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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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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최근연재일 :
2024.09.11 21:4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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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4
추천수 :
101
글자수 :
180,739

작성
24.08.3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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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백이 없는 변방백

DUMMY

 “아, 그래. 믿는 구석이 있으셨구만.”


 카인 왕국에서 기사가 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사관학교를 졸업해 하기사로 임관되는 것. 장교로서 복무한다. 조렌 테이머의 경우에 해당.

 둘째, 나라에 큰 공을 세워 국왕에게 서임되는 것. 군공을 세운 병사가 아니라 민간인이 서임된 경우라면 명예직에 가까웠다.


 “사관학교도 안 나왔고, 여왕님이 이런 놈을 서임시켜줬을 리는 없으니···그럼 이 치를 기사로 임명해준 게 그 남작이겠네?”


 셋째, 귀족이 가신을 준기사로 임명하는 것.


 “바로 그렇습니다.”


 기사는 작위가 아닌 직위이기에 가능한 일. 형식상 국왕에게 보고를 하기는 했지만 반려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준기사들은 그 이름처럼 기사에 준하는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기사에게 부여되는 각종 의무로부터는 사실상 자유로웠기에, 특권을 지닌 사병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봤자 남작이잖아? 난 백작인데?”

 “영주님은 젊은 신흥 귀족이시지만, 키하라 남작령은 그 역사가 오래되었고 수도의 유력자와 연줄이 있습니다.”


 말이 백작이지 유배자나 다름없는 네가 토호를 왜 건드냐는 말을 우아하게 전달한 두오노라옹.


 “흐음.”


 그의 설득이 통한 걸까. 호영은 슈랙힘의 팔을 놔주었다.


 “흐, 흐흐. 변방백, 후회하실 거요.”


 육중한 몸을 겨우 일으키며 비척거리는 슈랙힘. 


 “작위만 백이지 백 없는 당신이 뭘 할 수 있다고.”


 먼저 호영을 긁고,


 “믿는 구석이라도 있소? 이런 깡촌 촌놈들이 떠받들어 주는 거? 그딴 게 무슨 소용이람.”


 애먼 두오노라옹에게 삿대질을 하며,


 “아니면 200명도 안 되는 상비군? 그래, 보라 깃발 중대인지 뭔지 한땐 날렸던 모양이지. 근데 좀 있으면 급료도 못 받고 쫄쫄 굶어서 그 잘난 깃발 들 힘도 없을 걸?”


 문밖 보초병들까지 깎아내렸다.


 “그쯤 씨부려 둬라.”


 듣다 못 한 호영은 그에게 성큼 다가갔다.


 “무슨 말이 유언이 될지 모르니까.”

 “우, 우웃.”


 맹렬히 치솟는 아우라에 뒷걸음질치는 슈랙힘.


 “지, 진정하시지요. 제 말이 좀 과했습니다.”


 호영은 천천히 아우라를 갈무리했다.


 “백? 그래, 난 너처럼 뒤 봐주는 빽 따윈 없다. 남들 다 가진 명품 백 하나 없이 에코백만 가득하지.”

 “에코···? 그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소만, 어쨌든 남자라면 때론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하는 거요. 원만히 해결해 봅시다.”


 예절이 주입되어 혀가 길어진 파견 경비대장.


 “맞는 말이야 그거. 직진만 하고 다닐 순 없지. 때로는 백 해야지.”

 “얘기가 통하는군요. 크흐.”


 변방백이란 놈이 결국 영합하나 싶었는데.


 “근데 그거 아냐? 나한텐 백이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내가 백이라는 거.”

 “그게 무슨 말씀···?”


 덜덜 떨고 있는 피치를 가리킨 호영.


 “네 말대로 피치는 하녀일뿐이지. 재산도 가족도 없어. 저 애한텐 내가 유일한 백이다.”


 분홍빛 뺨을 타고 내리는 뜨거운 방울들이 식어버린 찻주전자를 데운다.


 “방금 깡촌 어쩌고 지껄였지? 그래. 그 깡촌을 차마 못 버리고 버티는 사람들한테도 내가 백이다.”


 두오노라옹의 교화도가 80을 넘어섰고,


 “그리고 그 깡촌까지 따라온 내 병사들은 말할 것도 없지.”


 보초병들은 고대하던 교대 시간도 잊고 서 있었다.


「가신 교화도 대폭 상승! 영주를 향한 가신들의 충성심이 뜨겁게 솟아납니다.」


 “그···그렇다면 더욱 그들의 안위를 신경써야 하지 않겠소? 영주가 된 분으로서 말입니다. 크험. 좋게 해결할 수도 있소. 외숙부께서도 이 조카의 말엔 귀를 기울이실···.”

 “조카라.”


 조용히 중얼거리는 호영.


 “그렇소. 영주님 하기에 달려 있소. 이쪽의 요구 사항을 들어준다면 내가 잘 말씀 드리리다.”

 “너 조카라고.”

 “그래, 내가 키하라 남작 조카라니까? 이미 들었잖소. 왜 했던 말을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를 의아하게 보던 슈랙힘은 곧 귀에서 피를 흘렸다.


 “조-ㅋㅋㅏ!” 


 아우라가 실린 사자후.


 “지켜야 할 대상을 손찌검하려 드는 쓰레기가 경비 대장? 준기사가 뭐가 어째? 수저 잘 물고 태어나면 다냐? 귀족은 사람 패도 돼? 잠깐, 너 외가쪽이랬지? 성도 없으니 결국 평민이잖아! 나도 귀족이니까 너 패도 되겠네 그럼?”


 대노한 호영은 쉴새없이 말을 쏟아 붓는다.


 “네 외삼촌이 조카 하는 꼴을 보면 뭐라 하실 거 같냐? 양아치처럼 꺼드럭거리면서 가문에 먹칠하는 것도 모자라, 백이 어쩌니 씨부리는 소릴 들으면.”


 슈랙힘은 흠칫.


 “조-카는 개소리 한다고 하시겠지!”


 강세에 신경쓴 일갈.


 “여, 영주님이야말로 나를 폭행했지 않소! 걷어차고! 팔을 꺾고!”

 “이 새끼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네가 피치를 때리려고 했잖아. 그걸 내가 막은 거지. 정당방위야 정당방위! ”


 가문을 건드는 씨알머리 공격에 항변해 보았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나, 나는 그저 팔을 들어올린 것뿐이오. 이 계집이 입을 함부로 놀려서···.”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가리킨 손가락은,


 “꺄아악!”


 어느새 다가온 피치의 가슴을 찌르고 말았다.


 “뭐, 뭐야. 너 언제 여기에···어엇!”


 깜짝 놀란 그는 급히 손을 치우려 했지만, 피치와 발이 걸려 허둥대다 피치의 가슴팍을 밀치고 말았다.


 “아악. 다, 다리가···.”


 밀려나서 철퍼덕 주저앉은 피치.


 “너 이 새끼, 이번엔 빼박 폭행이야! 거기다 방금 가슴도 만졌지? 성추행까지!”


 그녀가 들고 있던 쟁반이 떨어지며 찻주전자와 찻잔이 박살났다.


 “기물 파손도 추가!”

 “무, 무슨! 일부러 그런 게 아니오!”


 절뚝거리는 피치에게 다가간 호영은 그녀를 부축하며 속삭였다.


 『진짜로 심하게 다친 건 아니지?』

 『그럼요.』

 『잘했어.』


 “누구 없나! 피치를 루비아 사제께 데리고 가도록.”


 호영은 다시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영주는 분명 영지민에 대해서 사법권을 갖고 있었지. 이 새끼, 사형시킬 순 없을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팔목을 주무르며 이를 가는 슈랙힘.


 “두오노라옹! 이 무능한 작자 같으니! 당신은 뭘 하고 있소? 영주가 미친 짓을 하려는데 뜯어 말리지 않고! 내 키하라 영지에 돌아가는대로 이 일을 낱낱이 고할 것이다!”


 평화적 분쟁을 위해 노력하던 두오노라옹을 물고 늘어진다.


 “흠? 말 다했소?”


 호영과의 약속을 지켜 봉인해 뒀던 ‘흠’을 다시 꺼내는 걸 시작으로, 두오노라옹의 안경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를 캐치한 호영은 슬쩍 두오노라옹에게로 턴을 넘겼고,


 “재정관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흠···말씀대로 영주는 영지와 영지민에 대해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제한이 있지만요.”


 20등관 말직에서부터 14등관으로 올라온 게 헛 경력은 아니라는 듯 법 지식을 술술 읊는 그.


 “제한이라면?”

 “흠. 쉽게 말해 맘에 안 든다고 아무나 사형시킬 순 없는 것입니다. 왕국법은 도시나 영지의 조례에 우선하니까요. 형벌의 경우, 징역 1년 이상의 선고 및 집행은 국왕 폐하께 재가를 받아야 합니다.”

 “쉽게 말해 내 맘대로 무소불위 권력 휘두르는 건 안 된단 거군. 쳇. 어···잠깐. 1년 이상일 경우에 허락을 받는다고?””


 실망한 것도 잠시, 호영은 뭔가를 떠올렸다.


 “그럼 11개월만 가두면 프리패스 아냐?”

 “영명하신 영주님. 바로 그렇습니다.”


 두오노라옹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뭐, 뭣?! 농담이시겠지?! 말도 안 돼!”


 반대로 슈랙힘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흠. 문제가 있다면 슈랙힘은 영지민이 아니란 건데···.”


 그의 낯빛이 다시 밝아지는가 싶더니.


 “하지만 재정관. 저 자는 영지와 파견 계약을 맺었고, 영지 내에서 영지민과 관련한 사고를 일으켰잖소? 이 나라 분명 그런 원칙이 있었는데.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라야 하듯이···그걸 뭐라더라?”

 “속지주의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흠, 분명 그렇습니다. 잘 짚어 주셨습니다.”

 “테이머 영지에 머무르는 자, 테이머 영지의 법을 따를지니. 그래, 이게 옳게 된 정치지.”


 꺼무죽죽해지기를 반복.


 “버···법은 무슨! 이 영지는 세워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는 위기 속에서 간신히 지혜를 짜내었다.


 “그, 그래. 키하라 영지와 파견 계약을 맺었던 건 아우포킬립스 시라고! 테이머인지 클레이머인지 하는 영지가 아니라! 하, 하하.”

 “흐음.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아직 조례를 정하지도 않았고.”


 뜻밖의 반격에 당황한 두오노라옹.


 “당황해서 잊고 있었지 뭐야. 애초에 내가 영주를 찾아온 이유가···.”

 “파견 계약은 무효이니 돌아가시겠다. 이거잖아.”


 호영은 슈랙힘의 말을 자르고 가만히 노려봤다. 이에 말문이 막힌 슈랙힘.


 “어, 어떻게 그걸.”

 “네놈 얼굴(과 스탯창)에 써져 있으니까. 좋아. 법대로 한번 해보자고. 재정관, 파견 경비대에 관한 계약서를 가져와 주시오. 밖의 보초병, 이 자를 데리고 잠시 나가 있도록.”


 혼자가 된 호영은 달리하에게 물었다.


 “저기 달리하. 키하라인지 뭔지 하는 남작령. 거기랑 엮이면 영 안 좋을까?”


 분명 슈랙힘의 행태엔 분노했지만 불필요한 마찰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다. 영지민들이 괴로움을 겪을 수 있으니까.


 「이웃 영지나 도시와의 분쟁은 퀘스트 진행에 방해되는 요소입니다. 인근 세력의 교화도를 높여두면 그들은 우호 세력이 되어 수호자님께 물적/인적 자원을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 중상모략을 일삼는 등으로 RP를 감소시키거나, 테이머 영지의 자원을 빼내려 할 수도 있습니다.」


 [28화 - 백이 없는 변방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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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스폴리아티네 글라사테 24.09.09 2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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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단다니움의 연금술사 +1 24.09.05 25 0 11쪽
31 작은 기적 24.09.04 26 0 12쪽
30 보직 변경 24.09.03 20 0 12쪽
29 덮어 줄게 24.09.02 32 0 10쪽
» 백이 없는 변방백 24.08.31 30 1 10쪽
27 백을 가진 자 24.08.30 27 1 10쪽
26 도약 강타 24.08.29 28 1 10쪽
25 경로 이탈 24.08.27 38 1 11쪽
24 갈림길 24.08.26 49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5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3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50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3 3 11쪽
19 빡격포 24.08.21 53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7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9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8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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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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