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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발송 님의 서재입니다.

양코배기 조선인이 쓰는 임진록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행복발송
작품등록일 :
2022.10.31 11:39
최근연재일 :
2023.02.25 06:1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5,917
추천수 :
234
글자수 :
463,226

작성
23.0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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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88화. 물고 물리는 정세

DUMMY

다케다 군의 막사.


“으음···.”


아버지 다케다 신겐의 뒤를 이은 다케다 카츠요리가 막사에 혼자 앉아있었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 결연하기까지 했다.


“후유”


다케다 카츠요리가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바람에 책상 위에 밝혀놓은 촛불이 살짝 흔들렸다. 카츠요리가 손에 쥐고 있던 서신을 촛불에 태웠다.


화르르


순식간에 검은 재로 변한 서신. 카츠요리가 서신의 재를 바닥에 던져 발로 비볐다. 서신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여봐라!”


카츠요리의 부름에 병사가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작전 회의를 지금 연다. 장군들을 모이라고 전하라!”


“하이!”


병사가 나간 뒤에 카츠요리는 또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카츠요리의 막사로 열 명 남짓한 장수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결연한 키츠요리의 모습을 보고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히데요시에게서 서신이 왔다.”


카츠요리가 불쑥 입을 열었지만, 장수들도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는지 별다른 의견은 없었다.


“세작의 말에 따르면···. 이에야스가 지금 마카에 머물고 있다. 오늘 우리가 그를 친다.”


카츠요리가 짧지만 단호한 어투로 말을 맺었다. 장수들이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부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장군···. 오다 노부나가 군(軍)이 합세하면 우리 힘만으로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현실적인 말이었다. 상중(喪中)이기도 했지만, 이에야스와의 싸움에서 다케다 군도 타격을 많이 입었었다.


잘못하면 오히려 자기들이 다칠 수도 있는 전세(戰勢)였다. 그러나 카츠요리가 부장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


“세작들의 말로는 오다는 참전을 꺼린다고 한다. 따라서 오다군은 오지 않는다. 지금이 아니면 우리는 이에야스를 칠 수 없게 된다.”


카츠요리는 조금 전 태운 수길의 서신을 떠올렸다.


이제 카츠요리의 시대가 도래했구나. 너의 힘으로 우뚝 서거라. 그리하여 나의 진정한 오른팔이 되거라.


아버지의 후광에서 벗어나 스스로 대장군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히데요시님의 오른팔이 되리라···.


부장들이 몇몇 의견을 냈지만 카츠요리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다케다 군은 이에야스가 머무는 하마마츠 성으로 진격했다.



***



“뭐라고? 다케다 군사가 쳐들어왔다고?”


하마마츠 성에 은둔하고 있던 이에야스가 화급히 성벽으로 올라갔다. 성문 밖에 일만 오천의 카츠요리 군사가 진을 치고 있었다.


“빨리···. 오다 장군에게 원군을 요청해라!”


이에야스의 친서를 지닌 전령이 나는 듯이 오다 노부나가에게로 달려갔다.


“장군. 오다 군사가 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이틀은 걸릴 것입니다.”


부하 장수들의 말이 없더라도 이미 한 번 패한 경험이 있던 이에야스는 싸우기보다는 수성(守城)을 하기로 했다.


이틀이라···.


“우리는 성을 지킨다. 내 허락 없이는 누구도 성을 나가서는 안 된다.”


이틀.


이에야스에게도 카츠요리에게도 이 시간이 중요했다. 이에야스가 수성에 성공하면 카츠요리가 질 것이고, 카츠요리의 공성이 성공하면 이에야스는 죽을 것이다.




“공격하라”


선공을 펼친 건 카츠요리였다. 아무래도 시간에 쫓기는 건 그였다. 오다 군사가 오기 전에 끝내야 했다. 오다 군대가 참전하게 되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타타타당


카츠요리군이 성을 향해 총을 쏘았다. 그리고 성문을 부술 충차(衝車)를 밀고 앞으로 나아갔다. 충차 옆에는 두 대의 높은 공성 탑이 따라 움직였다.


가지고 있는 모든 병력을 동원한 총공격이었다.


“막아라!”


이에야스군도 물러서지 않고 성벽 뒤에서 카츠요리군을 향해 총과 활을 쏘아댔다.


타타타당


슝슝슝


“으악”


“억”


“크악”


양측에서 많은 병사가 쓰러졌지만, 어느 측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쿵쿵쿵


성문에 도달한 충차(衝車)가 거칠게 성문을 두들겼다. 성벽 위에서 이에야스 병사들이 조총과 화살을 쏘아댔다. 충차를 밀던 병사들이 쓰러지고 충차가 멈췄다.


“충차를 움직여라!!”


열댓 명 병사들이 머리 위에 두꺼운 가죽 벙거지를 뒤집어쓰고 충차로 달려갔다. 쓰러진 동료 병사를 옆으로 밀어내고 충차 바퀴를 밀었다.


쿵쿵쿵


충차가 성문을 두들길 때마다 조금씩 성문이 부서지고 문을 지탱하는 쩍귀쇠가 움찔거렸다.


“영차영차”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카츠요리 군사들은 충차로 성문을 줄기차게 두드렸고, 이에야스 군사들은 이를 막으려 줄기차게 성벽 위에서 총을 쏘아댔다.


“으악”


“다음 대열 앞으로 돌격”


충차를 밀던 병사가 쓰러지면 다음 병사들이 달려들어 매웠고, 성벽 위의 병사가 쓰러지면 다른 병사가 달려들었다.


일진일퇴를 거듭했지만, 성문은 견고했다.


둥둥둥둥


저녁 무렵 카츠요리는 군사들을 물렸다. 하루 동안의 전투로 이 천여 명의 병사들을 잃었다. 그러나 성문을 넘지 못했다.


“으음···.”


카츠요리가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어둠 속에 잠겨가는 하마마츠 성을 노려보았다.


“내일은 꼭 성문을 뚫겠습니다.”


부장이 카츠요리에게 장담하듯 말했다. 다른 장수들도 허리를 굽혀 충성을 다짐했다.


“그래···. 내일은 우리가 꼭 성을 점령해야 한다.”


카츠요리는 세작을 풀어 오다군의 동향을 살폈다.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오다군이 오면 우리가 혼자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장수들은 비장한 각오를 하며 각자의 막사로 돌아갔다.



***



에도성에서 양측의 싸움을 관망하던 수길이 나를 찾아왔다. 오후 늦은 햇살이 좁은 창으로 오모테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군사의 예견이 딱 들어맞았소.”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궁금증을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카츠요리가 이에야스를 죽이지 못했나 보군요.”


내 말에 수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예상한 대로 싸움의 결과가 이루어졌다.


“그래···. 맞았소.”


수길은 나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숨기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에야스의 전투력을 절반은 상실하게 하였으니···. 그 그릇의 쓰임대로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수길이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전투에서 더 많은 타격을 주지 않을까?”


수길이 넉넉한 말투로 말했다. 그 정도는 자기도 예측할 수 있다는 허세였다.


오다 노부나가 군이 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거라 판단한 카츠요리가 내일은 총공세로 이에야스를 밀어붙이리라 판단한 것이다.


“아니요···. 아마 카츠요리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수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건 또 무슨 말이냐?


“죽음의 공포는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나 전쟁 중에는···.”


내 말이 너무 평범했는지 수길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전쟁 중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장수가 있단 말인가?”


“장수도 사람이지요···. 그래서 배신이 있는 거고.”


배신···? 배신이라니? 누가?


“부하의 배신으로 죽는다 말이오···? 그렇다면 잘못 판단하는 거요.”


수길이 이번에는 나의 예상이 틀렸다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



“장비(張飛)는 부하 범강과 장달에게 목숨을 잃었죠. 그 유명한 동탁도 믿었던 여포의 배신으로 유명을 달리한 건 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수길도 삼국지 이야기를 모를 리가 없었다.


“으음······.”


내 말에 뭐라 반문할 꼬투리가 없는 수길이 긴 앓는 소리만 냈다.


“명장들도 이러한데···. 카츠요리라고 피해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내 말에 수길이 미간을 찌푸리고,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내칠 것인가, 거둬들일 것인가를 고민하리라.


난 수길이 내칠 것이란 걸 알았다. 그에게 카츠요리는 한 명의 장수일 뿐이다. One of them.


적을 약화 시키는 역할로 충분한 소모품이었다.




그날 밤.


“윽”


카츠요리 막사를 지키던 보초가 갑자기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이어 또 다른 보초병이 어둠 뒤로 사라졌다.


“진입하라”


뒤이어 칼을 빼 든 일단의 병사들이 신속한 동작으로 카츠요리가 자고 있는 막사로 뛰어들었다.


“으윽···.”


“억”


막사 안에서 낮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 막사로 뛰어들었던 병사들이 다시 뛰어나왔다.


“가자.”


병사의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이에야스의 원군 요청을 받고 출전을 준비 중이던 오다 노부나가의 막사. 장수 한 명이 뛰어 들어왔다.


“뭐라고? 카츠요리의 참모장이 투항해 왔다고?”


장수의 보고를 받은 오다 노부나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카츠요리의 참모장이라고···?


뭔가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이참에 이에야스의 힘을 누를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막사로 들여라.”


잠시 뒤 카츠요리의 참모장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 들어와 바닥에 엎드렸다.


“장군···. 카츠요리의 참모장 미야마입니다.”


오다 노부나가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손에 든 건 무엇이냐.”




<88화. 물고 물리는 정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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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4화. 오다노부나가의 몰락 23.02.21 34 0 10쪽
93 93화. 혼노지의 변 23.02.20 34 0 10쪽
92 92화. 속고 속이는 게임 23.02.18 38 0 10쪽
91 91화. 운명의 날 23.02.17 37 0 10쪽
90 90화. 이간계(離間計) 23.02.16 37 0 11쪽
89 89화. 품을 수 없다면 베야지. 23.02.15 38 0 11쪽
» 88화. 물고 물리는 정세 23.02.14 42 0 9쪽
87 87화. 첫 번째 기회 23.02.13 44 0 10쪽
86 86화. 신뢰 쌓기 23.02.11 48 1 11쪽
85 85화. 어린진(魚鱗陳) 23.02.09 49 1 11쪽
84 84화. 책사 23.02.08 51 1 10쪽
83 83화. 도요토미히데요시 23.02.07 47 1 11쪽
82 82화. 도쿠가와 이에야스 23.02.06 57 1 10쪽
81 81화. 이이제이(以夷制夷) 23.02.04 61 1 10쪽
80 80화. 벽제관 전투(3) 23.02.03 62 1 10쪽
79 79화. 벽제관 전투(2) 23.02.02 52 1 10쪽
78 78화. 벽제관 전투 23.02.01 50 1 10쪽
77 77화. 명의 배신 23.01.31 56 1 10쪽
76 76화. 비격진천뢰 23.01.30 52 1 11쪽
75 75화. 평양성 전투 23.01.28 59 1 11쪽
74 74화. 이여송의 출전 23.01.27 54 1 12쪽
73 73화. 명의 원군 23.01.26 55 1 10쪽
72 72화. 왜에 간 사명대사 23.01.25 7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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