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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희 님의 서재입니다.

백수를 지망하는 황자의 영지 운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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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6
최근연재일 :
2024.06.29 07:34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5,194
추천수 :
153
글자수 :
231,435

작성
24.05.10 21:13
조회
248
추천
6
글자
11쪽

또 다시 토벌전

DUMMY

"전하~! 완성되었습니다!"


저택 뒤쪽에서 마련된 작은 연무장.

그곳에서 검술 연습을 하던 크리스토퍼를 향해 누군가가 달려온다.

며칠 전에 전속 연구가로 고용한 니그로다.


"마그이와나 소재의 장비가 완성되었다고요!"


"정말인가?!"


크리스토퍼의 눈이 기대감에 반짝거린다.

저 소식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런데 니그로의 양손에는 아무 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그 장비는 어디에 있지?"


"대장간입니다, 아직 미세조정 작업이 남아서."


"미세조정?"


"현재 전하께서 사용하시는 검을 토대로 만들었습니다만.”


니그로가 멋쩍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간다.


"그래도 직접 사용해보시고 보완점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요컨대 철저하게 자신에게 맞추겠다는 얘기다.

저렇게까지 말하니 더욱 구미가 당기는걸.


"바로 가지."


"예!"


두 사람은 망설임 없이 대장간으로 걸음을 옮긴다.


"오셨습니까?"


먼저 대장간에 와 있던 헨릭이 맞아준다.

니그로가 제안한 몬스터의 소재를 이용한 장비 제작.

그 과정을 지켜본다고 며칠 동안 대장간에 붙어 있었다.

그 덕에 내내 뒹굴뒹굴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는데.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전하께서 오셨으니 콜린 씨."


"옛!"


헨릭의 부름에 안쪽에서 덩치가 크고 머리에 두건을 쓴 중년 남성이 나온다.


"안녕하십니까, 전하."


그는 크리스토퍼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콜린 세틀런.

아르크의 유일한 대장장이로 이번 장비 제작에 큰 도움을 주었다.


"장비가 완성됐다고 해서 왔네만."


"이겁니다."


콜린은 들고 있던 검을 내민다.

단박에 마그이와나의 소재를 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칼등에 빨간 갈기가 장식으로 달렸고,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띄고 있으니까.

좀 투박한 디자인도 꽤 괜찮다.


"한 번 들어보시죠."


콜린의 제안에 따라 검을 잡고는 가볍게 휘두른다.


"괜찮은데."


"정말입니까? 갈기 때문에 무겁다거나 시야에 거슬리진 않으십니까?"


"이 정도면 미세조정할 필요도 없다고 보네만."


충분히 실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크리스토퍼는 판단한다.


"만들어진 장비는 이것뿐인가?"


"아뇨, 하나 더 있습니다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콜린이 대장간 안으로 향한다.

그리고 뭔가를 들고 다시 돌아온다.

지금 크리스토퍼가 든 검과 같은 붉은색의 흉갑이다.


"브리간딘인가?"


브리간딘.

천이나 가죽 안쪽에 작은 강철 조각을 엮어 만든 흉갑이다.

크리스토퍼에게는 병사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물건 중 하나.

황궁에서 근무하는 병사는 죄다 저걸 입고 있었으니까.

···물론 붉은색은 아니었지만.


"사실 구상 단계에서는 더 많은 걸 계획했습니다만."


콜린이 면목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인다.


"그것까지 만들기에는 소재가 부족했습니다."


"부족하다니, 얼마나?"


"어디 보자. 투구에 장갑, 거기에 갑옷이 붙은 벨트에 그리브까지 하면···."


콜린이 품목을 하나씩 말할 수록 불안감이 점점 커져만 간다.

만들 게 많다는 건 그만큼 필요한 소재도 많다는 뜻.

지금 말한 것만 만든다고 해도 마그이와나 한두 마리로는 턱없이 부족할 거 같은데.


"최소 열 마리는 있어야겠군요."


"뷁!!!"


말도 안 되는 수량에 괴성이 절로 나온다.

열 마리라고?!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지급할 예정이라도 있나?


"그걸 누구 보고 토벌하라고!"


"당연히 전하시죠."


펄쩍 뛰는 주군을 향해 헨릭이 담담하게 되받아친다.

아무렇지도 않은 그 태도가 되레 크리스토퍼의 성질을 돋운다.


"미쳤어? 어느 세월에 열 마리를 잡아?!"


"처음의 한 마리도 거뜬하게 사냥하셨잖습니까."


그러니 열 마리를 잡는 것도 크리스토퍼라면 불가능하지 않을 거라 말하는 헨릭.

그런 보좌관을 보고 있자니 크리스토퍼의 분노가 점점 한계점에 가까워진다.

남 일이다, 이거지?

정작 본인은 한 마리도 못 잡으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하."


내내 상황을 지켜만 보던 니그로가 본인의 가슴을 두드린다.


"전하께서 토벌하시기 쉽게 제가 서포트할 테니까요."


"서포트하다니, 뭘?"


"증조부께서 남긴 연구 일지에는 마그이와나의 습성이 잘 적혀 있었지요."


어느 지역에 가면 마그이와나를 만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공격하는지 등.

보다 쉽게 토벌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니그로가 말한다.

···정보 제공보다 자신을 대신해 토벌해줄 사람을 소개해주면 더 고마울 텐데.

신이 나서 떠들어 대는 니그로를 크리스토퍼가 차게 식은 시선을 바라본다.


"당장 가볼까요? 딱히 다른 일정이 있지도 않으니."


타이밍 좋게 헨릭이 끼어든다.


"전 기사들과 병사들을 소집하겠습니다."


"뭐? 자, 잠깐만! 난 한다고 한 적이···!"


"잘 부탁드립니다, 전하."


멀어지는 헨릭을 향해 소리치던 중, 이번에는 콜린이 고개를 조아린다.


"헨릭 보좌관 님께 들었는데, 전하께선 몬스터 소재를 이용해 슈레인 지방을 발전시킬 예정이라면서요?"


"어, 어?"


무슨 말인가 싶어 눈만 깜빡거린다.

저런 계획을 세운 기억 따윈 없는데?


"저도 전하께 도움이 될 수 있게 한 힘 보태겠습니다!"


그러고는 콜린이 호탕하게 웃어댄다.

의욕이 넘치는 모습에 대고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뭐하다.

헨릭 이 자식!

없는 얘기를 지어내서는 주민들에게 말하고 다니기까지 해?

완전 사기잖아!

이를 으드득 가는 와중에도 손에 든 검을 절대 놓지 않는다.


***


"기본적으로 이와나 계열은 습한 곳을 좋아합니다."


숲길을 걷던 중, 니그로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래서 깊은 숲속이나 물가 주변에서 발견될 확률이 높죠."


"그 전에 하나만 물어도 되나?"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이와나 계열이란 게 뭐지?"


"아, 예. 설명이 부족했군요."


니그로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혹시 설명하게 되어 기쁘다, 이런 건 아니겠지?


"마그이와나처럼 도마뱀의 골격을 가진 몬스터를 총칭하는 단어입니다."


"그럼 커다란 도마뱀이 마그이와나 외에도 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나자이와나, 크로코이와나, 그리고···."


니그로가 다른 이와나 계열의 이름을 나열하는 걸 보고는 아연실색한다.

커다란 도마뱀이 그렇게나 많다고?

이러니 슈레인 지방이 발전을 못 하지.

편히 살기 위해선 여길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 사실에 크리스토퍼의 어깨가 더욱 처진다.


"뭐, 그중에서 가장 상대하기 편한 게 마그이와나이긴 하죠."


"···어째서?"


"온몸으로 부딪히는 것 외에 이렇다 할 특성이 없으니까요."


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부가 바위만큼 단단하지도 않다.

그 설명을 듣고 크리스토퍼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그런 개체도 있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고 하면 나중에 그것들도 토벌 대상에 들어갈 게 뻔하다.

그리고 토벌하는 건 지금과 마찬가지로 크리스토퍼일 터.

···황명이고 뭐고 그냥 도망갈까?

해선 안 될 생각까지 절로 든다.


"이쯤 되겠군요."


"뭐가?"


"이 주변이라면 마그이와나가 살기 적절한 곳입니다."


일행이 도착한 곳은 숲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물가.

큰 나무들로 그늘이 진 데다가 그 너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가도 꽤 넓다.

도마뱀의 습성은 잘 모르지만, 전문가인 니그로가 적절하다고 하니 그렇겠지.


"전하."


목적지에 도착하자, 뒤따라오던 헨릭이 다가온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요?"


슬쩍 둘러 보았지만 근처에 마그이와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여기서 마그이와나가 나타날 때까지 잠복하거나,

아니면 물가 주변을 수색해야 한다.

크리스토퍼로선 전자가 끌리지만, 그 방법으로 열 마리를 사냥하기에 시간이 걸린다.

그래선 해가 지기 전까지 아르크로 돌아갈 수 없다.


"물가 주변을 수색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저와 기사들이 앞서서···."


“아니. 나 혼자 이쪽으로 갈 테니 너희들은 반대쪽을 수색하도록 해.”


"전하!"


"혼자 움직이시는 건 위험합니다!"


따로 가자는 제안에 헨릭은 물론, 니그로도 반대 의사를 밝힌다.


"적어도 기사 한 명 정도는 데려가시는 게···."


"그게 더 번거롭다고."


헨릭의 제안을 단칼에 잘라버린다.

그냥 한 말이 아니라 정말로 번거롭다.

원래 크리스토퍼는 단체 전투가 안 맞는 성격이다.

검을 잡게 되면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조차 못 할 정도니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혼자 싸우는 쪽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그래도···."


"게다가 기사들도 전원 몬스터 토벌 경험이 없잖아."


다섯 명 모두 기사이긴 하지만, 이제 막 승급한 말단뿐.

몬스터 토벌은커녕, 대규모 전투에 투입된 적조차 없다.

그들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 기사와 비슷하다고 가정하자.


"내 계산으로는 다섯 명으로 마그이와나 한 마리 잡는 게 고작인데."


어찌 들으면 폭언이라고 할 만한 발언에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게 상대는 주군인 황자.

게다가 혼자서 마그이와나를 거뜬히 상대할 만큼 검술의 대가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이니 기사들의 전투력을 가늠하는 것도 가능할 터.


"하아···. 알겠습니다."


헨릭이 긴 한숨을 내쉬고는 주군의 지시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크리스토퍼와 가장 오래 알고 지낸 그이기에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럼 이걸 가져가십시오."


헨릭은 옷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내민다.


"웬 호루라기?"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길 경우에 주저 없이 부십시오."


그럼 바로 달려오겠다고 헨릭이 말한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호루라기를 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안 그랬다가는 완고한 보좌관이 혼자 움직이는 걸 끝까지 반대할 테니까.


"그럼 반대쪽에서 만나자고."


그 말을 남기고 크리스토퍼는 걸음을 옮긴다.

어느 정도 걷고 나니 자유를 실감한다.

타인의 시선 없이 활동하는 게 얼마 만인지.

황자란 이유로 언제 어디서나 늘 누군가와 동행해야 했다.

응당 그래야 한다는 걸 알지만,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훨씬 많았다.


"그럼 느긋하게···. 응?"


기지개까지 키면서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잠시.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진다.

그것도 하나둘이 아니다.


"여덟, 아니, 아홉인가?"


상대의 기척을 파악하면서 한 손으로 검을 뽑아 든다.

이 숲에서 시선이라고 한다면, 그 상대는 이미 정해진 셈이다.


"쉬익."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마그이와나.

무려 아홉 마리가 크리스토퍼의 주변을 에워싼다.

살벌한 눈빛을 봐선 자신을 사냥감으로 점찍은 듯하다.


"하아···."


이쪽을 향해 눈을 희번덕거리는 마그이와나 무리.

그것들을 보면서 크리스토퍼는 길게 한숨부터 내쉰다.


"야."


그리고 잔뜩 찡그린 얼굴로 불평을 쏟아낸다.


"너희는 여유란 것도 없냐? 이쪽은 모처럼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마그이와나 무리가 점점 포위망을 좁혀온다.

이것들이 정말!

이쪽 사정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는 그것들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솟구친다.

그렇다면 이쪽도 봐줄 필요가 없지.


"어디 해보자고!"


새로 받은 검을 꽉 쥔 채로 가장 가까운 마그이와나에게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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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발전 방향을 제안 받다 24.05.12 222 7 11쪽
6 장비를 맞춰야 하는 명분 24.05.11 223 7 11쪽
» 또 다시 토벌전 +1 24.05.10 249 6 11쪽
4 토벌 이후의 고민 24.05.09 266 9 13쪽
3 첫 번째 탐색 24.05.09 293 8 12쪽
2 그가 이곳에 온 이유 24.05.08 333 11 11쪽
1 선황의 게으른 막내아들이 황궁을 떠나게 된 이유 24.05.08 411 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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