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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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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최근연재일 :
2024.09.11 21:42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417
추천수 :
101
글자수 :
180,739

작성
24.08.06 08:28
조회
103
추천
6
글자
11쪽

위험과 보상

DUMMY

 “가도 주변에 괴물이 출몰한다고? 어째서? 대체 왜?”


 릴리안이 전해준 소식은 충격적.


 “그것까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헛소문이 아니라 진짜라는 것입니다. 서쪽 평원으로 이어지는 가도로 병력이 출정하는 것을 봤으니까요.”

 “젠장. 가는 길이라도 좀 편하게 가나 했더니 그걸 못 두고보네.”


 호영은 신경질적으로 뒷머리를 북북 긁었다. 이것 또한 처음 보는 행동인지라 물끄러미 바라보는 릴리안.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가도로 죽 갈지 아니면 우회할지 지금 결정해야할 듯 싶습니다.”

 “으음···.”


 고민하는 호영의 앞에


 「중요 분기점 생성!」


 상태창이 적절히 나타났다.


 「플레이어님의 선택에 따라 앞으로의 여정이 정해집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1) 가도로 직행 : 가는 길에 여러 마물을 조우합니다. 이로 인해 여러 위험이 따르지만, 아이템과 인재를 비롯해 새로운 자원을 획득할 기회도 찾아옵니다. 

 (2) 가도를 우회 : 마물을 조우할 확률이 대폭 감소하지만 여정이 길어집니다. 이로 인해 물자를 추가로 소비하며, 테이머 영지에 찾아올 첫 번째 레이드에 대비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두뇌 풀가동에 들어가는 호영. 


 ‘모험이냐 안전빵이냐···.’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


 “릴리안,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지?”

 “예? 지금 제 의견을 물어보신 겁니까?”

 “그래. 말해보게.”


 릴리안은 놀랐다. 예전의 조렌은 그녀에게 의견을 물어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

 중대장은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렸고 그녀는 부관으로서 명을 하달했다. 명쾌한 역할. 굳은 신뢰에서 나오는 상명하복. 그녀는 그것이 좋았다.


 “···저는 영주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영주님 스스로 용단을 내리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내는 데 서툴었던 릴리안.

 사실 속으로는 조금 기뻤다. 이런 중요한 문제에 자신의 의견을 경청해주시다니. 현명하신 분이니 분명 혜안이 있으실 텐데. 

 그녀로서는 까맣게 몰랐다.


 ‘아오. 좀 쓸만한 팁이라도 주려나 싶었는데 저런 말만 하다니. 머리 아프네 이거. 부관으로선 참 유능한 인재 같은데 참모로서는 좀 애매하겠어.’


 그녀가 존경하는 영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다만···마물 출몰 소식에 대해서는 다른 이들에게 알리시지 않는 게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영주님이 근심에 잠기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조언하는 릴리안.


 “왜지?”

 “분명 사기가 떨어지고 혼란이 생길지 모릅니다. 특히 저들은···.”


 짐꾼들을 흘깃 뒤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짐꾼들은 그럴 수도 있을테지. 힘이 장사라지만 병사도 전사도 아니니까.”


 아우포킬립스라는 지명을 듣자말자 죄다 격하게 거부했던 인부들. 서쪽 가도의 끝 레인파 시까지만 간다는 조건으로 겨우 고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릴리안. 나는 저들에게 사실을 알려야 해. 가도로 가든 우회하든 어느 쪽을 택하든.”

 “어···어째서입니까?!”


 자신의 의견이 거부당했다고 느낀 릴리안은 자기도 모르게 버럭하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아냐. 분명 자네 말에도 일리가 있어. 나도 맘같아선 자네 말대로 함구하고 싶다네.” 


 호영의 부드러운 말에 릴리안은 고개를 조금 숙였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자신이 어째서 이리 격해지는지 스스로도 당황스럽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어.”

 “다시 한번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것이 지도자의 책무니까.”


 호영은 담담히, 하지만 굳게 말했다.


 “마물 출현 소식을 알리지 않은 채로 가다 마물을 조우하면 저들은 더 당황하게 될 거야. 미리 알고 있어야 전투 태세를 갖추기도 쉽겠지. 방심하지 않아야 안심할 수 있다.”


 릴리안은 묵묵히 그리운 말을 들었다. 말투와 내용은 조금 달라졌지만, 그녀의 늠름한 상관도 곧잘 말하곤 했다. ‘자만심은 방심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좋은 의견 고맙다. 내 스스로 용단을 내리라고 했지? 그렇게 하지.”


 고민 끝에 그는 주먹을 치켜들었다.


 “모두 행진을 멈추라!”


 영주의 수신호를 받들어 수석 병사감이 외쳤다.

 행렬이 멈춰서자 호영은 말(馬)을 돌리고 말(言)을 시작했다.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지금 서쪽 평원으로 가는 가도에 마물이 나타난다고 한다.”


 릴리안의 예상대로 웅성웅성거리는 사람들.


 “말년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병사장님, 뭐가 걱정입니까. 어차피 마물 가득한 영지로 가는 길인데. 준비운동 해둔다고 생각하면 되는걸.”


 병사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고


 “하, 마물? 좋지. 안그래도 심심할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지팡이를 턱 내리꽂는 사제 루비아는 즐거워보이기까지 했다.


 “그게 무신 소리우. 이럴 거면 감방에 있을 걸 그랬나.”


 바우날은 울상을


 “그···그런 말은 못 들었소. 그럼 위험한 거 아니오?”

 “이건 계약위반이지!”


 짐꾼들은 죽상을 지었다.


 “조용하시오!”


 릴리안이 나서 소란을 멈췄다.


 “변방백께서 말을 끝내시기 전에 나서는 이는 항명으로 간주하겠다.”


 적갈색 눈동자에 단호히 담긴 의지를 본 군중은 곧 조용해졌다.

 덕분에 말을 잇기 수월해진 호영은 릴리안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나는 가도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우회해서 돌아가면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고, 마물을 만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상태창의 말로는 ‘조우 확률 대폭 감소’라고 했지만 확률이 0이 아닌 이상 안심할 수 없는 노릇.


 “인부들은 안심하시오. 고용주로서 반드시 그대들의 안전을 보증할 테니. 그게 바로 계약이잖소. 당신들은  책임지고 짐을 목적지까지 옮기고, 우리는 책임지고 당신들을 보호한다. 어차피 마물이 아니더라도 들짐승이나 도적이 나오기도 하잖소.”


 호영의 말에 주춤거리는 짐꾼들. 그의 말대로 딱히 계약에 위반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계약을 파기한다고 해도 상관없소. 우리가 좀 더 고생하면 되니까. 하지만 당신들은? 앞으로  가도에도 괴물이 나온다면 어찌할 텐가. 따지고 보면 다른 상단에 고용되는 것보다 우리와 함께 가는 게 훨씬 안전하겠지. 든든한 군인들이 지켜주니까.”


 이 군인들은 공짜로 보호해줍니다.

 짐꾼들은 모두 수긍하는 눈치. 


 「능력 레벨 상승! 패시브 스킬 <감화>의 레벨이 2에서 3으로 올랐습니다.

 짐꾼들의 불안이 크게 해소되었습니다. 다만, 불만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레벨업이 기쁘면서도 호영은 내색하지 않았다.


 ‘불안 대신 불만이라···. 그럴법하지. 받는 돈은 똑같은데 위험 부담은 커졌으니.’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손을 드는 한 짐꾼. 인부들의 반장이다.


 “백작님 말씀은 알겠심더. 맞는 말씀이라예. 근데 그라믄, 우리 임금을 쪼매 올려야 하지 않겠심꺼? 에···한마디로 위험 수당이지예.”


 갈리아 출신인지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반장.


「분기점 생성!

 (1) 짐꾼들에게 위험 수당을 줄 경우 그들의 불만도가 0으로 감소하고 교화도가 상승합니다. 다만 병사들이 불만을 품을 수 있습니다.

 (2) 짐꾼들에게 위험 수당을 주지 않을 경우 그들의 불만도가 상승합니다. 이로 인해 태업을 하는 등 차질을 빚어, 여정이 길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호영은 상태창에게 소리지르고 싶었다. 무슨 분기점 안에 또 분기점이 있냐!

 게다가 분기점 (1)을 선택하면 병사들이 불만을 품는다니?


 ‘자기들은 위험 수당 없는데 짐꾼들만 챙겨줘서 화난다 이건가?’


 따지고 보면 그들이 옮겨야 할 짐이다. 병사들이 힘들까봐 돈까지 써가면서(물론 호영의 돈은 아니었지만) 짐꾼을 고용한 것이니 괘씸할만도 했다.


 ‘짐꾼들에게 돈을 주자니 자금도 빠듯하고 병사들은 불만 품는다고 하고···돈을 안 주자니 게을러진다고 하고. 영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빡겜 모드냐 아오.’


 두 선택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던 호영의 눈에


 ‘어 잠깐? 그러고보니···.’


 손 모은 채 자신을 올려다보는 피치가 들어온다.


 ‘그래. 저 분홍분홍 메이드 설득할 때도 그랬지. 선택지라고 딱 두 개 준 게 다 ㅈ같은 거였어. 그리고 그때 내가 쟤한테 다른 선택지를 줬었지.’


 해고와 자진퇴사 대신 제 3의 선택지를 피치에게 줌으로써 업적을 달성한 호영. 그는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이런 건 어떻소? 만약 마물이 나타나서 퇴치한다면, 그 전리품 일부를 당신들에게 보상으로 나눠 주겠소.”


 눈이 커지는 짐꾼들. 마물이 죽으면 쓸만한 아이템을 남기는 법이니까. 하다못해 슬라임을 잡아도 그 껍질을 팔 수 있으니.


 “대신 당신들도 우리에게 그만큼 협조해줘야 하오. 직접 몽둥이 들고 싸우는 것까진 안 바라도, 바리케이드를 세울 때 돕거나 함정을 만들거나 하는 정도는 해줘야겠어.”


 솔깃한 눈길로 서로를 쳐다보던 짐꾼들.


 “이러면 마물이 나와든 안 나오든 좋지 않나? 안 나오면 안전해서 좋고. 나오면 돈 벌어서 좋고.”

 “아니, 어쩌면 마물이 나오는 쪽이 이득일 수도 있지. 혹시 귀한 물건이라도 나오면 횡재야 횡재.”


 이내 반장이 앞으로 나섰다.


 “좋심더. 통이 크시네예. 그리 하시지예. 그라모 열심히 할 테니 잘 봐주이소.”


 시원하게 받아들이는 반장.

 흐뭇하게 맞아들이는 호영.


 “물론! 마물 처치 보상은 병사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시큰둥하던 병사들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나라에 소속된 군인이었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논공행상을 할 수 없었다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여왕 폐하께서 임명하신 변방백. 그리고 그대들은 나의 가신.”


 너흰 가신이고 나는 영주야.


 “그러니 내 원하는대로 상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마물을 처치하는 자, 카인의 국민과 테이머 영지민을 지킬뿐 아니라 부도 얻을지니!”


 「주어진 선택지 외의 해결법을 찾아낸 수호자 님. 정말 훌륭합니다! 짐꾼들과 병사들의 교화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변방백 만세!”

 “영주님 만세!”


 큰 함성이 평원에 울려퍼졌다.

 국왕이 아닌 자에게 함부로 만세를 외치는 건 대역죄 아니냐고 루비아가 말할 때까지.


[7화 - 위험과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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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경로 이탈 24.08.27 38 1 11쪽
24 갈림길 24.08.26 48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5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2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50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2 3 11쪽
19 빡격포 24.08.21 53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7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9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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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과 보상 24.08.06 104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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