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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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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1.03.31 19:03
최근연재일 :
2021.11.03 18:40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613,254
추천수 :
11,629
글자수 :
1,244,787

작성
21.10.17 18:40
조회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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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2쪽

날을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DUMMY

184. 날을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부인과의 오붓한 시간이 방해되니

궁으로 찾아오는 것을 일주일에 한 번으로

못 박아버린 아버지의 명을 어기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부모님이 계시는 궁을 찾았다.


문 너머로 들리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라이거 가문이 백작 가문이던 시절,

어머니가 별채에 계실 때부터 함께했던 시녀

제니에게 물었다.


"혹시.. 나에게 동생이 생겼다는 소식은 없더냐?"


"아직은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폐하."


"아직은 이라.. 내가 더 분발해야겠구나. 하하"


내 웃음 소리가 마스터에 근접한

아버지의 귀에 들렸는지

소란스러운 소리가 문밖으로 들렸다.


"혼내지진 않겠지?"


- 들어와라.


조금 전과는 다른 근엄하지만 어딘가 심술인 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등 짝 정도는 내어드려야겠군."


"들어가시지요."


제시가 웃으며 문을 열었다.


"카온. 네가 제국의 황제가 아비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냐?"


"네?"


"내가 분명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치 말라고 했거늘!

생사를 왔다 갔다 할 때까지 다시는 이 궁을

찾지 말거라!"


궁을 찾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분명하여

귀엽기도, 웃기기도 했다.


"밖에 제니가 아닌 다른 이들이 들었다면

철천지원수 사이라 오해하겠습니다."


"나라고 아들과 원수 사이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오붓한 시간을 방해했다는 이유로요?"


"암!"


짝!


어머니의 손바닥이 향하는 곳은 다행히

내가 아니라 아버지의 등이었다.


"부인.."


"어휴.. 어찌 점점 아이처럼 행동하시는지..

카온. 우리 아들이자 황제 폐하."


"네. 어머니"


"태상황께서 이리되신 거는 너의 잘못도 있단다."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자

어머니께서 눈만 웃으며 이어 말했다.


"태상황께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작고 소중한 것을 안아 드는 연습을 하신단다."


"작고.. 소중한.. 아! 어머니.."


두 분은, 특히 아버지께서는

손자, 손녀를 바라고 계셨다.


완전히 마스터에 진입한 존재와 달리

마스터급의 익스퍼트들은 순간순간이

벽을 허물 수 있는 순간이라

오러의 통제가 어려워진다.


통제되지 않는 오러는 아이에게 치명적이고,

마스터에 오르기 전에 손주가 태어날 것을 걱정해

안아 드는 연습을 하신다는 아버지를 보자

죄송한 마음보다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것과.. 두분의 오붓함은 무슨.."


"아들이라는 놈이 노력을 안 하니! 나라도 해야지!"


"휴.. 손주의 꼬물거림을 느낄 수 없다면..

무심한 아들이 아닌 애교 있는 아들을 낳고 싶다며.."


얼굴을 붉히는 어머니를 보고

결국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왜 아들입니까?"


"무심한 너와는 달리! 프레시아는 완벽하다!"


어쩌면 지금 아버지의 모습이

펠리스 라이거라는 사람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라이거의 피를 타고 났지만,

뫼비우스 고리의 은혜를 입지 못했던,

멀리로는 일라인 왕실과

당시 테슬린 가문의 견제를 받고,

가까이로는 페페 가문의 억압을 받으며

라이거를 잇기 위해 자신도 스스로 구속했던

그때의 아버지가 아닌,

자유롭고, 때로는 아이 같으며,

태상황이란 권력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이런.. 무심한 아들이

두 분께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는데.."


"큼.. 부탁?"


"무심한 아들의 부탁이라.."


"쯧! 황제라는 놈이 소심하기는. 말해보거라."


"조만간 피오네 왕국과

군사적 충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흠.. 가신 회의에서의 내용은 들었다."


"카온아.. 그날 이 어미가

태상황을 말린다고 힘들었다..

부인을 전장으로 보내는 남편이 어디있냐며..

검에 오러까지 씌워 궁을 나가시려는데.."


"하하하 그러셨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고 부탁하려는 겁니다.

이번 출정은 제가 하려고 합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겠지만

피오네 측에 마스터가 참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군."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아버지는 내가 어떤 부탁을 할지 눈치채셨다.


리아는 정치과 행정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지만

그 범위가 나와 군사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폭넓은 시야로 제국을 돌보는 것은 에르제였고

그런 에르제의 판단과 결정을

리아는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이었다.


에르제와 리아가 자기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뒤에서 그들을 믿고 지지하며,

때로는 통제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다른 이유도 아닌 전쟁으로 하루가 될지,

한 달이 될지 모르는 시간 동안

왕성을 비운다는 것은

충신이 간신이 될 기회를 주는 것이며,

발톱을 숨기고 있는 이가 발톱을 드러내는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했다.


내가 자리를 비우면 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곳은

황후인 에르제의 본가이자

제국의 공작 가문인 폴리아리스 가문이 된다.


물론 에르제를 못 믿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폴리아라스 가문이

공작 가문이 되는 것에도 반대했고,

아버지인 공작에게

재상의 자리를 맡기는 것도 반대했다.


그렇다고 폴리아스 공작을 못 믿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공작의 작위와 재상의 자리를 받으며

훗날 황실의 핏줄, 아마 후계자가 되지 못한 이들 중

한 명에게 물려 줄 것이라 말하며

양자를 들이지 않겠다고 선포했고,

재상의 자리는 후임이 나타나면 언제든 물러나겠다는

서약서를 스스로 작성한 인물이었다.


짜증이 난 부분은 내가 없는 동안 권력의 중심이 될

그들의 불온한 움직임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이제 막 권력이라는 것에 발은 담근 자들이

주제도 모르고 간신의 가면을 쓰고,

발톱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하긴. 너에게는 피오네 왕국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멋모르는 귀족들이나,

제국과 대륙의 정세에 무지한 이들에게는

전쟁이란 단어라면도 공포와 불안감을 주지."


"제국이 건국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니까요."


"그래. 정치가들은 이런 혼란을 기회로 이용하지.

특히 황권이 강력한 제국에서는

다시는 없을 기회이기도 하고."


사회가 혼란해지면 악당도 나오고 영웅도 나온다.

도박의 기회이자, 가치 상승의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악당만 처단하고

진짜 영웅만 선별해 보려 한다.


"너의 둥지를 잠시 내가 맡으마."


네 개의 기둥 중 하나에 자리 잡은 독수리.


제국의 상징이자 일테라쇼 황가의 근본인

라이거 가문의 상징이었다.


내가 잠시 둥지를 비운 사이 아버지께서

그 둥지 위에서 내려다보며 제국을 살필 것이다.


- 똑똑


리아와 나폴레이에게

내 뜻을 전하기 위해 일어나려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폐하. 본궁에서

급히 전달할 것이 있다고 찾아왔습니다.


이 시간을 방해할 만큼의 급한 것이라면

피오네 왕국에 관한 것밖에 없었다.


"들어와."


"귀중한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폐하."


폴리아리스 공작이 다가와

아버지와 어머니께 예를 올렸다.


"폴리아리스가 태상황 폐하와

황태후 폐하를 뵙습니다."


"쯧. 그런 딱딱한 예를 하지 말라 하였거늘.."


"하늘과 가까운 것은 태양과 달, 별뿐입니다.

태상황 폐하."


"공작."


조금 더 기다렸다가는 아버지와 공작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것 같아

둘 사이를 끼어들며 공작을 불렀다.


"아! 저도 이제 재상을 자리를

내려놓아야 할 때가 왔습니다.

급히 와 놓고선 목적을 잃어버리다니.."


"공작. 급히 온 덕분에 연습이 덜 된 모양이군."


"허허.. 들켰습니까?"


"한 30년은 더 공작이 재상을 맡아줘야 해."


"큼.. 나폴레이 책사님께서 눈여겨보았던

피오네 왕실의 왕자에게 심어 놓은 이로부터

서신이 왔습니다."


답을 하지 않고 찾아온 이유를 밝히는 공작을 보며

피식 웃고는 건네주는 서신을 열었다.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서신이라.."


다 읽은 서신을 아버지와 어머니께 건넸다.


"거짓에..

고작 11살의 왕자를 도구로 이용하려는 자라니.."


서신을 읽으신 아버지의 첫 마디였다.


피오네 왕국에 대한 정보를 종합하던

나폴레이가 찾아와 이렇게 말한 적 있었다.


`폐하. 정보부가 보내온 정보 중에서

스펜타 피오네 왕자에 대한 정보가 이상합니다.`


`이상해? 정보부가 거짓을 보고하지 않았을 텐데?`


`네. 거짓을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의심이 갑니다.

제 생각이 뿐이지만 스펜타는 프

레시아 라이거 백작님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천재가 아닐까 합니다.

이 아이가 피오네의 왕이 되면

피를 흘리지 않아도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흠.. 그대의 판단을 믿어보지.`


`더욱 깊게 심어 놓고 확인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나폴레이의 판단이 옳았다.


나폴레이에게 들어갔던 정보들을 봐도 당시에는

솔직히 아직 보이지 않는 눈으로 그가 본

스펜타 피오네는 보이지 않았다.


스펜타가 보낸 서신에는 사실과 가설이 섞여 있었다.


나폴레이가 직접 보낸 정보부 인원이 전달한 서신이니

`사실`은 확인된 `사실`이라 말할 수 있었고,

스펜타가 세운 가설도 상당히 타당성이 있었다.


사실.


피오네 왕국의 재상이 모든 귀족의 동의를 얻어

자신을 왕세자로 만들려고 한다.


이에 다른 가설.


정신이 온전치 않은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에게 왕실의 인장을 찍게 만들어

왕국 동부의 반란을 진압하고,

이후 제국과 분쟁을 일으키려 한다.


사실.


재상과 왕국의 군권을 장악하고 있는

제1 기사 단장은 손을 잡고 있으며,

왕국에서 발표한 것과 달리

기사 단장은 마스터가 아니다.


제국의 황제와 황후께서

포이든 왕국으로 행차하고 돌아온 시점에

수많은 의문 속에서 단장이 마스터라고 발표했다.

일부 귀족들은 물론 왕자들까지

마스터를 증명하라 하였으나,

왕과 왕국의 어지러운 정세를 이유로

차후로 미뤘다.


왕국의 마스터 탄생을 축하하러

잠시 성도로 오신 셋째 형님께서

단장을 보고 고개를 젓고는 고개를 떨군 채

다시 떠나신 것을 보면 셋째 형님은

단장이 마스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신 듯하다.


이에 따른 가설.


세상의 중심이 피오네라 생각하는 귀족들은

제국에, 그것도 황후이자 여자인 신분인 자가

마스터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부러워 거짓 마스터를 만들어

심적으로라도 우위에 서려고 한다.


사실.


왕세자는 절차일 뿐, 왕위 계승식과

군의 출정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이에 따른 가설.


힘없는 백성들의 절규는 검과 방패,

창과 갑옷으로 무장한 군 앞에 무너질 것이지만,

제국에 대한 도발은 실패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만약 실패했을 때 왕국은 책임을 져야 하며,

그 책임자로서 재상이 생각하는 인물이

자신인 듯하다.


"마지막에 적힌 글이 인상 깊구나."


"프레시아가 없었더라면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는 이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을 겁니다."


< 제국의 하늘이자, 상공을 비상하며

제국을 지키는 독수리시여.

가여운 피오네의 백성들을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그들의 외침은 살고자 하는 발악이며,

그들이 든 창끝에는 분노가 아닌

원망이 서려있어질 뿐입니다.

부디 백성들의 목을 조른 것도 모자라,

숨 막힘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 치는 이들의

생명을 앗아가려는 그들의 행군을 막아주시옵소서.

폐하께서 피오네 백성들의 만세 소리를 들으며

허울뿐인 왕관을 쓴 저를 찾아오시는 날을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 아이를 피오네의 진짜 왕으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영악한 아이의 부탁을 들어 주기 위해서는

조금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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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천 년 뒤, 일테라쇼 제국의 황도다. 21.11.02 415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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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왜 책임을 영지민과 같이 하는 건가요?! 21.10.31 388 21 12쪽
197 스펜타 피오네에게 첫 번째 명을 내린다. 21.10.30 396 23 12쪽
196 청을 들어주시옵소서. +2 21.10.29 387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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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일테라쇼의 모든 것에게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 21.10.26 434 22 12쪽
192 눈빛은 그 눈빛이어야 해. 21.10.25 465 21 9쪽
191 시리도록 뜨거운 빛이 되어 나타나리다. 21.10.24 486 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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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인연이 허락한다면 다시 만나자꾸나. 21.10.19 582 23 12쪽
185 이곳 백성 모두가 말인가? 21.10.18 606 26 11쪽
» 날을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1.10.17 631 29 12쪽
183 혹시 종이와 펜을 준비해 주겠나? +2 21.10.16 641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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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새로운 기회의 마지막 끈일지도 모르니. 21.10.14 656 2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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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길을 열겠나이다. 21.10.11 705 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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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죄인이면 꿇어야지. +4 21.10.09 767 29 12쪽
175 마지막 만찬이 될 것이다. 21.10.08 772 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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