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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섭 님의 서재입니다.

학폭 피해자는 축구 전설이 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원섭
작품등록일 :
2024.05.29 22:15
최근연재일 :
2024.06.30 12:1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6,168
추천수 :
163
글자수 :
67,395

작성
24.06.23 22:35
조회
745
추천
12
글자
13쪽

1.돌아온 개망나니(1)

DUMMY

“지바울 선수! 이번 국가대표팀 차출을 거부한 이유가 뭡니까?”


...얼마나 궁금한 거냐.

저 먼발치에서 물어오는 질문이 고막에 와서 아주 콱콱 박히는 것 같다.

아주 쩌렁이가 따로 없다.


찰칵! 찰칵!


질문이 끝남과 동시에 시야를 방해하는 하얀 불빛들.

더럽게 불쾌한 지금 상황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때.


“야 이! 매국노 새끼야! 대답 똑바로 해! 한국 축구보다 네 개인 커리어가 더 중요하냐! 쓰레기 같은 놈!”


휙!


쩌렁이 기자보다 더 거대한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는 한 남성.

그의 손에서 날아온 작은 구체가 정확히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그 구체를 보며 나는 가볍게 발을 앞으로 뻗었다.


툭!


“오오오오!”

“미쳤다!”


순두부가 떨어져도 깨지지 않을법한 완벽한 퍼스트 터치.

당연히 달걀이 깨질 리 없지 않나.

아니다. 순두부보다 달걀이 더 위험한가?

어쨌든.

썩 좋아 보이지 않는 달걀이다.

난 이런 저급한 수준의 달걀은 먹지 않는다.

그렇다면 돌려줘야지.


휙! 퍽!


내 발등에서 날아간 달걀이 주인에게 돌아갔다.

어찌나 반가웠는지 주인의 이마에 가서 제대로 박치기하더니 노른자와 흰자로 주인의 얼굴을 포근히 감싸 안는다.


“저, 저 개새끼가! 야! 지바울!!”


아수라장이 된 현장.


분노한 사람들이 내게 달려드는 것을 막으려는 가드들과 그 장면을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해 열심히 셔터를 뿜어대는 카메라들.


놀랍게도 이곳은 공항이다.


대한민국이 배출한 불세출의 축구 스타인 바로 나, 지바울의 입국 현장.


2028년 올림픽을 앞두고 28살,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던 대표팀의 에이스가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와일드카드로 선출되었고, 명분은 함께 뛰는 젊은 후배들의 군 면제와 관련되어 있었다.

동메달만 따면 군 면제가 가능하니까.

근데 아쉽게도 난 이미 면제라.


내가 대표팀 차출을 거부한 이유는 아주 단순명료했다.


“아, 우리 기자님. 질문 대답해야지. 국가대표팀 차출 거부한 이유가 뭐냐고 물으셨죠? 하기 싫어서요.”


현장을 어지럽히던 훌리건 같은 팬들이 제압되어 사라지면서 다시 내게 집중된 기자들의 관심.

그 관심에 불을 지피는 나의 롸끈한 대답에 현장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중동 이적을 준비하기 때문이라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네. 뭐 틀린 말도 아니죠.”


국가대표 경기 뛴다고 매번 하루 넘게 비행기 타면서 개고생하고, 잘해도 지랄, 못해도 지랄. 매번 개고생하고 개지랄하는 소리를 듣는 거 보단.


‘따뜻한 중동 가서 달달한 주급 받으면서 행복 축구 하는 게 짱이지. 암. 그렇고말고.’


그래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28살. 현 소속팀, 유럽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프리메라리가에 소속된 명문 중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

푸스카스상 2회 수상, 발롱도르 3위, 피파 올해의 남자 선수상을 비롯해 유럽에서 수많은 개인상 석권.


즉, 나는 지금 축구 선수로서는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그런 나의 은퇴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지금 이곳에 와있는 언론 중 1/3이 외신인 걸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바울 선수! 협회에서 차출을 거부할 시 축구선수자격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그럼.

잘 알고 있지.

근데···. 이런 썅.

갑자기 울분이 솟구친다.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 지금 저 협박하십니까?”

“그게 아니라···.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언론에···.”

“그러니까 당신한테 묻는 게 아니라, 협회에 묻는 겁니다.”


말을 줄이고 내 정면에 있는 커다란 카메라를 똑바로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협박합니까, 지금? 이봐요···. 이런 씨발. 내가 이런 말까지는 안 하고 싶었는데···.”


감정이 억눌러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태어나 그것을 업으로 삼기 위해 개고생했던 지난날이 머릿속을 마구 헤집고 지나간다.


“당신네가 나한테 축구화 한 켤레라도 사줘 봤어? 나, 우리 엄마 아빠 골수 빨아먹으면서 이 자리까지 오른 거야. 근데 인제 와서 뭐? 대한민국의 축구 선수로서의 본분을 다하라고? 이런 지랄 염병하고 있네!!”


누군가 내 입을 거칠게 막는다.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안다.

매니저가 분명했다.


“...바울아. 그만하자.”


귀에 속삭이는 그 목소리에 부글거리던 가슴이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발표를 번복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스르륵 내 입을 막고 있던 손이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나는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제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



“야, 지바울···. 너 진짜 성질 좀 죽여.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그러다가 너 좋아하는 팬들도 너 다 외면하는 수가 있어.”


창밖으로 지나가는 한국의 풍경은 언제나 정겹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마음을 울적하게 한다.

부모님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나의 귀에 와서 꽂히는 매니저의 목소리.


그래.

역시 이거까지 들려야 완벽하게 실감이 난다.

한국에 돌아왔다는 것이.

공항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나니까, 단연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바울아. 진짜 형이 걱정돼서 하는 얘기야. 너 재능은 세계 최고 수준인 거 분명하다. 근데 그 성격만 좀 어떻게 하면···.”

“형.”

“왜?”

“저 원래 이런 놈 아닌 거 아시잖아요.”


차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지금 운전 중인 내 매니저는 내가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던 사람이다.


내가 인간으로서 성장하며 겪은 희로애락과 축구 선수로서 성장하며 겪었던 모든 일을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형도 제가 얼마나 개고생했는지···. 저희 부모님이 얼마나 개고생하다가 억울하게···. 아들 성공한 것도 못 보고 돌아가신 거···. 다 알고 계시잖아요.”


또 감정이 불쑥 끓어오른다.


한국 축구판은 정치판과 다름없다.

‘연줄’이 필요하고 ‘돈줄’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아니, 나의 부모님은 한국 축구판에서 가장 중요한 그 두 가지 줄을 모두 잡지 못한 분들이었다.


축구를 너무 좋아하고 동시에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아들을 위해, 두 사람은 본인들의 모든 것을 갈아 넣어 뒷바라지했다.


하지만.

조금의 보람도 느끼지 못한 채.

두 분은 나의 프로팀 계약조차 보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후, 나는 한국 프로리그의 최정점인 K리그의 한 구단과 계약하며 정식 1군 선수가 되었고 이후 유럽에 진출하며 재능을 만개했다.


“...나는 어려울 때 내 손 한번 잡아준 적 없는 그 새끼들한테, 연줄이 되어주기 싫거든요. 연줄이 뭐야. 생명줄이겠지.”


매번 대표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던 나다.

솔직히 팬들을 위해서 그리고 동료들을 위해서 좆빠지게 뛰었다.

근데 참 허탈한 게,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뛰어도 돌아오는 건 결국 협회 수뇌부의 생명줄 연장이더라.


어느 순간부터 현타가 오기 시작했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정확히 10년이 된 오늘.

공항 입국 현장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현타가 폭발하면서 거대한 분노의 쓰나미가 나를 집어삼켰다.


“그래···. 내가 널 모르겠느냐마는···.”


매니저가 말을 줄인다.


“형. 난 형이 진짜 내 친형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천애의 고아가 된 나를 거둬 준 사람.

그리고 가족을 모두 잃은 내게 정말 가족처럼 다가와 준 사람.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저···. 이번엔 대표팀 진짜 안 할 거예요. 우리 이제 중동 가서 따뜻하게 지냅시다. 협회에서 지랄하면 그냥 한국 안 들어오면 되잖아요.”

“...그게 되겠냐.”

“안될 건 또 뭐에요?”


룸미러를 통해 마주친 시선.

매니저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나 역시 그런 매니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


매니저의 동공이 급격히 커졌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이다.

룸미러를 통해 마주친 그의 시선에 온몸에 털이 쭈뼛 섰다.

그리고 마치 목소리를 잃은 사람처럼 입을 벙긋거리는 매니저.


“...왜요? 형? 무슨···.”


빠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시발.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것 같다.



#



세상이 빙글 돌았다.

아주 천천히.

모든 것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느껴질 정도로.

눈앞으로 튀어 오르는 수많은 유리 파편이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아주 느긋하게 내 눈앞에서 흩어진다.

그리고 느껴지는 커다란 충격.

그 충격이 느껴지는 순간, 순식간에 시야가 빠르게 회전했다.

마치.


‘어디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



‘이번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누군가 내게 묻는다.

잔잔하면서도 포근한 목소리였다.

유럽에 처음 진출했을 때 내 적응을 도왔던 상담사가 떠오르는 목소리다.


흠. 후회되는 것이라.


“너무 많은데.”


정말이다.

너무 많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네. 인간은 후회의 동물이죠. 유일하게 후회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동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금 선택할 수 있는 ’후회‘는 딱 하나입니다. 무엇이 가장 후회되나요.’


참 지독하게도 물고 늘어지네.


대답하기 전엔 안 끝날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봤다.


과연 내가 지금 가장 후회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내 머릿속을 빠르게 스치는 두 사람의 얼굴.


부모님.


두 분이 내 곁을 떠난 것이 후회되는 것은 아니다.

그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사고에 의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후회라는 단어에 두 사람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른 이유는.


“두 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더 빨리 성공하지 못한 거···. 그게 가장 후회됩니다.”


대답하는 목소리가 의지와 상관없이 떨려왔다.

감정이 울컥 솟아오른다.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광대 위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는 그분들의 청춘이라는 거름으로 인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보답을 하기도 전에 부모님은 내 곁을 떠났다.


‘만약 다시 살 수 있다면. 지금 이 후회 다시는 안 할 자신 있습니까?’


다시 살 수 있다고?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니까. 축구를 제외하고는 ‘완벽’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니까.

하지만 같은 후회는 절대 반복하지 않을 거다.

그 후회를 지울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실력도 갖추고 있고.


만약···. 정말 다시 살 수 있다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때.


“윽···.”


머릿속을 찌릿 관통하는 두통과 함께 조금 전 겪었던 나의 현실을 자각했다.


“...뒤져버린 건가···. 후···.”

‘네. 맞습니다. 죽었습니다. 졸음운전 중이던 대형 덤프트럭이 뒤에서 충돌했거든요. 차가 완전히 구겨졌습니다.’

“그래.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허탈하다.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얼마 누리지도 못하고 이런 허무한 죽음이라니.

억울하다.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았는데.

돈도 더 많이 벌고, 축구도 더 하고 싶었는데.

세계에서 제일 예쁜 여자랑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마음껏 즐기고 싶었는데···.

잠깐만···.


“...나 정말 다시 살 수 있는 겁니까?”

‘다시 살 수 있습니다.’

“당신은 누군데 내게 이런 제안을 할 수 있는 거죠?”

‘나는 당신의 영혼입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악동, 폭군, 싸가지바울, 좆바울, 등등···. 아주 인성 파탄 난 별명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게 본래의 모습이 아니라는 걸요. 당신의 영혼인 나는 그런 별명이 어울리지 않게 아주 깨끗하고 순수하거든요.’


그래.

나도 안다.

나니까 오늘 입국 현장에서 그런 망발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원래 그런 놈이었으니까.

근데 영혼은 그렇지 않다라.

뭔 개소린지.


‘다시 살게 된다면···. 조금 더 본래의 모습으로 살아보세요. 그럼 이만 떠나겠습니다.’

“잠깐만···! 잠깐만!!!”


새까맣던 시야가 순식간에 새하얀 빛으로 잠식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빛을 잊었던 동공에 빛이 서서히 새어 들어오며 뿌옇게 보이기 시작하는 시야에 나는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 순간.


퍽!


“이 개새끼가 인상 쓰네?”


변성기가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은 앳된 목소리가 내뱉는 욕설과 함께 내 고개가 세차게 돌아갔다.










작가의말

주인공은 인성이 좋지 않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CENTER
    작성일
    24.06.24 06:10
    No. 1

    신작 축하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3 기작경장
    작성일
    24.06.28 23:43
    No. 2

    소설이라도 적당히 납득은 할 수 있는 설정을 하는게 어떨지. 국대차출 거부한다고 선수자격을 어떻게 박탈해요. 북한이면 모를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수 없는 일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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