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루시올렛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1.03.31 19:03
최근연재일 :
2021.11.03 18:40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613,257
추천수 :
11,629
글자수 :
1,244,787

작성
21.10.18 18:40
조회
606
추천
26
글자
11쪽

이곳 백성 모두가 말인가?

DUMMY

185. 이곳 백성 모두가 말인가?


일테라쇼 기사단과 1만의 병사를

언제든 출정할 수 있게 준비시킨 뒤,

바이올렛과 메튜만 데리고

수아르 제국의 황성으로 이동,


수아르 황제에게 간략한 설명을 하고

황실의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해

피오네 왕국 국경과

가장 가까운 도시로 다시 이동했다.


그곳에서 급조한 문장이 박힌 마차를 이용해 이동,


피오네 군이 처음으로 검과 창을 꺼낼 것으로

나폴레이가 예상한 피오네의

작은 도시에 근처에 도착했다.


"니어 남작님. 곧 관문입니다."


니어 남작.


수아르 제국의 황제가

피오네 왕국에서는 돈과 권력이 곧 법이고,

상인이나 일반 평민으로 위장하면

행동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며

만들어 준 진짜 수아르 제국의 귀족 작위였다.


일테라쇼 제국의 국경이 아니라,

수아르 제국의 국경을 넘어

피오네 왕국으로 온 이유도 이와 비슷했다.


피오네 왕국이 두 제국을 싫어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싫어하는 이유였고,

수아르 제국을 싫어하는 이유가

일라인 왕국을 집어삼킬 기회를

제국 때문에 놓쳤기 때문이라면,

일테라쇼 제국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냥` 싫어하는 거였다.


`그냥` 싫어 제국이 건국된 되고,

왕국이 쇄국정책을 펼치면서

일테라쇼 제국과의 모든 교역을 중단했지만,

수아르 제국과는 일부에 한해서

여전히 교역이 진행 중이었다.


"국경에서처럼 뒷돈이 통하려나.. 일단 가보지."


"네. 남작님."


"바이. 너도 말 좀 하지? 그러나 입에 거미줄 친다?"


"저는 메튜 몬스 자작님, 아니 이제 백작님이구나..

아무튼.. 백작님처럼 폐하를

남작님이라 부르지 못하는걸요.."


충성심으로 둘째라면 서러워할 바이올렛은

나를 남작으로 부르란 말에

차라리 입을 닫겠다고 말하며,

진짜 이곳까지 오는 동안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메튜를 바라봤다.


"그대의 짝으로 바이는 어떤가?"


"싫습니다!"

"절대요!"


둘의 목소리가 겹쳤다.


"일테라쇼 기사단의 단장과

일테라쇼 마법단의 단장으로

꽤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둘의 사이가

각별하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업무입니다!"

"업무예요!"


말로는 부정하면서도 둘의 얼굴이 붉어지는 걸 보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도 아닌 듯했다.


"하하하. 그래.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메튜. 뒷돈 좀 준비하고 관문으로 가자."


"네.."


머리를 긁적이는 메튜와

흥하고 고개를 돌린 바이올렛을 보며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성벽의 관문.


대륙의 여느 관문과 마찬가지로

문지기들에 의해 걸음을 멈췄다.


수아르 제국의 인장과

어제 만들어진 니어 가문의 인장을 확인한

문지기의 표정에서 날카로움이 사라졌다.


"다른 도시로 가기 전

하룻밤 머물 곳이면 모르겠지만..

볼일이 있으시다면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하시고

떠나시는 게 안전할 겁니다."


문지기의 말투와 표정은 이방인이니

빨리 떠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소문이 사실인가 보군."


"수아르 제국까지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귀족께서 오래 머무실 곳이 아닌 건 확실합니다."


"혹시 원한다면 자네와 가족들은 내가 거두겠네."


"마음은 감사하지만..

제가 태어난 곳이고 제가 자란 곳이며,

제가 죽기를 각오한 곳입니다.

그리고.. 다행히 살려야 할 가족들이 없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영주님께서

저토록 영지민들을 위해 고생하시는데..

영주님께 충성한 병사의 몸으로

어찌 떠나겠습니까? 하하."


"그렇군.. 그대의 의지를 깎아내린 것 같아 미안하네."


"아닙니다. 같은 나라 사람도 아닌 저를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지기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들어온 도시 안의 모습은

정보부가 전달해준 내용 그대로였다.


<긴장과 평화의 공존,

마치 웃으며 마지막을 맞이하게 위한 사람들 같음.>


도시 자체가 내뿜은 분위기는 무거웠다.


하지만 사람들은 행복하다는 듯 웃고 있으며,

마치 지금이 일상이라는 듯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너무 슬프잖아요.."


잡아당겨진 소매 쪽에서

바이올렛이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마법사로서 경지에 오른 바이올렛도

공기 중에 떠도는 긴장과 침울,

그리고 의지와 목숨을 느낀 듯했다.


이 도시과 주민들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이들이 왕의 뜻을 거부하고,

영지와 영지민들을 지키기 위해

창과 녹슨 농기구를 들었으니

피오네 왕실 관점에서 말하는

`반란`을 일으킨 것은 맞다.


사태 파악과 진압을 위해 찾아온 이들에게

그들이 말하는 `반란`은 거짓이라고

온몸으로 말하며 살고자 노력하는 것일까?


정보부의 보고, 문지기의 말과 행동,

바이올렛의 눈물이 의미하듯,

이들은 꿈꾸던 삶을 살아보며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일까?


내 마음속 결론은 그 둘 다 아니었다.


훌륭한 영주? 내가 생각하는

가장 무능력한 영주의 표본 중 하나다.


숙소를 찾아 거리를 걷는 동안 몇 번을 생각해도

속으로는 울며, 겉으로 웃고 있는 그들이 가증스럽다.


차라리 울고불고하며 도망치고,

도와달라고 매달렸더라면

일말의 동정심은 아직 남아있었을 것이다.


숙소 방 안, 바이올렛이 준비한 차를 마시며

메튜를 바라봤다.


"하명하십시오."


"난 솔직히 피오네 왕실도, 피오네의 백성도 싫다."


수아르 제국민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을 지녔고,

자국민을 우대하는 성격이 강하면서도

대체로 개방적이다.


포이든 왕국민들은 겉과 속이 다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늦다.


일테라쇼 제국민들은 빠른 시대적 변화 탓에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사이에서 방황하지만,

유대감이 강하고 인정이 많다.


물론, 내가 느낀

각 나라 사람들의 특성이 그렇다는 것이지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분명 아니다.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피오네인들은 세상의 모든 것이

피오네로부터 나온다고 믿는 자들이며,

하나를 받으면 둘을 요구하고,

둘을 주지 않으면 부당하고 소리치는 자들이었다.


"바이올렛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 아니나..

피오네의 것들이 일라인 왕국과,

그 시절부터 사는 우리 제국의

백성들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폐하.."


"피오네의 왕자는 저들이 절규하고 있다고 하였다."


"제가 느낀 것도 그러하였습니다."


"왕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쇄국정책을 실시하지 않았어도

과연 저들은 이토록 절규했을까?"


"..."


"이들이 마지막을 준비하기 전의 피오네였다면..

과연 이곳 주민들은 오늘과 같은 선택을 했을까?"


"..."


"이곳보다 훨씬 발전하지 못했던

국경 근처 우리 제국의 마을보다

아직도 이곳이 더 발전된 곳이었더라도

과연 이들은 창을 들었을까?"


"..."


나는 아니라고 본다.


불법 속에서 자유를 찾고, 불법 속에서 권리를 주장하는

왕국이자 왕국민 들이다.


상황이 그들을 변화시킨 것이지,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면

피오네가 아닌 모든 것을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면 저들이 목숨까지 내걸며

자유를 바라지 않았을 거로 생각했다.


"이곳의 영주를 데리고 와라."


"명을 받았습니다."


날이 바뀌는 시각.


언제 주신의 품으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노인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일테라쇼 제국의 주인을 뵙습니다."


"내 손에 들어온 정보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군."


"최근에 기력이 많이 떨어져.."


"그렇겠지. 이곳 영지민들이

그대를 끔직하게도 생각하더군."


나의 비꼼을 역시나 비꼼으로 들렸는지

영주의 눈썹이 잠시 꿈틀거렸다.


"비꼰 것이 맞으니 표정을 숨기지 않아도 되네.

앞에서는 웃고 뒤에는 욕하는 것은

포이든 하나로 만족하고 있으니."


영주에게 자리를 권하자 바이올렛이 차를 준비했다.


"독은 들어있지 않으니 편히 마시게.

피오네의 왕은 미쳤고,

재상이 이 왕국을 움직이려 해."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든 영주의 손이 멈췄다.


"귀족들을 제압한 재상이 처음으로 한 일이

넷째 왕자를 왕세자로 만드는 것과,

그 왕자가 찍은 왕의 인장을 이용해

이곳을 진압한다고 하더군."


"저희는 반란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 말을 믿어줄 재상도 아니고,

반란이든 아니든 나와 제국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무고한 백성들입니다! 제국의 황제께서는

이 불쌍한 이들을 보고 아무렇지 않습니까?!"


"내가 왜? 너희들이 그토록 깔보던

백성들의 황제인 내가 왜 불쌍하게 생각해야 하지?

그리고, 그대는 영지민이 불쌍해서

저 지경으로 만들었나?"


탁!


영주가 찻잔을 감정적으로 내려놓았다.


"저 지경이라니요! 저희는 목숨을 걸었습니다!"


"마치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한

저 모습은 목숨을 걸었다는 증거인가?"


"이 작은 성의 군사력이, 농사일만 하던 영지민들이

어찌 왕실 군을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폐하께서 말씀하지 않으셔도 왕실군이 오리라는 것은

저도 영지민들도 예상하였습니다.

네. 그 누구도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은 목숨이

곧 빛을 잃겠지요.

그 빛이 꺼지는 날까지 자유롭게 웃으며 살다가,

창과 검이 목을 뚫는 그 순간에도 웃으며 죽자는 것이

우리의 의지입니다!"


"그대의 욕심이 아니고?"


"네..?"


"비록 피오네의 역사에는

그대의 가문과 이름이 반란으로 기록되겠지만..

우리 제국을 제외한 수아르 제국과

포이든 왕국의 역사서에는

피오네 왕실의 폭정에 반기를 들다 전사한

위대한 가문이자 영주,

그를 따르는 의지와 용기의 영지민들로

기록되길 원하는 그대의 욕심이 아니라고 물었다."


"이곳에 온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영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감히 제국의 폐하게 한마디 올리겠습니다.

그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셨기에

제국을 건국하셨겠지만..

그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제국 백성들의 마음은

머지않아 폐하를 떠날 겁니다.

무슨 연유로 이곳을 방문하셨는지는 모르나,

이것 하나만큼은 올바르게 알고 가시길 바랍니다.

욕심만은 늙은이로 생각하는 저도,

폐하뿐만 아니라 피오네 왕실이 하찮게 여기는

이곳 백성들은 하나뿐인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요."


영주가 문을 향해 뒤돌아서고 나는 피식 웃었다.


"이곳 백성 모두가 말인가?

모두가 하나뿐인 목숨을 걸었단 말인가?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이들 모두 말인가?

이제 갓 태어난 아기들도 말인가?

그대처럼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 아니라,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어린아이들도 말인가?

연로하신 부모님이라도 살리고 싶은

자식들도 말인가?

자식들이라고 살리고 싶은 부모들도 말인가?"


영주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대가 진짜 욕심 없이 결사 항쟁을 바랬다면,

문지기는 우리를 통과시키며,

마치 우리를 위하는 척하지 않았어야 해."


돌아본 영주의 눈빛은

내가 알고 있는 피오네인의 눈빛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마지막화를 올리며.. 21.11.03 258 0 -
공지 138화까지 영지 변경과 간편 대륙 지도입니다. 21.07.28 935 0 -
공지 47화까지 영지및 가문 관계도입니다. +2 21.04.22 4,324 0 -
201 카온 라이거 일테라쇼 폐하의.. 명을 따릅니다..(마지막화) +8 21.11.03 481 27 10쪽
200 천 년 뒤, 일테라쇼 제국의 황도다. 21.11.02 415 21 11쪽
199 주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도 행복이야. 21.11.01 377 20 9쪽
198 왜 책임을 영지민과 같이 하는 건가요?! 21.10.31 388 21 12쪽
197 스펜타 피오네에게 첫 번째 명을 내린다. 21.10.30 396 23 12쪽
196 청을 들어주시옵소서. +2 21.10.29 387 21 11쪽
195 결과는 그 두 가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21.10.28 405 21 11쪽
194 이미 정이 들어버린 것 같은걸요.. 21.10.27 429 22 11쪽
193 일테라쇼의 모든 것에게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 21.10.26 434 22 12쪽
192 눈빛은 그 눈빛이어야 해. 21.10.25 465 21 9쪽
191 시리도록 뜨거운 빛이 되어 나타나리다. 21.10.24 486 23 10쪽
190 무식한 생각에 무식하게 당했고. 21.10.23 509 24 11쪽
189 그대에게 남작의 작위와 동부 올반을 주겠다. 21.10.22 520 26 12쪽
188 제국을 뵙습니다. 21.10.21 537 27 10쪽
187 넷째에게 빚도 하나 만들어 줬고. 21.10.20 543 24 10쪽
186 인연이 허락한다면 다시 만나자꾸나. 21.10.19 582 23 12쪽
» 이곳 백성 모두가 말인가? 21.10.18 607 26 11쪽
184 날을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1.10.17 632 29 12쪽
183 혹시 종이와 펜을 준비해 주겠나? +2 21.10.16 641 27 12쪽
182 새벽이었습니다. 21.10.15 650 25 11쪽
181 새로운 기회의 마지막 끈일지도 모르니. 21.10.14 656 27 8쪽
180 하찮은 목숨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21.10.13 665 28 11쪽
179 고작 델타 왕자의 목숨이 아니다. 21.10.12 696 26 11쪽
178 길을 열겠나이다. 21.10.11 705 29 10쪽
177 그놈은 운도 없군.(일부 수정) 21.10.10 786 27 11쪽
176 죄인이면 꿇어야지. +4 21.10.09 767 29 12쪽
175 마지막 만찬이 될 것이다. 21.10.08 772 29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