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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은 님의 서재입니다.

엘리시아, 라펠느, 로제 그리고 시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은하은
작품등록일 :
2020.07.02 18:01
최근연재일 :
2020.10.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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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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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엘리시아, 라펠느, 로제 그리고 시아. 34편

DUMMY

34.

마차가 도착하고 거칠게 마차의 문이 열렸다. 베르너 남작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급히 마차에서 내렸다. 전서구를 날린 지 불과 한 시간도 되지 않은 빠른 도착이었다.

“여기에요. 남작님.”

에스텔라는 아직도 울고 있었다. 남작을 보자마자 에스텔라는 더욱 크게 울기 시작했다.

“로제는 병원 안에 있니?”

남작이 급하게 물었다. 에스텔라는 울음 때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대신 남작의 손을 잡고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 병실 앞에 섰다. 이곳에 로제가 있다는 의미였다. 마침 의사와 간호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제 딸은 어떤가요?”

남작이 의사에게 물었다.

“아직 치료를 제대로 못하고 있어요. 이런 종류의 상처가 제일 골치 아픕니다.”

남작의 굳은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어째서 인지 설명 좀 부탁합니다.”

“살이 광범위하게 찢어져서 사실상 꿰매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여러 갈래로 찢어져서 한곳만 꿰맬 수 없습니다. 시도 하다가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저대로 두면 출혈이 너무 심해서 쇼크가 일어날 거예요. 수혈은 하겠지만 피를 구해야 합니다. 저 아이는 자신의 혈액형을 모르더군요. 일단 혈액 검사를 해야 하는데 당장은 힘듭니다. 피를 중앙 병원으로 보내서 결과를 받아야 해요. 혈액 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이 근처에서는 그곳뿐입니다. 모든 게 다 안 되니 이제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흉터가 크게 남겠지만 일단은 상처를 지져서 출혈부터 멈춰야 합니다. 이후에는 새살이 돋아나게 해야 하는데···알타미아 벌레를 사용하면 괜찮겠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남작은 경직된 얼굴로 말했다. 언뜻 보면 굳은 얼굴 같지만 자세히 보면 애써 화를 참고 있는 게 보일 정도였다.

“비용 따위는 상관없으니 얼른 치료하시오.”

의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마취약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비싸서 병원에 비축해 두고 있는 분량이 적은데 오늘 하필이면 다 써버려서···인근 병원에 요청했지만 도착하는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출혈량이 많아 빨리 해야 하는데···.진통제는 이미 투약했지만 인두로 지지는 건 진통제 정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건 8살 아이가 참을 수 있는 통증이 아닙니다.”

그때 병실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마취약은 괜찮으니 그냥 해주세요.”

남작이 엘리시아의 목소리를 듣고 병실의 문을 열었다. 엘리시아는 얼굴에 큰 상처와 함께 팔목은 뼈가 보일 정도로 움푹 패인채로 누워 있었다. 옷은 이미 피로 범벅이 된 채였다. 많이 힘든지 엘리시아의 눈은 반쯤 풀려 있었고 애써 겨우 눈을 뜨고 있었다.

뿌득.

남작의 이를 악무는 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그는 이미 딸을 잃은 경험이 있어 이 상황을 더 이상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남작은 애써 표정을 부드럽게 풀었다. 아픈 엘리시아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엘리시아에게 불안감만 더해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제. 이렇게나 크게 다친 줄 몰랐다. 늦게 와서 미안하구나. 많이 아프지?”

남작은 애써 괜찮은 척 하며 로제의 옆에 앉았다.

“저는···괜찮아요. 마취약은 상관없으니 그냥 치료해 주세요. 전에도 경험이 있어요. 참을 수 있으니까 그냥 치료해 주세요.”

“안 된다. 로제. 생살을 불로 지지는 게 얼마나 아픈데 그걸 하겠다는 거니.”

엘리시아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아픈 건 잠깐 이에요. 아버지가 이렇게 놀라서 걱정하시는 게 더 걱정이네요. 전에도 같은 치료를 받아 본적이 있으니까 얼마나 아픈지는 잘 알아요. 하지만 참을 수 있어요.”

“아아아아···”

남작은 엘리시아를 보며 다시 이를 악물었다. 그의 이성은 이미 반쯤 날아갔다.

“도대체 어떤 놈이 내 딸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거야!”

엘리시아의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꺼풀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출혈이 너무 많아 쇼크가 시작되고 있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의사가 서둘러 인두를 가지고 들어오고 간호사는 입에 물릴 재갈을 가지고 들어왔다. 엘리시아의 입에 재갈을 물린 간호사가 말했다.

“최대한 빨리 할게요.”

엘리시아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합니다.”

치이이이이익.

살이 타는 냄새가 방안 가득 퍼져 나갔다. 베르너 남작이 걱정을 할까 걱정되어 끝까지 고통을 참고 있던 엘리시아는 결국 한계에 이르러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악.”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베르너 남작은 더 이상 엘리시아를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다시 뜬 남작의 모습은 인자하기로 유명한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 본다면 깜짝 놀랄 만큼 무서운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인자하고 사람 좋기로 유명하지만 전쟁시절에는 적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던 사람이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요!”

교장이 랑베 선생에게 소리를 질렀다.

“말을 안 듣는 학생을 훈육 한 것뿐입니다.”

교장은 랑베를 보며 어의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보시오. 랑베선생님. 8살의 아이입니다. 게다가 그 아이는 아팠던 아이입니다. 훈육이라는 게 학대를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 아이가 잘못을 했다 해도 어린 아이를 그렇게 때리는 게 말이 됩니까?”

랑베는 꼿꼿이 서서 대답했다.

“부자로 자라서 아쉬울 것이 없는 철없는 아이라면 훈육을 통해 새사람이 되게 하는 것도 선생님이 할일 입니다.”

교장은 한참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부자라서 때린 겁니까? 내가 알기로는 로제가 성적은 좋지 않아도 사람의 됨됨이는 좋은걸 로 알고 있습니다. 착하고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아이입니다. 부자인 것을 티내지도 않고요.”

“부자인 것을 티 내지 않는데 그렇게 고급 시계를 가지고 있단 말입니까? 8살짜리 아이가 가지고 있을 시계가 아니더군요.”

교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인리히 가문의 아이입니다. 그 정도는 가지고 있어도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교칙에 위배 되지도 않고요. 물건과는 상관없이 로제는 자랑을 하지 않는다고 다른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약간 바보 같지만 자랑하거나 남위에 서려고 하는 아이가 아닙니다.”

랑베는 여전히 꼿꼿이 서서 이야기를 했다.

“겨우 남작의 가문 따위가 가지고 있을 만한 물건이 아닙니다. 남작이라면 돈으로 작위를 사는 가짜 귀족 아닙니까. 돈이 많다고 해서 남작인 것도 꼴불견 인데 겨우 8살의 아이에게 그런 시계를 주는 것이 정상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 아이의 사상이 불순해 지는 것을 염려해서 훈육을 했습니다.”

교장의 한숨이 더 깊어 졌다.

“당신은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군.”

랑베의 한쪽 눈썹이 꿈틀 거렸다.

“제가 뭘 모른다는 겁니까?”

교장은 결국 술병을 열었다. 한잔 하지 않고는 버티지 못할 정도로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베르너 남작이 스스로 남작이 된 것은 맞지만 돈을 주고 산건 아닙니다. 그는 왕가의 혈통중 하나입니다. 다만 그가 왕가의 혈통으로 권리를 주장하면 혈통으로 인한 크나큰 파벌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그래서 그는 따로 작위를 받지 않고 그냥 남작의 자리로 내려간 것뿐입니다. 그리고 랑베 선생은 모르는 모양인데 그는 이 나라에서 왕실을 제외한 가장 높은 서열 1위인 그랑베르텐 가문의 로하엘 그랑베르텐의 오른팔과 같은 사람입니다. 전쟁 때는 그와 같이 활약을 해서 큰 공을 세우기도 했고요. 서열 2위의 로텐베르크 가문과도 아주 긴밀한 사이입니다. 그리고 다른 남작들이 돈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베르너 남작은 실제로 다른 남작과는 차원이 다른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금화를 10억 개도 넘게 가지고 있는 거부란 말입니다. 그가 방탕하게 살지 않고 사치를 부리지 않을 뿐이지 그의 자산은 그랑베르텐 가문과 비교해도 절반 이상의 재력을 가지고 있고 소문으로는 그 이상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약간 멀리 돌아가기는 하지만 왕가의 혈통에 국내 실권자들과 긴밀한 사이이며 재력으로도 권력으로도 그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중엔 그를 숨어있는 후작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에요. 그는 남작이지만 그를 남작으로 여기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랑베선생님?”

랑베는 교장의 말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기 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그는 아직도 잘못이 자신에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베르너 남작의 외동딸입니다. 게다가 많이 아팠던 아이고요. 아팠던 만큼 강하게 키우고 싶다고 우리 기사 학교로 보낸 겁니다. 저 정도 가문의 딸이면 오히려 우리 학교로 오는 게 이상한 거예요. 왕가나 직계 귀족들이 다니는 명문 사립을 마다하고 여기로 온 거란 말입니다. 돈이 많다? 네 많죠. 우리 학교에 금화 3만개를 기부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단 한 번도 딸에 대해서 특별대우를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학생들과 동등하게 대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 하더군요. 기부를 한 이유는 학교가 윤택해져 학생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으며 장학금을 늘려서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게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이런 그의 행동이 욕을 먹을 만한가요? 돈만 많은 일부 남작들과 같은가요? 그런 그의 밑에서 교육 받고 자란 로제가 거만하다? 이걸 지금 저한테 믿으라고 하는 말입니까?”

랑베의 다리가 살짝 떨려 오기 시작했다. 교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터무니없는 실수를 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물러설 곳이 없는 랑베는 끝까지 버텼다.

“결국 남작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금화 3만개로 딸이 어느 정도 대우를 받게 하려는 건 맞지 않습니까? 그건 그 아이에게도 좋지 못한 행동입니다.”

교장은 남은 술잔의 술을 단숨에 비워 버렸다. 그리고는 랑베를 바라보며 비웃듯이 말했다.

“금화 3만개면 우리 학교 두개는 살 수 있는 돈입니다. 대우를 받을 거면 귀족 학교를 가던 가 학교를 짓고 이사장의 딸로 학교를 다니겠지. 이 멍청아.”

랑베는 움찔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강조하려 했다. 하지만 교장의 마지막 말로 그는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랑베선생. 당신 잘하면 오늘 죽을 수도 있겠어.”


엘리시아는 고통을 버티다 결국 기절을 했다. 전보다는 상처 부위가 적기는 하지만 8살의 아이가 버티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통증이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기절해 있는 엘리시아의 머리를 남작은 조용히 쓰다듬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그런 엘리시아의 상처 부위에 나무상자를 대어 놓고 그 안에 알타미아 벌레들을 풀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남작은 마치 친딸을 잃었을 때만큼이나 슬픈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에스텔라는 그런 남작의 옆에서 가만히 엘리시아를 지켜보고 있었다.

“에스텔라. 로제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랑베라는 선생이라고 했지?”

“네. 처음부터 로제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더니 결국은 한 시간 내내 같은 부위만 때려서 이렇게 만들었어요. 약간 굵은 긴 나무 막대기 인데 마지막에 얼굴까지 때려 버려서···도대체 로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베르너 남작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미 남작의 얼굴에는 자비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선생을 만나서 손을 좀 봐줘야 겠구나.”

남작은 조용히 일어서며 에스텔라에게 말했다.

“에스텔라. 미안하다만 잠시 로제를 좀 봐주고 있지 않겠니?”

에스텔라는 그런 남작의 옷소매를 붙잡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남작님. 로제가 깨어났을 때 남작님이 안계시면 슬퍼할 거예요.”

베르너 남작은 에스텔라의 말에 잠시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한 시간 정도면 될 거다. 그런 놈 하나 없애···미안. 네 앞에서 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었구나.”

에스텔라는 남작을 부른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서늘한 느낌에 남작을 처다 보았다.

“그래도 안돼요. 남작님. 지금은 안돼요.”

하지만 에스텔라는 자신의 말이 소용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남작의 표정은 이미 말릴 수 있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잠시 다녀오마.”

남작이 문을 열고 나가려 할 때 병실의 문이 열리며 로텔이 들어왔다.

“어딜 가십니까. 남작님.”

남작은 로텔의 얼굴을 보자마자 잠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동안 남작님의 선행들이 이번 일로 무너질지 모릅니다.”

남작은 단호하게 말했다.

“상관없네. 내 딸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아무런 일도 아니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무심해 보이는 얼굴로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이야기를 했지만 로텔은 분명 베르너 남작을 걱정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자넬 만나서 반가웠네. 술 한 잔같이 하고 싶지만 지금은 내가 시간이 없어서 말일세.”

로텔은 밖으로 나가려는 남작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이번일 제게 맡겨 주시지 않겠습니까?”

남작은 잠시 멈춰 서서 로텔을 바라보았다.

“내일을 자네에게 맡길 생각은 없네.”

로텔은 물러서지 않았다.

“로제는 저한테도 인연이 있는 아이라 서요. 남작님은 더러운 일에서 빠지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내 소중한 딸이 저지경이 되었네. 내가 직접 안하면 의미가 없어!”

로텔은 남작이 화가 많이 났음에도 그를 계속 저지했다.

“남작님이 나서서 일을 처리하면 세간의 시선이 집중될 겁니다. 로제가 안전하길 바라신다면 그냥 저에게 맡기세요.”

남작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변했다. 베르너 남작은 로텔이 하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이유 없이 남작의 딸이 죽을 정도로 맞았고 남작이 복수를 했다는 이야기는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로제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면 분명 그분에게도 들킬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젠장. 빌어먹을.”

남작은 의자에 털썩 앉으며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너무도 화가 나고 분해서 손이 떨리는 게 에스텔라의 눈에도 확연히 보였다.

“랑베 따위한테 남작님이 힘을 쓰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교장에게 공식적인 항의 정도만 하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남작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은 로텔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젠장···.너무 화가 나는군. 로제가 다친 거나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나···둘 중에 뭐 때문에 더 화가 나는지도 모를 지경이군.”

남작의 화는 계속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나 베르너 남작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아니. 정확히는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자신의 분노와 복수 보다는 엘리시아의 안전을 택한 결정이었다.

“로텔. 부탁하네. 그리고 미안하네.”

로텔은 빙긋 웃으며 남작에게 말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로텔은 간단하게 말을 하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런 로텔의 뒷모습을 잠깐 바라보던 남작은 다시금 엘리시아의 이마에 맺혀 있는 식은땀을 닦기 시작했다. 에스텔라는 상자 안의 알타미아 벌레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곧 폭풍이 다가 올 것만 같아 에스텔라는 잠시 생각하기를 멈추기로 했다. 오직 알타미아 벌레들만이 엘리시아의 팔에서 상처 부위를 뜯어내고 새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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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엘리시아, 라펠느, 로제 그리고 시아. 51편 20.10.14 15 0 24쪽
50 엘리시아, 라펠느, 로제 그리고 시아. 50편 20.10.12 10 0 13쪽
49 엘리시아, 라펠느, 로제 그리고 시아. 49편 20.10.09 11 0 17쪽
48 엘리시아, 라펠느, 로제 그리고 시아. 48편 20.10.07 13 0 21쪽
47 엘리시아, 라펠느, 로제 그리고 시아. 47편 20.10.05 15 0 22쪽
46 엘리시아, 라펠느, 로제 그리고 시아. 46편 20.10.02 19 0 15쪽
45 엘리시아, 라펠느, 로제 그리고 시아. 45편 20.09.30 18 0 17쪽
44 엘리시아, 라펠느, 로제 그리고 시아. 44편 20.09.28 15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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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엘리시아, 라펠느, 로제 그리고 시아. 40편 20.09.18 17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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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엘리시아, 라펠느, 로제 그리고 시아. 37편 20.09.11 19 0 15쪽
36 엘리시아, 라펠느, 로제 그리고 시아. 36편 20.09.09 20 0 19쪽
35 엘리시아, 라펠느, 로제 그리고 시아. 35편 20.09.07 18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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