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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발송 님의 서재입니다.

양코배기 조선인이 쓰는 임진록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행복발송
작품등록일 :
2022.10.31 11:39
최근연재일 :
2023.02.25 06:1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6,196
추천수 :
235
글자수 :
463,226

작성
22.11.01 08:33
조회
962
추천
33
글자
10쪽

1화. 사건의 발단

DUMMY

* 이 글은 작가의 완전한 상상력에 의거한 허구의 글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나라, 시대 배경, 사건 년도, 종교 등 모든 것이 사실과 다릅니다.





“탓! 탓! 탓!”


“야 앗!”


상대방의 날렵하고 매서운 상단 공격에 이은 하단 공격이 들어왔다.


“좋은 공격이야······. 그렇지만 내겐 안되지.”


여기는 충북 음성에 있는 대한검도회 중앙연수원 도장 무학당(武學堂)


제82회 전국종별검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중이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손에서 검을 놓아 본 적이 없는 공인 9단의 하(河)늘찬이다.


아버지는 약주만 취하시면 우리 가문은 그 유명한 사육신(死六臣) 중 한 분이신 예조판서 하위지의 직계 후손이라고 입에 달고 사셨지만······.


그게 뭐······? 결국은 루저 아닌가.


어쨌든 저쨌든 그래서인지 나는 예의 바른 이십 대 후반의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으로 지금 막 제82회 전국종별선수권대회 일반부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


상대는 역시 최진규. 중학교 때부터 나와 앙숙인 상대다.


지금까지의 전적은 대략 50전 26승 24패. 내가 2승을 앞서있다.


최진규는 나를 코너로 몰기 위해 상단에 이은 하단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의 수를 읽고 있었다.


“타앗!”


난 뒤로 두 걸음 물러선 뒤 바로 잰걸음으로 뛰어나가며 최진규의 손목을 후려쳤다.


그러나 최진규도 이번에는 나를 꼭 이기겠다는 생각이었는지 이를 악물고 내 공격을 막아냈다. 이어진 공격.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중 난 아주 짧은 순간 최진규의 허점을 보았다. 뒤로 물러나던 최진규의 왼발이 약간 주춤거렸다.


한 마디로 스텝이 꼬인 거지 뭐······. 치명적인 찰라.


동시에 최진규 뒤의 관중석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엇······? 수진이?


첫사랑의 여자. 그런데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암튼 심쿵.


“타 얏!”


갑자기 내 머리에 내리꽂히는 타격감.


이런 치사한 시키······.


최진규가 내가 잠시 심쿵하는 틈을 타서 내 머리를 내리친 것이다. 있는 힘을 다해서······.


근데······.


호면(護面)을 썼는데도 마치 맨머리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아득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리며 정신줄을 놓쳐버렸다.



***



“칫. 창피하지도 않나······? 하긴 이런 개망나니가 창피한 게 뭔지나 알겠어?”


비아냥거리는 여자 목소리가 꿈결처럼 들려왔다. 그러나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하여튼 여자들이란······. 남의 뒷담화 까는데 뭐 있어.


난 눈을 감은 채 여자의 험담을 듣고 있었다. 일어나고 싶었지만, 지금 내가 불쑥 일어나면 여자가 얼마나 무안해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만? 검도 대회는 어떻게 된 거지?


여자를 신경 쓰느라 최진규와 다투던 결승 시합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수진이는?


“어머! 도련님······! 정신이 드시나 봐요?”


도련님? 누구······? 나?


난 살짝 몸을 돌려 소리 나는 곳을 보았다. 세탁물을 정리하던 한 젊은 처녀가 얼굴을 붉히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처자였다.


누규?


“잠깐 누워 계세요······. 금방 마님을 불러올게요”


난 여자에게 손짓했지만, 벌써 여자는 소리를 치며 방을 나갔다.


“마님!! 마님!!! 도련님이 깨어나셨어요!!!”


여자도 여자였지만 내 머리를 때리는 신기함.


여자는 분명히 나를 수십 년 동안 징글징글 괴롭혔던 꼬부랑말로 했는데······. 신기하게도 그 여자의 혀 굴리는 소리를 마치 한국말처럼 알아들었다는 것이다.


바로 내가 말이다······.


신기하고 이상한 건 또 있었다. 이 침대는 내 침대가 아니었다. 이렇게 크고 화려한 침대라니······.


혹시 모텔?


나는 살짝 상체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얼핏 둘러 본 방안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 분명한 것은······.


처음 보는 곳이었다. 몰아치는 자각.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한국의 쌈박하고 멋진 아파트와는 달리 영화에서나 볼 법한 석조건물. 아치형의 창문 그리고 커다랗고 화려한 가구들과 장식들.


무엇보다 달라진 내 몸.


원래 검도 9단, 태권도 9단, 절권도 9단에 무에타이를 즐기던 나는 덩치가 좀 큰 편이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덩치는 거의 두 배는 더 커진 것 같았고, 식스팩은 아니었지만, 알통이며 가슴이 태평양만 해졌다.


이게 뭐야······? 기뻐해야 하는 건가, 울어야 하는 건가? 근데······? 머리는 또 왜 이 모양······? 가발인가?


“아야!”


어깨까지 내려오는 곱슬거리는 금발의 머리칼. 난 머리칼을 쥐어뜯어 봤지만 아픈 건 내 머리였다.


뭐야? 도대체 이 시츄에이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거야?


“으······. 머리야······.”


갑자기 머리가 깨질 것같이 아팠다. 그리고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빙빙 떠돌아다녔다.


그렇지······. 마지막에 최진규가 내 머리를 내리쳤었지······. 치사하게.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됐다.


난 결승전에서 최진규의 죽도를 맞고 기절한 것이었고······. 그 충격으로 잠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거다.




“오! 내 아들······!”


그러나 내 생각은 갑자기 내게 달려드는 한 귀부인의 등장으로 여지없이 깨어져 버렸다. 귀부인은 내가 준비할 겨를도 없이 와락 끌어안았다.


아들?


난 이 여자가 우리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미안하지만 우리 엄마라면 이렇게 젖가슴이 클 리가 없었다. 우리 엄마가 F컵······? ᄏᄏᄏᄏ


“읍읍읍······. 이 젖···. 가슴 좀······.”


숨 막히기 직전의 내 절박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려한 드레스와 아름다운 보석으로 치장한 중년의 여인이 풍만한 가슴으로 나를 질식사 시키기 일보 직전이었다.


여인이 살짝 귀엣말로 속삭였다.


“알렉시스야······. 아버지가 뭐라고 야단쳐도 꾹 참거라”


알렉시스라니? 내가······? 난 하늘찬인데.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또다시 문이 벌컥 열리며 반백의 풍채가 좋은 남자가 씩씩거리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아니? 왜들 이렇게 급하신 거지?


“이 망할 자식! 가문에 먹칠해도 유분수지······.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겠느냐?! 뭘 잘했다고 자빠져 있는 거냐?”


여차하면 귀싸대기라도 칠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아니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난 검도 시합을 한 것뿐인데······.


“아이 여보······. 아직 완쾌된 게 아니잖아요.”


엄마라고 한 여인이 결사적으로 남자를 감싸 안으며 나를 옹호했다.


“그레이스! 언제까지 그렇게 감싸기만 할거요! 당신이 그렇게 감싸고 도니까 저 녀석이 철딱서니 없는 짓을 하는 거요.”


이 양반이 아버지인 것 같은데···. 누구···. 세요?


중요한 것은 정작 당사자인 나는 뭘 잘못했는지, 누구에게 사과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억울한 경우가 또 어디 있을까······.


“오! 이바노. 우리 알렉을 너무 나무라지 말아요. 이 나이가 되면 남자들은 다 철부지가 되잖아요?”


아! 이 남자의 이름이 이바노구나.


나는 핏대를 올리고 있는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엷은 리넨으로 만든 튜닉 위에 짙은 갈색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 허리에는 긴 칼을 차고 있었다. 머리에는 둥근 터번처럼 생긴 모자를 쓰고 있었다.


푸하하······. 아니 군인 코스프레도 아니고···. 나이 드신 양반이 그런 복장이라니······. 철딱서니 없는 건 그쪽 같은데요.


“저런 녀석은 다쳐도 싸지.”


아버지는 여전히 내게 화가 나신 것 같았다.


근데······. 내가 뭘 그리도 잘못한 거지?


나는 상체를 일으켰다. 맞을 때 맞더라도 알고 나 맞아야지······. 그게 족보 있는 하씨 가문의 전통인데······. 그래서 먼 할아버지께서는 사약을 받았지만······.


“저······. 제가 뭘 잘못했나요?”


내 말은 사태를 진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아버지를 더 화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도 내 말에 놀라고 말았다.


오!!! 레알······? 해쿠수 학원에 수백만 원을 쏟아붓고도 외국인만 만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는데······. 내가 지금 잉글리쉬 스피킹?


“뭐라고!!! 이런 망나니 같은 녀석. 이제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조차 모른다는 거냐?”


“예······.”


내가 한 짓을 모르겠다는 내 말에 아버지는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지었다.


“허······. 허허?”


다혈질적인 아버지와 철부지 아들 사이에서 어머니 그레이스만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거야 원······. 남들 보기 부끄러워서······.”


아버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 나도 가문 있는 집안 자식이라 그 심정 알긴 아는데······. 왓스업?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저렇게 철부지 망둥이니······. 이걸 어쩌면 좋단 말이냐······.”


아버지가 크게 낙담한 것처럼 한숨 섞인 말을 토해냈다.


“백작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렉시스의 몸이 회복되면 제가 잘 가르쳐 보겠습니다.”


하관이 빠르고 눈매가 가냘픈 젊은 장교가 아버지에게 말을 했다.


저 친구는 또 누구?


잘해야 이십 대 후반이나 될 것 같은데······. 나를 가르치겠다니······. 이거야 원.


“힉스······. 그래 주겠나. 그렇게 해준다면 내가 좀 마음이 편하겠네.”


난 그를 노려보았다.


몸에 쫙 맞는 장교 복을 입고 허리에 긴 칼을 찬 모습이 당당해 보였지만 내게는 허세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나를 바라보는 두 눈에 경멸감이 가득했다.


왜 저래······? 저 친구는 좀 위험해 보이는데?




<1화 사건의 발단> 끝.


작가의말

나름의 열정을 갖고 글을 쓰겠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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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2화. 속고 속이는 게임 23.02.18 38 0 10쪽
91 91화. 운명의 날 23.02.17 37 0 10쪽
90 90화. 이간계(離間計) 23.02.16 37 0 11쪽
89 89화. 품을 수 없다면 베야지. 23.02.15 39 0 11쪽
88 88화. 물고 물리는 정세 23.02.14 42 0 9쪽
87 87화. 첫 번째 기회 23.02.13 44 0 10쪽
86 86화. 신뢰 쌓기 23.02.11 49 1 11쪽
85 85화. 어린진(魚鱗陳) 23.02.09 50 1 11쪽
84 84화. 책사 23.02.08 53 1 10쪽
83 83화. 도요토미히데요시 23.02.07 47 1 11쪽
82 82화. 도쿠가와 이에야스 23.02.06 57 1 10쪽
81 81화. 이이제이(以夷制夷) 23.02.04 61 1 10쪽
80 80화. 벽제관 전투(3) 23.02.03 63 1 10쪽
79 79화. 벽제관 전투(2) 23.02.02 52 1 10쪽
78 78화. 벽제관 전투 23.02.01 51 1 10쪽
77 77화. 명의 배신 23.01.31 57 1 10쪽
76 76화. 비격진천뢰 23.01.30 52 1 11쪽
75 75화. 평양성 전투 23.01.28 60 1 11쪽
74 74화. 이여송의 출전 23.01.27 56 1 12쪽
73 73화. 명의 원군 23.01.26 56 1 10쪽
72 72화. 왜에 간 사명대사 23.01.25 71 0 10쪽
71 71화. 일체유심조 23.01.20 8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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