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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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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최근연재일 :
2024.09.11 21:4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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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0,739

작성
24.08.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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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고블린 슬레이어 (1)

DUMMY

 “끄응. 이게 왜 이런담. 바퀴가 움직이질 않습니다!”


 앞바퀴가 망가져 멈춘 수레 두 대. 돌과 고철을 잔뜩 실은 탓이다.

 톱니처럼 덩달아 멈춘 수송 분대. 


 “야이. 그러게 무게 좀 고루 분산시켜서 실으랬잖니. 비켜 봐봐.”


 한시가 급한 참에 답답한 호영은 말에서 내려 수레를 살펴본다.


 “아오. 완전히 망가졌네. 씁.”


 흘깃 버네벌 런틴을 쳐다본 호영. 하지만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는다.


 “일단 바퀴 축부터 빼보자. 구령에 맞춰서 하나 둘 셋!”


 부러진 바퀴살을 이리저리 건드려보지만 썩 여의치가 않다. 버네벌은 인간들이 수레를 수리한답시고 조물락거리는 과정을 보며 콧방귀를 꼈다.


 ‘인간들 하는 것 좀 보래이. 우째 저리 손이 야물딱지질 못 한 기고?’


 하지만 그는 선뜻 돕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내는 이래봬도 고용인이 아니라 영주가 모셔온 사람인기라. 암 그라모. 저런 허드렛일에는 안 나선다고 얘기했다 아이가.’


 팔짱을 끼고 두툼한 손가락을 툭툭 두들기는 드워프. 그러기를 몇 십초 지났을까.


 “에라이 문디 자슥들아! 수전증 앓는 스켈레톤들도 그것보단 단디 하겠다!”


 답답함을 못 이기고 폭발한 버네벌. 웃음을 참는 호영에게 고함을 지른다.


 “조레이 자네, 이 답답한 사람아! 니는 왜 드와프를 놔두고 똥강아지처럼 혼자 낑낑거려샇노?!”

 “어우, 테이머 영지의 병기 고문이자 영주의 스승에게 어찌 감히 이런 일을 시킬 수가 있겠습니까. 이런 하찮은 일은 저희끼리···.”

 “썩 비키라!”


 결국 버네벌은 망치와 정을 들고 나선다.


 “다 됐다 마.”


 수레에 실린 폐자재들로 뚝딱 새 바퀴들을 만들어낸 그. 바퀴 가장자리에는 질기면서 부드러운 재질의 직물을 감고, 중앙에는 철판을 볼록하게 덧대어놨다.


 “니들 이 수레 갖고 바리케이드로 써물 거제?”

 “예···옙.”

 “그럴 때는 이 앞바퀴를 떼서 써라. 그라모 바퀴 안 굴러가도록 밑에 뭐 공가 넣을(끼워 넣을) 필요 없으니께.”

 “바퀴를 뗀다고요?”

 “그래. 뺐다 끼웠다 하기 편하게 만들었으니까는.”


 탈착식 바퀴의 시범을 보여주는 버네벌 씨. 


 “떼낸 바퀴는 방패로 써먹으모 될끼다.”


 바퀴 뒤쪽엔 손잡이까지 달아놨다.


 “이야. 역시 드워프는 다르시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감탄하는 호영과 병사들.


 “마, 따지고 보면 내가 전투 수레로 개조한 거니까 이것도 병기 제조 아니겠나. 허드렛일 아니데이.”

 “그럼요 그럼요. 한 수 배웠습니다. 자, 다시 출발한다!”


 테이머 영지의 병력은 두 갈래로 나눠 행군중. 진격 방향 기준으로 좌군은 조렌이, 우군은 릴리안이 지휘를 맡았다. 

 방어 목표인 구역청 바로 앞에 병력을 집결시켜 기다릴까도 생각해본 호영.


 ‘병력 분산을 막고 화력은 집중시킬 수 있지만···실패하면 그대로 끝장이다.’


 최후 거점 농성은 일종의 날빌(*‘날로 먹는 빌드오더’의 약자. 도박성 짙은 전략을 말함).

 호영으로서는 병력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범례]

 ∏ = 마물 등장 위치

 ∴ = 마물(고블린)

 │ = 장애물(병력 배치 불가)

 ♥ = 방어 목표(구역청)


 ∏      ∏ 

 ↓      ↓ 

∴∴  │  ∴∴

∴∴  │  ∴∴

 ∴  │  ∴

  ∴ │ ∴

    ♥


 고블린 등장 위치 사이는 바위와 흙더미가 긴 언덕처럼 가로막고 있다. 


 ‘저 위에 원딜을 배치해놓으면 딱인데 아오.’


 일찍이 궁병들을 위로 배치하려 시도했지만, 흙은 미끄럽고 장애물이 너무 많아 발디딤이 불안정했다. 자칫하면 테트라포드에 빠지는 것처럼 병력이 고립될 수도 있는, 아주 환장할만한 언덕이었다.


 「Tip : 고블린은 숲 타입 마물이 아니기에, 그들 또한 언덕으로 이동하기 매우 힘듭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적들 또한 언덕 지형을 이용할 수 없는 점.


 “저어···영주님. 정말 제가 도움이 될까요오? 던전 탐험 경험은 있어도···며, 몇 백 마리나 되는 마물을 상대한 적은 없답니다아.”


 호영의 뒤에 탄 채로 몸을 웅크리는 메이릴. 호영의 등 뒤로 떨림이 전해져왔다.


 “그럼. 두려워 하지마. 너를 노리는 적들은 모두 우리가 막아줄테니. 너는 마법에 집중해.”


 그는 잠시 뒤돌아 씩 웃음으로써 그녀를 안심시켰다.


 “이 언덕을 제외하곤 탁 트인 평지이니, 네  기상 마법이 분명 도움될 거야. 범위가 좁아도 상관없어. 놈들은 한 곳으로 몰려올 수밖에 없으니까. 숲이면 또 몰라도···잠깐, 숲?”


 뭔가의 생각이 번뜩 스치고 지나갔다.


 ‘아까 상태창이 뭐랬지? 그래. 숲 타입 어쩌고 했어. 그렇다면?!’


 호영은 말을 멈춰 세우고 뛰어내렸다.


 “8호! 컴온! 날 태워라. 거기 야크, 자네가 내 말을 대신 타게.” 


 뒤따르던 만드라고라니에게 환승.


 “자, 8호. 한번 저길 올라가보는 거다!”

 - 라니라니! (문제없어요!)


 호영을 태운 8호는 거침없이, 장애물 가득한 언덕을 올라간다.


 “오? 올라가지잖아?!”

 - 라니! (이 정도쯤은 죽은 삵 먹기죠!)

  “너 그런 것도 먹냐. 아무튼 날 잠깐 내려주···악!”


 하지만 8호의 등에서 내리자마자 넘어지는 호영.


 “뭐야 이거?! 왜이리 땅이 부실해. 으억!”


 탄탄해 보였던 흙은 발이 푹푹 빠지고, 단단해 보였던 바위는 기름칠한 것처럼 미끄럽다.


 ‘이거 정말, 시스템으로 못 올라가게 막아놓은 것처럼 돼있잖아? 게임할 때 나왔던 장애물처럼.’


 다시 8호에게 올라탄 호영.


 “넌 어째 아무렇지도 않냐.”

 - 라아니, 라니라니! (저희 발은 언덕이나 숲을 달리기 쉽게 돼있거든요.)

 “그, 그래. 발은 안 보여줘도 돼. 어떻게 생긴지 나도 알아.”


 만드라고라니 족발을 만들 때 봤던 발 구조. 이런 지형에 최적화돼있다.


 “아무튼 잘 됐다. 궁수들과 바우날, 모두 만드라고라니에 탑승해서 올라오도록!”


 빙긋 웃는 호영. 고지대를 선점할 방법이 생겨 흐뭇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으니.


 “마물 위에 올라타서 돌팔매를 하란 말이우? 미쳤수?! 못 하우! 아니, 안 하우!”

 “조레이, 니 미칬나?!”


 키가 작아 슬픈 종족들, 버네벌 런틴과 바우날은 한사코 마물의 등에 타고 언덕을 오르는 걸 거부했으니.

 호영은 그들을 타이르는 데 지쳐


 “아오! 더럽고 아까워서 EP 쓴다 써.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교화! 교화!!”


 결국 교화 능력을 사용해야 했다.


***


 「첫 번째 웨이브가 곧 시작됩니다. 남은 시간 10초.」


 웨이브란 마물이 대량으로 몰려오는 구간을 말한다. 같은 마물로만 몰려올 때도 있지만 여러 마물이 섞여 나올 때도 많다. 한 스테이지는 대개 10번 내외의 웨이브로 구성돼있다. 


 「5···4···3···2···1. 시작.」


 검은 안개 사이로 고블린들이 걸어나온다. 옷이라기보단 누더기에 가까운 가죽을 걸치고, 저마다 조잡한 무기를 든 마물들. 하지만 그 수가 굉장히 많았다. 


 “궁병, 장전! 목표는 선두가 아닌 그 뒷열이다!” 

 - 고브?

 - 곱곱. 고블?


 고블린들은 놀랐다. 놈들이 도무지 올라가지 못 했던 언덕에 웬 인간이 있지 않은가. 멀쩡한 말 대신 만드라고라니에 올라탄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태양을 등진 덕분에 눈부신 후광이 비치고 있다. 


 “사격!”

 - 곱곱!

 - 고브윽!


 놈들이 시선을 뺏긴 사이 날아오는 화살들. 비록 그 수는 얼마 안 됐지만, 높은 곳을 점거한 덕분에 직사가 용이했다. 양갈래 길 모두를 커버할 수 있는 것도 큰 우위.


 - 곱고블! (비켜!)

 - 곱곱! (너나 저리가!)


 선두는 그대로 걸어나왔지만, 그 뒤에 화살을 맞고 쓰러진 놈들이 행렬의 장애물이 되었다.


 “바우날!”

 - 맡겨 두슈!


 만드라고라니 10호에 올라탄 바우날. 10호의 등 위에 얹은 자루에서 돌덩이를 빼내 신나게 투척한다.


 - 고브을!


 던지는대로 족족 고블린들의 머리를 깨부수는 투석구.


 “창병들, 위치로!”

 - 곱곱?!


 선두로 오던 고블린들은 당황한다. 뒤따라오던 동료들은 없고, 길은 어느샌가 좁아져있었으니.

 수레에 실어온 바위와 폐목들로 길을 막고 좁혀 놓은 덕분이다.


 - 곱고블! (올라가 올라가!)


 게다가 땅을 잔뜩 파서 생긴 경사가 다리 짧은 놈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하압!”


 어찌저찌 올라와도 바리케이드와 그 너머 창병들이 길을 막고 있었으니.


 “사격 중지!”


 화살을 아끼기 위해 궁병의 사격을 멈춘 호영.


 “나도 멈추는 것이우?”

 “아니, 바우날은 계속 던지시고. 돌은 잔뜩 있잖수.”

 “자꾸 내 말투 따라하면 재미 없을 줄 아시우. 아차, 돌 떨어졌수.”

 “16호! 내려가서 돌 자루 메고 다시 올라와!”


 아무도 태우지 않은 만드라고라니는 탄환 보급용으로 쓰기.


 - 곱곱! (밟고 올라가!)


 고블린들은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다. 창에 찔려 굴러떨어지는 놈들의 시체를 발판으로 삼고 경사로를 메우는 놈들.


 “물러서면 안 된다! 8호, 내려가자!”


 고블린이 더 많이 밀고 들어오는 우군 쪽에 합세한 호영. 만드라고라니를 탄 채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본 고블린들은 기겁.


 “···마상 무예는 잊으셨으면서 그런 놈을 타고 잘도 싸우시는군요.”


 릴리안의 촌평.


 “마물 위에서 싸우는 거니까 이것도 마상 검술이지!”


 창 끝에 아우라를 담아 일격에 한 놈씩을 처치하는 릴리안만큼은 아니지만 호영도 만만치 않다.


 “아우라를 다루는 솜씨가 꽤 능숙해지셨군요. 부활 전만큼은 아니지만.”

 “스승을 잘 둔 덕분이지. 아니, 제자를 잘 뒀다 해야하나? 자넨 원래 내 제자였으니.”


 영지를 오는 동안에도 밤마다 계속된 검술 과외. 그 덕분에 호영의 실력은 생초보인 목검급에서 청동검급 검사까지 이르렀다.


 “자, 8호! 이번엔 반대쪽으로 간다!”

 - 라니!


 언덕을 오르락내리며 종횡무진하는 호영. 


 - 곱곱! 고오옵! (무리야. 잠시 물러나야 해!)

 - 고브고브! (만드라고라니 타고 다니는 미친 인간이 있어!)


 데스나이트를 보듯 겁에 질린 고블린들.


 - 고브···?


 슬금슬금 물러나던 한 놈의 몸이 반토막났다.


 “뭐야 저건 또?”


 나타난 것은 보통 놈들보다 두 배는 돼보이는 큰 개체. 몸집만큼 거대한 글레이브를 들고 있다.


 「주의! 고블린 독전대장이 등장했습니다.」


[ 17화 - 고블린 슬레이어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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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움트는 희망, 움패는 절망 24.09.11 12 0 13쪽
35 신호탄 24.09.10 17 0 13쪽
34 스폴리아티네 글라사테 24.09.09 24 0 13쪽
33 마력토 24.09.06 2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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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작은 기적 24.09.04 25 0 12쪽
30 보직 변경 24.09.03 19 0 12쪽
29 덮어 줄게 24.09.02 31 0 10쪽
28 백이 없는 변방백 24.08.31 29 1 10쪽
27 백을 가진 자 24.08.30 26 1 10쪽
26 도약 강타 24.08.29 27 1 10쪽
25 경로 이탈 24.08.27 38 1 11쪽
24 갈림길 24.08.26 48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5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2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50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2 3 11쪽
19 빡격포 24.08.21 53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6 3 10쪽
»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9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8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2 3 12쪽
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7 4 11쪽
13 2 E J 24.08.13 73 3 12쪽
12 하나만 좀 24.08.12 82 4 11쪽
11 고라니 파티 24.08.09 84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5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3 4 11쪽
8 만드라고라니 24.08.06 88 5 10쪽
7 위험과 보상 24.08.06 103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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