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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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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최근연재일 :
2024.09.11 21:42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424
추천수 :
101
글자수 :
180,739

작성
24.08.30 09:34
조회
26
추천
1
글자
10쪽

백을 가진 자

DUMMY

 승리를 거둔 기쁨은 찰나.


 “허리 펼 틈도 없네 참 나.”


 호영에게는 수많은 퀘스트가 쌓여 있었다. 상태창에게서도 영지민들에게서도.


 “뭐부터 처리해야 하냐 아오.”


 폐허 속에서 그나마 덜 부숴진 저택 하나를 임시 집무실로 삼은 영주님.


 “음, 그걸 뭐라고 하더라. 사람들 상 주고 공신 책봉하고 그러는 거. 탁상행정?”


 트롤의 돌도끼에 쪼개진 것으로 보이는 책상에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논공행상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우선적으로 처리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그에 앞서 보급-.」

 “그래, 논공행상. 그게 내가 말하려던 거였어.”


 방어해낸 영지를 재건하는 일이 시급.


 「논공행상에 앞서 보급품을-.」

 “아, 미안. 또 누가 찾아왔나본데? 이따가 말해줄래?”


 노크 소리에 달리하의 말을 끊어버린 호영.


 “영주님. 파견 경비대장 슈랙힘이 알현을 청하고 있습니다.”

 “하아. 좀 감질나게 찾아오지 뻔질나게 드나드네. 조금만 있다 오라고 하도록.”


 일 더미에 파묻힌 신흥 영주에게는 볼일 있는 자들이 너무 많았다. 

 돌 더미에 파묻힌 화장실이라지만 볼일 보는 순간이 그나마 숨돌릴 수 있는 시간.


 “확실히 이 세계는 생활 수준이 꽤 높네? 수도뿐만 아니라 이런 변방 도시에도 상하수도가 있다니. 위생에도 신경 많이 쓰고. 왕궁에는 정화 마법 걸어놓은 변기까지 있었으니 당연한가.”


 휴지와 비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며 호영은 중얼거렸다.


 “하긴, 중세에도 도시에는 수도교가 갖춰져 있다고 했지. 거리가 오물로 넘쳐 나서 장화를 신었다느니 안 씻어서 나는 악취를 가리려고 향수가 발달했다느니 하는 것도 다 구라라더만.”

 「지식이 풍부하시군요.」

 “···논공행상이란 말 좀 헷갈렸다고 나 돌려 까는 거? 그래 나 고졸이다 어쩔?”


 기분이 팍 상해버린 호영.


 “내가 어려운 말은 좀 헷갈려 해도, 어? 이래봬도 교양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요새 웹소설, 특히 대체역사물은 고증이다 뭐다 잘 지켜서 배울 거리도 많고 어? 동생들 숙제 도와주느라 지식KIN도 뻔질나게 드나들고. 막내 나영이 키울 때 온갖 책 다 읽어주고 어?”


 그저 칭찬을 했을뿐인 상태창에게 열변을 토해냈다.


 「수호자 님의 노고에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덤덤하게 받아주는 상태창.


 「수호자 님의 말씀대로, 서방 대륙 특히 카인 왕국의 문명 수준은 타 대륙에 비해 상당히 높습니다. 그 발전의 근간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어. 건국왕 카인이라는 자가 무리를 이끌고 나왔을 때 사천사가 온갖 버프 걸어주고, 하천사 하리아드가 인간의 몸으로···그걸 뭐라 하더라? 헌신짝? 아니, 현신해서 각종 문물 전수해줬잖아.”

 「훌륭하십니다.」

 “에헴. 뭘 그 정도 가지고.”


 조렌의 지식을 빌릴 것도 없었다.


 “게임 스토리로 낸 웹툰이랑 웹소설은 진작 정주행했고, 인게임 설정이나 대사도 잘 읽어뒀어. 도움되는 힌트들이 숨어 있거든.”


 그 덕분에 게임 세계관에 대해서는 웬만큼 꿰고 있었으니.


 “근데 하려는 얘기가 뭔데요? 다 아는 설정 얘기는 스킵하고 본론을 말해주쇼.”

 「카인 왕국에 내려진 사천사의 은총은 갈수록 힘을 잃고 있습니다. 또한 3년 전 일어난 마물의 대규모 습격으로 인해 현 테이머 영지 - 구 아우포킬립스 시의 기반 시설은 상당 부분 파괴되었습니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변기처럼 말이지.”


 호영이 일어나자마자 금이 쩍 가는 석조 변기.


 「그런만큼 영지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시설 복구에 투자할수록 군비가 감축되므로 신중한 판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건 나중 문제고, 당장에 펼쳐질 스테이지를 대비하라 이건가? 말이 쉽지. 사람들 데려다 온종일 성 쌓고 훈련만 시키면 그 불만은 어떻게 감당하는데? 병사들은 계속 집도 없이 군막에서 재울 거? 하려고만 하면 못 할 건 없겠지. 근데 나 같으면 탈영한다.”


 호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라고 했지? 다음 스테이지 시작까지 남은 정비 시간.”

 「98일 7시간 30분입니다.」


 세 달 남짓한 기한.


 ‘긴 듯 짧은 듯 애매한 시간이다. 그나마도 클리어 등급이 S+라서 이 정도라고 했지.’


 최하 등급 D를 받았을 경우의 정비시간은 단 7일.


 “무슨 마물이 튀어나올지라도 좀 가르쳐 줍쇼.”

 「거듭 말씀드렸듯, RP(Renown Point 명성 점수)가 부족합니다. 스테이지 2에서 출현할 마물 목록 공개를 위해서는 50 RP를 소모해야 합니다.」

 “거, 진짜 쫀쫀하네. 흐읍.”


 세면대로 간 호영은 무심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 마물은 두 발로 걷나요?”

 「그렇···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무심결에 응답해버린 상태창. 


 “아싸! 낚시 성공. 비행형은 아닌가보네 휴. 그나마 다행.”


 첫째 동생 아영과 자주 하던 스무고개를 써먹은 것이다.


 “무기를 쓰나요?”

 「이런 방식으로 질문하신다면 질문 하나에 10 RP를 소모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런 게 어딨어!”


 망가진 수도 꼭지를 비틀어 열다가 꼭지가 돈 호영.


 “여보쇼, 아까 군비 어쩌고 했지? 뭐가 나올지 알아야 대비를 하든 말든 하지! 아무리 초 하드코어 모드 어쩌고 해도 그렇지, 어떤 마물이랑 싸울지조차 안 가르쳐주는 게 말이 돼? 판타지 수십 질을 읽었지만 이런 상태창은 처음 본다!”

 「저는 대륙 저변에 깊게 깔린 악의 속에서 수호자 님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의지입니다. 스테이지 진행에 가변 난이도가 적용되듯, 수호자 님과 저의 유대에 따라 제 도움도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렇게 친절한 상태창은 처음 본다는 말이었습니다.”


 한기 어린 상태창의 목소리에 냉큼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보니 상태창 씨에 대해선 도통 아는 게 없네. 함부로 말해서 미안합니다. 이세계에 와서 정신이 없다보니···상태창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텐데 내가 너무했네. 닥달하기만 하고. 참, 의지가 있다니 이름도 있겠네. 알려주시면 이름으로 불러드릴게.”


 그때 울려 퍼지는 축하음.


 「업적 달성! <너의 시름은.>. 상태창의 근심 걱정을 알아준 수호자는 네가 처음이야. 보상으로 10 EP가 주어집니다.」

 “어···고맙습니다?”


 얼떨결에 업적을 달성한 호영은 떨떠름.


 「제 이름은 <달리하>입니다.」

 “달리하? 첨 들어보는데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한···아무튼 통성명이 늦어서 죄송하고 잘 부탁해 달리하.”

 「수호자 님이 저를 상태창으로 대했을 때 저는 다만 데이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호영 님이 저를 의지할 때, 우리의 의지가 한데 깃들어 악의의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물이 나오지 않던 급수전에서 물이 치솟았다.


***


 “영주님, 이쪽은 파견 경비대장 슈랙힘입니다.”


 재정관 두오노라옹이 방문객을 데려왔다. 


 “영주님께 인사도 드리고 상론할 일이 있다고 합니다.”


 현 테이머 영지 구 아우포킬립스 시의 경비대가 3년 전의 사태로 인해 궤멸된 이후로 도시의 경비는 근처 <키하라> 남작령에서 파견한 병사들이 맡아 왔다.


 “이거, 처음 뵙습니다 변방백 님.”


 파견 경비대장 슈랙힘은 무릎을 꿇어 예를 표하는 대신 살짝 몸을 기울여 고개를 까딱일뿐. 그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호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해줬다.


 “반갑네 슈랙힘.”


 <슈랙힘> ★

[ 스탯|등급|기본 수치 ~ 최대 수치 ]

 무력  C    : 42 ~ 47 (철검급 검사)

 지력  C : 32 ~ 41

 마력  F : 1 ~ 2

 매력  F    : 2 ~ 3

 통솔  D : 21 ~ 24

 정신력 D : 11 ~ 14 

 교화도 D : 8 ~ 12


*배경*

 능력도 인품도 별볼일 없는 자입니다.

 파견 경비 대장으로서의 임무는 뒷전으로, 어서 이곳을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거이거, 임시 시장이나 영주님이나 말이 짧으시군요.”

 “뭐?”

 “저는 어엿한 준.기.사 입니다만?”


 슈랙힘은 숙였던 고개를 뻣뻣이 들어올렸다.


 “다과를 가져왔습···.”

 “이름 뒤에 ‘경’을 붙여 주셔야죠. 변방백 나으리.”


 차와 쿠키를 가져오던 피치는 깜짝 놀라 멈춰섰다.


 “하하. 뭔 소릴 하나 했더니.”


 영주님이 전에 없이 활짝 웃고 있었기 때문.


 “기사라고? 사관학교는 나왔고?”

 “귀찮게 그런 델 왜 나옵니까. 연줄도 돈도 없는 비렁뱅이들이나 다니지.”


 살오른 얼굴에 비릿한 웃음을 띠는 슈랙힘.


 “말 조심하세요!”


 흥분해 얼굴이 진분홍으로 물든 피치가 소리쳤다.


 “사관학교 수석 졸업자이신 영주님께 그런 무례를 범···.”

 “하녀 주제에 어디 입을 놀려대!”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날아드는 슈랙힘의 손바닥.

 짜악 혹은 꺄악 소리가 들려야 하는 상황.


 - 꽈악.  

 “으악!”


 다른 소리가 대신 들렸으니.


 “경비대장이란 놈이 힘없는 소녀를 폭행해?”


 호영이 슈랙힘의 손목을 비틀어쥔 것. 


 “끄으악!”

 “그, 그쯤 해 두시지요 영주님.”


 안절부절 못 하던 두오노라옹이 끼어들었다.


 “부디 고정하십시오.”

 “고정? 그래. 관절기 걸 때는 안 움직이게 잘 고정해야지. 암.”


 오금을 걷어차 무릎을 꿇리고, 팔을 뒤로 꽉 고정시켜 변형 암바를 건 호영. 


 “크억!”

 “슈랙힘 경, 경도 고정하도록. 움직이면 부러지니까.”


 두오노라옹은 사색이 되어 땀을 흘린다.


 “슈랙힘은 키하라 남작의 조카입니다. 자칫하면 큰 분쟁에 휘말릴 수 있으니 그만하시는 게···.”


[27화 - 백을 가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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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보직 변경 24.09.03 20 0 12쪽
29 덮어 줄게 24.09.02 31 0 10쪽
28 백이 없는 변방백 24.08.31 29 1 10쪽
» 백을 가진 자 24.08.30 27 1 10쪽
26 도약 강타 24.08.29 28 1 10쪽
25 경로 이탈 24.08.27 38 1 11쪽
24 갈림길 24.08.26 49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5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2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50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2 3 11쪽
19 빡격포 24.08.21 53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7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9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8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3 3 12쪽
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7 4 11쪽
13 2 E J 24.08.13 73 3 12쪽
12 하나만 좀 24.08.12 82 4 11쪽
11 고라니 파티 24.08.09 84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6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4 4 11쪽
8 만드라고라니 24.08.06 89 5 10쪽
7 위험과 보상 24.08.06 104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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