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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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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1.03.31 19:03
최근연재일 :
2021.11.03 18:40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613,262
추천수 :
11,629
글자수 :
1,244,787

작성
21.11.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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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1쪽

천 년 뒤, 일테라쇼 제국의 황도다.

DUMMY

200. 천 년 뒤, 일테라쇼 제국의 황도다.


"주신 포르테님을 뵙습니다."


"날 알아보는구나."


시조님들께서 설명해주신 그대로의 모습이라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있는 그대로 네 분의 시조님께 들었다고 말하니

인자하게 웃으셨다.


"그랬군.

그 아이들이 나를 미워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마지막으로 그분들을 뵈었을 때,

포르테님께 감사하고 계셨습니다."


"앉거라. 묻고 싶은 것도 해야 할 말도 많구나."


포르테님이 손을 한번 휘졌자,

테이블이 생겨나고 그 위로

이미 데워져 있는 차가 나타났다.


권해주는 자리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시니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세상을 내려다보며, 모르는 것이 없을 주신께

궁금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감히 먼저 물어도 될까 싶어 기다렸다.


"스스로 끊은 그 힘에 관한 것이니

대화가 조금 무거울 수 있겠구나."


"스스로 끊은.."


"뫼비우스의 고리는 네가 말하는

네 명의 시조들이 힘을 합쳐 만든 것이지만,

그 힘은 인간에게 허락될만한 힘이 아니었다."


부정할 수 없었다.


뫼비우스 고리가 내뿜은 힘은

수만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잔인했으며,

제국을 건국할 만큼 위대한 힘이었다.


만약 이 힘이 당시의 필립 시조님이나 내가 아닌,

가까이로는 호리페 라이거가,

조금 멀리로는 서스나 일라인 왕가의 두 왕자에게,

더 멀리로는 포이든이나 피오네 왕실이 가졌다면

대륙의 강과 산은 피로 물들었을 것이다.


"뫼비우스의 위험성을 알고도

완성하고 사용하게 두었던 것은..

당시에는 그만한 힘이 없으면

이 대륙에 희망이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천년이 지나

대륙은 혼란에 빠질 징조가 보였고,

네가 회귀한 이후 다시 대륙은 안정을 찾았다."


"시조님들의 희생과 제 곁에 있는 이들의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었습니다."


"후회하지는 않는구나."


"뫼비우스의 고리를 끊은 것 말씀이십니까?"


"그래. 네가 실로 엮은 리아라는 아이는

오러를 봉인하지 않고,

실을 끊지 않았다면 121살까지 살았을 것이고,

너는 200살 가까이 살았을 것이다."


마스터가 오래 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뫼비우스 고리가 그 이상의 수명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주신의 말을 듣는 순간,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생긴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도 없었지만, 더 후회할 것 같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남아있을 리아가 제 곁을 떠나면..

저는 약 백 년 동안 홀로 외로움을 견뎌야 했을 겁니다."


"네가 세운 제국이

어떻게 나아가는지 궁금하지 않더냐?"


"물론.. 궁금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흘러갑니다.

위에서 아래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해가 뜨면 달이 지고, 달이 뜨면 해가 지듯이요.

대륙도 제국도 흘러가야 하고

그 흐름 속에 저는 몸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나는 궁금했다.

진정 후회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후회를 삼킨 것인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신을 향해 깊게 허리를 굽혔다.


"제가 후회라는 탐욕을 삼키지 않게 도와주신 건

포르테님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기회를 주었을 뿐, 선택은 네가 한 것이니

그런 과한 예를 차릴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나를 원망할지도 모르니 그만 두거라"


"원망..이라고 하셨습니까?"


찻잔이 비워진 것을 확인한 주신께서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여..긴.. 어디입니까?"


옛 라이거 영지, 옛 라이거 대공령,

지금의 일테라쇼 제국의 황도와

비슷한 거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두 시간을 합쳐, 제국 황도 거리에

라이거 영지의 옛 모습을 씌운 것 같았다.


"천년 뒤, 일테라쇼 제국의 황도다."


아무리 주신의 말이지만 믿을 수 없었다.


일테라쇼 제국은 검이 기본이 되면서

기술과 마법이 발전한 곳이었다.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 끌지 않는 마차가 점점 늘어났으며,

저렴하고 유용한 아티펙트가 퍼져나가고 있었다.


텔레포트 게이트 없이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하늘을 나는 마차가 마탑에서 개발되고 있는 지금,

천 년 후 제국의 모습은 마치

천 년 뒤로 돌아간 것 같았다.


당장 내가 보이지 않는 듯

앞을 스쳐 가는 이의 옷만 보아도

그의 신분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고,

어제도 본 말이 없는 마차가 아닌,

두 마리 말이 끌고 있는 마차를 향해

금방 지나간 이가 머리를 땅에 박을 듯

숙이는 모습이 보였다.


"진..진정 천 년 뒤 제국의 모습이란 말입니까..?"


"정확히는 965년하고 3개월 뒤의 모습이다."


"어떻게.. 이런 모습이 아니기를 바라고.."


"그래. 네가 바라던 세상은 이런 모습이었겠지."


다시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해를 바라보아야 그 끝이 보일 듯한

높은 건물들이 빼곡하고,

그 사이로 수많은 이들이 손에 무언가를

하나씩 들고 내려다보며 걷고 있었다.


흙과 돌로 만든 도로가 아니라 검고 넓은 도로에는

다양한 모양을 한 바퀴 달린 것들이

감히 마차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라는 대표하는 수장도,

나라와 도시를 관리하는 자들도

모두 백성들의 손으로 뽑는 세상이다.

너도 느꼈겠지만,

이 세상에는 마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네가 그토록 힘쓰고 있는 기술이 발달했지."


다시 풍경이 바뀌고 천 년 뒤

일테라쇼 제국의 황도가 눈에 들어왔다.


"천 년 뒤 이곳도 마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주신께서는 조금씩 신의 힘을 거두어가고 계셨다.

그래서 오러나 마나, 마력이 없는 세상을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기술 발전에 엄청난 자금을,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전혀 다른 모습은 뭐란 말인가.


"조금전.. 세상은.."


"다른 시공간의 신이 창조한 세상이다."


다른 시공간이란 말에 잠시 놀랐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마력이 없는 세상이라 하셨습니다.

혹시 이 대륙에는 마력이 존재했기에

차이가 난 것입니까?"


"그 세상에도 마력은 있었다.

단지.. 주신이 아닌 인간을 신성화하고

수많은 믿음이 생겨나

주신의 권능이 소멸했을 뿐이다."


"그럼.. 제국도.. 헌데.. 어찌.."


같은 이유로 마력이 사라졌다고 가정했을 때,

둘의 모습이 너무나 차이가 났다.


"그곳에서 신성시된 인간은 살아있을 때,

존경의 대상이었고, 그들의 가르침은

수많은 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했다.

그리고, 같은 이를 믿지 않는다 하여

한때는 전쟁도 일어났고..

지금도 분쟁이 있는 곳이 있지만,

그 세상의 백성들은 대부분

믿음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하더구나.

특히 금방 보았던 나라는

여러 믿음이 어울려 함께하는 나라라고 했다.

하지만.. 천 년 뒤 일테라쇼 제국은

살아있는 황제를 신이라 칭하고.."


주신의 말에 다른 세상에서는 전혀 움직이지 않던

뫼비우스의 고리가 분노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를 믿는 이들을 이도교로 명해

인정이 아닌 멸시를 했다.."


주신의 표정을 본 나는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대륙에 마력이 사라진 것은 내가 거둬들인 것도..

올바른 믿음이 자리해 소멸한 것도 아닌..

봉인 당한 것이다.."


"봉인..이라고 하셨습니까..?"


"뫼비우스 고리의 마지막 전승자는

최초일 수 없으니 마지막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자식들에게 뫼비우스 고리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오러나 마나, 마력이 존재한다면

또 다른 자신이 세상에 나오리라 생각해

오러와 마나를 가진 자들을 찾아내 학살했다."


"학..살.."


"그들이 죽으며 피어오른 오러와 마나를

뫼비우스의 실로 엮어 봉인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뫼비우스의 고리 또한

주신의 허락으로 완성된 힘이었다.


이런 내 표정을 읽은 주신은 흐린 미소를 지었다.


"당시의 나는 고작 열 명도 되지 않은

신도의 믿음만 있을 뿐이었다."


"아.."


"세상을 창조한 주신들의 목표는 단 하나다.

신의 능력에 기대는 것이 아닌,

인간의 힘으로 인간들이

창조한 세상을 이끌어 가는 것.

그래서 때로는 미움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신의 힘을 거두어들이지.

그렇게 주신의 세상에서 인간의 세상이 되면

주신들은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얼마나 걸릴지 모를 깊은 잠이 든다."


"설..마.."


내 생각이 아니기를 바랐다.


대륙을 창조하고 인간을 창조하신 주신께서

인간에 의해 세상에 관여하지도,

다른 주신들과 같이 깊은 잠이 들지도 못하는 상황이

아니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 생각을 불행하게도

주신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야만 했다.


"천 년 뒤.

믿음이 없었기에 인간 세상에 관여할 수 없었고,

신의 힘인 오러와 마나,

즉 마력이 봉인 당해 인간 세상에 존재했기에..

모든 것을 인간들에게 맡기고 잠이 들지도 못했다."


"그럼.."


딱.


눈앞에 몬스터가 다른 몬스터를 사냥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다시 3백 년 뒤의 이 대륙,

멸망해버린 일테라쇼 제국 황도의 모습이다.."


건물도, 사람도, 동물도 없었다.

오로지 악취를 풍기는 몬스터가

본능에 의해 사냥하고 있을 뿐이었다.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 인간이,

인간을 싫어하여 맞은 결말이자 멸망이다."


"뫼비우스! 뫼비우스 고리를 딸이 이었습니다!

현명한 딸이라면 분명 후손들을.."


"네가 말했 듯. 세상은 돌도 도는 것이었다.

뫼비우스를 만드는 고통보다

눈앞에 보이는 술을 더 원하는 이가 있지 않겠느냐.."


"하.."


한숨이 나왔다.


역시 역사는 반복의 연속이었다.


천 년을 이어온 잊혀진 제국이 망하고,

천 년 가까이 존재했던 일라인 왕국이 망하고,

천 년을 겨우 넘긴 일테라쇼 제국도

최악의 모습으로 몬스터만 남겨둔 채 멸망했다.


인간의 탐욕이었다.


주신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인간에게 실망해 주신의 힘을 모두 거둬들이고,

잠에서 깨어보니 이런 세상이었다고 했어도

원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세상과 대륙을 창조했지만,

믿음이 사라지다 못해 멸시당하고,

믿음이 있어야만 큰 위기가 왔을 때

관여할 수 있는 주신의 권능도 사용 못 할 뿐더러,

주신이 존재함을, 주신께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음을

증명하는 마력까지 봉인 당해,

믿음을 배신한 인간에게 등지고 잠들지 못하고

자신이 만든 세상이,

자신이 사랑으로 빗은 인간에 의해 멸망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 하는 주신 포르테님의 얼굴을

마차 고개를 들고 볼 수가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후손이

신으로 추앙받고 저지른 일이라는데

어찌 감히 천 년 뒤에 일이라고 고개를 들 수 있겠는가.


머리 위로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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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년 뒤, 일테라쇼 제국의 황도다. 21.11.02 416 21 11쪽
199 주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도 행복이야. 21.11.01 377 20 9쪽
198 왜 책임을 영지민과 같이 하는 건가요?! 21.10.31 388 21 12쪽
197 스펜타 피오네에게 첫 번째 명을 내린다. 21.10.30 396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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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결과는 그 두 가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21.10.28 405 21 11쪽
194 이미 정이 들어버린 것 같은걸요.. 21.10.27 429 22 11쪽
193 일테라쇼의 모든 것에게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 21.10.26 434 22 12쪽
192 눈빛은 그 눈빛이어야 해. 21.10.25 465 21 9쪽
191 시리도록 뜨거운 빛이 되어 나타나리다. 21.10.24 486 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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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그대에게 남작의 작위와 동부 올반을 주겠다. 21.10.22 520 26 12쪽
188 제국을 뵙습니다. 21.10.21 537 27 10쪽
187 넷째에게 빚도 하나 만들어 줬고. 21.10.20 543 24 10쪽
186 인연이 허락한다면 다시 만나자꾸나. 21.10.19 582 23 12쪽
185 이곳 백성 모두가 말인가? 21.10.18 607 26 11쪽
184 날을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1.10.17 632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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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길을 열겠나이다. 21.10.11 705 29 10쪽
177 그놈은 운도 없군.(일부 수정) 21.10.10 786 27 11쪽
176 죄인이면 꿇어야지. +4 21.10.09 767 29 12쪽
175 마지막 만찬이 될 것이다. 21.10.08 772 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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