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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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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1.03.31 19:03
최근연재일 :
2021.11.03 18:40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61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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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44,787

작성
21.10.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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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스펜타 피오네에게 첫 번째 명을 내린다.

DUMMY

197. 스펜타 피오네에게 첫 번째 명을 내린다.


스펜타는 호흡을 가다듬고

왕좌에 앉아있는 제국의 황제를 보았다.


스펜타가 왕좌에 앉은 것은 한 번이고,

바라본 것은 오늘까지 두 번이었다.


피오네 왕국의 왕으로 제국의 황제를 맞이하기 위해

마주하고 있는 지금.


즉위식에서 잠시 앉아

귀족들의 거짓 충성 맹세를 받던 그때.


그리고 처음으로 황금의 왕좌를 보았을 때는,

스펜타가 왕의 자질이 없다는 것이 알려진 날,

첫째 왕자가 끌고 오다시피 데리고 와

`저 왕좌로 멀어졌기에 너는 살 것이다`라고

말해 준 그 날이었다.


첫째 왕자가 아버지 몰래 앉아

자신의 자리가 될 거라며 큰 소리로 웃을 때에도,

형님 대신 자신이 자리에 앉아 왕이 되었을 때도,

사람보다, 왕의 신분보다

황금의 왕좌가 더욱 화려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노란색 돌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황금의 빛이 존재감을 드러내려 할수록

제국의 황제가 내뿜은 찬란함에

더 빛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카온 라이거 일테라쇼 황제.


스펜타에게 있어 카온은 우상이었다.


지금보다 더 어릴 적 스펜타는

오랜만에 찾아온 외할아버지에게

지금 대륙에서 가장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고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고,

좋든, 나쁘든 가장 사람들이 입에 자주 담는 곳이

일라인 왕국이라는 답을 들었다.


좋은 것은 배우고,

나쁜 것은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스펜타는

일라인의 정보를 할아버지에게 부탁했다.


일라인 왕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중심에서는

라이거 가문과 카온 라이거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명예도 남지 않았던 가문을 다시 일으키고,

남부를 넘어, 왕국의 반을 통합했으며,

마지막에는 제국을 건국했다.


실제로 본 제국의 황제는

`우상`이란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존재였다.


절대적 군주였으며, 맹목적 충성의 대상이었다.


절대적 군주 앞에서 다시 입을 열기에 앞서,

스펜타는 어느새 당당히 자신의 옆까지 와있는

재상을 바라봤다.


바람도 불지 않는 알현장이지만,

역한 냄새가 그에게서 풍겨 오는 것 같았다.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 역시나

자신의 목숨을 제국의 황제에게 바치는 거였다.


그가 황제 앞에서 당당히 떠들었던

외침들이 떠올랐다.


일라인 왕국과 일테라쇼 제국을 상대로 벌였던

모든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 라고 했던가.


가장 앞장서서 일라인 왕국과

일테라쇼 제국을 무시했던 것이 재상이었고,

황제가 대공이던 시절 펼쳤던 정책들에

가장 분노했던 것이 재상이었으며,

수작질이 소용없어지자 더 깊고 어두운 곳에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던 것도 재상이었다.


당장 출병 명령을 거두라고 했던가.


제1 기사 단장과 손을 잡은 것도,

출병을 모은 것도, 가문의 사병을 내어준 것도,

백성들의 피를 마시고

제국을 도발하라 명한 것도 모두 재상이었다.


사절단을 보내 제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던가.


모든 계획이 틀어짐에 분노했던 아버지는

일테라쇼 제국의 눈치가 아닌

수아르 제국의 눈치 때문에라도

사절단을 보내려 했다.

하지만, 간사한 혀로 아버지의 마음을 돌린 것이

바로 재상이었다.


당연히 왕세자부터 즉위식까지

스펜타의 의견이 들어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다음 말이 떠오르자 스펜다는

자기에게도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음을 깨달았다.


오랫동안 아들이 왕이 되기를 바랐던

대왕비가 있다고 했다.


어머니는 왕비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하셨고,

자신의 계획을 말하기 전까지도

왕성을 떠나 평화롭게 살고자 하셨다.


그런 어머니께서는 당연히

아들이 계승권 싸움이 휘말리는 것도,

왕이 되는 것도 바라지 않으셨다.


오로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시던 어머니를 모욕했다.


그런 어머니 가문을 제국의 황제가

가장 싫어한다는 포이든 왕국과 엮었다.

그리고 자기 뜻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어둠을 틈타 제거했던 죄를

어머니 가문에 뒤집어씌웠다.


참으로 역겹고 어리석다.


이 모든 사실을 알려주고,

막혔던 벽을 허물어 준 에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여전히 은은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녀에게서 다시 고개를 돌리기 직전,

그녀가 황제를 배웅하러 나가다 돌아와서 했던

당부의 말이 떠올랐다.


`왕자님. 절대 폐하의 마음을 떠본다든지,

말을 돌린다든지, 거짓을 말하지 마세요.

그 순간이 아마 폐하와 마지막 순간이 될 테니까요.`


황제가 재상에게 하늘을 운운한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 속에 자신을 향한

경고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에셀이 아니었다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잡은 기회를

자기 발로 차버렸을 거란 생각에

등 뒤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스펜타는 한 발 앞으로 다가가 두 무릎을 꿇었다.


*


양쪽 무릎을 꿇은 스펜타 피오네를 향해

나보다 먼저 입을 연 인물이 있었다.


"스펜타 왕자.. 아니! 전하! 어찌..!"


다시 끼어든 재상의 입을

마법으로 막아버릴까 하다가,

스펜타의 답이 궁금해 회전시키려던 고리를 멈췄다.


"재상. 재상에 의해 전쟁도 치르지 않은

피오네 왕국이 패전국이 되었습니다.

패전국의 왕이 승전국의 황제 폐하께

두 무릎을 꿇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이..!"


"피오네의 왕은 계속하라.

그리고 재상. 한 번만 더 입을 열면..

역겨운 냄새가 나는 그 입을 찢어버리겠다."


"그동안 피오네 왕국은.."


스펜타 피오네의 입에서

피오네 왕국의 잘못이 쏟아져 나왔다.


왕실과 일부 귀족들이 중심이 되어 계획하고 실행한

일라인 왕국의 속국화.


"결국 군사적 움직임까지 왔지만..

막다른 길에서 선택한 방법일 뿐,

정치, 문화, 자금, 예술, 역사 같은 분야에 스며들어

시일이 걸릴지라도 일라인의 모든 것을

피오네의 발 아래 둔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시 들어도 한숨이 나왔다.


일라인의 기술, 더 정확히는

라이거 가문의 발전된 기술과 마법을 빼내려는 시도.


"피오네는 역사는 멈췄지만, 일라인은..

특히 라이거 영지와 폐하께서 건국하신

일테라쇼 제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자본력은 있지만 기술력이 없고,

사람은 있지만 게으르고 이기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늘 그래왔기에 죄의식이 소멸한 이들이

훔치고, 훔친 것을 자신의 것이라 속였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당연 시 화.


"대륙의 중심이

피오네라는 것을 강제로 가르쳤습니다."


"모든 것은 왕실에 의해 일어난 일입니다!

귀족들이 주도 했다니요! 폐하!

믿으시면 안 됩니다!

스펜타 왕이 목숨을 구걸하고자!

혼자 죽지 않겠다고 올리는 거짓입니다!

폐하! 여기는 어떤 왕국인지 잊으시면 안 됩니다!

왕 곧 법이고 왕국인 곳입니다!

왕을 따랐던 것도 살고 했을 뿐

절대 주도적이지 않았습니다!"


딱!


"으악!"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이

재상에서 날아가 그의 입을 찢어버렸다.


"한 번만 더 입을 열면 찢어버린다고 했지?

피오네의 왕은 계속하라."


"이 모든 죄를 피오네의 왕,

스펜타 피오네의 이름으로 인정합니다."


"인정한다라.. 용서는 구하지 않는 것인가?"


"피오네의 모든 것이 폐하와

옛 일라인 왕국, 그리고 일테라쇼 제국의 죄입니다."


"황제 폐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셋째 왕자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박았다.


"폐하! 피오네의 모든 죄를

제가 안고 갈 기회를 주십시오!

저도 왕실의 핏줄입니다!

고작 11살의 어린 동생에게 책임을 넘길 수 없습니다!

왕실의 일원으로! 스펜타의 형으로

지금껏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십시오!

입이 찢어져도 좋고! 목숨을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부디.. 부디.. 스펜타만은.."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스펜타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스펜타! 이건 아니지 않느냐!"


"형님.."


짜증 섞인 시선으로 바이올렛을 바라보자

그녀가 풉하고 웃었다.


"마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침묵하라."


바이올렛이 주문을 외웠고 알현장이 조용해졌다.


"나는.. 시끄러운게 딱 질색이라서..

그리고 나는.. 피오네의

갓 태어난 아이의 눈물도 믿지 않아.

동생을 생각하는 형의 눈물과 외침은

나에게 소음일 뿐이다."


불편했던 황금 왕좌에서 일어났다.


"일테라쇼 제국의 신하들과

피오네 왕국의 왕, 왕족, 귀족들은 들어라."


양쪽에 서 있던 기사단과 마법단,

문 앞에 있던 에셀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굽혔다.


"피오네에 관한 내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피오네의 새로운 왕의 입에서 진실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나와 나의 기사단, 나의 마법단이

저 문을 열고 나가는 즉시.

피오네는 대륙에서 지워졌을 것이다"


스펜타는 똑똑하다.

에셀의 보고를 믿기에 그는 현명하고 악하지 않았다.


하지만 똑똑하기에 완전히 믿지 않았다.


그러나 나를 바라보는 눈에는 존경이 있었고,

에셀과 마지막으로 눈을 마주친 뒤의

그의 눈은 진실했다.


적어도 스펜타가

피오네의 왕으로 자리하는 시간만큼은

피오네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오네의 왕은 피오네 왕국을 대신하여

그동안의 죄를 모두 인정했다.

그 현명함과 용기를 인정하는바.

제국과 제국의 황제인 나는

피오네 왕과 피오네 왕국에 기회를 주려고 한다."


살 수 있다는 미련한 희망을 품을 것일까.


강제로 침묵하던 귀족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기회를 주기에 앞서.

죄에 대한 책임은 물을 것이다."


입이 찢어져도 아직 꿈속을 거닐고 있는 재상이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눈을 부릅떴다.


"그 책임은 전 피오네의 왕과

감히 버러지 주제에

하늘을 날고자 했던 재상이 진다."


"왜!?"


찢어진 입으로 꽤 정확한 발음으로 외치는

재상에게 다가갔다.


"전 왕과 그대는 피오네를

제국의 발아래 두 게 한 원흉이자,

전 왕과 그대의 입에서 나오는 것들로

제국의 북부가 오랫동안 고통받았으며,

전 왕과 그대가 뿌린 금화로로 인해

일라인이 멸망했기 때문이다."


재상의 머리채를 잡아 뒤로 당겼다.


"피오네의 자금과 손을 잡은 일라인 왕국이

멸망의 길을 택했으니, 그 자금을 뿌린 것들도

같은 길을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그러니.. 왕..을.."


"그러니 전 왕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고,

책임을 물었으니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 기회의 주인공이 네가 아닌 스펜타 피오네일뿐."


"윽!"


"그리고 재상.

대륙의 하늘에 독수리가 날아다니는 한,

그대가 피오네의 하늘이 될 일은 없었다."


재상의 머리채를 놓고,

살았음을 안도하는 피오네 귀족들을 향해

피식 웃었다.


"재상에 의해 제국은 침략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를 피오네의 왕이 인정했다.

승전국의 황제가 패전국의 왕과 패전국에 명한다."


스펜타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몸을 향한 뒤,

한쪽 무릎을 꿇었다.


"스펜타 피오네 왕이 완전한 성인이 될 때까지

피오네 왕국은 제국의 그늘에 들어올 것이다."


"피오네의 스펜타 피오네가

일테라쇼 제국의 황제 폐하의 명을 따릅니다."


"스펜타 피오네에게 첫 번째 명을 내린다."


"하명하십시오."


"피오네 왕국을 좀 먹이는 것들을 정리하라.

일테라쇼 기사단이 검이 되어 줄 것이다."


스펜타는 알현실에 들어온 이후 가장 환하게 웃었다.


"폐하의 명을 따릅니다!"


그리고 굽혔던 무릎을 펴고 당당하게 외쳤다.


"아네스 피오네 왕실 기사 단장은

당장 저들을 포박하고 가두어라!"


하지만 내가 이들에게 기회를 주었다하여,

피오네 왕실과 왕국, 피오네에 사는 백성들이

저지른 죄는 영원히 역사에 남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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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천 년 뒤, 일테라쇼 제국의 황도다. 21.11.02 415 21 11쪽
199 주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도 행복이야. 21.11.01 376 20 9쪽
198 왜 책임을 영지민과 같이 하는 건가요?! 21.10.31 388 21 12쪽
» 스펜타 피오네에게 첫 번째 명을 내린다. 21.10.30 396 23 12쪽
196 청을 들어주시옵소서. +2 21.10.29 387 21 11쪽
195 결과는 그 두 가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21.10.28 405 21 11쪽
194 이미 정이 들어버린 것 같은걸요.. 21.10.27 429 22 11쪽
193 일테라쇼의 모든 것에게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 21.10.26 434 22 12쪽
192 눈빛은 그 눈빛이어야 해. 21.10.25 465 21 9쪽
191 시리도록 뜨거운 빛이 되어 나타나리다. 21.10.24 486 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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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그대에게 남작의 작위와 동부 올반을 주겠다. 21.10.22 520 26 12쪽
188 제국을 뵙습니다. 21.10.21 537 27 10쪽
187 넷째에게 빚도 하나 만들어 줬고. 21.10.20 543 24 10쪽
186 인연이 허락한다면 다시 만나자꾸나. 21.10.19 582 23 12쪽
185 이곳 백성 모두가 말인가? 21.10.18 606 26 11쪽
184 날을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1.10.17 631 29 12쪽
183 혹시 종이와 펜을 준비해 주겠나? +2 21.10.16 641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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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새로운 기회의 마지막 끈일지도 모르니. 21.10.14 656 27 8쪽
180 하찮은 목숨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21.10.13 665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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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길을 열겠나이다. 21.10.11 705 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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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죄인이면 꿇어야지. +4 21.10.09 767 29 12쪽
175 마지막 만찬이 될 것이다. 21.10.08 772 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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