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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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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최근연재일 :
2024.09.11 21:42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412
추천수 :
101
글자수 :
180,739

작성
24.08.22 17:01
조회
49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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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고 볼링!

DUMMY

 “빨리빨리 나른다. 일 다 끝내면 안전한 곳에서 쉬게 해주마.”

 - 고옵곱! (알겠슴다!)


 동족들의 시체를 치우느라 분주한 고블린들.


 “여기 오르막길에 뒹구는 놈들부터 옮기도록.”


 방어진 앞 경사로를 메우고 있는 시체들은 골칫덩이. 고블린들이 동족의 주검을 발판 삼아 밟고 올라오는 데다 포격의 엄폐물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 곱곱? (어디로 옮김까?)

 “진입로의 양 옆에 쌓아 놓는다. 차곡차곡 교차로 포개서.”


 노동에 앞서 고블린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려 했던 호영이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 고오옵! 곱곱! (이 나쁜 새끼! 죽었다 질!)

 - 곱곱고옵! (안 남긴다. 한 점도!)


 죽은 독전대장의 시체를 보고 달려들더니 포식을 해버렸기 때문.


 “너넨 비위도 좋구나.”


 죽은 동족들의 시체를 나르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는 고블린들. 사이가 안 좋은 놈을 발견하면 살점을 뜯어다 먹기까지 했으니.


 「고블린들에게는 장례 문화 특히 시신을 땅에 묻는 습성이 없습니다. 그들은 동족의 사체가 다른 마물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기 전에 재빨리 먹어치우거나 멀리 내던져 버립니다.」


 “그, 그래. 문화적 상대성 리스펙트.”


 마물의 윤리관을 사람에게 대입할 수는 없는 노릇.


 “앞서 바리케이드를 맡았던 창병들은 예비대와 교대한다.”


 고블린들이 환경 미화를 하는 동안 병력을 쉬게 하는 호영.

 공격로는 그리 넓지 않고, 그마저 바위나 폐자재로 좁혀놨기에 창병들을 많이 배치해두진 않았다. 다만 예상 밖의 강공으로 바리케이드가 뚫릴 경우를 대비해, 안전히 후퇴를 할 수 있도록 예비대를 편성했던 것.


 “다친 이들은 루비아에게로. 지친 이들은 피치에게로.”


 전사자는 없었지만 경상자는 몇 명 있었으니.


 “···사제님. 다친 건 발인데 왜 허벅지를 자꾸 주물럭거리지 말입니까?”

 “어허. 놀란 근육 진정시키는 중이니 조용히 하시길.”  


 사제 루비아가 부상자를 돌보는 동안 피치는 열심히 차와 음식을 나르고 있다.


 “만드라고라니 뿔잎으로 만든 차예요. 이건 뿔잎을 반죽에 넣어 만든 쿠키랍니다.”


 병사들의 피와 땀으로 옷이 더러워지는 데도 개의치 않는 피치.


 ‘울고불고 비명 지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버티는군. 나중에 사정 피면 급여 좀 올려줘야지.’


 호영은 그런 그녀를 기특하게 바라보는 동안


 ‘궂은 일과 박봉이어도 소녀는 개의치 않는답니다. 백작가 부인이 될 수만 있다면요.’


 피치는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인님도 쿠키 드셔보셔요. 아~ 하셔요.”

 “아 난 됐어. 병사들에게나 더 줘.”


 그녀가 기대한 것과는 다른 ‘아’ 소리를 낸 주인님은 만드라고라니 8호의 뿔에 달린 잎을 질겅질겅 씹는다.


 “피로 해소와 원기 회복에 확실히 좋구만. 나중에 영지 특산물로 팔아치워야지.”

 - 라니이이? (저···저를요?)

 “아니, 너 말고. 잎만 말이야.”


 만담을 나누는 사이 메이릴이 쭈뼛쭈뼛 다가왔다.


 “오, 메이릴. 방금 활약은 멋졌어”

 “저···정말인가요오?”

 “그래. 큰 도움이 됐지.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제가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에요오.”


 메이릴을 독려해준 뒤 언덕을 타고 우군 쪽으로 간 호영. 그곳에서는 릴리안이 고블린들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기어코 고블린까지 거둬주실 줄은. 정말 저 놈들을 가축처럼 부릴 생각이십니까?”

 “그야 물론이지. 마물 부리는 게 어때서. 어? 자네도 지금 만드라고라니 뿔잎 차 마시고 있잖나.”

 “···어디까지나 전투력 보존을 위해서입니다.”


 슬그머니 나무컵을 숨기는 그녀.


 “마물이 유용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영주님 말씀엔 동의합니다만, 저런 놈들도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군요. 화살 막이로 쓴다면 혹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에헤이. 기껏 교화시킨 놈들을 왜 고기방패로 써! 3D 노동, 아니 궂은 일 험한 일 더러운 일 시키기에는 딱이잖아. 게다가 먹이 따로 마련해줄 필요도 없어. 마물 시체를 좋아한다니 얼마나 좋아! 청소부가 따로 없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 릴리안.


 “부활하신 뒤로 영주님의 생각은 모르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하지 않나? 아무튼 자네도 좀 쉬어두는 게 좋겠어. 아, 아니다. 자네는 쉬면 안 되겠군.”

 “예?”


 조금 대들었다고 영주가 얼차려를 주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릴리안 자네가 할 일이 많아. 다음 번 웨이브, 아니 다음 번 공세는 아까처럼 쉽지만은 않을 테니.”

 “그 말씀은?”

 “방패랑 활 든 놈들이 나올 거야.”


 호영이야 상태창으로부터 예고를 들어서 아는 것이지만 릴리안으로선 그것을 알 리가 없다.


 “조잡한 물건이라도 활은 활이니 대비해야지. 창병 사이에 방패병을 배치하고, 보조 무장으로 검이나 메이스를 들리게. 마법병에게도 보호 주문을 준비하게 하고.”

 “존명.”


 하지만 그녀는 즉시 복명했다. 이제는 영주에 대한 신뢰가 굳건했기에. 그녀가 믿는 그가 그녀를 믿고 있기에.



***


 - 곱고옵!


 고블린 방패병들의 무장은 게임에서의 디자인과는 조금 달랐다. 조잡한 방패 대신, 큰 말뚝을 몇 개씩 묶어 놈들의 몸을 가릴만큼 크게 만들어온 것. 그런만큼 화살이나 창으로는 저지하기가 까다로웠다.


 “이런 씁. 확 말 타고 나가서 다 조져버리고 싶네!”


 튼튼하게 쌓아놓은 바리케이드는 이럴 땐 단점으로 작용한다.


 “배럭 띄우는 것처럼 입구 열기 편하면 얼마나 좋냐.”


 기병 돌격을 시키려면 수레들을 일일이 치워놔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는 것이 문제.


 “이런 샹노무 자식들이 다 있누!”


 분통을 터뜨리는 바우날. 고블린들은 투석이 날아올 때는 말뚝 방패를 땅에 꽂고 자세를 낮추는 등 전술적으로 발전된 모습을 보였으니.


 “아까처럼 닥돌하는 대신 진형을 만드신다? 허허. 고블린 주제에 가지가지하네. 가변 난이도가 아니라 가불 난이도 아니냐? 다음 스테이지 난이도를 땡겨온 거 같은데?”


 호영의 감탄처럼 놈들은 첫 번째 웨이브와 현격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방패병이 전진해서 자리를 잡는 동안 궁수를 기다리기까지 하니까.


 - 곱고옵! 


 고블린의 활은 대체로 조악한 물건이지만, 개중엔 인간에게서 노획한 걸로 보이는 쇠뇌가 심심찮게 보였다.

 놈들이 일제히 곡사 사격을 하려할 때


 “바람이여. 도와주세요!”


 메이릴이 또다시 바람을 일으켰다.


 “나이스 타이밍 메이릴!”

 - 곱고옵?!


 힘을 잃고 땅에 떨어지거나 역으로 되돌아 오는 화살들.


 “쳇. 약은 놈들.”


 하지만 놈들이 위로 방패를 들어올려 이렇다할 피해를 주진 못 했다.


 “별 도움이 못 돼서 죄송해요오.”

 “아니아니. 저놈들 화살 낭비시킨 것만 해도 아주 좋아.”


 호영은 곧바로 빡격포를 준비한다. 버네벌이 그 사이 빡격포를 수리하고 박격진천뢰를 많이 만들어 두었기에.


 “아까같진 않네.”


 박격진천뢰의 파편 또한 방패 때문에 위력이 많이 줄었다.


 “살짝 비스듬히 쏴야 하나? 버네벌씨! 다음 포탄 주십쇼!”

 “오야!”


 돌 포탄을 데굴데굴 굴려보내는 버네벌.


 “꼭 볼링치는 거 같네. 잠깐. 볼리잉? 버네벌 씨, 폭발석은 넣지 마시길!”


 좋은 생각이 난 호영은 빡격포를 바리케이드 사이 틈에 거치. 아까의 고각과 달리 매우 저각으로.


 “위력 40으로 발사!”


 직사로 날려보낸 돌 포탄은 굉장한 속도로 날아갔다.


 - 고오오옵!


 콰지직. 경로에 있던 고블린들은 방패째로 날아갔다. 


 “캬! 스트라이크!”


 놈들의 방패는 파편을 막아줄 순 있어도, 강한 위력으로 날려보낸 돌덩이의 운동에너지를 막아낼 순 없었다.


 “퍼펙트 게임 간드아!”


 신나게 돌 포탄을 뻥뻥 쏴대는 호영.

 길가에 가득했던 고블린들의 시체를 양쪽으로 치워놨기에 공격로는 아주 좁아져있었다.


 “또 스트라이크!”


 일자에 가까운 길을 뭉쳐서 오는 고블린들이 볼링핀이라면 돌 포탄은 볼링공. 게다가 특성 [화포의 민족]으로 인한 정밀 조준 덕분에 포탄이 거터볼이 될 일은 없었다.


 “속이 시원하네 아주 그냥.”


 「주의. 잔여 마력량이 8% 입니다. 또한 고위력 발사시 포신이 불안정하니 위력을 적절히 조정해주시기를 권장드립니다.」

 “조레이. 포탄 다 썼대이.”


 마력량과 포탄이 바닥날 때쯤 좌측 공격로는 깔끔히 정리돼있다.


 “아차차. 반대쪽은 어떻게 돼가나. 메이릴, 내 뒤에 타!”

 “여, 영주님 뒤에요?! 꺄아아악!”


 난생처음 마물에 올라타 기겁한 메이릴. 언덕을 힘차게 솟구치는 만드라고라니의 등은 흔들렸고, 그녀는 호영의 등에 기대 허리를 꽉 붙잡았다.


 ‘넓고 편안한 등···.’


 남자의 등 뒤에 기대는 것도 처음. 

 격렬히 움직인 탓에 호영의 몸은 땀범벅이었지만 메이릴에게 그 냄새는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마음을 안심시키는 향으로 느껴졌다.


 “워워. 8호, 멈춰!”


 질주는 너무나 짧았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내린 메이릴.


 “어라아?”


 로브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는데 몸이 기우뚱. 호영이 그녀를 안고 옆으로 몸을 날린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쏟아지는 화살들.


 “영주님!”


 몇 발치 떨어져서 싸우던 릴리안은 기겁해 호영을 부른다. 그 사이 화살들이 또 날아오고 있으니.


 [21화 - 고 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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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갈림길 24.08.26 48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5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2 3 10쪽
» 고 볼링! 24.08.22 50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2 3 11쪽
19 빡격포 24.08.21 53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6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8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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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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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고라니 파티 24.08.09 84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5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3 4 11쪽
8 만드라고라니 24.08.06 88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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