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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hion의 작품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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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피온
작품등록일 :
2018.04.09 18:15
최근연재일 :
2018.06.27 18: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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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06
추천수 :
674
글자수 :
412,026

작성
18.04.0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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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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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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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일째

DUMMY

고개를 드니 어스름한 저편으로 반짝이는 수많은 빛이 보인다. 별이 아니다. 광대한 천장에 매달린 수많은 얼음기둥이 안쪽으로부터 어렴풋한 인광을 발하는 존재다.

이런 걸 살아서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 하긴 살아생전이라는 말은 좀 부적합한가. 나 이미 한 번 죽었는걸.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의 온기를 느끼지도 못하는 걸 보면, 아, 하긴 온기를 느낄 피부조차 없구나.

까딱, 까닥.

단지 손가락을 얌전히 움직여 보는 것뿐인데도 뼈마디가 물려서 소리를 울린다. 제 아무리 앙상훈이라는 별명을 보유했던 몸이라지만 이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손가락 하나에도 소리가 나고 걸음이라도 내딛는다면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몸 전체에서 울려 퍼진다. 비록 외견을 살핀 결과 귀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데도 소리는 어째서 내 전체로 퍼져 스스로에게 인지된다.

앙상훈이라서 앙상한 몸이 된 겁니까. 뭐야 이 시답지 않은 아저씨 개그는 누가 생각해낸 센스입니까.

“이봐, 네놈 제대로 순찰 안 하냐.”

까칠한 그 말투에 나는 몸을 절로 몸을 깍듯이 세운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말은 하지 못한다. 언어를 할 줄 모르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아마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사고회로 어딘가가 누전을 일으키는 같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볼케이노님께서 분노하실 거다.”

심록색의 비늘로 덮인 팔과 도마뱀의 머리와 꼬리를 가진 반인반수의 괴물은 어째서인지 턱을 덜덜 움직이면서 사람의 말을 한다.

뭐, 사실 사람의 말을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저들과 비슷한 존재가 되어버려서 저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건지.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답은?”

가늘고 긴 턱에 나 있는 뾰족한 이빨을 꺼내며 후루루 하고 웃는다. 한 손에 쥐고 있는 시미터를 탁, 탁 어깨에 무슨 안마기마냥 톡톡 치며 묻는다.

“예, 옙!”

차렷 자세를 취하며, 오랜만에 군대에 다시 들어온 기분을 만끽한다.

“좋아, 잘하라고 신입.”

팔자걸음으로 그 뒤에 굵직한 근육덩어리의 꼬리를 휘두르며 리자드 맨은 길을 돌아간다.

“에휴. 갑자기 그러면 심장에 좋지 않은데 말입죠.”

덧붙이자면 지금 더듬어 본 결과 심장도 없는 거 같다만.

그럼 나 어떻게 해야 죽는 거야? 같은 사사로운 질문을 던져보지만, 딱히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몸으로서 다시 죽고 싶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단순한 지적 호기심이다.

“정말이지, 이게 뭡니까.”

지금 보초를 서고 있는 장소인 동굴 외벽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살핀다. 손가락을 움직여 얼굴 부분을 만지작, 만지작거리는데.

그곳의 모습은 영락없는 스켈레톤. 흔히 RPG 게임 속에서 나오는 해골 병사다.

······뭡니까 이건.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며 스스로 이 모습이 될 적에 일을 떠올려본다.

* * * * * * *

분명 무언가에 찔렸다, 그리고 이제 이 인생은 끝을 맺는 건가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던 그때. 시야가 까마득하게 변하던 그 때, 때마침 괴상한 이미지를 보았다. 솔직히 평소에 한 이상한 생각 때문에 죽을 때도 이상한 걸 보는가 싶었습니다. 허나 그게 아니란 걸 곧 알게 되었다.

서양용처럼 생긴 것이 무언가 중얼거리는 모습을 인식하고 곧 몸에 변화가 찾아왔다. 이윽고 내 몸에 따뜻함이 넘쳐흐르는 기분, 꼭 온천에서 전신을 몸에 담근 기분이 들었다.

불현 듯 몸은 반듯하게 그곳에 선 건, 내 두 눈에 보인 건 이때까지 제가 아니었습니다.

신장은 230센티미터까지 자라났으며 몸의 두께도 엄청나게 증대한 존재. 인간이라기보다는 짐승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적합해 보인다. 비록 스스로가 들고 있는 방패 덕분에 그 존재를 확인한, 나 자신의 모습이라지만 그렇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그 실체 놀라서 소리치기는 아직 이른 게 천천히 스스로의 몸을 살피니 이상한 건 덩치만이 아니다.

왼손에는 반질반질 거려서 거울이라 해도 믿을 만한 둥근 청동으로 된 방패를 오른손에는 게임에서 흔히 보이는 초보자용 도검을 이 거구는, 아니, 나 자신은 한 손에 가볍게 들고 있다.

응? 지금 보니 머리 위에도 가죽으로 만든 걸로 보이는 둥근 형태에 양 쪽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난 그야말로 악마를 연상케 하는 뿔이 돋아난 투구가 씌워져있다.

언제 나는 이런 차림이 된 겁니까? 어? 언제, 언제? 아직 동정도 잃지 못한 마당에 누군가에게 벗겨져 알몸을 보였던 것입니까?! 불쾌합니다, 예.

당황한 모습으로 거울처럼 다 비치는 방패를 통해서 스스로를 확인해본다. 방패를 통해서 보는 나란 존재의 얼굴은, 더 이상 인간의 얼굴이 아니다. 인간이 죽어서 근육이며 지방이며 모두 사라져서 보이는 뼈만 앙상하게 존재하는, 그야 말로 해골 그 자체다.

뺑 뚫린 눈구멍 안에서는 산 자만 갖고 있는 눈알도 없다. 없는데도 신기하게도 나는 본다는 감각을 맛보고 있다. 어쩌면 뻥 뚫린 눈구멍에서 희마하게 빛나는 붉은 빛이 지금의 몸에 눈일지 모르겠습니다.

“어찌된 겁니까, 이거. 이거, 이거.”

양 다리를 들었다, 내리는 걸 번복해본다. 그러자 무언가 펄럭이는 기분에 방패를 통해서 뒤를 살피니 너덜너덜한 칠흑색 망토가 나부끼고 있다.

“그야말로 해골 병사 그 자체잖습니까?!”스스로가 어느 틈에 인가 해골 병사가 되어 버린 걸 완벽히 자각하고 허둥지둥되던 이때 무언가 다가온다. 살도 가죽도 없는 얼굴에 의문을 떠올렸을 때, 쩌렁 쩌렁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앞으로 너희는 내 레어를 지키는 일에 힘쓰는 충실한 부하가 되어야 한다. 알겠느냐.”하늘? 그 목소리에 있지 않은 귀를 기울일 적에 그런 감상이 든다.

그런데, 잠깐. 너희? 너가 아니라 너희라고? 나 이외에도 있는 건가. 그런 자연스러운 의문에 돌아보니 나 이외에도 앙상하게 뼈만 존재한다. 나와 꼭 닮은 무기를 들고 있는 해골 병사가 몇 마리 보인다.

이들은 나와 같이 태어난 건가? 그렇다면 이 녀석들도 나처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거나? 음, 그러려나? 그게 맞는다고 가정하면 무언가 알겠지.

까딱, 까딱. 달그락. 달그락. 거슬리는 소리를 잊은 채 몸을 그쪽으로 움직여 보려 한다. 허나 그 앞을 무언가 커다란 게 가로막는다.

대체 뭐지 싶어서 바라본다. 거기에는 내가 해골 병사가 되어버린 일 못지않게 놀랍게 하는 존재가 떡 하니 서있다.

소름끼치는 이목구비를 갖춘 리자드맨이 그 앞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실력 행사라도 할 생각인가 시미터가 날카로운 호를 그리며 내 앞에 턱하니 내리 찍는다.

“네 놈, 멋대로 누가 움직이라고 했지? 네 놈은 오늘부터 볼케이노님의 레어인, 콜드 플레임 최하 층 문지기다. 어딜 멋대로 행동하는 거냐. 쿠르릉.”

늘고 긴 턱에 나 있는 뾰족한 이빨을 꺼내며 후루루 하고 웃는다.

그 광경은 어딘가 닭살을 돋게 했다. 아, 물론 피부 따위는 실종된지라 실제로 그런 감촉을 느끼지는 못하고 기분만이 그러했다.

“알아 들었으면 따라와라.”

그렇게 나는 쥐도 새도 모르게 리자드맨에게 이끌려 길을 따라 나서게 되어 버렸다. 지금 현재 자신의 상황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말이다.

어둑어둑한 미궁의 통로에, 어딘가에서 찬바람이 불어와 벽의 횃불을 흔든다. 축축한 바닥은 그 빛을 반사하고, 빛이 반사 된 천장을 보니 최상 부근으로, 좌우로 원기둥이 나란히 세워진다.

“뭡니까, 이 쓸데없이 큰 것들은.”

그런 중얼거림이 나를 앞장 세워서 걷던 리자드맨의 신경을 거슬린 건지 걸음과 함께 움직이던 꼬리가 멈춘다.

“네 놈 불량품이냐?”

리자드맨은 그대로 고개를 돌려서 내 쪽을 바라보더니 긴 목을 쭈욱 숙인다.

가깝다. 숨이 닿을 만큼 가깝다.

“......아!”

위화감의 원인을 인식한 나의 입에서 신음인지 절규 인지 알 수 없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이 새어나온다.

“볼케이노님께서 만드신 이상 그럴 일은 없겠지만. 흐음, 수상하군. 네놈.”

볼케이노? 화산을 말할 리는 없고. 지금 말을 들어보면 뭔가 높은 존재 같지. 그래, 무언가 높인 말을 붙이는 걸 보면 높은 사람인가 봅니다.

“뭐, 수상하면 박살내면 그만이니. 후르르.”

리자드맨은 노란 눈동자를 번뜩이더니, 말을 끝맺으면서 상당히 긴 혀를 내뱉어 입가 전체를 핥는다.

묘하게 소름끼쳐서 그만 나는 이곳에서는 쓸데없는 짓은 삼가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응, 이번에는 별 탈 없이 무사히 오래 살아 있으려면 말입니다.

입을 꾹 닫은 채 걷기를 몇 십 분. 힘들다는 감각이 들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함에 이상함을 혼자 느낄 적에 걷는 게 끝났다.

“도착했다. 오늘부터 네놈은 이곳에서 보초를 서서, 침입자를 막고, 수상한자가 있으면 보고를 해라. 알겠나?”

리자드맨이 멈추고서 내게 그리 말한 곳은 동굴의 끝이다.

동굴 맨 끝으로 보이는 이곳은 역시 지금까지처럼 이질적이기 그지없다.

옅은 청색 빛에 비추어지는 그곳은 원형기둥에는 화려하지만 기분 나쁜 조각이 새겨져있고, 발밑에는 수로가 있어 물이 흐르고 있다. 맞은편에는, 회청색의 거대한 2개문(*양쪽으로 열리는 문)이 세워져 있다. 문에도, 원형 기둥들과 같은 괴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른바 문지기라는 거지. 잘 할 수 있겠지? 하긴, 못하면 죽겠지만 말이다. 후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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