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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발송 님의 서재입니다.

양코배기 조선인이 쓰는 임진록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행복발송
작품등록일 :
2022.10.31 11:39
최근연재일 :
2023.02.25 06:1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5,916
추천수 :
234
글자수 :
463,226

작성
23.02.2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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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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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99화. 거사(4)

DUMMY

사무라이 조장의 명령과 동시에 무사 세 명이 동시에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이얍!“


난 두 개의 칼을 머리 위로 쳐들어 세 개의 칼을 동시에 막았다.


”가라!“


그 자리에서 오른발을 축으로 몸을 빙그르르 돌리며 세 명의 발목을 한 칼에 베었다.


”헉“


”챙강“


앞쪽에서 두 명의 무사가 빈틈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시간이 없었다.


직부송서세


난 아픈 다리에 힘을 주고 벌떡 일어섰다.


”두두둑“


내 오른쪽 허벅지의 근육이 터졌다. 그러나 난 멈추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오른쪽 무사를 신속하게 찔렀다.


”윽.“


한 놈은 쳐냈지만, 다른 무사가 휘두른 칼이 내 오른쪽 어깨를 스쳤다.


통증과 함께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기운이 쭉 빠졌다.


알렉···. 힘내!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잖아. 씨발.


당근이지···. 씨발.


”이야아아!“


내가 버럭 기합을 지르며 내실로 이어지는 통로를 향해 내 달았다. 그 기세에 눌린 무사들이 잠시 길을 트는 것 같더니 금방 내게 달려들었다.


”챙강“


”챙강“


칼과 칼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난 멈추지 않고 내달았다.


”막아라!“


내 생각을 읽은 사무라이 조장이 앞으로 다가서며 고함을 질렀다.


”이얏!“


난 전광석화같이 표두압정세를 취했다.


지금 내 몸의 상태로는 무리한 초식이었지만, 죽기 아니면 살기였다. 사무라이 조장이 급히 칼로 내 칼을 막아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힘이 실린 내 칼이 이미 그의 정수리를 내리찍은 뒤였다.


”으윽“


조장이 쓰러지자 무사들이 순간 당황해했다. 그 바람에 통로 한 귀퉁이가 뚫렸다. 난 날 듯이 내실을 향해 달렸다.


”챙강···. 챙강“



***



무사 대기실을 빠져나오자 가신들이 머무는 부용실이 나왔다.


가신들은 피를 뒤집어쓴 내 모습을 보자 놀라 도망가기 급급했다.


”놓치지 마라!“


등 뒤에서 무사들이 쫓아왔다.


”비켜라. “


난 앞에서 걸지적 거리는 가신들을 베면서 내실 안으로 달렸다.


”멈춰라!“


내실로 이어지는 복도 앞에서 긴 칼을 양쪽 허리에 찬 사무라이가 내 앞을 막고 섰다.


이런···. 젠장.


이제 힘도 거의 빠져나갔고, 허벅지와 어깨의 상처로 정신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저놈 한 명도 상대하기 어려운데···.


난 이것이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역사를 바꾼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주마등처럼 2023년도의 내 모습, 사명 대사, 이순신 장군, 곽 재우 장군···. 그리고 세자 저하.


오드리···! 그녀의 이름이 떠오르는 순간 내 가슴을 관통하는 전류 같은 아픔과 그리움.


”이놈······. 칼을 버려라.“


뒤쫓아온 무사들이 다시 나를 에워쌌다. 난 칼 주자루를 힘겹게 잡고 그들 가운데 우뚝 섰다.


그래···. 진인사대천명이라 했지···.


돌이켜 보면 내 인생도 그리 못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젠장···. 시원한 생맥주 한 잔만 마셨으면 좋겠다.


난 칼을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손에 힘을 주었다.


”휘익“


그때 어디선가 짧고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뭐지?


나를 가로막고 있는 사무라이 등 뒤에 있는 우람한 기둥 뒤에 숨어서 나를 바라보는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보였다.


아니? 이런 피비린내 나는 살육 현장에 웬 여자가···.


여자가 나를 보며 손을 번쩍 들었다.


뭐지···?


여자가 뭔가를 바닥으로 굴렸다.


아···! 난 그녀가 던진 것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허연 연기가 가신들의 방에 가득 찼다. 연막탄이었다.


오우 예···.



***



난 몸을 최대한 낮추고 여자가 있던 복도를 향해 내달았다.


“콜록콜록”


“놈이 달아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무사들이 소리를 치고 난장을 피웠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진한 연기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으랴.


휙휙


여기저기에서 방향을 잃은 칼날들이 번쩍였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이었다.


“억”


나는 달려가면서 사무라이 대장이 서 있던 곳을 어림잡아 칼을 휘둘렀다.


“칙쇼!”


내가 휘두른 칼에 발목이 잘린 사무라이 대장이 쓰러지면서 칼을 내리쳤다. 빗겨나간 칼끝이 내 어깨를 베었다.


젠장···.


눈앞에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내 칼이 매섭게 허공을 갈랐다. 그 칼끝에 무사들이 쓰러졌다.


스르르륵


난 복도 끝부분에서 슬라이딩하면서 미끄러져 들어갔다. 머리 위로 칼날 하나가 휙 스쳐 지나갔다.


“이쪽이에요. 공자님.”


여자가 벽 뒤에 숨어서 내게 손짓을 했다.


조선말?


기모노를 입었지만, 얼굴 형태가 조선인임을 보여주었다. 뜻밖의 조력자였다.


휴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난 재빨리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뛸 수 있겠어요?”


난 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연막이 걷히지 않은 거실에서 무사들의 고함이 끊이지 않았다.


“이쪽으로······.”


난 여자의 뒤를 따라 미로 같은 복도를 따라 달렸다. 복도 끝에 다다르자 넓은 홀이 나타났다.


“여긴 흑서원이에요······. 저 뒤가 백서원이고. 거기에 풍신수길이 숨어 있어요.”


더는 뒤를 쫓아오는 무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고맙소. 내가 알아서 갈 터이니···. 위험하니까 그만 몸을 숨기시오.”


여자가 맑은 눈웃음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여기 있다.”


갑자기 한 무사가 문을 부수고 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여자의 두 눈이 등잔만 하게 커졌다.


“이런···. 더러운 배신자!”


미처 내가 다가서기 전에 무사가 칼을 내질렀다. 여자의 복부를 관통한 칼이 등 뒤로 삐쳐 나왔다.


“아윽.”


여자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이런···. 죽일 놈!”


나는 무사를 향해 칼을 날렸다.


“챙강”


무사가 내 칼을 쳐냈다. 칼날이 서로 휘감기듯 마찰을 일으켰다.


“이얏!”


난 칼날을 휙 잡아당긴 뒤 그대로 위로 쳐올렸다. 칼끝이 무사의 가슴에서 목 위로 굵은 자국을 남겼다.


“이보시오! 정신 차리세요.”


난 얼른 여자를 끌어안았다. 여자가 내 품 안에서 피를 쿨럭 토하며 말했다.


“왜구들에게 붙잡혀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이제 조선 사람을 만났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소.”


여자의 눈이 풀어졌다. 입에서 울컥 핏덩이가 터져 나왔다.


“이보시오! 안 돼요. 정신 차리시오······.”


여자가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아니에요···. 난 이미 가망이 없다는 걸 알아요······. 저 방안 뒤쪽으로 가세요···. 거기에···. 거기에···.”


여자가 다시 울컥 피를 토했다.


“아니요···. 더는 말을 하지 마시고. 정신 차리시오!”


그때 뒤쪽에서 무사들이 달려오는 발소리가 요란했다.


“어서···. 거기로.”


“울컥”


여자가 또 피를 토했다.


“이봐요···! 정신 차려요.”


“그···. 방에. 목단···. 목단···.”


여자가 말을 다 마치지도 못하고 숨을 거뒀다.


“으흐흐흐···. 미안하오.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시오···. 내가 반드시 당신의 복수를 하리다.”


나는 여자를 자리에 눕히고, 칼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다다닥”


“저벅저벅”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놈을 놓치면 안 된다.”


복도 너머에서 무사들의 고함이 들려왔다.


꽈당탕



***



난 여자가 말한 복도 끝의 방 뒤로 뛰어갔다. 방문을 걷어찼다.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지? 이곳이 아닌가?


여전히 요란한 발소리에 내 마음이 급해져 갔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알렉!!”


난 돌아 나가려던 발을 멈췄다.


“오드리?!”


방 뒤에서 정말 오드리가 걸어 나왔다.


“오드리!”


“알렉!”


난 칼을 내던지고 오드리에게 달려가 와락 껴안았다. 오드리도 나를 힘껏 껴안았다.


“어허허헝”


난 그녀를 가슴에 품은 채 그냥 눈물을 터트렸다. 참고 참았던 마음의 부담감이 그냥 터져 나왔다.


“알렉!! 흑흑흑흑”


오드리 역시 나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봐···. 해후는 나중에 하고,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자.


맞다···!


“오드리···.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자.”


난 오드리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서려 했다.


다시 방을 나서려다 발을 멈췄다.


“왜 그래? 알렉···?”


오드리가 내 손을 꽉 잡았다.


“쉿!”


난 검지로 오드리의 입술에 댔다. 오드리가 또리방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방 끝으로 발소리를 죽이고 걸어갔다. 벽면에 붉은 목단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 방의···. 목단.


분명히 그 여자가 죽어가면서 내게 목단이라 말했다. 이 목단 그림을 말하는 것이 분명한 것 같은데···.


“이상하다···. 분명히 목단이라 말했는데.”


“알렉···. 혹시 이 그림 뒤에 뭐가 있는 것 아닐까?”


오드리가 소곤거리듯 말했다.


오 에스!!! 역시···.


난 오른손에 칼을 치켜들고 왼손으로 벽면을 조심스럽게 쓸었다.


일반 벽과 똑같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의미일까······?


난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오드리가 칼을 두 손으로 잡아 가슴 위로 치켜세웠다.


하나. 두울. 셋!


난 왼손 손가락으로 셋을 셈과 동시에 목단 그림이 그려진 벽을 칼로 푹 찔렀다.



***



“쑤욱”


칼끝이 허공을 찔렀다. 칼이 그대로 벽을 뚫고 들어갔다. 여자의 말이 맞았다.


“빈 공간이다!”


난 오드리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손짓을 하며 칼로 벽면을 휘갈겼다.


“와장창”


“이놈···!”


벽면이 부서지고 칼을 든 수길이 뛰어나왔다. 난 수길을 향해 칼을 날렸다.


“챙강”


“챙챙챙”


“이얏!”


수길이 칼로 나를 밀어내면서 뒤로 두 어 걸음 물러섰다. 나 역시도 뒤로 물러섰다.


수길의 칼솜씨도 장난이 아니었다. 잠시 숨을 고르면서 수길이 내게 물었다.


“네 놈은 무슨 연유로 나를 배신하는 거냐?”


수길이 내게 물었다.


“배신···? 난 배신 한 적이 없다.”


내 말에 수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배신한 적이 없다고?”


“그래······. 내가 너를 위해 일한 적이 없는데 무슨 배신이냐?”


“나를 위해 일한 적이 없다고···? 깔깔깔깔”


수길이 내 말에 허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지금까지 나와 같이했던 것은 무엇이냐?”


“어리석은 놈···. 똥하고 된장하고 구분도 못 하는 주제에.”


비틀···.


허벅지에 감각이 사라지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릎이 꺾였다. 온몸에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이놈···! 내가 너를 그냥 둘 줄 아느냐?!”


수길이 내가 지쳤다는 것을 눈치채고 공격을 시도했다. 내 정수리를 노리고 칼을 내리쳤다. 일격을 노린 것이다.


“알렉!”


오드리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난 온 힘을 다해 수길의 칼을 쳐냈지만, 그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알렉!”


오드리가 내 등 뒤로 달려와 내 겨드랑이로 손을 넣고 나를 끌어안았다.


오···. 이런.


야리야리하고 엷은 오드리의 체취가 내 정신을 더 혼미하게 만들었다. 얼마 만에 느끼는 이 포근함이던가.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저 칼부터 막아!!


수길의 칼끝이 불과 두 걸음 밖에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이얏!”


난 그대로 호지격세의 초식으로 수길의 칼을 휘휘 감았다. 수길이 갑작스러운 나의 초식 전개에 칼을 거두며 뒤로 물러났다.


“오호···. 그건 무슨 검법이냐?”


오드리가 다시 내 등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


오드리···. 내 말 잘 들어. 셋을 세면 나를 앞으로 확 밀어줘···. 있는 힘껏.


“잘 봐두거라···. 살아서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초식일 거다.”


하나 둘 셋!


“이얏!”


오드리가 내 등을 두 손으로 힘껏 밀었다. 난 그 반동을 이용해 왼발로 바닥을 차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으윽.


허벅지의 통증이 척주를 타고 등 뒤로 치고 올라왔다.


“이얏!”


내 혼신을 다한 일격에 수길이 칼을 놓치며 뒤로 넘어졌다.


“으윽...”


“휘청”


틈을 놓치지 말고 수길을 공격해야 하는데 마음과는 달리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난 바닥에 나뒹굴었다.


오히려 수길이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놈!”


수길이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고 내 가슴을 겨누었다.



<99화. 거사(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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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에필로그 23.02.25 59 0 11쪽
» 99화. 거사(4) 23.02.25 32 0 12쪽
98 98화. 거사(3) 23.02.25 25 0 11쪽
97 97화. 거사(2) 23.02.24 30 0 11쪽
96 96화. 거사(1) 23.02.23 37 0 11쪽
95 95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23.02.22 33 0 11쪽
94 94화. 오다노부나가의 몰락 23.02.21 34 0 10쪽
93 93화. 혼노지의 변 23.02.20 34 0 10쪽
92 92화. 속고 속이는 게임 23.02.18 38 0 10쪽
91 91화. 운명의 날 23.02.17 37 0 10쪽
90 90화. 이간계(離間計) 23.02.16 37 0 11쪽
89 89화. 품을 수 없다면 베야지. 23.02.15 38 0 11쪽
88 88화. 물고 물리는 정세 23.02.14 41 0 9쪽
87 87화. 첫 번째 기회 23.02.13 44 0 10쪽
86 86화. 신뢰 쌓기 23.02.11 48 1 11쪽
85 85화. 어린진(魚鱗陳) 23.02.09 49 1 11쪽
84 84화. 책사 23.02.08 51 1 10쪽
83 83화. 도요토미히데요시 23.02.07 47 1 11쪽
82 82화. 도쿠가와 이에야스 23.02.06 57 1 10쪽
81 81화. 이이제이(以夷制夷) 23.02.04 61 1 10쪽
80 80화. 벽제관 전투(3) 23.02.03 62 1 10쪽
79 79화. 벽제관 전투(2) 23.02.02 52 1 10쪽
78 78화. 벽제관 전투 23.02.01 50 1 10쪽
77 77화. 명의 배신 23.01.31 56 1 10쪽
76 76화. 비격진천뢰 23.01.30 52 1 11쪽
75 75화. 평양성 전투 23.01.28 59 1 11쪽
74 74화. 이여송의 출전 23.01.27 54 1 12쪽
73 73화. 명의 원군 23.01.26 55 1 10쪽
72 72화. 왜에 간 사명대사 23.01.25 70 0 10쪽
71 71화. 일체유심조 23.01.20 8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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