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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섭 님의 서재입니다.

학폭 피해자는 축구 전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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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섭
작품등록일 :
2024.05.29 22:15
최근연재일 :
2024.06.30 12:1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6,185
추천수 :
163
글자수 :
67,395

작성
24.06.24 12:05
조회
699
추천
18
글자
13쪽

1.돌아온 개망나니(4)

DUMMY

‘바울아, 너 진짜 괜찮겠어?’

‘뭐가?’

‘선배들 깐 거 말이야.’

‘...안 괜찮을 건 뭔데?’

‘아니, 그래도···.’

‘그래도 뭐?’

‘...멋있었다고.’


필드에서 펼쳐지는 충격적인 경기를 지켜보는 이문원의 머릿속에는 어제 하굣길에 나눈 지바울과의 대화가 스치고 지나갔다.


하룻밤 새에 아니, 반나절도 채 되지 않은 틈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자신의 친구, 지바울.


근데 단순히 사람만 달라진 게 아니었다.

축구 실력 역시 성장호르몬 주사를 백 대는 맞은 것 같았다.


“와! 방금 레인보우 플릭 개쩔었어.”

“하하. 야, 쥐방울···. 아니, 지··· 바울 왜 이렇게 잘하냐, 오늘?”


쥐방울이라고 했다가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말을 주워 담는 2, 3학년 벤치 멤버들.


아직 전반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 광상중은 3대0으로 상대를 압살하고 있었다.

지바울의 해트트릭을 앞세워서.


‘...원래 저렇게 잘했었나?’


그런 의문을 가지는 찰나.


철썩!


페널티 에어리어 코너 부근.

탄력적인 방향 전환으로 순식간에 중앙으로 파고들던 지바울의 발끝에서 쏘아진 슛.

엄청난 회전을 머금고 날카로운 궤적으로 감긴 공이 골키퍼를 바보로 만들며 또 한 번 그물을 출렁였다.


그리고.


“sii-uuuu!”


이번에도 감독 앞으로 냅다 달려와 포효하는 지바울.

단연, 감독의 반응도 조금 전과 같았다.


일단 뒷목을 잡고.


“저, 저 개쉑!!”


얼굴이 시뻘게져서 손가락질한다.


그런 감독에게 윙크를 날리며 다시 중앙선으로 돌아가는 지바울.


그 모습에 이문원의 머릿속에는 또 한 번 지바울과의 대화가 스치고 지나갔다.


‘바울아. 너 진짜 대단하더라. 이렇게 된 거 제대로 까버리면 안 될까? 솔직히 민재유, 졸라 재수 없잖아.’


군기반장 민재유.

다른 선배들보다 이문원은 유독 그가 미웠다.

그런 민재유를 친구인 지바울이 까버리는 걸 보고 얼마나 통쾌했던가.

물론, 마냥 통쾌하기보단 후환과 그 싸우는 상황과 분위기 자체가 무섭긴 했지만 어쨌든.

다음에 지바울이 그 녀석을 또 깐다면 이번에는 함께 힘을 보태줄 용기가 생겼다.

하지만 지바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거대한 대못이었다.

귀를 타고 들어와 심장에 콱 박히는.


‘야. 까려면 네가 까. 언제까지 남한테만 의지할 거야? 너 축구 선수 돼서도 저 선수 좀 대신 막아줘, 이럴래?’


그 말을 끝으로 바울은 쿨하게 한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넨 뒤, 자기 집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한동안 말없이 그런 지바울의 모습을 쳐다봤다.


처음엔 상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상처가 아물면서 단단한 굳은살이 돋아났다.


왠지 자신도 지금 필드를 뒤집어 놓고 있는 지바울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강한 자신감이 든다.


전반 종료 직전.


“Siii-uuuu!!!!”


지바울은 또 한 골을 추가하며 결국 감독을 뒷목 잡고 넘어가게 했다.



#



흠.

이제 막 고추와 겨드랑이에 거뭇거뭇 잡초가 피어나는 꿈나무들의 필드에서 ‘축구 도사’가 된 기분을 묻는다면?


‘말해 뭐해. 기분 최고지.’


나는 전반에만 다섯 골을 집어넣었다.


전반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상대편 골키퍼의 눈시울이 벌게진 것을 봤다.


어지간히 억울하고 화가 난 모양이었다.


네 번째 골을 넣었을 때가 진짜 가관이었다.


레인보우 플릭으로 미드필더 하나를 넘기고 떨어지는 공과 백업을 들어오는 센터백의 속도를 재어봤다.

애매했다.

센터백이 더 빠르진 않았지만, 저 속도라면 내게 와서 부딪칠 것이 빤히 보였다.

그리고 지금 내 피지컬에서 키 170이 넘는 중3과 부딪치는 것은 교통사고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툭 올려서 골대로 날려 보냈다.

독수리 슛처럼.

그리고 달려드는 센터백은 투우사처럼 가볍게 몸을 회전하며 피해냈다.


사실, 공의 속도는 독수리보다는 느긋하게 땅으로 내려앉는 독수리 깃털 슛과 같았다.


하지만.


내게 해트트릭을 허용한 이후 멘탈이 개박살났던 골키퍼는 잔뜩 뿔이 난 표정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펀칭으로 공을 날리려 했겠지.

하지만 주먹을 미끄덩하고 지나친 공은 그대로 골대로 빨려 들어갔고, 나는 네 번째 세레모니를 펼칠 수 있었다.


“...지바울.”


하프타임.

벤치에 모인 선수들 틈에서 감독이 내 이름을 불렀다.


“왜요.”


내 대답에 감독의 이마에 힘줄이 빠직 오르는 것만 같다.


“...너 후반에도 뛸 수 있냐.”

“네. 뛸 수 있죠. 우리 선배님들이 저한테 패스만 좀 잘 준다면요.”


누가 봐도 나한테 패스를 주기 싫어하더라.

근데, 내가 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으니 아주 똥 주워 먹는 표정으로 내게 패스를 보냈던 선수들.


내 얘기에 다시 조용해진 벤치 분위기.

그 침묵을 깨고 감독이 크게 한숨을 쉬며 입을 열려는 그때였다.


“...다들 어제 일 때문에 그런 거면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

어제 나한테 제일 심하게 줘터진 놈이다.

날 제일 먼저 건드린 죄로.


민재유.

저놈 이름은 정확히 기억한다.

제일 악랄한 놈이었으니까.


“...어쨌든 지금 쥐바ㅇ-울이···.”


내 눈치를 보며 발음을 얼버무리는 민재유.

새끼. 쫄았네.


“다섯 골 넣었잖아요. 더 크게 이겨봅시다. 우리 매번 쟤들한테 오대 떡으로 깨졌어요. 저 자식들 맨날 우리 보면 ‘오떡하지? 오늘도 오떡하면 오떡하지?’ 이러고 놀린다고요. 다들 열받지도 않아요? 오늘 한 십 대 떡으로 발라주자고요.”


민재유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리고 감독이 헛기침하며 얘기를 이어 나갔다.


“크흠···. 다들 재유 얘기 들었지. 후반에 더 몰아쳐라. 아주 다시는 못 개기게 완전히 밟아버리라고,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말아쥔 감독의 주먹이 부들거리는 걸 봤다.

아무래도 선수들 못지않게 상대 감독에게 놀림을 많이 당하는 모양이었다.


“자자. 다시 들어가자.”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 조용이 손짓으로 부르는 감독.


“...너. 들어가서 네 맘대로 해. 후반까지 잘하면 넌 다음 경기에서도 무조건 선발이다. 근데···.”

“네. 말씀하세요.”

“세레모니는 하지 마라. 알았냐.”


감독의 말에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싱긋 입꼬리를 올리는 것으로 승화한 뒤, 천천히 대답했다.


“생각해볼게요.”

“야, 야잇!”



#



후반이 시작되었다.


친선전과 같은 개념의 경기이긴 하지만.

어느 한쪽에서 갑자기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한쪽을 짓밟는다면.

감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축구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니까.


“야! 저 조그만 놈 막으라고! 너 다른 데 가지 말라고! 새끼야! 왜 말을 안 들어!!! 11번은 그냥 놔두라니까! 걔 놔두고 저 조그만 놈 막으라고!”


상대 감독의 호통 소리가 운동장 전체를 쩌렁쩌렁 울린다.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린가?’


그럼 안될 텐데?


11번이라면 오늘 우측 윙어로 출전한 우리 학교 2학년 선배다.


전반에 나의 기가 막힌 라보나 로빙 스루패스를 받자마자 대가리 박고 전진해서 개똥 크로스로 마무리한 그 장본인.


그래.

내가 감독이라도 11번은 가만두라고 했을 것 같다.

물론 나 같은 선수가 함께 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만.


삐이익-!


상대의 공격이 무산되며 우리의 골킥이 선언되고.

심판의 휘슬과 함께 잠깐 찾아온 소강상태.


나는 11번을 향해 다가갔다.


“저기요, 형.”

“왜?”

“저랑 스위칭하시죠.”

“싫어. 난 여기가 편해.”


그래, 편하겠지.

대가리 처박고 미친놈처럼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그래도 바꾸시죠.”

“...뭐?”


미간을 구기는 11번.

그때.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또 다른 인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그냥 쥐바울 말 들어.”


민재유다.

같은 2학년이지만 11번은 당당하게 그 말에 대응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재유야. 알았어.”


흠. 덕분에 얘기는 쉬워졌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경기.


센터백에게 향하는 짧은 골킥으로 경기가 재개되고.

내가 제안한 스위칭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헤이! 헤이!”


센터백에서 풀백으로 이동한 공이 다시 전방의 우측 미드필더에게 움직인다.

그사이 나는 중앙선 부근으로 서서히 라인을 내리고 있었고, 아군 하프 스페이스(중앙선 아래 좌우 측면공간)에서 볼을 잡은 미드필더가 다가오는 날 향해 망설임 없이 패스를 밀어 넣었다.


공을 마중 나가며 힐끔힐끔 뒤로 고개를 돌렸다.

내게 들러붙는 수비수는 둘.

공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나는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수비수들이 내게 가까워졌음을 느끼는 순간, 내게 오던 공을 컨트롤하지 않고 그대로 다리 사이로 흘려버렸다.

그리고 탄력적으로 몸을 돌리며 그 힘을 이용해 재빨리 두 선수 사이를 헤집고 뛰쳐나갔다.


내 움직임을 전혀 예상치 못한 듯, 두 마크맨이 급히 몸을 틀다가 흙바닥의 미끄러움에 바나나 껍질을 밟은 것처럼 미끄러진다.


그사이 나는 빠른 속도로 상대의 플랭크(좌우 측면의 윙어들이 활동하는 공간)를 향해 내달렸다.


그 순간, 재빠른 백업으로 날 압박하는 센터백.

나는 그 빈틈을 정확히 캐치했다.


아주 선명히 보이는 하나의 길.

그곳으로 공을 찌르기만 하면 끝이다.


뻥!


낮고 빠르게 깔려서 날아가는 스루패스가 상대 골대로 쇄도하는 우리 11번의 발 앞으로 가서 들러붙었다.


말 그대로 들러붙었다.


완벽한 제구력을 갖춘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의 글러브 안에 쏙 빨려 들어가듯이.


그리고 볼을 받은 11번은 이번에도 역시 대가리를 처박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축구 인생 중 단 한 번 받아볼까 말까 한 저 완벽한 스루패스를 받고도 대가리를 박는다라.


저건 미친 소 새끼가 분명하다.


“아니, 그걸···!”


답답함이 절로 터져 나오려는 그때.


우당탕탕탕!


실제로 소리가 나진 않았지만, 왠지 이런 소리가 났을 법한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대가리를 박고 드리블하던 미친 소와 잔뜩 빡쳐 있던 상대 골키퍼가 거칠게 대시하며 충돌하는 장면.


근데···.


“나이스!”


역시 인간은 소를 이기지 못하는 건가.


11번은 그대로 골키퍼를 불도저처럼 밀어버리며 골대까지 전진했고.

그렇게 우리의 여섯 번째 골이 터졌다.

아, 나의 1어시스트도.



#



경기가 종료되었다.


스코어는 10대0.


민재유의 말처럼 우리는 10대0 대승을 거두며 상대를 압살했다.


경기가 끝난 후.


아직 감정조절이 안 되는 어린 꿈나무들은 10대0이 어찌나 분했던지 인사도 없이 옷을 갈아입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상대 팀 감독은.


‘야···. 내가 널 데려왔었어야 했는데. 지금도 안 늦었어. 우리 팀 안 올래?’


기분 좋은 추파를 내게 던졌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그건 안될 것 같습니다. 계획이 있습니다.’


내 정중한 거절에 아쉬움 가득한 입맛을 쩝 다시며 우리 감독에게 한마디를 던지고 떠났다.


‘형, 힘내서 잘해봐. 걔 잘 쓰면 이번엔 광탈은 안 하겠네. 지역 예선은 그냥 뚫겠는데?’


흐뭇한 미소를 짓는 감독.

그리고 꽤 호의적인 눈길로 날 보며 얘기했다.


“자식. 실력도 있는데 의리도 있네. 면전에서 바로 거절이라니. 넌 다음 경기도 선발이다. 준비 잘하자.”


...나는 당신 좋으라고 거절한 거 아닌데.

분명 ‘계획이 있다고’ 얘기했는데 그건 못 듣고 자기 듣고 싶은 거만 들은 모양이다.


그렇게 경기가 모두 마무리되고 난 후.

날 보는 모든 시선이 경기 시작 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심지어 내게 얻어터진 선배의 부모 중 한 사람은 내게 와서 이런 얘기도 꺼냈다.


“너 제법 잘하네? 우리 애하고 앞으로 같이 뛰면 잘 되겠다. 같이 연습 많이 해. 알았지?”


아까는 당장이라도 귀싸대기 한 대 칠 기세더니.


한숨을 푹 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경기를 보러온 가족들과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선수들.


우리 부모님은 오늘 못 오셨다.

아니, 거의 항상 못 오신다.

맞벌이로 바쁘시니까.

하지만 불만은 없다.

날 위해서 희생하는 두 분께 그저 감사할 뿐. 그리고 빨리 그 희생을 줄여드리고 싶을 뿐.


‘됐어···. 애도 아니고 무슨···.’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돌리려던 그때.


“아들!”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아빠아아!”


뿌에엥.

왜 갑자기 눈물 나려고 하지.


저 멀리서 걸어오는 아버지를 향해 나는 한달음에 내달렸다.

1대1 찬스를 앞에 둔 공격수처럼.


그렇게 아버지 앞으로 힘차게 달려가던 그때였다.


‘어?’


지나치는 많은 사람 속에서 내 시선을 강렬하게 잡아끄는 추억의 향수를 자극하는 얼굴이 보였다.

내가 알던 얼굴보다 역시 한참을 젊어진 얼굴을 한 사람.

그는 내 친구, 이문원의 친형이자 내 가족과 같은 매니저였던 이송원이었다.





작가의말

축구 선수로 먼저 성공할 것인가

인간이 먼저 될 것인가.


한 편 더 는 밤 10시에 올라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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