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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피온
작품등록일 :
2018.04.09 18:15
최근연재일 :
2018.06.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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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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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포식자

DUMMY

스킬 포식자.

그 스킬의 효과로 추가 되는 스킬 등을 보며 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흥분해있다. 꼭 게임 캐릭터를 육성해 강해져 가는 느낌을 통감하고 있다.

또 한 다시 그 높은 곳으로 가서 문지기로서 역할을 할 걸 잊은 채 기뻐하고 있다. 어제 동기에게 들은 바로는 딱히 필요 없는 문지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건 이미 잊혀졌다. 머릿속에서 그런 건 지운 채 열중한다. 나는 그저 스스로가 강해진다는 사실에 열중하며 더 사냥에 힘을 쏟아 붓는다.

그 이상한 곰에게 들었던 거처럼 몬스터란 존재는 사냥을 하고 더욱 강해지고 싶은 욕구를 본능적으로 내재 되어 있는 생물인가 보다. 스스로가 강해진다는 자각에, 비록 눈에 띄도록 그걸 강해지는 바가 없더라도 상당한 희열을 느끼는 자신이 여기 있다.

어제 인간을 다 같이 동기들과 합동하여 죽일 적부터 서서히 느끼고는 있었다. 아니, 그 보다 조금 더 일찍, 눈치는 채고 있었다. 스스로가 슬슬 인간으로서 감각은 버린 채 몬스터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전 아무래도 해골 병사라는 몬스터로서 충실히 적응하고 변화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예, 이제는 완전히 인간이었던 건 지나간 과거에 지나지 않게 되었고. 저는 해골 병사라는 몬스터 그 자체인 모양입니다.

어쩌면,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스스로가 인간이었던 걸 잊을지도 모른다. 전의 생에서는 한 명으로서의 인간의 역할을 다하지는 못했어도 확실한 인간이었을 텐데도. 잊을지 모른다. 인간으로서의 감각도,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느껴야 할 감정들도 져버릴 거 같다. 가령 예를 들면 어제처럼 사람이 죽는 일에 대한 연민이나, 사람을 보고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는 감각 같은 건 없어질 거다. 이미 없어졌을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는 없을 거라는 게 추측이 아닌 확신이 된다.

잠시 손가락을, 이제는 예전처럼 살이 없어서 피부가 뼈에 딱 달라붙어서 뼈다귀 같았던 게 아닌 그곳을 본다. 그야말로 피부가, 살가죽이라는 게 실종되어 뼈 그 자체 밖에, 하얀 뼈만 있는 손가락을 움직여 본다.

《판처몽키가 다가옵니다.》

《스킬 현자》의 말대로 앞에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오며 풀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감상에 젖는 걸 뒤로 흘려보내고 앞을 본다. 응시 한 순간 판처 몽키가 위협하며 다가온다.

그건 내가 임시로 붙인 이름과 다른 정식 명칭. 《스킬 현자》가 알려준 이름이다.

판쳐 몽키는 온몸이 밝은 갈색 털로 뒤덮여 있고 정수리와 꼬리 끝에 난 털만 검은 색, 겉모습을 가진 몬스터다. 날카로운 송곳니와 발톱을 가졌고 원숭이보다 조금 큰 원숭이로, 일전에 내가 큰 몽키라 칭한 몬스터다.

판처 몽키는 사람과 비슷한지 도구로 막대기 같은 걸 이용하여 공격하는 게 특성인지라, 어디서 주운지 가지고 있는 나무 방패로 가드를 올린다.

야생 세계에서는 약육강식이 기본이자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몬스터, 나를 비롯한 괴물들의 세계는 더욱 그렇겠지. 자기보다 강한 상대와의 전투는 최대한 피하거나 여럿이서 덤벼야 한다. 일대일로 싸우는 경우는 피하거나 여럿이서 덤벼야 한다. 일대일로 싸우는 경우는 도망갈 길이 없을 정도로 궁지에 몰리지 않는 한 거의 없다. 그게 정석이다.

그런데도 자기보다 강한 나에게 덤빈 건 한순간 내 마음이 나약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 능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상대라면 허를 찌를 수 있다. 판처몽키는 본능적으로 그걸 깨달은 거다.

녀석과 나 사이에서 전투가 성립하게 된 건 순전히 나약한 감성에 살짝 취한 내 탓이다.

그런 까닭에 판처 몽키는 의욕이 충만하다.

《판처 몽키의 공격이 날아옵니다. 주의하십시오.》

《판처 몽키의 공격이 날아옵니다. 주의하십시오.》

이 경고음 같은 《스킬 현자》의 말은 판처 몽키가 내 방패를 향해서 몽둥이를 휘두를 적마다, 그걸 두들길 적마다 울려 퍼진다.

“시끄럽습니다!!”

《스킬 현자》는 《스킬 현자》대로 계속 머릿속에서 울리고, 판처 몽키는 내 방패를 두들기며 금속음 소리를 내고, 자기 딴에는 신이 난 것인지 끼익, 끼이익 울어 댄다. 그야말로 조금 전 감성에 젖어 있던 내게 스트레스를 잔뜩 가져다주는 삼중 소음, 그 자체였다.

그 때문에 검은 덤벼드는 판쳐몽키를 향해 아주 강하게 휘둘려 진다.

아마도 「슬래시」가 발동이 된 건지, 그 공격이 판쳐몽키에게 멋지게 명중하고 곧장 치명타로 적용한다. 쇄골 주변이 부서지고 살이 뭉개지는 감촉이 검을 통해 전해진다. 「슬래시」의 효과가 가하게 적용 된 건지 판쳐 몽키는 피를 튀기며 숨을 거둔다. 하얀색을 띈 뼈다귀 손과 팔목 쪽에 피가 튄다.

그건 약간 꺼림칙함을 느낄 거라고 생각했지만.

보통은 놀라서 입을 벌리는 거보다 먼저 신음이라던가, 입을 벌려야 하는데. 나는 그 생각을 한 후에 입을 벌렸고. 자신의 입에서는 신음도 비명도 그 어떤 감상을 표하는 말이 나오지 않음을 깨닫는다. 심지어 어떤 기분도 별 다르게 느끼지 않는 나를 마주한다.

구지 지금의 감정을 억지로 쓰는 독후감처럼 꾸역, 꾸역 속에서 토해내자면 이렇다. 이 판쳐몽키를 먹으면 어떤 게, 어떤 스킬이 추가가 되는 걸까? 나는 어떻게 더 강해질 까, 얼마만큼 강해질 까?

그런 지극히 몬스터적인 사고가 들고 있다. 그 이외는 사고도 감정도 없다.

인간이었다면, 피 냄새를 맡자 단박에 기분이 나빠졌을 게 보통이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토할 거 같은 기분을 참으며 피했던 시선을 다시 돌리고 미안하다고 작게 중얼거렸을지 모른다.

어린 아이는 아니지만 그럴 거다. 인간으로서 살아생전 소나 돼지, 물고기를 먹으며 기도 따위도 하지 않은 나라도 지금은 그랬을 거다. 특별히 그것들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가엾음 같은 거나 연민을 느껴 그들을 먹는 걸 꺼리지도 않은 나지만. 지금은 그들과 다르게 눈앞에서 생명을 유린했다.

인간이었던 나라면 별 다른 사유 없이 행한 일에 반성 했겠지. 먹고 사려고 잡은 게 아닌 오직 내가 강해지려고 한 이유로 벌인 살육 정도는 그런 감상을, 기분을 느꼈을 거다.

“후우, 후우.”

가슴 언저리를 보아도 피부도 근육도 없다. 텅 빈 암흑과 그 주변에 갈비뼈가 보일 뿐이다. 일전에도 근육도 살도 지방도 없어서 희미하게 만져지고 육안으로 확인되었던 그 갈비뼈는 이제 훤히 정체를 보인다. 그리고 녀석이 보호해야 할 내장 기관 중에 폐는 없다.

즉 내가 숨을 가빠르게 쉰다는 건 이질적이고 인위적인 행동 그 자체다. 폐도 없는 몬스터 주제에 폐에서 숨이 벅차다는 감각을 느끼는 건 자체가 웃기기 짝이 없다.

거칠게 숨을 내쉬는 게 참 웃기다.

아그작. 우걱, 악, 아그작.

멍하니 바라만 보던 판쳐 몽키에게 뻗어지는 내 팔이 그 웃음에 한 몫더 한다. 그 팔은 아마 이런 의도로 움직였던 거다. 서둘러 먹어 두지 않으면, 스킬 포식자의 효과를 놓친다며 무의식적으로 뻗은 거다. 그런 의도로 뻗어진 팔을 본다.

스킬 포식자는 이런 제약이 있다. 《스킬 포식자는 살아 있는 생물 혹은 생명을 잃은 지 2시 간 이내의 섭취한 존재 한에서만 발동이 가능합니다.》라는 부분이 무의식적으로 떠올라 나는 움직인 거다. 어서 저것을 먹지 않으면 《스킬 포식자》의 힘이 발동 되지 못한다.

그 정보가 무의식에 가까이 떠올라 내 몸을 이끌고 있었다. 판처 몽키의 몸을 어느덧 전부 먹어치우며 그 사실을 깨달았다. 내 행동이 가진 의미를 파악한다.

이제 정말 몬스터가 다 되었구나, 나라는 녀석은.....

《스킬 포식자》의 힘을 빌어서 어서 강해져야 한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저것을 먹는 게 우선이다. 생각 따위 보다, 스스로의 기분 따위 보다 먼저 몸은 반응 한 거다. 그런 사사로운 건 안중에 없고, 오직 강해지는 일에 집중 되어 있다는 진위도 나는 알아차렸다.

“끄윽, 끄윽.”

입에서는 사람으로서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그야말로 몬스터처럼 기이한 소리가 난다.

달그락, 달그락 같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는 게 아닌,

“끄아아아아아악!!!”

이내 울분이 터지듯 그 포효는 안에서 터져 나오듯 쏟아졌다. 양 팔은 그와 동시에 크게 벌어지며 있는 힘을 다 펼쳤다.

상반신은 약간 아래로 기운 채로 나는 또 포효하며, 숲 속에서 외친다. 이곳 숲 속이 떠내려가도록 포효했다. 울부짖어댔다.

몸은 폭주 하였다. 아니 어쩌면 정신일지도 모를 그건 폭주한다.

이제 생각은 멈추기로 했다.

그저 몸인지 생각인지. 그 이상한 곰이 말을 한 것처럼 몬스터로서의 본능인지. 강해지고 싶다는 본능이 나를 이끄는 지 판단하기보다 그것에 모든 걸 맡기자며 달린다. 나는 달려 움직였다.

몬스터로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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