽!


“어억! 이런 썅!”


이 새끼가 넘어지면서도 욕을 하네?

엉덩방아를 찧으며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는 선배 새끼가 자리를 털고 일어날 새도 없이 나는 그놈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이런 씨댕아! 앞으로 한 번만! 더! 쥐방울이라고! 하면! 진짜! 뒤진다!”


한마디에 한 대씩.

작은 주먹과 비쩍 마른 팔꿈치로 마구 파운딩을 꽂아 넣었다.



#



이문원은 친구 지바울의 미친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저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금이 저리고 심장이 폭발할 듯 두근거려서.


‘...바울아···.’


축구부 내에서 군기반장으로 불리는 한 해 위의 선배다.

3학년 선배들에게 가장 인정받는 차기 주장 감이고 2학년 중에 싸움을 가장 잘하는, 흔히 말하는 ‘통’이라고 불리는 선배다.


그런 감투를 쓰고 가장 지독하게 후배들을 갈구고 괴롭히는 나쁜 새끼.


지금 지바울이 하는 저 행동을 이문원은 매번 상상만 했었다.


집에서 샤워하며 거울을 보고 ‘야, 너 진짜 뒤질래? 우리가 만만하냐?’이런 대사를 수십 번 연습하고.

대사가 끝나면 어설프기 그지없는 섀도복싱을 하며 그 선배를 때려눕히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자신도 알고 있다.

그건 용기 없는 찐따들의 특징이라는 것을.


그런 찐다인 이문원에게 지바울은 정말 고마운 친구였다.


이런 고통스러운 생활을 견딜 수 있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였고 가끔은 자신보다 더 선배들에게 과한 관심(?)을 받기에 다른 친구들이 당할 괴롭힘을 혼자 짊어져 주는 녀석이었으니까.


근데. 지금의 지바울은···.


“야야야! 쥐방울! 저 새끼 말려!”

“이 새끼가 미쳤나 진짜!”

“야! 씨발!”


순식간에 달려들어 다구리를 놓는 선배들을 향해 독이 바짝 오른 표정으로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한 대를 맞고 넘어지면 일어나서 어떻게든 한 대를 갚아준다.


“이런 개새끼들아! 다 덤벼! 씨발!”


거친 욕설과 포효를 내지르며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선배들을 휘어잡고 있었다.


“바, 바울아···. 그만해.”


비로소 이문원이 나섰다.


그가 나서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결국, 후폭풍은 모두가 함께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



유럽 두 번째 팀이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하위권 팀.

빅리그 진출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갔던 팀이고 그곳에서 나는 본격적으로 두각을 보였다.


내가 그 팀의 얘기를 하는 이유는.


‘그때도 이랬지.’


이적 첫날.

기존에 있던 선수들과 3대1로 맞짱을 떴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 새끼들이 날 무시했으니까.

인종차별은 귀여운 수준이고 심각한 인격모독에 성희롱, 정점을 찍은 건 패드립이었다.


나는 곧장 한국인 DNA를 끌어 올려 이단옆차기를 날렸었다.


그렇게 아주 개싸움을 하고 감독에 끌려가 호되게 혼났다.

하지만 그 이후로 팀에서 날 무시하는 녀석들은 없었고, 오히려 동료들과 더 가까워지며 팀의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리그 하위권이던 팀을 중위권까지 끌어올리며 잔류시켰고, 한 시즌 만에 독일로 이적하며 본격적으로 날개를 폈다.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좀 다르다.


일단 여기는 프로팀이 아니고.

나와 싸운 놈들은 자존심이 성층권을 뚫을 정도로 치솟은 중2병 중증 환자들이다.

마지막으로 날 혼내고 있는 감독은 내가 가진 재능을 전혀 모르는, 아니 관심도 사람이었다.


“야 이 미친놈아! 그렇다고 선배를 그렇게 두들겨 패? 이거 완전 도라이 새끼 아니야, 어?”


감독실에 들어오자마자 내 후각 전체를 강렬하게 찌르는 담배 찌든 냄새.

그리고 이 냄새와 너무 잘 어울리는 차림새와 인상의 감독.

의자에 앉아 발을 책상에 올려놓고,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호통을 쏟아내는 그의 앞에서 나는 가만히 정면을 응시하며 열중쉬어 자세를 하고 있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그리고.


‘2014년. 8월 14일.’


내가 다시 살게 됐음을 점점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시작이 너무 정신없어서 ‘내가 돌아왔나?’ 이런 생각을 할 시간도 없었다.


돌아오자마자 몸의 대화를 나누고 치고받으며 이것이 현실임을 깨달았다.


어쩌면 돌아온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내 기를 죽여 재능을 일찍 만개하지 못하게 한 선배 놈을 당장 패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으니까.


난 이전 삶보다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뇌리에 박혀 있었다.


PTSD를 유발할법한 그 상황에서 나는 당당히 맞섰고, PTSD 대신 피가 터졌다.


“네가 너보다 큰 세 놈하고 싸우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어?”

“일대일로 싸웠으면 이겼을 겁니다.”

“...뭐? 이 새끼가 진짜! 야! 내가 장난하는 거 같아? 야 이 새끼야! 내일 경긴데, 두 놈이 코피 터지고 눈탱이 밤탱이가 됐어!! 너 내일 경기 지장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어?”


지랄하네.

있든 없든 어차피 질 거면서.

별 기대도 없었다.


기대도 없기에 들을 것도 없다.


나는 끊임없이 한 귀로 들어오는 그의 분노를 반대편 귀로 흘려내면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나는 죽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왔다. 내가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하게 된 시점으로.’


초등학교 시절.

나는 학교에서 가장 축구를 잘했다.

그로 인해 지금 다니고 있는 광상중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고, 집과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게 실수였지.’


지금 생각해보면 실수다.

이곳에 온 게.


사실, 날 원하는 학교는 제법 있었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이제 14살이 된 나이.

집과 너무 멀리 떨어지는 것이 두려웠고, 부모님 역시 그것을 두려워했다.


당장 근처로 이사를 하자니 현실적인 조건이 맞춰지지 않아 그런 결정을 내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학교가 바로 이곳, 광상 중학교였다.


“...야. 내가 너 스카우트했다고 해서 네가 뭐 되는 줄 아는 모양인데···. 넌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그런 생각하지 마라. 너 그렇게 특별하지 않으니까. 어? 네가 보여준 게 있냐? 뭐. 보여줄 시간이 없었다고? 야, 보여줄 시간이라도 생기려면 너희 부모님이 뭐···. 성의라도 좀 보인 게 있어야···.”


이런 시발.

역시 괜히 왔다.


나의 영혼과 대화하며 생각했던 가장 후회되는 일.

부모님이 떠나기 전에 빨리 성공하지 못한 것.

그 후회를 다시 하지 않기 위해서는.


‘...멀어져야 한다.’


단순히 집에서 멀어도 더 환경이 좋고 올바른 지도자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결심하는 것이 아닌···.


‘한국을 떠야 한다.’


이건 절대적이다.


모든 생각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순간.

여전히 떠들고 있는 감독의 등 뒤로 보이는 진열장 유리에 비친 나의 표정은 결의에 차 있었다.


그리고 한참은 어려진 나의 얼굴을 마주하자 비로소 모든 감정과 감각이 2014년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은 비로소 과거에 스며든 감정이 가장 강력하게 토로하고 있는 그리움의 대상인 부모님, 그들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너, 부모한테 연락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네. 말씀 끝나셨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감독실을 걸어 나오는 길.

감정이 벅차오른다.

재회의 기쁨과 그리움의 감동이 교차하는 이 오묘한 감정.

단언컨대, 태어나서 나는 단 한 번도 이 정도로 기쁘고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



익숙한 길을 따라 걸었다.


눈을 휙휙 돌릴 때마다 보이는 풍경.

코끝을 자극하는 수많은 냄새.

청각을 파고드는 수많은 소음.


모든 것이 내겐 추억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일까.


처음엔 몽롱한 듯 꿈만 같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이건 현실이다.


익숙한 하굣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도착한 허름한 골목.

바로 옆엔 시장 골목이 있는 빽빽이 들어선 주택들이 즐비한 이 골목 안에 우리 집이 있다.


뚜벅뚜벅.


기억을 더듬으며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길수록 가슴이 더욱 벅차올랐다.


그리고 비로소 도착한 빛바랜 은색 대문.

우측 상단에 달린 편지함에서 열쇠를 꺼내고.


딸깍!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만났다.


너무 그리웠던 나의 부모님을.


“엄마, 아빠!”


내 마지막 기억 속의 모습보다 훨씬 젊은 두 분의 모습을 보자, 눈물이 터졌다.


두 분을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싶었다.


몸은 작아졌지만, 마음만은 그때보다 크기에.

그 큰마음을 담아서 꼭 안아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두 분께 다가서는 그때.


“감독님한테 전화 받았다.”

“너! 운다고 해결 안 돼! 어쩌려고 그랬어?”


와장창.


난 추억인데 두 분은 이게 현실이다.

그래.

이해한다.

그 빌어먹을 돈벌레 감독 놈이 벌써 전화했나 보네.

후···.


“바울아. 아빠가 지금 네게 묻고 싶은 건 단 하나다.”

“...네. 말씀하세요.”

“이겼냐, 졌냐.”


퍽!


어머니의 등짝 스매싱.


“당신은 지금 애한테 그게 할 말이야?”

“크흠···. 여보. 원래 남자들의 세계란 다 그런 거야. 당신이 몰라서 그렇지···.”

“모르긴 뭘 몰라!”


하하하···.

이거.

너무 나 혼자만의 감상에 젖어있었나.


“그나저나 그 감독님은 참 그러네. 바울이도 지금 꼴이 말이 아닌데···. 꼭 바울이가 잘못한 것처럼 그렇게 몰아세우고 말이야.”

“그럼 우리 바울이가 이긴 모양이지, 뭐. 그렇지, 아들?”


빤히 날 바라보는 두 분을 보며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기쁨의 환한 미소와 함께 그리움의 눈물을 흘렸다.


“자식. 울지마라. 남자는 그렇게 쉽게 우는 거 아니야.”

“바울아. 너 왜 그래? 응? 괜찮아. 울지마.”


천천히 두 분께 다가간 나는 조용히 두 사람의 사이에 안겼다.


“보고 싶었어요. 엄마, 아빠.”


그런 날 조용히 품에 감싸주는 두 분의 손길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한참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던 내가 부모님에게 가장 먼저 꺼낸 얘기는 두 분의 표정을 순식간에 돌변하게 했다.

서로 다른 표정이었지만 공통점은 매우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엄마. 아빠. 저 부탁이 있어요.”

“뭔데?”

“축구 유학 가고 싶어요.”

“...유학? 바울아. 너 혹시 싸우다가 머리 부딪친 거 아니지?”


어머니는 진심으로 날 걱정했고 아버지는.


“가고 싶은 곳은 생각해 둔 거야?”


꽤 진지한 반응을 보였다.


“네. 생각해뒀어요.”












작가의말

주인공을 쓰기 힘드네요. 저랑 너무 달라서.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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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조심스럽지 않은 첫 걸음(4) +2 24.06.28 490 14 14쪽
7 2.조심스럽지 않은 첫 걸음(3) +5 24.06.26 531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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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조심스럽지 않은 첫 걸음(1) +2 24.06.24 656 22 14쪽
4 1.돌아온 개망나니(4) +5 24.06.24 699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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