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행복발송 님의 서재입니다.

양코배기 조선인이 쓰는 임진록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행복발송
작품등록일 :
2022.10.31 11:39
최근연재일 :
2023.02.25 06:1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6,235
추천수 :
235
글자수 :
463,226

작성
23.02.02 06:00
조회
54
추천
1
글자
10쪽

79화. 벽제관 전투(2)

DUMMY

한양 북쪽의 벽제관까지 후퇴한 고니시는 경기도 북부 각지에 흩어져 있던 왜병들을 불러 모았다.


“장군···. 대략 삼만 명은 되는 것 같습니다.”


부장 이시다가 고니시에게 말했다.


“삼만 명이면···. 반격해 볼 만하다.”


평양에서부터 고니시의 뒤를 추격한 조명연합군의 주력 병력도 파주에 도착했다.


“장군···. 왜병들이 벽제관 주변에 방어진을 쳤습니다.”


아직 왜병들이 벽제관에 재집결한 것을 몰랐던 이여송은 도원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깐 놈들···. 한 번에 쓸어 버리면 그만이지.”


평양성에서 승리한 탓인지 이여송은 왜병들을 별로 두려운 상대로 보지 않았다.


“장군께서는 어떤 작전을 쓸 계획이시오?”


도원수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이여송이 대수롭지 않게 말을 툭 던졌다.


“작전은 무슨···. 평양에서 한 것처럼 힘으로 쓸어버리면 되는 거지.”


평양에서의 승리가 마치 자기의 공인 것처럼 말했다.


“아니···. 그래도.”


도원수나 방어사들이나 이여송의 말에 제대로 항변 한 번 하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트집 잡힐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공격하기 전에 적탐을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소이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은 도원수가 겨우 자기의 생각을 비췄다.


“그럼 그렇게 하시던가.”


이여송이 가볍게 도원수의 말을 받았다. 더는 말을 섞기 싫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럼···. 그렇게 하리다.”


자기가 한 말을 자기가 거두기가 뭐 했던 도원수가 마치 허락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했다. 그러나 심기가 편할 리가 없었다.


이런···. 죽일 놈.


이여송의 진영을 나온 도원수가 방어사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 살다 살다···. 저런 놈은 처음이다. 저런 자가 어찌 대명 황제의 명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도원수 대감···. 진정하시지요.”


우방어사가 도원수를 살살 달랬다. 다 지나간 일인데 지금 버럭거린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에잉···. 내가 민망스럽구나.”

겨우 도원수를 진정시켰는데, 눈치 없는 좌방어사가 운을 띄웠다.


“대감···. 그러면 우리 조선군 단독으로 정탐을 나설까요?”


도원수가 짜증스럽게 팽하고 소리쳤다.


“그러시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시오. 에잉. 쯧쯧쯧”


멀쑥해진 좌방어사가 막사를 나와 병력을 추렸다. 그리고 파주를 나와 남쪽으로 향했다.



***



결국, 좌방어사가 적탐을 나서게 됐다.


적탐을 나선 병졸들은 대부분 파주 인근에서 차출한 농사꾼 출신 향군들이 많았다. 당연히 날씨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올해는 날씨도 이상한가 봐.”


“글쎄말여···. 이월인데도 날이 이렇게 푹하니···.”


처음 한두 명이 주고받던 대화가 옆으로, 앞뒤로 넓어졌다.


“날씨가 이러면 벼 바구미가 극성일 텐데···.”


“아따 그 사람···. 이 난리 통에도 농사 걱정하는 것 보소.”


“아. 그럼. 농사꾼이 농사 걱정하지, 물괴기 걱정할까?”


“그럼 되놈에게 말하고, 얼른 고향에 가지 그려···.”


낄낄낄


농군들이 대부분인 조선군들은 천생 농사꾼이었다.


“조용히 해라···. 적들이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방어사가 병사들을 다그쳤다.


“젠장. 자기야 주는 밥 먹던 사람이니까, 농사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고향에 남겨두고 온 처자식들의 생각이 절로 났다. 올 농사는 천상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소작 논을 일궈야 할 터였다.


“쉿. 조용히 하거라”


방어사가 말의 재갈을 잡아당겼다.


푸르르릉


말이 콧바람을 내뿜으면 걸음을 멈췄다. 주위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으냐?”


“뭐가요?”


방어사의 말에 옆에서 걷던 병졸이 되물었다.


“새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구나···? 그 많던 새들이 다 어딜 가고···.”


듣고 보니 정말 이상했다. 조금 전까지 많은 새가 울었던 것 같았는데······.


“피해라!”


방어사가 본능적으로 외쳤다.


그러나 병사들이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을 깨닫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탕탕탕탕


숲속에서 왜병들의 튀어나오면서 조총을 쏘아댔다.


“으악”


“윽”


“적이다! 피해라”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의 효과가 극대화된 조우였다.


기다리고 있던 왜병들과 잡담으로 긴장이 떨어졌던 조선군의 교전은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었다.


왜병들은 줍줍하듯 조선군들을 겨냥해 쏘았지만, 조선군들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 허둥지둥할 뿐, 대응도 피신도 못 하고 쓰러져갔다.


“퇴각하라!”


급기야 방어사가 퇴각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방향감각까지 잃은 조선군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빨리 퇴각하라”


많은 사상자를 낸 뒤 조선군은 겨우 왜병의 포위망을 벗어났다.


“으음···. 분하다.”


방어사가 살아남은 군사를 바라보며 비통한 신음 소리를 냈다. 정찰부대가 기습을 당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멍청한 조선놈들···. 정찰을 해야 한다고 나대더니.”


이여송이 조선군의 피습 사건을 보고 받고 보인 반응이었다.


“괜히 싸우기도 전에 사기나 떨어트리고···.”


막사로 들어오는 도원수를 바라보고 이여송이 비꼬듯이 물었다.


“도원수 대감···. 왜병들에게 당했다면서요.”


위로인지 핀잔인지.


“부끄럽소이다. 부하들이 좀 신중하지 못해서···.”


뭐가 부끄러운지도 모르면서 도원수가 이여송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이죠. 오죽하면 한번 패배는 병가지상사라 하지 않았겠습니까. 허허허허.”


이여송이 호탕한 척 큰 웃음을 지었다.


“왜병들의 화력이 제법인 것 같습니다.”


도원수의 말에 이여송이 콧방귀를 꼈다.


“그래요···? 평양에서 우리에게 패한 왜병이 아니던가요?”


그것은 조선군들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다른 표현이었다. 시건방지기 짝이 없었지만, 도원수는 그저 허리를 굽혔다.


“조만간 우리 대명 군사가 벽제관으로 갈 겁니다. 그때 도원수 대감님의 군대도 같이 가시죠.”


조선군을 마치 도원수의 사병처럼 말했다.


“장군···. 고맙소이다.”


느릿느릿 행군하던 이여송의 군대가 마침내 벽제관에 도착했다.


벽제관은 중국의 사신들이 한양을 들어가기 직전에 머물던 숙소가 있던 곳으로, 임산배수의 명당이면서 천혜의 요새였다.


파주부터 김포로 이어지는 너른 평야와 박달산에서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산들이 평화롭게 조화를 이룬 형세였다.


“조선은 과연···. 곳곳이 명당이구나.”


마치 유람이라도 하는 듯 여유를 부리는 이여송의 자만심은 이미 극에 달했다.


“이제 곧 왜병들이 점령한 지역인데···. 기습 공격을 대비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부장의 말에 이여송이 피식 웃었다.


“조선군에게나 무서운 왜병이지···. 우리 대명 군사가 왜병을 무서워해야 하느냐?”


“그건 아니지만···. 일전에 조선군이.”


“어헛! 부장은 아직도 우리 대명 군사를 조선군에 비한단 말이냐?”


“죄송합니다. 장군······.”


이여송의 부대가 벽제관에 다가갔다. 갑자기 부대의 앞쪽이 소란스러워졌다.


탕탕탕탕


이어지는 총소리.


와와와와.


병사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그러나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장군! 왜병과 접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부장이 재빨리 말을 앞으로 내달았다.


잠시 후 달려온 부장이 보고했다.


“무슨 일이더냐? 왜병과 접전이라도 있었느냐?”


“예···. 왜병 100여 명이 습격했는데, 교전 끝에 도주했다고 합니다.”


“아하하하하. 그것참. 통쾌하구나. 시작이 좋구나.”


이여송의 호탕한 웃음에 적의 습격에 대비하자고 건의했던 부장이 멀쓱해했다.


“과연 대명 황제 폐하의 군사는 다른 것 같습니다.”


도원수가 이여송 곁으로 바짝 붙이며 아부를 했다.


“하하하하······. 도원수 대감이 보기에도 그렇소이까?”


이여송이 마치 인심이나 쓰는 듯이 말했다.


“뭐···. 별것 아니지만, 이것으로 조선군이 당했던 걸 갚았다고 치면 되겠습니까? 하하하하”


별다른 저항 없이 이여송의 부대는 계속 남쪽으로 전진했다. 선두는 이미 용미리에 도착했다. 더 남쪽에 있는 무악재만 넘으면 한양이다.


“장군···. 건너편에 왜병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북한산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우암산을 등지고 왜병장수 고니시가 진을 치고 있었다.


“뭘 망설이는 거냐? 평양성에서 적들을 공격했던 것을 보지 않았느냐?”


조선 도원수가 물었는데, 이여송은 자기의 부관에게 질타했다. 무시를 당한 도원수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이여송은 막무가내였다.


“왜병들은 화포가 없지 않으냐? 화포로 먼저 두들겨 부수고, 그다음 기병들이 쓸어버리면 되지.”


이여송이 장군대에 올라 커다란 의자에 앉아 거만스럽게 말했다.


“장군. 그때와 형세가 다른데 어쩌시려는 거요?”


도원수가 붉어진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발끈했다.


“모든 전술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그 기본적인 원칙은 똑같은 겁니다,”


이여송이 뭘 모르느냐는 식으로 핀잔을 주었다,


“조선군도 이번에 잘 보고 배우시구려.”


완전 개무시···. 도원수의 얼굴은 붉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다행히 세자의 등장으로 그의 모멸감은 감출 수 있었다.


“세자 저하 드십니다.”


부장이 다가와 이여송에게 말했다.


“세자 저하가?”




<79화. 벽제관 전투(2)> 끝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양코배기 조선인이 쓰는 임진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0 100화. 에필로그 23.02.25 65 0 11쪽
99 99화. 거사(4) 23.02.25 35 0 12쪽
98 98화. 거사(3) 23.02.25 27 0 11쪽
97 97화. 거사(2) 23.02.24 32 0 11쪽
96 96화. 거사(1) 23.02.23 39 0 11쪽
95 95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23.02.22 34 0 11쪽
94 94화. 오다노부나가의 몰락 23.02.21 36 0 10쪽
93 93화. 혼노지의 변 23.02.20 35 0 10쪽
92 92화. 속고 속이는 게임 23.02.18 39 0 10쪽
91 91화. 운명의 날 23.02.17 39 0 10쪽
90 90화. 이간계(離間計) 23.02.16 38 0 11쪽
89 89화. 품을 수 없다면 베야지. 23.02.15 41 0 11쪽
88 88화. 물고 물리는 정세 23.02.14 43 0 9쪽
87 87화. 첫 번째 기회 23.02.13 45 0 10쪽
86 86화. 신뢰 쌓기 23.02.11 51 1 11쪽
85 85화. 어린진(魚鱗陳) 23.02.09 52 1 11쪽
84 84화. 책사 23.02.08 54 1 10쪽
83 83화. 도요토미히데요시 23.02.07 49 1 11쪽
82 82화. 도쿠가와 이에야스 23.02.06 58 1 10쪽
81 81화. 이이제이(以夷制夷) 23.02.04 62 1 10쪽
80 80화. 벽제관 전투(3) 23.02.03 64 1 10쪽
» 79화. 벽제관 전투(2) 23.02.02 55 1 10쪽
78 78화. 벽제관 전투 23.02.01 53 1 10쪽
77 77화. 명의 배신 23.01.31 58 1 10쪽
76 76화. 비격진천뢰 23.01.30 53 1 11쪽
75 75화. 평양성 전투 23.01.28 60 1 11쪽
74 74화. 이여송의 출전 23.01.27 58 1 12쪽
73 73화. 명의 원군 23.01.26 57 1 10쪽
72 72화. 왜에 간 사명대사 23.01.25 72 0 10쪽
71 71화. 일체유심조 23.01.20 87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