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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희 님의 서재입니다.

백수를 지망하는 황자의 영지 운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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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6
최근연재일 :
2024.06.29 07:34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5,210
추천수 :
153
글자수 :
231,435

작성
24.05.09 10:42
조회
293
추천
8
글자
12쪽

첫 번째 탐색

DUMMY

"하아···."


"언제까지 한숨만 내쉴 겁니까?"


창가에 걸터앉아 밖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는 크리스토퍼.

그런 주군을 보다 못한 헨릭이 타박한다.


"여기에 온 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래서 뭐?"


잔소리하려는 보좌관을 돌아본 크리스토퍼가 불평을 늘어놓는다.


"휴식은 하루로 충분하다, 바로 일거리를 찾으라고 말하고 싶어?"


"놀랍군요."


헨릭이 놀랍다는 듯이 눈을 살짝 크게 뜬다.


"전하께서 이렇게까지 눈치가 좋으셨다니."


"너부터 황족능멸죄로 처벌해줄까?!"


결국 참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린다.

이게 다 신경을 긁어 대는 보좌관 때문이라니까.


"그만 좀 노려 보세요."


무시무시한 시선으로 째려 보는 주군을 향해 헨릭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눈매가 매서운 전하께서 그런 눈빛을 보내시면 아무리 저라도 오금이 저린다고요."


"그런 놈이 혀는 잘 놀리는데."


말로만 무섭다는 헨릭을 한껏 쏘아 보고는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가장 가까운 곳에 울창한 숲이 펼쳐졌는데, 그 너머에 다른 나무보다 4~5, 아니 10배는 큰 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헨릭, 촌장에게서 이 주변에 대해 들은 게 있어?"


"대략적으로 듣긴 했습니다."


주군에게 다가온 헨릭이 창 밖의 숲을 바라본다.


"저 숲에 사는 동물이 많아 주민들도 사냥하러 자주 방문한다더군요."


"저기 커다란 나무는 뭐지? 저런 종도 다 있나?"


"글쎄요. 저도 저런 나무는 처음 봅니다만."


안경을 고쳐 가면서 큰 나무를 살피는 헨릭.

그런 보좌관을 보고 크리스토퍼는 깜짝 놀란다.

헨릭이 모르는 것도 다 있다니.

어릴 때부터 영재 교육을 받아온 수재라서 원만한 건 다 알 텐데.


"빈스 씨에게 듣기로는 저 나무 근처에 몬스터가 자주 돌아다닌다고 하더군요."


그 때문에 주민들은 커다란 나무 주변으로는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고 헨릭이 말한다.


"흐음."


대강 설명을 듣고도 크리스토퍼의 시선은 거대한 나무에 고정된다.

저 주변에 몬스터가 배회한다니.


"뭔가 있으려나?"


"그렇겠죠, 아무 것도 없는 곳에 몬스터가 나타날 리는 없을 테니까요."


"그렇단 말이지."


작은 호기심이 생긴다.

과연 저 나무 근처에 뭐가 있을까?

어쩌면 이 지역을 발전시킬 계기가 될 만한 게 있지 않을까 싶다.


"밖에 누구 없나?"


"부르셨습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사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지금부터 아르크 주변을 탐색할 테니, 기사들과 안내인을 소집하도록."


"알겠습니다!"


허리 숙여 예를 갖춘 기사는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외출하려면 그에 맞는 복장을 갖춰야 할 터.

크리스토퍼도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향한다.


"이건···. 의외로군요."


뒤따라 오던 헨릭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기에 전하께서 탐색에 나선다고 하신 겁니까?'


"어쩔 수 없잖아."


대답하는 크리스토퍼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린다.


"네 봉급이 조금이라도 밀렸다가는 잔소리를 엄청 쏟아낼 게 뻔하니까."


단순한 잔소리라면 그나마 참을 수 있지만, 헨릭의 그것은 좀 다르다.

은근히 폭언을 섞어가는데 그걸 들을 때마다 짜증을 억누르기가 힘들다.

그 폭언 섞인 잔소리는 헨릭의 기분이 나빠질수록 그 강도가 세진다.

몇 년 전 헨릭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때 들은 폭언이 얼마나 열 받던지.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실신하고 말았다.


"내 평온한 삶을 위해서라도 이곳을 발전시켜서 돈을 벌어야겠더라고."


"이, 이럴 수가···!"


나름 타당한 이유를 댔음에도 헨릭이 어쩔 줄 몰라 한다.


"내가 아는 전하는 절대로 이런 상식적인 발언을 안 하실 분이신데."


"한마디만 더 하면 맞는다!"


뭐처럼 사람이 열심히 하려는데, 보좌관이란 놈은 옆에서 폭언이나 해대다니.

역시 다른 녀석으로 할 걸 그랬나?

작은형이 강력히 추천하기도 했고, 옛날부터 아는 사이라서 선택한 건데.

그때보다 훨씬 무례해질 줄은 정말 몰랐다고.

똑똑하긴 하지만, 주군을 향한 존경심이 1도 없는 헨릭.

그런 그를 힐끔거리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는 크리스토퍼였다.


***


"여기서부터는 발 밑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앞서가던 빈스가 주의를 준다.

이미 그의 무릎까지 무성하게 자란 풀 무더기에 파묻혔다.


"관리가 안 된 걸 보아, 주민들도 여기까지는 안 오나 보군요."


"몬스터가 배회하는 곳이니까요."


크리스토퍼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본다.

맑은 하늘이 시야에 들어오지만, 그 일부를 나뭇잎의 녹색이 채운다.


"빈스, 저 나무가 왜 저렇게 큰 지 알고 있나?"


"죄송합니다, 전하. 그 이유는 저희도 잘 모르겠군요."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며 빈스가 연신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이 되레 부담스럽다.

딱히 그런 의도로 물은 게 아니었는데.


"다만."


빈스 역시 고개를 들어 거대한 나무 쪽을 바라본다.


"주민들 사이에 한 가지 추측이 오가고 있긴 합니다."


"추측?"


"이 주변을 배회하는 몬스터 중에서 식물에 영향을 주는 개체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그런 몬스터가 있다고?"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라고 빈스가 여러 번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그의 표정에서 확신이 느껴진다.


"그럼 계속 가겠습니다."


빈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아직 날이 밝다고는 하나, 돌아갈 시간을 계산해야 한다.

밤중에 숲 속을 돌아다니는 건 자살행위니까.

아르크 주민인 빈스 역시 그 점을 확실하게 인지하는 눈치다.


"헨릭, 방금 들은 얘기 어떻게 생각하지?"


빈스와 거리를 두고 걸으면서 옆에 있던 헨릭에게 질문을 던진다.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군요."


헨릭이 오른손 검지로 안경을 살짝 들어 올린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는 몬스터의 존재는 비공식적으로나마 황실에도 알려졌으니까요."


"난 몰랐는데?"


"전하의 관심사라곤 느긋하게 쉴 수 있는 시간과 장소 뿐이었던 걸로 압니다만."


보좌관의 빈정거림에 기분이 상하긴 했지만, 굳이 따지진 않는다.

딱히 틀린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나무를 성장하게 만드는 몬스터라니."


입을 다문 주군을 내버려둔 채, 헨릭이 일부만 보이는 나무를 올려다 본다.


"어쩌면 이곳의 몬스터는 만만찮을지도 모르겠군요."


만만찮다인가.

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

뒤통수를 긁적이면서 앞서간 빈스의 뒤를 따른다.


"으음?"


갑자기 걸음을 멈춘 빈스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왜 그러지?"


한 기사가 물어도 빈스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뭔가 흔적을 찾는 것처럼 주변 환경을 살피기만 할 뿐.

그 모습에 일행 전원이 숨을 죽인다.


"···뭔가 있어."


"예?"


크리스토퍼의 중얼거림을 제대로 못 들은 헨릭이 되묻는다.


“안 들려? 근처에 뭔가가 있다고.”


그 말에 헨릭이 서둘러 귀를 기울인다.

쉬익, 쉬익.

무언가의 숨소리가 일행의 주변을 멤돈다.


"다들 잘 들으세요."


헨릭이 서두르면서도 조용하게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지금 저희 주변에 몬스터가 있습니다."


기사들은 조용히 헨릭의 말에만 귀를 기울일 뿐,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다들 승급했을 뿐인 말단 기사라고 들었는데.

침착함 하나만큼은 고참 기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다.


"여기에 온 목적은 몬스터 토벌이 아닙니다."


그러니 몬스터와 조우하더라도 무작정 덤비지 말라.

되도록 대형을 갖춘 채로 어떤 상황에도 움직일 수 있게 대비하라고 헨리가 지시한다.


"그리고 전하···."


"쉿!"


헨릭이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주군이 입을 다물게 만든다.


"다들 준비해."


그렇게 말하는 크리스토퍼의 눈빛이 싸늘하다.

평소에 보이던 게으름이나 불평의 흔적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 그가 바라보는 곳은 나무들 너머의 어둠 속.


"저기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어둠 속에서 흉흉한 금색빛 두 개가 떠오른다.

쿵쿵, 커다란 소리와 함께 금색빛이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히익···!"


어둠 밖으로 나온 그것을 보고 한 기사가 기겁한다.

좀 한심하다 싶으면서도 비명을 지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모습을 드러낸 건 등으로 길게 갈기가 달린 커다란 도마뱀.

두 개의 금색빛은 그것의 눈동자였다.


"뭐, 뭐 이리 커?"


도마뱀의 두 눈이 일행을 내려다본다.

마치 산해진미가 차려진 테이블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잡아먹힌다는 두려움에 모두의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한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면.


"하."


유일하게 도마뱀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크리스토퍼가 한탄하듯 헛웃음을 짓는다.


"꼭 독버섯이 걸어다니는 거 같네."


조롱이 담긴 평가에 헨릭과 기사단에 빈스까지 입을 다문다.

그리고 눈앞의 도마뱀을 올려다 본다.


"전하의 미적 센스가 없다는 건 잘 압니다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헨릭이 입을 연다.


"단지 빨갛다는 이유만으로 독버섯을 연상하시는 건 뭡니까?"


"뭐긴. 전에 내가 본 독버섯이 딱 저 색깔이었으니까 그렇지."


"예, 예. 무당버섯을 보신 거군요."


그제야 이해한다는 듯 헨릭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참고로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독버섯의 색은 빨강색 외에도 많습니다."


"저 말이 맞나, 빈스?"


"예. 흰색, 갈색, 노랑색, 초록색···. 아무튼 다양하죠."


"오호라!"


"쉬이익!"


눈앞에 펼쳐진 하찮은 만담에 기분이 상하기라도 한 걸까?

도마뱀이 고개를 크게 흔들기 시작한다.


"윽!"


기사들이 각각 허리춤에 매달렸던 검을 뽑는다.

토벌이 목적이 아니긴 하지만, 적의를 드러낸 도마뱀이 이대로 지나치지 않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전하?"


헨릭이 다급하게 주군에게 다가간다.


"허락해주신다면 제가 기사들을 지휘해서···."


"됐어."


가볍게 의견을 묵살한 크리스토퍼 역시 검을 쥔다.


"내가 공격을 맡을 테니, 너희는 떨어져 있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헨릭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발끈한다.


"세상에 어느 바보가 주군이 몬스터 사냥하는 걸 구경만 하겠냐고요?"


"답답한 소리 하지 마."


역성을 내는 보좌관을 크리스토퍼가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너를 포함한 기사들이 전투하는 거랑 나 혼자 사냥하는 거,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지?"


"그야···."


헨릭이 말을 잇지 못한다.

굳이 계산할 것도 없이 후자가 효율적이다.

주군의 검술 실력은 제국에서도 최강 수준.

말단 기사가 몇 백 명이 있다고 해도 비할 바가 아니다.

그 사실을 물론 잘 아는 헨릭이다.


"전하···."


"정 도움이 되고 싶다면."


어떻게든 만류하려는 목소리를 크리스토퍼가 단박에 잘라 버린다.


"사냥이 끝난 다음이나 고민해 봐."


그 말을 끝으로 크리스토퍼는 도마뱀에게 달려든다.


"저 바보가···!"


그런 주군을 보면서 헨릭이 혀를 차댄다.

정말이지.

뭔가 한 번 하겠다고 마음을 정하면 씨알도 안 먹힌다니까.


"빈스 씨, 지금 당장 아르크에서 커다란 수레를 하나 공수해오세요."


"수, 수레입니까?"


"예, 저 도마뱀을 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걸로요."


혼자 싸우겠다고 몬스터에게 달려든 주군.

그런 그가 내린 지시에 따라 헨릭은 전리품 챙길 준비를 시작한다.

나중에 돌아가기만 해 봐라.

아침에 했던 것보다 더한 폭언을 퍼부어주겠다는 속내를 애써 숨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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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장비를 맞춰야 하는 명분 24.05.11 224 7 11쪽
5 또 다시 토벌전 +1 24.05.10 249 6 11쪽
4 토벌 이후의 고민 24.05.09 267 9 13쪽
» 첫 번째 탐색 24.05.09 294 8 12쪽
2 그가 이곳에 온 이유 24.05.08 334 11 11쪽
1 선황의 게으른 막내아들이 황궁을 떠나게 된 이유 24.05.08 411 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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