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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희 님의 서재입니다.

백수를 지망하는 황자의 영지 운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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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6
최근연재일 :
2024.07.07 13:2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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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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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글자수 :
252,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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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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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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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전하, 계십니까?"


노크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온다.


"카밀인가.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집무실 문이 열리면서 카밀이 안으로 들어온다.


"잠시 보여···. 헉!"


그런데 안으로 들어 오려다가 이쪽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저, 전하. 지금 뭐하십니까?"


"보면 몰라? 서류 작업 중이잖아."


대답하는 와중에도 크리스토퍼는 막 서명한 서류를 헨릭에게 건넨다.

영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업무인데, 그걸 보고 놀랄 건 뭐야?

괜히 못마땅한 마음에 카밀을 노려보게 된다.


"그보다 왜 왔어? 놀러온 거면 그냥 나가."


"···대체 절 뭐로 보시는 겁니까?"


냉기가 가득한 말투에 카밀도 섭섭해하는 눈치다.


"많이는 안 바라니까, 파셀 보좌관을 대하는 것 반 만이라도 대해주시면 안 됩니까?"


"그럼 헨릭이 하는 일의 반만큼 일해."


"하고 있습니다만?"


"네가 하는 일이라곤 고작 황도에서 온 무기 장인들과 그들의 공방 관리 뿐이잖아."


"그거면 충분하죠!"


"웃기지 마!"


억울하다는 듯이 외치는 카밀에 맞서 크리스토퍼의 목소리도 커진다.


"헨릭은 아르크 관련 업무에 기사들 지휘 담당까지 맡고 있다고!"


"별일이군요, 전하께서 제 칭찬을 다하시다니."


대화를 조용히 듣고만 있던 헨릭이 의외라는 듯이 말한다.


"평소에는 아무 말씀도 안 하셨잖습니까."


"말은 안 해도 그···.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전하···!"


처음 듣는 감사 인사에 감동이라도 했는지 헨릭의 눈이 반짝거린다.

그에 반해 크리스토퍼의 얼굴과 귀가 창피함에 새빨개진다.

이제껏 보좌관에게 고맙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고마운 마음이야 늘 가지고 있긴 했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내고 나니 창피해 죽을 지경이다.


"황제 폐하나 발리엔 전하께서 아시면 기뻐하시겠군요."


카밀이 부루퉁한 얼굴로 말을 이어간다.


"일도 열심히 하시고 보좌관과의 관계도 원만하니 말입니다."


"그러게."


맞장구치는 크리스토퍼의 얼굴에도 약간의 불만이 내비친다.

다른 건 몰라도 형들을 기쁘게 하고 싶진 않은데.

그렇다고 이 먼 곳까지 자신을 따라 온 헨릭을 더 고생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중에 황궁으로 돌아가서 보고하게 된다면 그 점을 꼭 강조하라고."


온갖 빈정거림을 담아 말했으니 또 카밀이 발끈하겠지?

이번에는 또 뭐라고 할까 싶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카밀의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난감하다는 듯 시선만 피할 뿐.


"카밀?"


"아···. 마, 맞다!"


카밀이 서둘러 들고 있던 서류를 내민다.


"이번에 완공될 활 공방에서 제작할 수 있는 활의 목록입니다."


헨릭이 서류를 대신 받아 들고는 내용을 훑어본다.

내용상 문제가 없었는지, 그대로 주군에게 넘긴다.


"이 목록에 있는 건 제작이 가능한가?"


"예, 완공일인 내일부터 바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활 장인 이름이 니콜라이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그에게 전하도록. 이전에 지시한 것부터 하라고."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대화를 마치자마자, 카밀이 인사를 하고는 바로 집무실을 나선다.

그 행동이 얼마나 빠른지, 방금까지 누가 왔다 간 게 맞나 싶을 정도다.


"···헨릭."


"예."


"황궁에 연락 넣었어?"


"일단 편지를 보내긴 했습니다만, 답장이 오기까지는 며칠은 더 걸리겠군요."


며칠이라.

그때까지 카밀을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건가?

답답한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네가 보기엔 어때? 카밀이 일을 잘 하는 거 같아?"


"괜찮습니다. 데려온 무기 장인들의 관리도 맡으면서 아르크 주민들과도 조금씩 대화를 나누시더군요."


"정말로?"


조금 놀랐다.

카밀이 아르크 주민들과 교류를 하다니.

일전에 벌어진 콜린과 안드레의 반목 사건.

그 이후로 아르크 주민들과 황도에서 온 사람들 간에 교류라곤 일절 없었다.

카밀도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여기에 정착이라도 하려는 건가?"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헨릭까지 동의할 정도라니.

그만큼 카밀의 태도가 노골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 녀석이 여기 있으면 장기적인 도움이 되긴 하나?"


"무기 장인들과 공방을 관리만 해준다고 해도 꽤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만."


"그렇군."


크리스토퍼는 고개를 주억거린다.

앞으로의 발전 방향성을 생각한다면 카밀의 역할은 충분할 터.

문제는···.


"진심으로 정착할 생각이 있냐는 건데···."


"그건 디르케 백작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 거 같습니다."


여기서 이런저런 예상을 해봤자, 카밀 본인이 말한 게 아닌 이상 추측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차라리 말이라도 해주면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잠깐, 왜 내가 불편해야 하지? 그것도 카밀 때문에."


"원래 누군가의 위에 선다는 건 그런 겁니다."


헨릭이 냉정하게 말을 이어간다.


"사람의 마음은 알기 어려우니, 계속 의심하게 되죠."


"오호라~."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인 크리스토퍼가 묘한 표정으로 보좌관을 바라본다.


"그 말은 네게도 해당하겠군. 너랑 알고 지내온 것도 꽤 오래 됐는데, 여전히 네 속은 모르겠단 말이야."


"그렇게 말씀하시니 좀 섭섭하군요."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헨릭이 주군을 향해 눈을 흘긴다.


"저만큼 전하를 생각하는 충신이 또 있을까요?"


"···창피하지도 않아? 본인 입으로 충신 운운하는 거."


"전혀요. 사실을 말했을 뿐이니까요."


본인을 충신이라고 하는 인간은 대부분 간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얘길 꺼냈다가는 또 귀찮은 반론이 이어지겠지?

슬슬 입이 아픈 터라 그냥 서류 작업에 몰두하기로 한다.


"···가 완···."


"···래서 전···."


다음 서류를 살피려던 찰나, 문 밖에서 작게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목소리의 주체는 두 사람.

그중 하나는 문 앞을 지키는 기사의 것이다.


"누가 온 것 같습니다만.”


"가서 보고 와."


주군의 지시에 헨릭이 문을 열고 바깥을 살핀다.


"무슨 일···. 안드레 씨?"


익숙한 이름이 들리자, 고개를 들어 입구 쪽을 바라본다.


"갑자기 찾아뵈어 죄송합니다만, 전하를 뵐 수 있을까요?"


"들어오라고 해."


보좌관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입실 허가를 내린다.

아르크에 도착한 이후로 한 번도 이곳에 방문한 적 없는 안드레다.

평소라면 카밀에게 먼저 말했을 그가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뭔가 중요한 용건이 있는 게 틀림없다.


"슈레인의 영주이신 크리스토퍼 전하를 뵙습니다."


집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안드레가 예를 갖춘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라 내심 놀랐다.


"이곳에는 어쩐 일이지?"


"그···. 어제 전하께서 가져오신 삭스트라의 바위 비늘에 관한 겁니다."


"그게 왜?"


"그걸로 장비를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만, 제대로 된 걸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더군요."


부족하다는 말에 크리스토퍼의 눈이 커진다.

그게 적다고?

커다란 자루의 하나 반을 채울 정도였는데?


"얼마나 더 필요하지?"


"제 계산으로는 받은 것의 5배는 더 필요합니다만."


"5배?!"


엄청난 요구에 입이 떡 벌어진다.

5배라니.

순순히 알겠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게 어제 삭스트라 토벌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흘리고 간 게 있어서 주워온 건데.


"그···. 일단은 알겠네."


차마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보류하는 식으로 대답한다.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걸 알아뒀으면 좋겠군."


"물론입니다!"


안드레가 황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조아린다.


"참, 하나만 더 부탁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곧이어 뭔가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들어 황자를 바라본다.


"뭐지?"


"어제 삭스트라의 바위 비늘과 함께 주셨던 그 광물 말입니다."


광물이라면 지하 동굴에서 캐온 그 하얗고 불투명한 그걸 얘기하는 거겠지.

그게 쓸 만 한지 알아보기 위해 샘플을 건넸다.

물론 안드레에게만 줬다가는 난리 날 거 같아서 반으로 쪼개 콜린에게도 나눠줬다.


"양이 적어서 확실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일반적인 철보다는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가진 거 같습니다."


"뭐라고?"


성능이 뛰어나단 말에 크리스토퍼는 물론, 조용히 대화를 듣고만 있던 헨릭도 깜짝 놀란다.


"특수한 제작법으로 만든 합금보다 강도 면에서는 우월하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그 말에 더욱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현재 제국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진 금속은 특수한 제작법으로만 만들 수 있는 헬론 합금.

그보다 더 낫다니.


"그래서 말입니다만···."


"그 광물을 더 가져다 달라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이쪽에서 먼저 용건을 꺼내자 안드레도 안도한 눈치다.

분명 부담스러웠겠지.

막 삭스트라의 바위 비늘을 더 가져다줬으면 말한 차에 샘플로 가져다 준 광물까지 요구하다니.

하지만 그게 가능한 건 황자 뿐.

달리 부탁할 곳이 없다는 걸 알기에 어렵게 말을 꺼낸 게 틀림없다.


"알겠네. 황야에 가게 되면 둘 다 구해보도록 노력하지."


"면목 없습니다만, 잘 부탁드립니다."


몇 번이나 황자에게 고개를 조아린 안드레가 집무실을 떠난다.


"후아···."


그의 발소리가 멀어지자마자, 크리스토퍼는 의자 위로 몸을 축 늘어뜨린다.


"또 그 고생을 해야 한단 말이지?"


"결과만 보면 그렇게 되는군요."


실의에 빠진 주군에게 헨릭이 냉정하게 말한다.


"뭐, 이것도 다 슈레인의 발전을 위한 것이니까요. 부디 열심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쉽게 말하지 말라고."


삭스트라의 토벌에 지하 동굴에 있는 광석 채취.

하나만 해도 쉽지 않을 일을 둘 다 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기사들을 대동하시겠습니까? 그쪽이 더 안전하다고 봅니다만."


"숲 지역 외에 다른 곳에서 활동한 적이 있나?"


"아직 없습니다만."


"그럼 됐어."


단호하게 거절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황야는 건조할 뿐더러 바위 지대는 고저 차도 꽤 심하다.

특히 지하 동굴은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만 한다.


"이제 마그이와나 장비도 넉넉할 테니, 황야 지대에서 적응하도록 훈련 시켜."


"명에 따르겠습니다."


헨릭이 허리를 숙인다.

이렇게까지 정중한 모습을 보이는 건 드문 일인데.

아무래도 아까 내린 지시가 꽤 만족스러웠나 보다.


"잠깐 대장간에 다녀올게."


"무슨 일 있으십니까?"


"장비도 조달하고 콜린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뒷일은 보좌관에게 맡긴 채 크리스토퍼는 집무실을 나선다.


***


"삭스트라의 비늘이요? 당연히 더 있었으면 하죠!"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콜린이 맞장구친다.


"그렇게 부족한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역시 안드레 쪽과 비슷한 상황이군.

그렇다면···.


"광물 샘플 쪽은 어떤가?"


"아! 마침 그 얘기를 하려던 참입니다."


먼저 화제를 꺼내줘서 고맙다는 듯이 콜린의 눈이 반짝거린다.


"이제까지 제가 다룬 광물 중에서도 가장 성능이 뛰어나더군요. 단지···."


"양이 너무 적어서 뭘 만들 정도는 아니다, 이거군?"


"바로 그겁니다!"


그 말이 맞다면서 콜린의 고개가 계속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한다.

격하게 공감한다는 건 알겠지만, 저러면 어지러울 거 같은데.


"그럼 삭스트라의 바위 비늘과 새로운 광물을 더 채취해와야겠군."


"부탁드립니다."


콜린이 허리 숙여 부탁한다.

그 역시 안드레와 같은 의견이라니.

결국 크리스토퍼의 부담이 배로 늘게 되었다.


"혹시 여기서 둔기도 취급하나?"


"있긴 합니다만."


"좀 보여줬으면 하는데. 삭스트라 상대로 칼날만 상할 거 같아서 말이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콜린이 대장간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둔기 여러 개를 끌어 안고 나온다.


"후우. 일단 대장간에 있는 둔기는 전부 가져왔습니다."


카운터 위에 올려진 둔기를 찬찬히 훑어본다.


"거의 해머군."


"뭐, 이런 깡촌에서 해머 말고는 쓸 일이 없죠."


그것도 그렇다고 생각하면서 크리스토퍼는 워해머를 집어 든다.

타격용 해머 뒤에 스파이크가 달린 건데, 황야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거 같다.


"이걸로 하지. 얼마인가?"


"아휴! 어떻게 전하께 돈을 받겠습니까요? 그냥 가져가시죠."


"뭐?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듣자 하니, 옆 지방에 마그이와나 소재의 장비를 팔러 갔다면서요?"


"알고 있었나?"


"헨릭 보좌관 님께서 그러시더군요. 팔린 수량에 맞춰 대금을 지불해주시겠다고요."


그거면 충분하니 서비스로 내어주겠다면서 콜린이 자꾸 워해머를 품에 안겨준다.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뭐 합니다만, 삭스트라의 비늘과 새 광물 좀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네. 꼭 넉넉하게 챙겨오지."


"예! 기대하겠습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에 콜린이 씩 웃는다.

저렇게 기대하니 대충 할 수 없겠는걸.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무척 아쉽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쓴웃음을 짓는 크리스토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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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토벌 성공, 그리고··· 24.05.24 151 5 12쪽
» 추가분 요청 24.05.23 148 4 13쪽
15 어둠 속에서 나타난 바위의 용 24.05.22 149 5 11쪽
14 황자이면서 황자답지 않은 그 사람 24.05.21 163 4 13쪽
13 대장장이들의 자존심 싸움 24.05.20 169 5 12쪽
12 그가 방문한 목적 24.05.19 193 6 13쪽
11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의 방문 24.05.18 211 4 12쪽
10 부화 24.05.16 212 5 11쪽
9 포획 후의 계획 24.05.15 217 5 11쪽
8 황야에서의 몬스터 수색 24.05.13 228 6 12쪽
7 발전 방향을 제안 받다 24.05.12 247 7 11쪽
6 장비를 맞춰야 하는 명분 24.05.11 253 8 11쪽
5 또 다시 토벌전 +1 24.05.10 280 7 11쪽
4 토벌 이후의 고민 24.05.09 303 10 13쪽
3 첫 번째 탐색 24.05.09 331 9 12쪽
2 그가 이곳에 온 이유 24.05.08 379 12 11쪽
1 선황의 게으른 막내아들이 황궁을 떠나게 된 이유 24.05.08 462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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